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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개요
사람은, 생명체는 모두 죽는다.
죽음은 영겁永劫의 세월 동안 살아남은 자들에게 낯을 가렸다.
그래서 나는 죽음이 늘 낯설다.
죽음이란 미지의 곳으로 떠나는 여행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죽음을 바라보는 산 자들의 마음은 비통하지만,
그 여행길을 같이 할 수는 없다.
떠나야 하는 사람에게 길동무를 붙여줄 뿐이다.
대책 없는 그 길의 유일한 친구가 바로 꼭두이다.
태어날 때 산파産婆가 나를 받고, 부모님이 이끌어 주듯
이승의 숨이 끝나고, 저승의 숨을 쉬기 시작하는 순간,
나를 받아주고, 이끌어 주는 존재,
‘꼭두’를 소개하는 전시를 준비했다.
선조들은 ‘죽는다’란 말을 ‘돌아가셨다’라는 말로 표현했다.
우리가 죽어서 갈 곳은 결국 우리가 온 곳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각양각색의 꼭두와 함께
우리 영혼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행길을 행진하면서,
한국인의 전통 세계관과
이제는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변신한 전시자료로
삶과 죽음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1부 낯섦, 마주하다
가족의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은
죽은 이가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초혼招魂’을 행한다.
망자亡者가 평소에 즐겨 입던 옷을 가지고 지붕에 올라
망자의 이름을 부르며 이미 떠나버린 혼魂을 불러 보는 것이다.
살아 있는 이들은 낯선 이별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망자가 편안하게 저승에 이를 수 있도록
그를 위한 의례를 준비한다.
죽음을 맞이한 사람은 친숙한 이승을 벗어나
저승으로 떠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이때 시종侍從 꼭두가 망자를 맞이한다.
시종 꼭두는 낯선 곳에서 두려워하는 망자亡者의 시중을 들며,
저승으로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다.
신선神仙과 선녀仙女, 부처와 승려, 무당 등
다양한 모습의 꼭두도 망자를 위로한다.
2부 이별, 받아들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며,
그가 저승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여러 의례를 행한다.
이승의 한恨과 부정不淨을 씻어내고
온전하게 저승에 이르도록 하는 씻김굿이 그중 하나이다.
씻김굿은 망자亡者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에게도 위안을 준다.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살아 있는 이가 슬픔을 느끼듯이
죽음을 맞이한 사람 또한 아픔을 겪는다.
이승의 인연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는 안타까움과
낯선 곳에 혼자 남겨진 두려움이다.
이때 광대 꼭두가 망자亡者를 위로한다.
여러 가지 재주를 부리며 놀이판을 열기도 하고,
장구, 북, 피리를 연주하며 망자의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3부 여행, 떠나보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은 망자亡者와 이별하기 위해 장례를 치른다.
장례는 이승의 집으로부터 망자를 떠나보내기 위한 것으로
육신肉身을 땅에 묻고 신주神主를 사당에 모시는 과정이다.
망자는 저승으로 가기 위해 화려한 상여喪輿를 타고
이승에서 머물렀던 집과 마을을 돌며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망자를 떠나보내는 사람들은 이별을 아쉬워하며 망자의 명복冥福을 빌고,
저승에서 그가 영원히 살기를 기원하며 상여소리를 부른다.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호위護衛 꼭두는 바로 이 여정에 동행하며
망자亡者를 저승으로 안내하고 위험으로부터 지켜준다.
망자가 타고 가는 상여를 호위하기 위해
말이나 호랑이, 혹은 영수靈獸를 타고,
나쁜 액厄으로부터 망자를 지키기 위해
험상궂은 표정으로 무기를 든다.
에필로그 꼭두와 떠나는 여행
자! 이제 시종, 광대, 호위 꼭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저승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 망자와 꼭두들을 이끌어 줄 용과 봉황을 만나 함께 여행을 떠나 볼까요?
한 번쯤 꿈속에서 만나 본 이상향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또 다른 이야기 꼭두와 함께한 삶, 꼭두 엄마
청계천 5가 골동품이 많은 가게들 중 한 곳에서
볼품없는 푸대에 싸여 구석에 버려지다시피 놓여 있던 꼭두 하나,
녹의홍상을 입은 여자 꼭두로 오른손을 들고 있는 모습
마치 내 자신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담담한 표정의 얼굴, 땅 위에 굳게 딛고 있는 두 발,
그리고 한 손을 들고 있는 모습에서
나는 삶의 고통을 모두 견뎌내고 마음의 평정을 되찾은 여인을 보았다.
나는 그 꼭두가 오랫동안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 꼭두는 나에게 오랜만에 느끼는 마음의 위로를 주었다.
내가 꼭두를 모아 방 안에 두고 함께 있을 때,
나는 그네들이 나를 지켜주는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내가 너를 살려줄 테니, 너도 나를 살려 달라”
주요 전시자료
악공 꼭두 20세기 망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악기를 연주하고, 재주를 부리는 광대 꼭두. 한 상여喪輿에 장식된 꼭두로 모두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연주하고 있는 악기의 종류는 다르지만, 입고 있는 복식服飾과 모자의 모양은 동일하다. |
여자 19세기 꼭두박물관 소장 김옥랑이 청계천 골동품 가게에서 처음 만난 꼭두다. 녹의홍상인 연두색 저고리와 다홍색 치마를 입고 있다. 쪽머리에 큰 비녀를 꽂고 있다. 들고 있는 왼손의 뚫린 구멍에 꽃을 들고 있었던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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