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명절(名節)과 민속(民俗)놀이<3>
<24절기(節期) 2>
(13) 입추(立秋):양력 8월 7일경, 음력 7월로, 가을이 시작되어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농촌에서는 다소 한가하며,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는다.
(14) 처서(處暑):양력 8월 23일경, 음력 7월 중순으로, 더위가 멈춘다는 뜻이다.
날씨도 한결 선선해지기 시작하고 논벼가 익는다. 이때 조상의 묘를 찾아가서 벌초하며, 여름 동안에 습기 찼던 옷가지와 이불 등을 햇볕에 말린다. 이 시기가 지나면 아침과 저녁으로 서늘해 일교차가 심해진다.
(15) 백로(白露):양력 9월 8일경, 음력 8월로, 가을 기분이 들기 시작하며 이슬 맺힌 것이 하얗게 보인다는 뜻이다.
장마가 끝나고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지만, 때로는 태풍과 해일(海溢)로 피해를 입기도 한다.
(16) 추분(秋分):양력 9월 23일경, 음력 8월로, 춘분으로부터 꼭 반년째 되는 날로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아지며, 추분이 지나면 점차 밤이 길어지므로 계절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시기로, 각종 여름 채소들과 산나물 등을 말려두기도 하는 시기이다.
(17) 한로(寒露):양력 10월 8일경, 음력 9월로,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여 추수(秋收)로 바쁜 시기이다. 예전에는 이때를 전후해 국화전(菊花煎)을 지져 먹고, 국화술을 담갔으며, 산수유(山茱萸)를 꺾어 머리에 꽂아 잡귀(雜鬼)를 쫓았다.
(18) 상강(霜降):양력 10월 23일경, 음력 9월로, 날씨는 쾌청하지만, 밤 기온은 서리가 내릴 정도로 매우 낮아져서 춥다.
이맘때쯤이면 추수가 거의 끝나고, 산의 동물들은 일찌감치 겨울잠에 들어간다.
(19) 입동(立冬):양력 11월 7일경, 음력 10월로, 겨울이 시작되는 날이다.
각 마을에서는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만들어 집안 곳곳에 놓으며, 이웃은 물론 농사에 힘쓴 소에게도 나누어주면서 1년을 마무리하는 제사를 올린다. 또, 각 가정에서는 이날을 기준으로 김장준비를 한다.
(20) 소설(小雪):양력 11월 22일경, 음력 10월로, 땅이 얼기 시작하고 살얼음이 얼며 차차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가끔은 햇볕이 따뜻해 소춘(小春)이라고도 하나, 이때가 되면 바람이 몹시 불어 어촌에서는 뱃길을 금했다. 고려 때 손돌(孫乭)이라는 뱃사공이 왕을 모시고 김포와 강화도 사이의 염하(鹽河)라는 여울을 건너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 풍랑이 심하게 일자 배가 몹시 흔들렸다. 왕은 사공이 배를 일부러 흔든 줄 알고 사공의 목을 베었는데, 이때부터 이곳을 사공의 이름을 따서 손돌목이라 했으며, 매년 이맘때 부는 바람을 손돌바람이라 부르고, 김포지역에서는 매년 손돌제(祭)를 올린다.
(21) 대설(大雪):양력 12월 7일경, 음력 11월로, 눈이 많이 내리는 계절이다.
예전부터 이날 눈이 많이 내리면 다음 해에는 풍년이 든다고 하여 오히려 눈이 많이 내리기를 기다렸다.
(22) 동지(冬至):양력 12월 22일경, 음력 12월로, 북반구에서는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며 추위도 점차 심해지기 시작한다. 이날 팥죽을 쑤어 이웃과 나누어 먹고, 집안 곳곳에 놓아 악귀를 쫓았다. 팥죽은 붉은색인데 악귀(惡鬼)는 붉은색을 싫어한다고 믿었다. 또, 새 달력을 만들어 걸었으며, 뱀 사(蛇)자를 쓴 부적(符籍)을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여 놓기도 했다. 이날 날씨가 따뜻하면 다음 해에 질병이 많고 눈이 많이 오며, 추우면 풍년이 든다는 말도 있었다.
(23) 소한(小寒):양력 1월 5일경, 음력 12월로, 본격적으로 추워진다. 대한(大寒/큰 추위)이 소한(小寒/작은 추위)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옛말이 있듯이 한국에서는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이다.
(24) 대한(大寒):양력 1월 20일경, 음력 12월로, 보통 동지(冬至)가 지난 한 달 후, 또는 소한이 지난 반 달 후에 온다. 겨울의 매듭을 짓는 절후로 추위의 절정기(絶頂期)로 생각하지만, 소한에 얼었던 얼음이 대한에 녹을 정도로 따뜻한 해도 있다. 이날 밤에 콩을 땅이나 마루에 뿌려서 악귀를 쫓아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이 있다. 악귀(惡鬼/악한 귀신)는 콩의 비린 냄새가 싫어 도망간다고 믿었다.
이와 같은 24절기는 중국의 계절 현상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한국의 기후에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또, 날짜가 태양이 비치는 경도(傾度)에 따라 변하므로 양력은 매년 같지만, 음력은 조금씩 달라진다.
음력의 날짜가 계절과 차이가 많을 때는 윤달(閏月)을 넣어 계절과 맞게 조정하는데, 태양력을 사용하는 오늘날에도 농촌에서는 관습적으로 계절의 변화를 확인하는데 음력(陰曆)이 널리 쓰이고 있다.
그밖에도 한식(寒食), 단오(端午), 삼복(三伏), 추석(秋夕)은 한국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해오던 절기이다.
한식은 양력 4월 5·6일경으로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인데, 국가적인 행사로 종묘(宗廟)와 능원(陵園)에 제향(祭享)을 올리고, 각 가정에서는 조상의 산소에 성묘(省墓)하는 날이다.
한식(寒食)에 유래를 보면, 매년 이날은 풍우(風雨)가 심하여 불을 금하고 찬밥(寒食)을 먹게 되었다는 설(說)과 진(晉)나라의 현인(賢人) 개자추(介子推)가 산에서 불에 타 죽자 이를 애도하는 뜻으로 이날만은 불을 금하고 찬 음식을 먹었다는 2가지 설이 있다.
단오(端午)는 음력 5월 5일로 대명절로 꼽히는데 단양(端陽), 중오절(重五節), 천중절(天中節), 수릿날(水瀨日)이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풍작(豐作)을 기원하는 제삿날로, 수리취 잎을 넣어 만든 절편을 만들어 먹었으며, 여자는 창포(菖蒲)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뛰기를 하고 남자는 씨름을 하던 풍습이 있었다.
삼복(三伏)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로, 소서(小暑) 다음에 초복(初伏/양력 7. 20경), 대서(大暑) 뒤에 중복(中伏/양력 7. 30경), 입추(立秋) 뒤에 말복(末伏/양력 8. 9경)이 온다. 말복이 지나야 더위가 완전히 지났다고 하며, 복날은 더위를 이기는 음식인 삼계탕(蔘鷄湯)이나 개고기(補身湯) 등을 먹었다.
추석(秋夕)은 음력 8월 15일로, 중추절(仲秋節) 또는 한가위라고도 한다. 신라의 가배(嘉俳)에서 유래한 최대 명절로, 햅쌀로 송편을 빚어 차례를 올리고 산소에 벌초(伐草)와 성묘(省墓)를 하는 날이다.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는 설날, 정월 대보름, 단오, 한식, 추석이 5대 명절(名節)로, 이 중에서 음력 1월 1일은 새해의 시작으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날, 1월 15일은 정월 대보름으로 한해의 첫 보름달(滿月)이 뜨는 날이라 커다란 둥근 달에 풍년(豊年)과 안녕(安寧)을 비는 풍습이 있었다.
또, 대보름의 달빛은 어둠과 질병(疾病), 재액(災厄)을 밀어내는 밝음의 상징이 있다고 하여 이 보름달을 보며 마을의 수호신에게 재앙을 막아주고 농사가 잘 되게 해 달라고 제사를 지내던 풍속이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온다. 이날은 일 년 중 첫 보름이라 그해 농사의 풍년, 흉년 및 그 해의 좋고 나쁨에 대한 궁금증으로 점(占)도 쳤다. 그 밖에도 새벽에 귀밝이술을 마시기, 부럼(부스럼) 깨물기, 오곡밥과 약식(藥食) 먹기도 있다. 또, 지신(地神)밟기, 달 집 태우기, 복조리 걸기, 줄다리기, 횃불싸움, 더위팔기, 쥐불놀이, 약밥 얻으러 다니기 등 셀 수없이 많은 풍속(風俗)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