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큐의 히메유리(1987, 요나조 노부코), 39.
● 제 IV부 제 2장 와타나베 중사와 염소탕 (히저지르)
이토스 부락의 이장 집 마당 구석에 염소 오두막이 있었다. 하지만 염소는 없었다. 아마 도살되어 식량이 되었을 것이다. 오두막 바닥에는 건초가 30cm나 깔려 있었다.
염소 오두막은 혼자 있고 싶을 때나 낮잠을 잘 경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어느 날 밤,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염소 오두막에서 자기로 했다. 나는 바스락바스락 말린 풀 위에서 재미 삼아 뒤척여 보았다.
마른 짚 소리는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그것을 듣는 것은 즐거웠다. 나는 젊은 남녀가 짚 속에서 함께 잔 것에 대해 쓴 프랑스 소설의 장면을 떠올렸다.
그 소설은 여학교 시절 선생님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몰래 돌려 읽고 있었다. 그 책은 도덕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읽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다.남성과 성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도덕 선생님이 남자와 관계하는 것은 육체적으로 아픈 일이지만, 여자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가르쳐 준 것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내가 결혼할까, 만약 결혼한다면 남편과 성관계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밝은 달빛이 염소 오두막으로 들어왔다. 내가 누워 있는 곳에서 밤하늘이 보였다. 하늘 높이서 바람이 불고 있는 지, 검은 구름이 하늘을 힘차게 달리며 종종 달을 가렸다. 내일은 날씨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비구름을 날려버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염소 오두막은 따뜻하고 기분 좋았다. 오두막 벽에 스며들어 있는 염소 냄새는 별로 싫지 않았다. 나는 곧 잠들어 버렸다.
잠속에서 '노부코 씨' 하고 누군가가 불렀다. 눈을 뜨자 군인의 윤곽이 희미하게 떠올라 보였다. 아직 반쯤 자고 있었기 때문에 머리가 멍해져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눈과 코 끝에 있는 그 군인이 누구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자신의 이름을 불렀으니 아는 사람임이 틀림 없었다. “와타나베입니다. 와타나베 중사입니다. 기억나지 않습니까? 구니가미에서 뵌 와타나베 중사입니다. 하에바루를 떠날 때 "다시 만나요"라고 말했잖아요. 역시 뵙게 되었네요. 노부코 씨가 여기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들어서 와 본 것입니다. 역시 노부코 씨였군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와타나베 중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23명의 친구가 와타나베 중사의 뒤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와타나베 씨, 여기 있었군요. 여기저기 찾아다녔어요”라고 친구 중 한 명이 말했다. 나는 일어나서 입구까지 걸어가 보니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스에코(末子)라는 것도 알았다.
"와타나베 씨가 우리에게 와타나베 씨 일행이 있는 마을에 함께 가지 않겠냐고 권하는 거야. 걸어서 2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란다. 너도 같이 가지 않을래?" 라는 말에 같이 가기로 했다. 나무 속에서 새가 지저귀고 있었다. 달이 사라지고 하늘에 푸른빛이 돌았다.
다섯 명이 같이 갔다. 스에코는 와타나베의 손을 잡고 걸었다. 그녀는 명랑하게 수다를 떨면서 걸었다. 가끔 얼굴을 들어 기쁜 눈빛으로 와타나베를 보면서 다가가고 있었다. 와타나베는 정면을 향한 채 걷고 있었다.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전혀 눈길을 주지 않았다.
와타나베 중사의 상처는 이미 나아 있았다. 팔은 원상대로 나았다고 스스로 말했다. 가까운 부대에 합류한다고 했다. 그와 같은 부대의 군인들은 미야다이라(宮平)라는 부락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미야다이라(宮平) 부락의 와타나베(渡辺)가 멍술고 있는 집에 도착했다. 집 옆의 염소 오두막에 마루를 깔고 거처로 바꾸어 놓았다.전에 본 미남자 이노우에(井上) 중사가 와타나베와 함께하고 있었다.
이노우에 중사는 바닥 한가운데에 혼자 서 있었다. 우리는 인사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중사의 이상한 모습을 보고 모른 척해야 한다고 직감했다. 이노우에(井上)는 벌거벗은 채 붉은 훈도시를 차고 있었다. 그리고 철 투구를 머리에 쓰고 있었다.
그는 목발을 짚고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와타나베 중사가 기분나쁜 듯이 입을 일그러뜨렸다. "이 녀석은 전우인 이노우에 중사입니다"라고 작은 소리로 말하며 서둘러 그 자리를 지나갔다. 우리는 모두 이노우에 중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소개할 필요가 없었는데...
안채에는 군인이 다섯 명 있었다. 와타나베(渡辺)는 우리에게 점심을 함께 하도록 권했다. 우리는 방에 들어가 자리에 앉자 군인들이 마주 보고 반원형으로 앉았다. 우리는 부끄러웠기 때문에 동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에코는 부엌으로 내려가 식사 준비를 도왔다.
와타나베(渡辺)가 가끔 자리를 떠나 부엌으로 가서 스에코에게 식사 준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이윽고 와타나베(渡辺)가 냄비를 들고 들어왔다. 냄비에는 크게 토막낸 고기가 수북이 들어간 염소탕이 들어 있었다. 그는 냄비를 방 한쪽에 놓았다. 스에코가 와타나베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아유, 냄새나, 냄새나!" 그러면서 그녀는 코를 막았다. 염소의 고기는 냄새가 강한 것으로 유명했다. 와타나베는 웃었다. "고맙게도 스에코 씨가 염소탕을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알루미늄 그릇을 집어들고, 그것을 스에코에게 건넸다. 스에코는 그릇에 염소탕을 덜어서 와타나베에게 건넸다.
염소 오두막에 두고 온 이노우에를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릇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뜨거우니까 조심하세요" 라고 와타나베가 주의를 주었다. "손에 화상을 입지 않도록." 모두는 먹기 바빴다. 요리를 먹는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갑자기 어린아이 같은 청아한 노랫소리가 염소 오두막 쪽에서 들려왔다. 이노우에 중사가 노래하고 있는 것이었다. "유전(流転)이라는 노래였다. 우리는 모두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나는 염소탕에 실망했다. 내 그릇에는 큰 뼈가 하나 바닥에 가라앉아 있을 뿐, 나머지는 국물뿐이었다. 와타나베는 곁눈질로 내 태도를 보고 있었다.
그는 내 곁에 와서 말했다. "염소는 싫어하나요? 요즘 고기를 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야 돼..." 라며 그는 턱을 만지며 스에코 쪽으로 갔다. "이봐, 스에코 씨를 봐. 그 먹는 모습 대단한 식욕가다."
스에코는 김이 나는 염소탕이 든 그릇에서 곁눈질로 나를 보고 킥킥거리며 웃었다. 나는 기분이 나빠져서 젓가락으로 뼈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와타나베가 내 그릇을 들여다보고 뼈에 눈길을 주었다. "어이쿠, 무슨 일이야?" 라고 큰 소리로 말하며 스에코를 보았다.
"노부코(信子) 씨의 그릇 속에는 뼈밖에 들어 있지 않았네" 라고 그는 사과하며 "불공평한 취급을 받고 잠자코 있으면 안 되지" 라고 말했다. 스에코는 와타나베의 말에 낯간지러운 말로 받아넘겼다. "고기를 넣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내 그릇 속을 들여다보았다.
"이상하네" 모두의 눈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동정하는지, 재미있어하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고기는 이미 다 먹어치웠다. 냄비는 비어 있었다. "좋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 그렇게 배고프지 않아. 정말이야."
나는 스에코보다 와타나베에 대해 화가 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찜찜한 분위기가 되어 재미없어졌다. 와타나베는 뭔가를 신경 쓰고 있는 듯, 나에게 뭐라고 말을 걸어 왔지만, 내 귀에는 와타나베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 후 우리는 해군용 건빵을 선물로 사서 이토스 마을로 돌아갔다. 31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