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에 대한 고발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에 따르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고발하기로 한 가운데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직권 남용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맞섰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28일 오전 11시 30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젊은 의사들이 아닌 이 파업을 주도한 나에게 책임을 물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오늘 10시, 정부가 전공의 등 의사들에게 고발조치를 했다. 이렇게 형사고발까지 한 정부를 규탄한다. 업무개시 명령을 받아들여 만약에 법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하면 의협은 직권남용으로 복지부 장관 고발을 검토하겠다”며 “전공의들을 이렇게 형사고발까지 해 겁박한다고 해서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정치적 탄압, 가혹한 탄압을 하고 있는데 대단히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이런 고발들로 전공의들이 복귀를 어렵게 할 것이다. 이에 13만 의사들이 반발하며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다”며 “다시 한번 말한다. 법률적 책임은 의협회장인 최대집이 지겠다. 차라리 제가 감옥에 들어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의협이 총파업에 나선 지 이틀째인 27일 보건복지부는 20개 병원 응급실·중환자실 전공의 휴진자 358명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서를 발부했다. 하루 뒤엔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하고 기존 수도권 전공의‧전임의에게 내렸던 업무개시 명령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에 의료계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의협은 ‘무기한 총파업’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최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대응 방침에 대해 올렸다. 의협은 전공의, 전임의, 개원의. 단 한 사람의 회원이라도 손해 입을 때에는 ▶13만 전 의사 무기한 총파업 돌입 ▶행정처분, 형사 고발당한 회원 전폭적 법률 지원 ▶전공의, 전임의 중 형사 고발당한 회원들의 경우 경찰 또는 검찰 조사 시 회장 동행 등을 예고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전공의, 전임의 여러분, 절대 걱정하지 마시고 위축되지 말아달라, 13만 의사들이, 선배 의사들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며, 저 최대집부터 최전선에서 온 몸을 던져 막아내고 지켜내겠다”고 적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의사단체 집단행동에 대한 대응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집단 휴진에 들어간 전공의(인턴·레지던트) 및 전임의(레지던트를 마친 펠로)들에게 진료 복귀를 명하는 업무개시명령을 28일 오전 10시부터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26일 발표한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해 복귀하지 않은 수도권 병원 응급실 전공의 10명은 경찰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28일 오전 법무부·경찰과의 합동 브리핑을 통해 “수도권 소재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발령한 업무개시명령에도 불구하고 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10명에 대해서 오늘 10시 30분 경찰에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며 “집단휴진이 계속될 경우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중차대하고 직접적인 위험이 생길 수 있고, 지금은 무엇보다 코로나19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경찰은 고발장이 접수되면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하여 엄정하게 사법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송민헌 경찰청 차장은 “의사 단체의 집단 휴진 관련 수사 상황은 각 지방경찰청이 직접 지휘·관리하며, 집단행위 주도 등 중대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등에서 집중 수사하여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한 업무개시명령 적용 범위 확대에 따라 전국의 전공의 수련병원 30곳에 현장 집중조사를 벌여 의료 현장 복귀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대상 병원은 수도권이 10곳, 수도권 이외 지역이 20곳이다.
전공의들은 지난 26일에 이어 이날도 오전 10시부터 24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꺼놓고 병원 연락과 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서를 받지 않는 ‘블랙 아웃’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업무개시명령을 직접 교부받지 않는 방법으로 회피하려 하더라도 관련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송달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행동지침(블랙 아웃)을 통해 적법한 명령의 송달을 어렵게 하는 것은 업무개시명령 거부를 적극적으로 조장·독려하는 행위가 되어 의료법 위반 교사 내지 방조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 움직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사표를 제출하더라도 사표가 수리되기까지는 근로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여전히 업무개시명령이 (적용)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이라면 업무개시명령에 따라 진료 현장 복귀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이나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적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강립 차관은 “다행스럽게도 집단 휴진에 참여했던 80명 가까이 되는 분이 업무개시명령 발령 이후 다시 환자들의 곁으로 돌아와 주셨다”며 “의사가 진료 현장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어떤 이유와 명분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의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기시험 응시 취소와 관련해서는 “국시 일정에는 현재 변동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