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소년 축구 탐방 ② 나고야 지역 유소년 축구대회

[손님]

일본의 유소년 축구 탐방 ②
아이치현 유소년 축구대회 나고야지구 예선전

이번엔 일본의 지역 유소년 대회 현장을 찾았다.
전국 규모의 초등학교 대회는 1개뿐이고 대부분 각 시도별 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지역대회이다. 모든 대회는 100% 주말과 방학기간에만 열린다.

나고야에서 북쪽으로 30분 정도 걸려 도착한 곳은 카수가이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치로 선수가 이곳 카수가이에서 태어났다. 일본이 워낙 야구로 유명하니 갑자기 야구 얘기를 꺼내도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동네 길을 한참 더 들어가자 운동장이 보인다. 경기가 열리고 있는 곳은 우시야마(牛山) 운동광장.

당연히 잔디구장이라고 예상했었는데 뜻밖에도 맨땅이다. 나고야에서 운동장을 구하지 못해 이곳 카수가이 까지 온 것이다. 교육위원회 소속 운동장으로 사용료는 무료다. 학교 운동장이나 시, 도가 소유한 운동장은 모두 무료다. 현 대회에서도 결승전 정도만 잔디구장에서 치러진다고 한다.
 

 

경기모습
 

오늘 대회는 아이치현(愛知縣) 대회에 나갈 나고야(名古屋) 대표팀을 뽑는 대회다. 일본의 행정구역은１도(都: 東京都),１도(道: 北海道), 2부(府: 大阪府/京都府), 43개의 현(縣)으로 구성되어있다. '현'은 우리나라의 도(道)와 비슷하다.

아이치현대회는 아이치현축구협회에서 주최하고 혼방(골프용품회사)에서 후원하는 초등학생 축구대회다.
	대회명 : 2004 혼방컵 주니어 사카 아이치현대회  주최 : 아이치현축구협회  주관 : 아이치현축구협회 4종연맹        (* 1종 일반, 2종 고등학생, 3종 중학생, 4종 초등학생, 여자로 구분)  일시 : 9월12일(일) 1, 2차전           9월25일(토) 준결승, 결승전 도요타스타디움  참가비: 4천엔 (약 4만원)     선수등록 : 팀당 20명  참가팀수 : 6개 지구, 총 16개팀 (* 나고야지구에서는 3개 팀 참가)
7월3일부터 주말을 이용해 치러진 1차 예선전의 조별리그 우승팀인 17개팀이 오늘 (7월17일) 대회에 참가했다. 17개조 (조별 3개팀), 총 51개팀이 예선에 참가했다. 일요일은 쉬고 월요일(공휴일)에 오늘 우승한 12개팀이 겨뤄 나고야 대표 3개팀을 최종 선발하게 된다. 참가비는 팀당 3천엔 (약 3만원).    심판은 참가 팀 코치들이 담당한다. 이전 경기에서 이긴팀 코치가 주심이 되고 진팀에서 부심을 맡는 방식이다. 현 대회에만 축구협회에서 심판을 파견한다. 이긴팀은 그렇다 치고 경기에 진팀 코치는 아이들 데리고 빨리 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텐데 다음 경기 심판까지 본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참가팀 코치들이 심판을 본다면 판정 시비가 없을까? 없다. 심판자격증 소지자가 심판을 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심판자격증 소지자가 2명 있어야 팀 등록이 가능하다.    오전 10시 경기는 아쿠아JFC A팀 대 三日月 A팀간의 경기다. 아쿠아JFC의 11번 히타가 요시히사 (6학년) 가 우승골을 넣어 2대1로 이겼다. 한국 초등학교 팀의 중간 수준이다.

	다음 경기는 아이치FC A팀 대 유니온SC A팀간의 경기. 아이치FC는 작년에 현 대표로 전국대회에 나가 준우승한 경력이 있는 강팀이다. 예상대로 아이치FC의 7번 선수가 한골을 터뜨려 1대0으로 우승했다. 벤치에 앉아있던 감독이 이제야 안심하는 눈치다. 올해도 우승할 자신이 있냐고 묻자 작년엔 운이 좋아서 우승했다며 올해는 자신이 없다고 겸손해한다. 선수들 체격이 좋아 보인다고 했더니 여러 클럽에서 선발 해서 그렇단다. 아이치FC는 유한회사 형태다. 감독은 현직 교사로 역시 자원봉사자.
아이치FC 감독

아이치FC에 실력으로 보나 외모로 보나 눈에 띄는 선수가 보인다. 미드필드인 9번 찌마 쿼타 (6학년). 차분하면서도 진지하게 응원하고 있는 찌마군의 어머니를 만났다. 오늘 같은 무더운 날씨 (일본의 여름날씨는 덥고 습하기로 유명하다) 에 아들이 경기하는 걸 보면 안쓰럽지 않은가 물으니  "힘들겠지만 괜찮다. 힘들더라도 그걸 극복해야 성장한다." 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주 2회 방과후에 연습을 하고 주말엔 시합을 한다. 월 회비는 7천엔 (약 7만원). 주말까지 시간을 뺏기면 공부하는데 지장이 없을까? 그렇지 않단다. 축구는 유치원 때부터 시작했는데 성격도 좋아지고 공부도 잘하게 되었다고 한다. 축구를 하니까 집중력이 좋아져 오히려 공부를 더 잘하게 되었다고 한다. 본인이 희망하면 축구선수로 키우겠단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따라와서 구경한다고 한다. 외아들이라서 그럴까? 전형적인 외유내강형 어머니의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찌마 쿼타 선수(가운데)	찌마 쿼타 선수 어머니

또 한가지 인상적인 건 경기운영의 유연성이였다. 이 더위에 경기를 하려니 아이들이 오죽할까?  아니나 다를까 경기가 10분 정도 진행되고 나니 중간에 물먹는 시간을 준다. 벤치에서 기다리던 후보선수가 보온병이 든 박스를 들고 나간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보온병중에 자기 이름이 쓰여진 보온병을 골라 물을 마신다. 그러고 보니 보온병뿐 아니라 파라솔, 접이식 의자, 테이블, 양산, 선글라스, 아이스박스 등 경기 관람 용품을 제대로 갖췄다. 아이들 축구 경기 관람이 일종의 피크닉인 것이다.

맨땅에, 성인규격 경기장에, 성인골대까지 그대로 사용하면서 별 불평 없이 치러지는 경기를 보면서 우리가 일본보다 나은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얼른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응원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