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놀이!’아낙들의 봄 나들이!
BY 김 수남 ON 4. 3, 2017
고향 친구가 진달래 꽃이 만발한 고향 사진을 보내 왔다.
이 사진을 보니 가슴 뭉클해진다.그 참꽃 속에는 몇일을 걸려 이야기해도
못다할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고향 안동에서는 진달래를 참꽃이라고 부른다.
나의 어린 시절의 봄을 생각하면 항상 이 참꽃과 함께 진하게 다가온다.
친정 언니랑 아침에 통화를 했다.
언니는 이제 잠을 청하려하는 시간이고 나는 막내를 등교 시키고 잠시 짬이 나는 시간이었다.
봄이되니 부모님 생각이 더 많이 난다고 둘 모두 같이 말을했다.
7남매가 함께 이야기 하는 카톡방이 있다.
그곳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언니랑은 자주 전화로 또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무엇보다 둘째 언니는 내게 예수님을 잘 만나게 전도를 해 준 언니기에
나의 믿음이 자라 갈 수록 더욱 감사한 영의 어머니기에 내가 너무도 사랑하고 감사하기에
틈만 나면 나는 전화를 잘 한다.
언니랑 부모님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늘은 특히 어머니께서 이맘때쯤이면 나들이 가시던 화전 놀이 이야기를 했다.
정말 그 때 그 모습이 그대로 생각이 나서 어머니가 더 그리워졌다.
언니는 아무래도 나보다 더 많은 옛추억들을 가지고 있었다.내가 경험하지 못한 많은 시골의 이야기를
언니는 또 가지고 있어서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부모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너무도 행복해진다.
그리고 더욱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감사도 피어난다.
내 고향 안동에서는 봄이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함께 봄 소풍을 꼭 1번 가셨다.그것을 화전놀이라고 했다.
그래서 화전계도 있어서 그 모은 곗 돈으로 나들이를 가시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농사일로 늘 바쁘게 분주하신 중에도 화전 놀이 가시는 날은 곱게 한복을 챙겨 입으셨다.어머니 뿐만 아니라 동네 모든 아주머니들도
마치 잔치집에 가시듯이 곱게 한복을 차려 입으셨다.소풍 가시는데 편하게 입지 않고 멋을 내시고 곱게 단장을 하시는 것을 보면
정말 1년에 딱 하루 자유롭게 여자들끼리 회포를 푸시는 신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계주는 매년 돌아 가면서 하셨는데 그 화전계를 맡은 대표가 음식이랑 모든 준비를 앞장서서 챙기고 그 날은 앞잡이를 하는 노래 잘하는 장구아지메도 불렀다.
흔히들 기생아줌마라고도 했는데 아뭏튼 어머니들의 봄나들이에 흥을 돋구어 주실 장구를 둘러 메신 화장도 진하게 하신 아지메를 앞세우셨다.
돈은 물론 따로 드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이에 상관없이 함께 가는 소풍이지만 그래도 대부분 중년 부인들이 많았다.
연세드신 시어머니가 계신 댁은 며느리가 맘껏 놀 수 있게 함께 가시지 않는 아량도 베푸셨다.
화전놀이라는 것은 진달래꽃이 피는 때에 진달래를 따 부쳐 먹으면서 여럿이 모여 놀았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19세기 이후 영남 지역 동족부락의 여성들이 한식 청명을 전후한 봄철에 가까운 산이나 들로 나가 하루 동안 풍류를 즐기는 놀이라고 한다.
화전을 만들어 식사도하고 즐겁게 놀이하는 여성들의 놀이였다.
지금은 그런 풍속도가 거의 없어 진 듯하다.놀이시설도 많고 시대가 너무 좋아져서 여성들이 너무도 자유롭게 지내기 때문이다.
농촌의 여성들도 옛날 우리 어머니 시대처럼 갖혀서 일만 하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통로로 세상을 접하시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일도 대체 도구들이 많아서
많이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 아주머니들은 머릿골이라 이름하는 동네 윗쪽의 한적한 좋은 장소로 늘 나가셨다.그 날은 정말 술도 거나하게 취하시고 노래도 잘도 부르시고
직접 즉흥곡으로 지어 부르는 노래들도 정말 참 정겹고 듣기 좋았다.
가사가 정해져서 함께 부르시는 것들도 있었지만 그날은 모두가 시인이고 가수가 되어서 즉흥곡들을 지어 많이 부르셨다.
“어하세상 사람들아 이두경 좋을시고 세육삼월 만강일에 월근지초 요요하다/
천지에 조화련가 동구에 덕택인가 애한천지간에 만물이 개탁하야 삼등에/
죽은나무 푸른입 피여나고 설한에 익든가지 붉은 꽃이 피여나고 강남에서/
나온제비 네았다고 현심하내 청천에 뜨난나비 때을찾아 춤을추고 담위에/
이화꽃은 범나비에 초단이라 이남촌에 말한앵물 공골마다 봄소래라 온갖지승/
생장하니 구심춘과 고래하다 만자천홍 난만중에 무슨 꽃이 피였나고 붕월붕월/
목당꽃은 꽃가운데 임금이요 아흥다흥 장미화는 주지주지 피여있고 당실당실/
연화꽃은 금연당에 피였고 넌들넌들 진달래는 이산저산 피여있고 늙고젊고/
노고꽃은 남먼저로 피여있고 도리도리 당패리는 청산로에 피여있고 백설같은/
이화꽃은 백수단장 피여있고 행화도황 고운태도 시샘하여 피여이난듯 놀랍도다…………………끝도 없이 이어지는 가사들을 보면
정말 집안에 갖혀 일만 하시던 어머니들의 가슴 속에는 모두가 여전히 문학 소녀같은 재능이 다 그 시대에도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이른 저녁이 되면 동네 아이들과 화전놀이 다녀오시는 어머니들 마중하러 동네 앞 강변가로 모였다.
저만치 장구 앞잡이 아지메를 선두로 뒤에서 흥겹게 춤을 추며 노래 부르며 내려오시는 동네 아주머니들 모습이 그리 보기 좋을 수가 없었다.
그냥 미소가 나오고 친구들끼리 서로 쳐다보면서 자기 어머니들의 완전 새론 모습에 함께 웃으며 같이 행복해했다.
술이 대부분 거나하게 취하셔서 오신다.
아침에 곱게 단장하시고 가신 머리도 약간 흐트러지셨고 치마는 단체복처럼 모두 허리끈을 질끈 동여 매시고 올려 입으셨다.
얼굴 가득 피어난 평화가 그동안 집안에서만 갖혀 계시고 힘든 농사 일 다 하시면서 여러 자녀들까지 다 키우느라 고생하시는 것을 힘들어 하시지 않을
에너지를 가득 충전해 오시는 날이되었다.
어머니들의 너무도 흥겹고 즐겁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어린 우리들도 보면서 즐거웠다. 술을 거의 다 조금씩 드셨고,어느 분은 조금 과하게 드셔서
평소와는 정말 다른 분위기의 아주머니들이시지만 그 모습이 전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보였고 행복하게 전해왔다.
언니랑 화전 놀이 다녀 오시던 때의 어머니 모습을 같이 기억할 수 있음도 감사했다.
그 때는 정말 어머니도 참으로 곱고 젊은 시절이셨는데 이젠 이 땅에서 더 볼 수 없음이 못내 그리워진다.
그래도 어머니의 모습을 여전히 잘 기억하며 함께 계신 듯한 많은 추억이 언니랑 함께 가지고 있어서 어머니를 같이 뵐 수 있음이 감사하다.
어머니께서 떠나신지도 2년이 되었다.참 믿겨지지 않는 일이지만 우리가 이 땅엔 정말 살 기한이 정해져 있음을 늘 염두에 두어야겠다.
그 시와 때를 알지 못하기에 더욱 매일을 소중히 여기며 감사하며 더욱 사랑하며 살아야될 이유를 새삼 발견함이 감사하다.
오늘도 생명을 연장해 주셔서 할 일들과 또 돌아 볼 분들을 생각나게 하심을 감사드린다.
화전놀이에서 흥겹게 동네로 내려 오시던 어머니를 포함한 동네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마치 다윗이 전쟁에 이기고 승전가를 부르며 춤을 추며 오던 그 모습이 연상되었다.
화전놀이에서 흥겹게 춤을 추며 오시던 동네 아주머니들은 그 고된 삶을 승리해 오신 것을 스스로 축하하며
또 더욱 견뎌내고 힘차게 살아 가야될 삶에 대한 각오를 다지시며
목청껏 노래 부르시며 에너지를 충전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시골에서 자란 것이 나는 살아 갈 수록 감사해진다.
도시 친구들이 보도 듣도 못했던 많은 것들을 나는 어린 시절 직접 보고 듣고 경험했던 것들이기에 그렇다.
이론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직접 보고 경험한 것에서만 더욱 분명하고 자신있게 표현하고 증거할 수가 있다.
나는 요즘 내가 만난 예수님을 더욱 분명하고 자신있게 표현해 갈 수 있음을 감사드린다.
내가 만났고 직접 경험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화전놀이!
참으로 정다운 우리 고향 곱고 고은 아낙네들의 봄나들이였다.
내 마음 속에 그대로 그 때 화사하게 피어나시던
우리 어머니의 흥겹고 행복하시던 모습이 담겨 있다.
화전놀이 다녀 오시던 날의 어머니와 같은
삶의 기쁨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나는
매일매일 얻을 수 있음을 감사드린다.
2017,4,3,월요일,화전놀이 가시던 날의 행복한 미소 담은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하며 매일 주님 은혜 안에서 그런 행복한 미소를 얻을 수 있음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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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진달래 화전은 제가 어릴적 저희 할머니께서 만들어주시던 기억이 나네요. 도시 아이였지만 친가가 시골이어서 방학때마다 그 동네 아이들이랑 같이 냇가에서 미역도 감고 장날 따라가서 엿치기도 하고...
다 까먹었던 오래전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귀한 글 잘읽었습니다.
네,순호님도 저와 같은 추억을 가지고 있어서 반갑습니다.할머니댁이 시골이었다니 정말 공감될 이야기들이 많겠네요.친구들이랑 소꼽 놀이 하고 조그만 돌맹이 가득 주워서 공기 놀이하고 ,고무줄도 많이 하고 ,.. 온 동네를 무대삼아 숨바꼭질도 하고요....그 친구들이 모두 좋은 세상 덕분에 카톡으로 함께 만날 수 있음이 감사해요,동화 쓰시는 분이셔서 더욱 가깝게 느껴집니다.이번에 줌 미팅 덕분에 제대로 알게 되어서 다시금 반갑고 감사해요. 직접 만날 날 기대합니다
김상옥 시인의 '사향'(思 鄕 )이 떠오르네요.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기로운 꽃지짐..."
그래서 저는 화전(꽃지짐)이라 하면, 고향이라 생각하죠. 그 기억 속에 어머님이 계시니,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셨군요. 신앙이 다르거나 없다고 문제될 것 있겠습니까, 고향과 어머니를 품은 마음이 인지상정이겠지요.
코로나도 풀리고 꽃피는 봄이 되면 정말 화전놀이 가자고 하고 싶어지네요.
네,회장님 감사합니다.어려운 시기에 문협 이끌어 가시느라 수고 많으십니다.선배님들이 잘 이끌어 오신 문협을 회장님께서도 잘 이끌어 가실 수 있게 응원하며 기도합니다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 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사향(思鄕)〉전문
진달래 화전 처음 구경합니다.
내년 봄, 이곳에서 진달래를 발견하면 꼭 한번 부쳐 먹고 싶군요.
잘 읽었습니다.♡
네,꼭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내년 봄에 꼬옥 고향의 진달래 화전은 아니지만 벚
꽃 필 때즈음해서 저희 집 앞 하이파크에서 만나 집에서 만들어 나온
맛난 꽃 수놓은 부침개라도 먹을 수 있어지길 고대하며 기도합니다.
마음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행복한 주말 되세요
나이가 들수록 추억의 힘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누구에게나 제일 크지 않나 싶군요
예쁘고도 맛있었던 진달래 화전... 추억의 음식이 되어버렸네요
캐나다에선 연보랏빛 고국의 진달래를 볼 수가 없으니...
김수남님의 글을 읽고 공감하며 꿈처럼 그 시절 속에 잠겨있었습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로사라는 성함도 참 예뻐요.시골에서 자라서 도시에서 자란 친구들에 비해 아름다운
추억들이 많음도 감사합니다.여름 방학이면 친구들이랑 소 몰고 소 풀 먹이러 산에 갔다가 갑자기 내린 비에 떠내려 갈 뻔했던 있고요,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힘든 줄 모르고 행복하게 잘 자라온 그 모든 과정을 돌이켜 보니 정말 순간순간 하나님 은혜와 돌보심이셨어요.늘 감사하고 있습니다.이렇게 문협가족이되어서 귀한 선배님들 뵐 수 있음도 너무너무 감사합니다.다시 뵐 때가지 늘 건강하셔요
화전놀이를 통해 곱고 젊던 시절의 어머니를 만나셨네요..
사진도 잘 보았습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자유롭고 안심하며뵐 수 있길 기도합니다.늘 건강하셔요
저는 '화전'이라 쓰고 '낭만'이라 읽고 싶습니다. 그것도 '놀이'삼아 부쳐먹었다니, 고리타분할 것 같은 선조들의 문화가 고풍스러웠다는 각성이 이네요. 화전에 탁주 한 사발, 너른 한복 치마를 허리에 돌려 동여메고 어깨춤을 들썩이는 어머니들의 놀이 풍경이 그려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네,선배님! 감사합니다.선배님 말씀 들으며 어머니와 동네 어르신들의 화전놀이 날 생각하니 그리움과 함께 다시 눈물이 핑 돌아요.글벗으로 이민 선배님으로 함께 삶을 나눌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선배님 늘 건강하시고 안전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