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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충북일보클린마운틴이 3년 만에 기지개를 켠다. 코로나19 창궐로 중단된 지 3년만이다. 충북일보 창간 20주년을 맞아 의미가 더 깊다.
절기상 우수가 지났으니 봄의 문턱이다. 선자령 (仙子嶺 1157m)에 가기로 한다. 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청주를 출발한다. 어딘가 떠나는 날이면 설레고 허둥댄다. 겨울산행을 위해 이것저것 챙긴다. 비교적 포근한 날씨에 선자령을 찾는다. 구간 구간마다 이색적 풍경이 펼쳐진다. 트레킹 하는 산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선자령은 백두대간의 중심 마루금이다. 장쾌한 순백의 설원에 바람이 몰려온다. 기기묘묘한 형상의 눈꽃들이 아름답다.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 발왕산이 흐른다. 서쪽으로 계방산, 북쪽으로 오대산이다. 황병산 등이 하얀 눈을 이고 아스라하다. 길은 대관령 마을휴게소에서 시작된다. 하산은 대관령 방향으로 다시 내려온다.
ⓒ 함우석주필
동쪽 바다 습한 대기가 선자령에 머문다. 밤 동안 지쳐 잠깐 머무르며 눈을 만든다. 강원도의 넉넉한 인심으로 꽃을 피운다. 마침내 설화를 비집고 하늘이 드러난다. 시간이 갈수록 오묘한 담채화 풍경이다. 구름 아래 하얀 색이 황홀경을 연출한다. 범인의 붓끝으로 담기 어려운 절경이다. 수줍어 오므린 여인 속살처럼 신비롭다. 눈꽃 트레킹은 겨울에만 누리는 호사다. 겨울 상고대가 선자령의 꽃을 대표한다. 허나 겨울산객이 만든 사람 꽃이 최고다. 하얀 설경 속 사람은 그 자체로 꽃이다. 다양한 색들이 어우러지면 금상첨화다.
[충북일보] 백두대간의 눈꽃 명소 선자령에 닿는다. 부드러운 봉우리의 능선 길들이 반긴다. 평평한 길이 선자령과 대관령을 잇는다. 가파른 비탈길이 거의 없어 걷기 편하다. 걷는 내내 눈 풍경이 상쾌하고 아늑하다. 파란 하늘 하얀 능선 길 조망이 탁월하다. 잣나무와 참나무 군락이 아기자기하다. 산책하듯 편안하게 느린 속도로 걷는다.
선자령 상고대
옛 대관령 휴게소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걸어서 하얀 자연(自然)속으로 들어간다. 달아나는 겨울 잡으며 눈 산행 한을 푼다. 대관령과 선자령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누구에게나 쉬운 능선이 느리게 흐른다. 눈과 바람, 조망이 최적인 공간에 닿는다. 겨울 끝의 눈꽃산행으로 눈이 호강한다. 자연의 화려한 몸치장을 보는 행복이다.
휴게소서 선자령 정상까지는 완만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트레킹 하기에 딱 좋다. 동화를 떠오르게 할 정도로 낭만적이다. 동심과 노심을 함께 흔들기에 중분하다. 하지만 한겨울 낭만의 이면은 냉혹하다. 바람은 시베리아를 연상케 할 만큼 맵다. 심할 땐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다. 바람에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
선자령 겨울캠핑풍경
송신소 철조망 옆을 따라 10여분을 간다. 눈길에 발을 푹푹 묻으며 임도를 따른다. 하얀 설도가 힘차게 위아래로 치달린다. 인적이 드문 산길에서 내 그림자를 본다. 걷는 내내 한 발 앞서 가며 길을 안내한다. 설원지대 아래 물푸레나무 숲을 지난다. 숨죽인 진달래나무가 드문드문 보인다. 봉긋봉긋한 구릉지가 여인의 가슴 같다.
선자령의 참나무 나목 숲이 온통 하얗다. 긴 겨울밤 세찬 바람이 상고대를 만든다. 급히 내려간 기온이 하얀 마술을 부린다. 서리꽃 풍경이 가슴을 흔들어놓고 간다. 하얀 나뭇가지가 능선 쪽으로 쓰러진다. 겨울에만 느끼는 매력이 흠뻑 드러난다. 순백의 수묵풍경이 아침 내내 이어진다.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을 생각나게 한다.
선자령 풍차
능선 서리꽃이 바람을 타고 하늘거린다. 아주 작은 물방울들이 언 채로 매달린다. 여기저기 부딪히며 얼음 입자를 만든다. 태양이 내려와 붉어지니 더욱 아름답다. 더워진 해가 비추니 색깔이 점점 더 곱다. 바람과 안개의 놀이터로 황홀한 선계다. 지금까지도 멋지게 내 가슴에서 머문다. 오늘도 신은 자연을 위대하게 창조한다.
오르막 끝나자 광활한 평원이 펼쳐진다.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부드럽게 잇는다. 백두대간 줄기가 시야에 환히 들어온다. 빈 가지 사이로 하늘이 뿌옇게 드러난다. 한 쪽에선 투명한 하늘이 곱게 나나난다. 이내 손에 잡힐 것처럼 가깝게 다가온다. 차가운 선자령 공기가 정신을 맑게 한다. 거대풍차가 거센 바람에 날개를 돌린다.
키 작은 나무가 바람 부는 쪽으로 눕는다. 비스듬히 누워 자라며 선자령을 지킨다. 잿빛 하늘 위에서 하얀 풍차가 빙빙 돈다. 그림 같은 풍경 속으로 사람이 들어간다. 그 뒤를 쫓아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겨울 한복판을 걸어가는 트레킹 명소다. 눈꽃 트레킹의 문턱이 가장 낮은 코스다. 비탈길이 거의 없고 눈밭 길이 뚜렷하다.
아주 완만한 능선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명품 숲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나뭇가지들이 한쪽으로 치우쳐 자란다. 동해 찬바람과 골바람이 미친 영향이다.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관목들이 전부다. 마음껏 즐기는 사이 옛 추억이 스며든다.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 속이 후련해진다. 동해 바다 수평선이 저 멀리 아스라하다.
선자령 백두대간 표지석
시선이 백두대간 겹겹능선을 따라간다. 눈길 탄력이 부드럽게 발끝에 전해진다. 얼굴에 닿는 찬바람의 감촉이 신선하다. 맑은 새소리 겹쳐지니 발걸음이 가볍다. 나뭇가지 사이로 어느새 하늘이 말갛다. 완만한 오르막길 끝에 설원이 시원하다. 거대한 흰색 풍차가 느릿느릿 돌아간다. 대관령 너머 산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마루금 너머로 풍차가 보이기 시작한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하얀 문명이 서 있다. 꽃밭양지 위로 하얀 구조물이 줄을 선다. 거대한 시설 아래 눈밭이 넓게 펼쳐진다. 정상부에 가까워질수록 풍차가 커진다. 하얀 고원에서 하얀 풍차 풍경을 즐긴다. 세찬 겨울바람마저 치명적인 유혹이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깨알처럼 보인다.
선자령 침엽수길
겨울 산의 고요가 마음에 평화를 보낸다. 잎 떨군 나무 덕에 마음껏 햇살을 즐긴다. 선자령은 고개라기보다 뭉툭한 봉우리다. 능선 굴곡이 아름다워 언덕으로 불린다.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면 정상에 닿는다. 먼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동해바다가 아스라이 먼 바다로 흐른다. 차가운 겨울바람에도 행복함이 넘친다.
글·사진 = 함우석주필
<취재후기>선자령 좀 더 둘러보기
충북일보클린마운틴 단체사진
선자령은 초반 임도 중후반 능선길이다. 많은 눈이 내리는 겨울 눈 산행 명소다. 능선 눈꽃과 완만한 산세로 인기를 끈다. 강원도 영동과 영서를 잇는 고갯길이다. 북쪽 노인봉과 남쪽 대관령이 이어진다. 능선 눈꽃이 아름답고 산세가 완만하다. 하늘에선 구름이 손에 닿을 듯 떠다닌다. 동해 바다가 한눈에 훤히 내려다보인다.
선자령은 캠핑러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설산 속에서 매력 만끽하는 캠핑 성지다. 드넓게 펼쳐진 새하얀 눈밭에서 즐긴다. 작은 텐트 하나에 의지해 밤을 지새운다. 추위가 매섭게 올 때면 눈꽃이 만발한다. 산행 내내 어느 곳을 둘러봐도 장관이다. 화려한 눈꽃풍경을 길게 만끽할 수 있다. 추위가 누그러드는 2월까지도 가능하다.
선자령 길은 능선 길과 계곡 길로 나뉜다. 능선은 바람이 차지만 조망이 탁월하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의 규모가 웅장하다. 계곡은 아늑해서 걷는 재미가 충분하다. 나무군락이 만든 풍경이 아기자기하다. 산책하듯 편안하게 걷기 좋은 공간이다. 마음껏 숨 쉬고 한껏 기지개를 켜기 좋다. 햇살 바람 나무가 기쁨을 두 배로 키운다.
선자령을 오르는 길은 참으로 독특하다. 포장임도가 좁은 구상나무 길로 바뀐다. 허리춤까지 오는 관목이 계속 이어진다. 곧 나무그늘로 뒤덮인 숲길이 한적하다. 참나무 잣나무 숲은 여유롭게 울창하다. 관목들과 풀들 위론 하얀 눈이 부드럽다. 키 작은 숲을 지나면 하얀 눈 덮인 초지다. 아침이면 피어오른 눈꽃이 유독 예쁘다.
선자령으로 가려면 북풍을 맞아야 한다. 대륙 편서풍과 습기 해풍이 눈을 만든다. 3월까지도 1m가 넘는 눈이 쌓여 있다. 눈과 바람, 조망이 산행 재미를 더한다. 장쾌한 풍경도 좋지만 고적함이 더 좋다. 동행과 조곤조곤 대화도 행복함 자체다. 부드러운 길이 절로 마음을 열게 만든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끊이질 않고 나온다.
겨울 선자령 풍경은 동양화의 여백이다. 그 안에 거대한 풍차가 서양을 대변한다. 이국적인 풍경의 부조화가 묘한 조화다. 하얗고 까만 계곡이 발밑으로 펼쳐진다. 설원 사이로 매서운 칼바람이 지나간다. 사방으로 탁 트인 황량함이 길게 넘친다. 천상의 공간에서 원초적 자아를 만난다. 차가운 희열이 뜨거운 땀으로 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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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충북일보 창간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안토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