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골프장을 꼭 택지로 개발해야하나
김 규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주택 공급 물량 확대 방안을 논의하면서 군(軍) 소유 태릉골프장 활용 방안을 특정해 언급했다. 이에 따라 정 총리는 23일 "청년, 신혼부부, 생애 첫 주택 구입자,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 위주 공급 대책 대안으로 태릉골프장을 활용하는 방안이 관계 부처와 지자체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는데도 정부는 강행할 태세다. 이러한 주택 공급 방안이 과연 정부의 주택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 태릉골프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이 있고 필수불가결한 사안인지 재검토 하였으면 한다.
태릉골프장은 태릉(조선 중종 왕비 문정왕후릉)을 마주한 서울의 동북 그린벨트 지역에 수령 150년 이상 된 적송들이 번식한 구릉지에 1966년 말에 개장하였다. 적송은 우리에게 정서적 안정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대표적 토종 소나무로 보호 수종이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도시 개발에 따른 무분별한 남벌과 체취 및 무관심으로 많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러나 서울 도심인 이곳에서 적송 군락지처럼 생육하고 있다는 것은 태릉골프장 설계자와 운영 및 이용자들이 지난 54년 간 헌신적으로 보살펴 왔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한강 이북의 서울 그린벨트는 한강 서편 가양대교에서부터 시작하여 망월산,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태릉, 동구릉과 망우산, 아차산을 거쳐 한강 동편 광진교에 이른다. 이 반달형 그린벨트는 마치 말발굽의 편자(말굽이 닳지 않도록 발굽 벽 아래에 고정시킨 반달형 금속 띠)의 형상을 닮아 철옹성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천리마도 편자가 낡으면 군마로서 기백을 상실하기 때문에 항상 보살피고 고쳐주어야 한다. 이처럼 그린벨트도 아름다운 서울을 형성하고 보호하기 위한 자연 보호와 유사시 서울방어의 최후 저지선이라는 안보 차원에서 관리를 해왔다.
태릉골프장은 서울 동북부 불암산과 망우산 사이에 야트막한 구릉지로 형성되어 있어 바람굴 통로 역할을 하여 서울 하늘의 공기 청정기 기능을 한다. 그리고 편자 우상단 부분과 비슷한 위치에 있어 이를 단단하게 고정시켜 말의 기백을 살리듯이 서울의 동북부 방어선을 연결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곳이다. 6.25전쟁 초기에는 육사 생도1.2기가 임관도 못한 체 생도 신분으로 서울의 동북을 사수하기 위해 불암산으로 부터 이곳 태능골프장 능선 그리고 망우리 고개를 연결하는 방어선을 구축하고 많은 생명을 바치고 산화한 육사 혼이 서린 안보성지이기도 하다.
태릉골프장은 단순한 고급 레저스포츠 시설이 아니라 이러한 위국헌신의 정신을 계승하고 군의 사기진작과 후생 복지를 증진하기 위해 국민의 배려로 만든 군 후생 복지시설이다. 단순히 서울의 주택난 해소를 위해 태릉 구릉지에서 아름다운 기품과 자태를 뽐내며 150년 이상 생육해온 보호수 적송들을 무참하게 도자로 밀어버리고, 호국 영혼들의 진혼지를 뒤집어엎어 아파트를 지어야만 서울은 좀 더 아름다워질까. 또한 여기에 입주하는 청년, 신혼부부 등은 행복을 느끼고 서울 시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슴 뭉클하게 간직하게 될까. 만감이 교차하고 우울하기만 하다.
얼마 남지 않은 서울의 자연 유산이며 안보 벨트로 호국의 성지이자 위국헌신의 회고터인 태릉골프장 구릉지를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정책적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첫댓글 태릉골프장 일대가 애국안보의 상징성은 물론, 바람골과 적송군락지임을 환기시켜 자연문화와 정신문화 측면에서도의 보존지역임을 설파하는 논점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