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충사 사명대사 방
-윤동재
물병만 하나 달랑 들고 밀양 제약산 등산 갔더니
사명대사泗溟大師 김원봉 윤세주 세 사람이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짐을 잔뜩 넣은 배낭을 멘 채
대한민국, 대한민국, 자주독립, 자주독립,
구호를 외치며 산길을 뛰고 있었지요
나도 그들과 같이 뛰어 보았지요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는 격이었지요
내 가벼운 물병조차 무거운 짐처럼 느껴질 때쯤
그만 정신을 잃었지요
깨고 보니 빛바랜 벽지 냄새나는 표충사 사명대사 방이었지요
사명대사와 김원봉 윤세주 세 사람이 앉아 있었지요
김원봉과 윤세주의 말로는
사명대사가 나를 업고 제약산을 내려왔다고 했지요
사명대사는 내 이마를 짚어보다가
내 손목 맥박脈搏을 짚어보다가 했지요
김원봉과 윤세주는 사명대사의 말을 듣고
물을 따뜻하게 끓여 왔지요
사명대사가 따라주는 그 물을 마시고 나니
조금 기운을 차릴 수 있었지요
나는 사명대사 김원봉 윤세주 세 사람에게
맨몸으로 같이 뛰다가도 정신을 잃었는데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짐을 잔뜩 넣은 배낭을 멘 채
산길을 어떻게 그렇게도 빨리 뛸 수 있느냐고 물었지요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때와 견주어보면
누워서 떡 먹기”라고 하자
김원봉과 윤세주도
“일제강점기 중국에서 활동하던 때와 견주어보면
식은 죽 먹기”라고 했지요
세 사람은 되찾은 나라를
다시 빼앗기지 않아야겠다는 마음과
지금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지키고 살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뛰다 보니
하루 두 번씩 제약산을 올라 뛰어도 끄떡없다고 했지요
나도 어서 몸을 추슬러
신발 끈을 단단히 졸라매어야겠다고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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