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제비 외 1편
전기철
꿈으로 가는 길
기차를 타네
당신이 그리워
창밖을 내다보면
눈길이 맺힌 곳마다
꽃이 피네
난 아직도 혼자라네
당신을 만나기 전
난 아무 것도 아니었네
거기,
거기 그,
삼거리
그리고,
가느다란 손목
꿈으로 가는 기차를 타네
그리워
창밖을 내다보면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리고
나의 기타가 우네
꿈속에서 날아오르는
한 마리
새,
산제비 울음이 그치지 않네
동의어이면서 반의어인 말들의 해부학 사전
부탁이야, 나~ 보내줘. 더 이상 나사를 조일 수가 없어. 약쟁이로 살아남고 싶지 않아. 목구멍 저 깊은 데서부터 올라오는 쇳소리 들리지 않아? 몽키로 조이고 스패너로 붙들고 있는 것도 다 쓸 데 없어. 한 번만 수고해 주면 돼. 제발, 부탁이야. 날 보내줘. 아파트 옥상도 좋고 야구 방망이는 어때. 눈 뜨면 조이는데 너튼지 볼튼지 헛돌아. 새벽녘에 인형이 절뚝이며 골목으로 숨는 거 본 적 있어? 계단에서 굴러 목이 돌아간 마네킹은? 해변에 버려진 신발 한 짝은 어때? 관절 마디마다 질문들만 엉겨 붙어 있어. 처리해 줄 거지? 부탁이야, 제발. 눈 질끈 감으면 끝나. 혀를 바꿔 끼웠더니 헛소리가 입 안 가득해. 도서관에서 책이나 죽이는 놈처럼 답이 없어. 누구 머리인지 뒤죽박죽인 기억은 해解가 없는 방정식이야. 스포 없이는 아무 것도 못해. 부탁이야, 제발이지ᆢᆢᆢ. 엘리자베스를 타고 올라가 있을까? 누군가가 내 귀를 압색하고 있어. 아,아, 나를 보내 버려줘. 생후 6개월짜리 알바라도 괜찮아. 확실히 보내주기만 하면 돼. 런, 런, 칼 맛 나는 말들이 귀를 갉네.
전기철
1989년 심상 등단.
시집 박쥐 외 6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