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관
외국인이 3개월째 코스피에서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3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들은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8월 들어 30일 기준 코스피에서 총 21거래일 동안 14거래일 동안 순매도하며 3475억원을 팔았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5개월 연속 코스피를 순매수한 외국인은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중국 부동산 리스크 등의 이유로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6월 이후 3개월 연속 코스피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국인은 3분기 실적 개선 기대되는 종목들은 오히려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번달 들어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은 ▲현대차 ▲삼성전자 ▲삼성엔지니어링 ▲카카오뱅크 ▲한화오션 ▲LG에너지솔루션 ▲KT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호텔신라 순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모두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나가나 흑자전환할 것으로 추정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3분기 영업이익은 최근 중국 단체관광 재개에 따라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의 3분기 영업이익은 6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6%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8월 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현대차의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22.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다음이 HD한국조선해양(66.8%), LG에너지솔루션(36.1), 삼성엔지니어링(27.3 %) 순이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중 실적 전망이 좋은 종목들을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고 금융투자업계는 조언했다. 외국인이 순매도 로 돌아설 경우 주가 하락 압력이 오히려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순매수를 지속하는 경향이 높은 실적 개선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은 3분기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조선, 기계, 화학, 제약 등의 업종들을 매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최근 주가 약세에도 불구하고 8월 들어 현대차는 물론 현대모비스(719억원), 현대오토에버(240억원) 등 자동차 관련주를 사들였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전세계 차량 판매 대수는 365만대로 일본 도요타그룹(541만대)과 독일 폭스바겐그룹(437만대)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실적 정점 통과 우려가 제기됐지만 증권가에서는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적 하락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차량 가격과 판매량이 모두 늘어나면서 현대차의 평균판매단가는 구조적으로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3분기 실적발표가 다가올 수록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는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대차 파업 가능성은 부담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주도 최근 선박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익성 개선이 기대돼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조선 시장 상황을 나타내는 지수인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주(25일 기준) 전주 대비 0.62포인트 상승한 173.56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08년 8월 191.5의 90% 수준까지 올랐다. 특히 한화오션의 경우 지난 23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한 이후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됐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재무구조 개선보다 투자에 목적을 둔 유상증자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증자는 모두 악화된 재무구조와 어려워진 경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하고 소극적 증자였다”며 “하지만 이번 증자는 설비 투자와 사업 확장, 그에 따른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