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다대포
새해 첫 달이 거의 다 간 일요일 아침이었다. 생활권에서 다소 먼 을숙도와 다대포로 산책을 나서려고 현관을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외동반림로 소하천을 따라 창원수영장 앞으로 나가 장유로 가는 170번 버스를 탔다. 전에는 진해 용원으로 가서 부산 하단으로 이동했는데 이번에는 노선을 다르게 택했다. 장유에서도 김해에서 하단으로 운행하는 시내버스가 있었더랬다.
시내를 관통한 버스는 창원터널을 통과해 장유 신도시로 가 무계 장터 앞에서 내렸다. 무계는 백여 년 전 기미 만세 운동 때 대규모 시위대에 일본 경찰이 총으로 진압하여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장터였다. 거리 담벼락에는 그날의 함성을 재현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당시 조순남 여사는 독립운동에 몸 바친 아들 김승태 행적을 내방가사로 남겨 학계의 사료적 가치가 높다.
무계 장터 농협 앞에서 하단으로 가는 220번 좌석버스를 타고 율하를 거쳐 조만강을 따라 강서 사구로 갔다. 경마장이 가까운 녹산 사구는 예전 강모래가 쌓인 언덕이라는 지명이었다. 서낙동강 배수문을 건너 명지 신도시를 비켜 낙동강 본류가 흘러온 을숙도에서 내렸다. 차량이 질주하는 하굿둑 제방의 보도를 따라 걸으니 수문 바깥 낙동강 물길은 드넓은 바다를 연상하게 했다.
하단으로 건너가 다대포로 가는 강변 산책로는 구포에서 화명 생태공원을 거쳐온 낙동강 둑길과 겹쳤다. 낙동강 하굿둑 수문을 빠져나온 강물은 을숙도를 사이에 두고 강폭이 넓어졌다. 을숙도와 인접한 명지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해운대의 고층 아파트 단지와 함께 부산의 주거 지도를 바꾸었다. 영도를 비롯한 서구와 동구의 부산 구도심은 공동화현상이 나타난다.
을숙도 바깥에는 신평 장림으로 건너오는 을숙도대교가 가로질러 건넜다. 서부산권 을숙도대교는 감천에서 남항대교와 영도에서 북항대교로 이어져 광안대교와 함께 부산 바깥 해상을 에워싸는 다리다. 다대포로 향해 흐르는 물길에는 고방오리들이 헤엄쳐 다녔다. 고방오리는 암수 깃털이 달랐고 덩치가 작아 귀여워 보였다. 깃털이 새카만 쇠물닭들도 고방오리와 섞여 잘 놀았다.
하단에서 다대포로 이어진 강변에는 산책로가 잘 정비되었다. 다대포로 흘러가는 물길은 바다를 연상하게 했다. 하굿둑을 빠져나온 강모래는 진우도를 비롯한 모래톱을 만들어 철새들의 서식하기 좋을 듯했다. 모래톱으로는 배를 타지 않고는 접근이 불가해 일반인들은 아예 가까이 다가가 볼 엄두가 나질 않는 데였다. 멀리 떨어진 모래톱에서 고니들의 오글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림 포구는 도심 재생 사업으로 새롭게 단장을 마쳐 베네치아를 본떠 부네치아로 명명해 놓았더랬다. 드넓은 모래톱 건너편은 신항만이 들어선다는 가덕도였고 봉수대 연대봉이 봉긋했다. 부산 신공항은 해상 부교처럼 연대봉 바깥 산봉우리를 깎아 바다를 메워 활주로가 들어선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덕도에서 더 서편에는 거제도였는데 가장 먼 곳은 해금강이 아스라이 보였다.
강변 산책로에는 고니나루 쉼터를 비롯해 몇몇 전망대가 나왔다. 민물이 바닷물에 몸을 섞는 기수역에는 모래톱 바깥으로 고기잡이를 나서는 어선 한 척이 물살을 가르며 지나기도 했다. 윤슬로 반짝이는 아득한 수평선 어디쯤 몰운대 바깥 바위섬인 형제섬이 보였다. 낙조를 완상하는 노을정을 지나니 색이 바래고 야위진 갈대숲이 나오고 모래사장이 펼쳐진 다대포해수욕장이었다.
돼지국밥으로 늦은 점심을 때우고 지하철 1호선 종점에서 하단으로 가서 을숙도를 건너 진해 용원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명지 신도시 아파트단지와 녹산 공단을 지나니 부산 신항이고 연방 용원이었다. 늦은 오후 어시장을 둘러보니 펄떡이는 활어 앞에 손님들이 더러 보였다. 나는 선도가 좋은 조기와 가자미를 샀더니 청어는 덤으로 얹어주어 봉지가 꽤 묵직하게 느껴졌다. 23.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