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떠나 스페인으로 간 지 1년 반 만에 누리 사힌은 도르트문트로 컴백했다.)
분데스리가 후반기 리그 시작을 코앞에 두고 지난시즌 리그 챔피언인 도르트문트는 전반기 챔피언인 바이에른 뮌헨을 추격하기 위해 충격적인 영입소식을 터뜨렸다. 2011년 여름, 독일을 떠나 라리가의 신계 클럽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누리 사힌이 1년 반 만에 전소속팀인 도르트문트로 컴백한다는 소식이다. 주전보장을 위해 도르트문트를 떠나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한 이반 페리시치의 이적료를 이 터키 미드필더를 데려오는 데 사용하였다. 누리 사힌은 이번 후반기를 시작으로 1년 6개월간 레알 마드리드에서 도르트문트로 임대된다(즉, 2013/14 시즌까지 사힌은 꿀벌 유니폼을 입게 되는 셈이다). 거기다가 완전 이적할 수 있는 옵션도 붙어있다. 도르트문트의 영광의 순간을 함께 즐기고 떠난 영웅의 귀로(歸路)가 참으로 씁쓸하다.
한 때 '위르겐 클롭의 황태자' 였던 누리 사힌, 만만치 않았던 해외 리그 도전기
(도르트문트 중원의 보스였던 그가 해외 리그로 이적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의 평은 긍정적이었다)
오랫동안 도르트문트 구단에서 관리받아왔고 2005/06 시즌 만 16세로 최연소 분데스리가 데뷔 선수로 기록된 누리 사힌, 사실 그가 본격적으로 포텐이 터지기 시작했던 것은 현재 감독인 위르겐 클롭을 만나고 난 이후부터였다. 성장이 생각보다 더디고, 포지션 고정에 큰 혼란을 겪고 있었던 찰나, 클롭은 그를 중앙 미드필더로 고정으로 기용하기 시작하면서 전반적인 도르트문트의 조율을 맡겼다. 그 결과, 누리 사힌은 클롭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맨유 프리미엄컵 시절 보여줬던 그 놀라운 재능을 발휘했다. 2010/11시즌 도르트문트가 바이에른 뮌헨을 밀어내고 9년만에 마이스터 샬레로 등극할 당시, 누리 사힌은 30경기에 출장하여 6골 5도움을 기록하면서 분데스리가 중원을 장악했다. 실제로 도르트문트가 이러한 탄력을 받게 된 구심점은 누리 사힌으로부터 시작하였고, 그가 없었다면 과연 도르트문트가 챔피언에 올랐을 것인가 하는 가정법도 나왔었다(당시 분데스리가 전반기 MVP가 누리 사힌이었다).
이렇게 한 시즌 스페셜영상을 만들어도 될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이 터키 미드필더는 시즌이 종료되기도 전에 엄청난 오퍼를 받게 되었다. 바로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도 꿈꾸던 구단이자, 세계에서 손에 꼽는 클럽들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그를 영입하길 원했었다. 그는 시즌 막판에 십자인대부상을 당하여 시즌아웃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0m 이적료를 받고 오랫동안 정든 독일을 떠나 스페인으로 새 출사표를 던졌다. 레알 마드리드에 가서도 도르트문트 시절을 유지하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누리 사힌의 스페인 생활은 그의 예상과 달리 정반대로 흘러갔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시즌 뛰는 동안 리그는 4경기, 총 10경기 밖에 뛰지 못했던 누리 사힌)
다행히 십자인대 부상이 전시즌 막판에 당한 것이라 그는 프리 시즌동안 부상회복에 주력했고, 새 시즌이 개막하기 전에 원상태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부상 복귀 후, 누리 사힌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오랜 시간을 뛰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리그 챔피언에 올라설 때, 누리 사힌은 고작 리그 4경기를 뛰었고, 챔스와 국왕컵 등을 합친다면 총 10경기를 소화했다(챔스도 겨우 4경기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642분이다. 레알로 이적해서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그가 레알에서 최악의 시즌을 보낸 것은 우선적으로 그의 발목을 잡아버린 부상 후유증이었다. 마드리드로 건너오기 전에 당했던 십자인대 부상과 프리시즌 중에 추가로 입었던 무릎 부상 등으로 인해 사힌의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두번째 문제는 그가 사비 알론소의 대체자 역할을 수행하기엔 기량이 부족했다. 도르트문트에서는 사힌 중심의 전술이었으나, 레알 마드리드는 상황이 달랐고 그를 위주로 전술을 짜줄 리가 만무했다. 왜냐하면 레알 마드리드에는 사힌 이외에 전술의 중심이 될 선수들이 많았다. 슈퍼스타인 호날두가 있었고, '독일의 천재' 외질도 있었으며, 좀 더 아래로 내려가면 알론소가 있었으니까(벤치엔 카카도 있었고). 전반기를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날렸다 하더라도, 후반기에 무리뉴는 그에게 간간히 기회를 주면서 테스트 해보았으나, 자신의 기대 이하였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사힌 위주로 전술이 맞춰지기 전에 누리 사힌이 레알의 다른 선수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기량이 되어야하는 것이 먼저인데, 그렇지 못했기에 그는 최악의 영입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토트넘에서 창의적인 미드필더인 루카 모드리치를 데려오면서 레알 내에서 더이상 누리 사힌에게 허용될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올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플랜에 없던 그는 EPL의 리버풀로 임대가면서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리버풀에서도 누리 사힌은 그렇게 큰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리그 7경기와 리그 컵 1경기 포함, 총 8경기에서 3골 2도움을 기록하면서 중앙 미드필더 치곤 스탯상으론 나쁘지 않으나, 리버풀의 부활에 있어서 도움이 되지 못했다. 리버풀이 사힌을 어울리지 않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두고 기용했던 것도 큰 문제였긴 했지만(과거 사힌이 도르트문트에서 공미로 뛰었다가 망한 전례가 있었다), 콥들이 기대한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한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어서와~' 하고 반겼던 도르트문트, 과연 사힌의 자리는 있을까?
(사힌이 떠나간 자리는 이미 일카이 귄도간이 빽빽하게 채워서 사힌은 귄도간과 경쟁해야한다)
도르트문트의 스포츠 디렉터 미하엘 초르크가 "모두가 누리를 알고 있다. 그의 강점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의 뛰어난 잠재력과 성격은 도르트문트와 완벽하게 부합한다"며 언급할만큼 도르트문트 프론트 입장에선 오랫동안 애정을 쌓아온 누리 사힌이었기에 그의 컴백을 반기고 있다. 문제는 팬들은 그의 컴백에 다소 난감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떠날 때 조금 안좋게 떠났다가 뜬금없이 컴백했기에 대체적으로 "이건 뭐지?? 응??" 이런식의 반응이다. 거기다가 현재 사힌이 뛰었던 자리에는 일카이 귄도간이라는 또다른 신성이 이미 꿰차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거기다가 도르트문트는 마르셀 슈멜처의 백업을 가장 먼저 구해야하는 것이 급선무인데, 누리 사힌의 컴백이라 약간 의아한 행보를 보이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2011년 5월 뉘른베르크에서 도르트문트로 이적하고 난 뒤에도 귄도간은 쉽사리 팀에 녹아들지 못했으나, 지난시즌 후반기부터 그의 기량이 폭발하면서 '제2의 누리 사힌'으로 급성장하였다. 요즘 도르트문트식 티키타카의 정점에는 귄도간이 있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켈보다도 후방으로 빠져서 빌드업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가 자연스레 공격전환이 되면 전진하여 2선에 있는 선수들과 연계플레이로 패스플레이를 주고 받곤 한다. 그러한 활약이 도르트문트 뿐만 아니라 독일 국가대표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사힌이 귄도간과 주전경쟁하는 데에 있어서 사실상 버거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르겐 클롭 감독을 필두로 도르트문트 스탭과 프론트진은 누리 사힌이 얼마든지 살아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사힌이 리버풀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기에 부진했고, 그 여파로 인해 사힌이 침체된 것이라고 통일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게다가 귄도간이 비록 뛰어난 선수이긴 하지만, 아직 탈압박 능력 부분에 있어서는 그리 좋지 못하여, 상대에게 압박 당할 때마다 당황하여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던 경기들을 보여줬다(한 예로 아약스와의 챔스 경기가 대표적이겠다). 그렇기에 누리 사힌의 합류는 어찌 보면 귄도간이 채워주지 못했던 부분을 채워줄 지도 모른다. 게다가 도르트문트 내에서 누리 사힌은 "The Only One"이 아니었던가! 18개월 임대기간에 살아나주기만 한다면, 도르트문트 입장에선 플러스 효과가 될 것이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누리 사힌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입단 당시에 도르트문트로 돌아오는 게 설레서 잠을 못잤을 정도로 흥분했다고 말했다. 1월 19일 베르더 브레멘 전부터 사힌은 꿀벌 군단의 일원으로 등번호 18번을 달고 출격할 수 있다. 도르트문트가 올시즌 분데스리가 뿐만 아니라 챔피언스리그, 포칼컵까지 치뤄야하기에 그의 합류가 중요하다. 과연 그는 도르트문트에서 재기에 성공하여 해외 리그에서 상처입은 영혼을 힐링할 수 있을까? 그의 행보를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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