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글은 김성우씨가 첫사랑을 찾아 간 글을 읽고 쓴 글이다.
김성우씨가 한국일보 편집국장 할 때 임철순은 신출 견습기자였다.
지금도 두 사람은 선후배관계로 자주 회동한다. -홍경삼-
***********************************************************
첫사랑을 뭣땀시 찾는데?
임철순
첫사랑 그녀가 잘살면 배가 아프다(아아니, 이것이 날 버리고 가더니 잘 먹고 잘살아?).
첫사랑 그녀가 못살면 가슴이 아프다(잘코사니라고 할 수야 없지만 못사는 게 당연하지. 나를 차고 가더니!).
그런데 첫사랑 그녀가 갑자기 나타나 함께 살자고 하면? 그때는 머리가 아프다.
그러면 첫사랑 그녀는 어떻게 돼 있어야 하나?
어디엔가 살아 있는데 알 듯 말 듯한 상태, 찾으려고 애쓰면 만날 수도 있는 궁금한 상태가 제일 좋은 걸까?
늙어서 추하진 않은 모습이라야 그녀가 나의 첫사랑일 수 있었던 ‘알리바이’가 증명되는 것일까?
첫사랑 그녀와 그남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꽤 있나 보다.
첫사랑을 찾아준다는 컨설팅 업체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한 달쯤 전에 읽었다.
그런 업체들은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년)처럼 우연을 가장해 둘을 다시 연결해준다.
업체들이 제공하는 컨설팅은 온라인 서면상담부터 직원들이 헤어진 연인에게 접근해
다시 연결해주는 서비스까지 다양하다.
서면상담에 5만∼20만 원, 실제 만남은 25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까지 받는다.
기사를 쓴 기자가 상담이 가능한지 문의해보니
5만 원짜리 서면상담 프로그램은 한 달 치 예약이 꽉 찬 상태였다.
1시간에 20만 원인 전화상담도 1주일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체는 만나게 해달라는 의뢰가 월 평균 6건은 들어오며 성사 확률이 70∼80%라고 답했다고 한다.
잘 믿어지지 않지만 재회작전·연애작전이 절실한 사람들이 많나 보다.
사람들은 왜 첫사랑을 찾고 싶어 할까? 우선 자신의 과거를 재확인하고 싶은 심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 사랑이 마땅하고 옳았는지, 그녀나 그남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는지
지금 이 시점에 다시 알아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자기는 변했으면서 첫사랑은 변하지 않았기를 바라다보면 환상이 깨지고 실망하게 된다.
실망 정도가 아니라 환멸을 느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초등학교(그때야 물론 국민학교였지만)를 함께 다녔던 여학생,
공부로 늘 1, 2등을 다투었고 첫사랑인지 아닌지 아슴아슴했던 그 여학생을 쉰 살이 넘어 기어코 찾아 만났다.
그는 당시 서울의 큰 회사 중역이었지만 40여 년 만에 만난 그 여학생은
햇볕과 노동으로 찌들고 시든 무명의 시골 아낙이었다.
그녀는 마지못해 다방에 나오고도 거칠 대로 거칠어진 손을 어쩔 줄 몰라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그녀를 만나 우월감과 승리를 확인하고, 나중에 발간한 책에 그 이야기를 썼다.
좀 잔인한 것 아닌가? 글을 읽은 내가 다 불쾌하고 걱정스러웠다.
유명 수필가인 어느 대학교수는 군대 갈 때 고무신 거꾸로 신었던 첫사랑을 제대한 뒤 다시 만났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얼굴이 망가진 그녀를 보고 배신당한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랬다고 솔직하게 썼던데, 그 글도 즐겁지 않았다.
그러니 찾지 말고 만나지 마라, 다만 환상이 깨질 뿐이다.
피천득의 ‘인연’을 다시 읽어보라.
“첫사랑은 누더기 같다. 찾지 마라”고,
생각나지 않는 누군가가 이미 말한 바 있다. <2016.01.29> [즐거운 세상]
<이투데이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한국일보 주필, 편집국장 역임/近著: "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 "노래도 늙는구나"/고대 독문학과 졸/공주 産>
우편마차
길 달리는 우편마차 나팔소리 우렁차다
몹시도 요동치는 가슴, 왜 일까
내 가슴아?
우편마차가 가져다 줄 편지도 없는데
그런데도 이상하게 왜 두근댈까
내 가슴아?
그래, 저 우편마차는 마을에서 오는 거야
사랑했던 그님이 살고 있는 그곳
내 가슴아!
아마 너도 한번 그 마을에 되돌아가
내 사랑 잘 있느냐고 묻고 싶겠지
내 가슴아?
첫댓글 Up from the street a posthorn blows.
What is it that makes you beat so fast,
my heart?
The post-coach brings you no letter;
then why do you beat so strangely,
my heart?
Ah yes, the post comes from the town
where I once had a true beloved,
my heart!
Do you just want to look out
and ask how things are back there,
my heart?
독일 태생 시인 Wilhelm Muller 의 시를 슈벨트가 겨울나그네(실제 곡명은 겨울 여행) 24곡에 사용했지요.
그는 1827년 33세로, 슈벨트는 다음해 31세로 운명합니다.
둘은 친한 친구 사이였답니다.
전 24곡 중 13번째곡인 우편마차를 즐겨 듣지요.
위에 한글 번역 있는 줄 모르고 Google 에서 영어 번역 두개를 찾아 섞었습니다. 함부로 베끼면 안된다고도 하고,
또 좀 마음에 안 들어서. 근데 섞어 놓고 보니 아주 멋있는 시, 죄송하지만 한글 번역 보다 낫네요.
번역은 반역이라 했는데...
영어 번역이 더 멋있는 건 anglo-saxon어가 통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맞는 이야기 같습니다. 전 그냥 느낌을 전했을뿐인데. 아무래도 독일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것이 더 부드럽지요.
I'm glad I learned a little English to appreciate this beautiful poem.
'요동치는 가슴아' 하는건 아무래도 좀 이상해서...
설래는 가슴이라면 좋을덴데 직역을 해서 그런가 봅니다.
허지만 원제 겨울여행을 겨울나그네로 한국에서 번역한것은 정말 멋지게 한것입니다.
중국,일본도 직역해서 겨울여행이라 합니다. 시의 내용이 모두 겨울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심정을 담은 것이라
겨울 나그네가 훨씬 잘 어울리지요. 우리 고교시 독일어 책 맨 뒷장에 악보가 있었지요. 몇번째 곡이었는지 생각은 안나지만.
"첫사랑을 뭣땀시 찾는디?" or "첫 사랑이 뭣이 중헌디?"
저도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