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월드컵 조별리그 첫 두 경기에서 보여준 화끈하고 공격적인 축구를 생각하면, 세계 최고의 축구 강국이 되기 위한 ‘100년 계획’이라는 표현조차 다소 소박하게 들릴 정도다. 모리야스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기술을 겸비한 축구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일본은 먼저 네덜란드를 상대로 두 차례나 뒤진 상황을 극복하며 2대2 무승부를 거뒀고, 이어 튀니지를 4대0으로 완파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이제 일본의 다음 상대는 오늘 밤 맞붙게 될 스웨덴이다.
일본이 튀니지를 상대로 2대0으로 앞서가고 있을 때, 공동 해설이자 스코틀랜드 대표팀 미드필더였던 찰리 아담은 이렇게 반문했다.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리고 불과 몇 초 뒤, 다나카 아오는 상대 수비진 사이로 절묘한 패스를 찔러 넣었고, 공은 일본의 에이스 우에다 아야세에게 연결됐다. 우에다는 감각적인 힐 패스로 이토 준야의 골을 도왔는데, 이는 이번 월드컵 최고의 장면 가운데 하나로 손꼽힐 만했다.
에레디비시에서 21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에 올랐고 70m 파운드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페예노르트의 공격수 우에다는 이날 자신의 두 번째 골이자 팀의 네 번째 골을 기록하며 대승을 마무리 지었다.
이제 전 세계의 술집과 가정집에서 찰리 아담이 던졌던 질문이 똑같이 오가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 또한 일본을 이제 ‘언더독’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실제로 모리야스 감독은 유럽 5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만으로도 선발을 구성할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은 지난 4년 동안 브라질,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경험도 있다.
다만 핵심 선수인 미토마 카오루, 엔도 와타루, 미나미노 타쿠미의 부재, 대진표상 ‘험난한 쪽’에 속해 브라질이나 모로코를 상대할 수도 있다는 점은 기대감을 다소 낮추는 요인이다. 일본 특유의 겸손하고 신중한 태도 또한 마찬가지다.
다시 ‘100년 계획’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다. 이 계획은 네덜란드전 무승부 직후 ITV 해설자로 나선 전 셀틱과 토트넘 감독이었던 포스테코글루가 언급한 내용이기도 하다. 포스테코글루는 2018년부터 일본의 요코하마 마리노스를 지휘했고, 2019년에는 J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을 정말 사랑했다. 일본은 스스로 아직 발전해 가는 나라로 바라보고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있다. 축구 분야에서도 ‘100년 비전’을 세우고 있으며, 계획을 매우 철저하게 실행하고 있다.”
“저는 그들에게 ‘보세요, 지금은 20년 차가 아니라 60년 차입니다.’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정말 체계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한다. 언젠가 자신들이 세계 최강 국가들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완전히 갖게 된다면, 월드컵 우승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1992년에 수립된 J리그의 ‘100년 비전’과 2005년 일본축구협회가 마련한 ‘2050년 월드컵 우승 계획’은 종종 혼동되곤 한다. 이 둘은 서로 다른 계획이다.
다만 두 계획 모두 일본다운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특히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많은 축구협회와는 대조적이다. 일본전을 앞두고 감독을 경질한 튀니지의 사례만 봐도 차이를 알 수 있다.
1992년 구상의 핵심 과제 중에는 ‘동네에 잔디와 스포츠 시설을 갖춘 광장 조성’과 ‘가족과 지역사회가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풋살 활성화’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도쿄에서 활동하는 축구 전문 기자이자 ‘Between the Lines: Navigating the World of Japanese Football’의 저자인 Sean Carroll은 “일본 축구의 장기적이고 세심한 접근 방식은 지난 30여 년 동안 확실히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으며 일본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한다.
“비전은 아이들에게 꿈꿀 수 있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이들이 성장해 J리그 선수가 되고 나아가 일본에서 유럽 무대로 진출하기 시작하자,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 뛰는 것이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목표라는 사실을 더 많은 유소년이 확인하게 되면서 선순환의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필자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오사카에 살던 당시만 해도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여전히 야구였다. 하지만 축구가 꾸준히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늘 인상적이었던 것은 선수들의 뛰어난 기술 수준이었다. 또한 어린 선수들의 헌신적인 자세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일본의 아이들은 학교나 지역 스포츠 클럽에 가입해 운동하는데, 특히 야구는 일 년 내내 주 5일씩 훈련에 매진하기도 한다.
Tom Byer는 1988년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마친 미국인 지도자로 이후 줄곧 도쿄에 거주했다. 그는 볼 컨트롤 능력, 빠른 풋워크, 일대일 돌파 기술을 중시했던 네덜란드의 명장 Wiel Coerver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축구 아카데미 체인을 출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J리그가 1992년에 내놓은 장기 비전은 이러한 움직임이 뿌리내릴 수 있는 완벽한 토대를 제공했는지도 모른다. 이후 Tom Byer는 곧 인기 어린이 TV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이름을 알렸고, ‘Tomsan's Let's Try Soccer’라는 만화 시리즈에도 등장했다.
Tom Byer가 전파한 핵심 철학은 간단했다. 축구는 집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이가 어릴 때부터 공을 발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일본은 축구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나라라고 보기는 어렵다. 택시를 타서 운전기사와 이야기를 나누면 ‘어제 FC 도쿄 경기 봤어요?' 같은 대화가 오가는 나라가 아니다. 사실 일본에서는 축구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축구 자체는 매우 인기 있는 스포츠다.”
Tom Byer는 일본 축구 발전의 진짜 원동력으로 독특한 훈련 문화를 꼽았다. “일본을 움직이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은 과도할 정도의 훈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다. 일본의 부모들은 아들이나 딸이 6살 정도가 되어 조직적인 스포츠 활동을 시작하면, 주 4회 훈련하고 한 번에 3시간씩, 그것도 1년 내내 훈련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런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기술 습득에 가장 중요한 황금기는 2살에서 5살 사이다. Coerver 축구학교들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안타깝게도 이번 대회에서는 부상으로 결장한 엔도와 미나미도도 이 시스템을 거쳤다. 현재 대표팀 선수들 가운데 상당수 역시 그런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일본은 1998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이후 모든 월드컵에 연속 출전하고 있다. 일본은 매우 겸손한 문화를 가진 나라다. 하지만 일본 축구 발전을 이끈 핵심 요소는 규율, 반복, 완성도를 향한 집요한 추구다.”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조만간 결실을 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