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 치료를 하면서
박래녀
구당 김남수 선생님으로부터 침과 뜸 치료를 받은 지 오늘로 딱 열흘 됐다. 침은 치료차 구당 침술 원을 방문했을 때 선생님이 직접 놔 주셨고, 뜸자리도 그때 잡아주신 거다. 전신 뜸은 하루 한 번이지만 발목과 무릎, 팔꿈치 뜸은 하루에 두 번 씩 뜬다. 왜냐면 온 몸을 스멀거리던 관절염이 제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살이 부드러운 전신 뜸은 뜰수록 아픔이 심해지는 것 같지만 거기엔 정신적 작용도 한 몫 하지 않을까. 지레 겁을 먹기 때문에 더 뜨거운 느낌이 드는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다리와 팔꿈치는 직접 내 손으로 뜨는 탓인지 따끔거리는 느낌을 참는 것이 짜릿하다. 뜸을 뜨고 나면 걷는 것과 팔 움직임이 훨씬 편하다. 무릎이 덜 아프다. 가장 심하던 오른 팔은 열흘만인데 거의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무릎과 발목은 아직 통증이 있지만 절뚝거리는 것이 훨씬 덜하다. 무릎퇴행성관절염은 연골이 닳아버린 탓에 두 다리의 길이가 짧아져서 절뚝거리는 줄 알았더니 아닌 모양이다. 땅바닥과 마주치니 통증 때문에 다리를 절게 되는 것 같다. 덩치가 무거운 것도 퇴행성관절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이어트를 못하고 있다.
일부러 뒷산 나들이를 가서 계단을 걸어 올라가 보았다. 난간을 붙잡지 않고는 오를 수 없었던 계단을 제법 걸어 오를 수 있었다. 내려올 때도 난간을 짚거나 남편의 어깨를 짚어야 했는데 두 다리로 걸어내려 올 수가 있었다. 물론 아직 오래 걷는 것은 무리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심하게 손상된 왼쪽 무릎과 발목의 통증은 있지만 열흘 전보다 덜하다. 다리 힘이 제법 생겼다. 발목 역시 그랬다. 뜸의 효능일까. 혈액 순환 제 환과 한약을 뜸과 병행하는 바람에 효과를 빨리 보는 것인지 아직 감을 잡을 수 없지만 일단 걷는 것이 조금 수월하니 신기한 느낌이다.
수영장에 가면 뜸자리가 흉해서 보는 사람마다 그 아픈 뜸을 어떻게 날마다 뜨느냐고 묻지만 다급하면 무엇을 못하랴 싶다. 고통은 당할수록 둔해지는 습성이 있다. 아플 것이라는 고통에 대한 두려움만 극복하면 뜸은 순간적인 따끔함에 그친다. 보통 한 자리에 세 번씩 뜸을 놓는다. 남편이 침구사 자격증을 따야겠단다. 그것도 괜찮다고 했다. 부부가 뜸을 배워 함께 서로의 몸 상태를 다스려주면서 건강하게 늙어갈 수만 있다면 졸수가 되던 백세가 되던 자식에게 짐은 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내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이 눈에 보이는지 남편도 인터넷으로 구당 선생님의 뜸 치료 동영상을 탐독하며 뜸자리 공부를 한다. 구당 선생님께 진료를 받는 것이 낫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해 보겠단다. 혈을 짚어 직접 뜸을 뜬다. 백회와 등은 내게 맡기는데 혈 자리 잡기가 힘들다. 혈 자리를 표시한 도표를 놔놓고 잡아보지만 남편이 아닌 것 같다고 할 때는 기운 빠진다. 내 눈에는 그 자리가 맞는데도 남편은 내 진단을 못 미더워한다. 정확하게 혈에다 뜸을 놔야 효과를 볼 텐데. ‘차라리 구당 선생님께 진료를 받는 게 빠르겠다.’며 또 살살 남편을 달랜다. 장성에 한 번 더 다녀오고 싶다.
구당 선생님은 두 번 올 필요 없게 치료해 주겠다고 하셨다. 거기 안내를 맡은 사람이 말하길 선생님이 잡아준 혈 자리에 두 달 정도 계속 뜸을 놔라고 했다. 하루에 한 번만 놔도 된다고 했다. 뜸은 부작용이 없다고 한다. 뜸 뜬 자리에 상처는 있지만 아픈 곳이 낫는다면 흉터 정도는 별 거 아니다. 흉터도 시간이 지나면 옅어져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했다. 열흘 전까지 내 몸은 퇴행성관절염에 잡혀 일상생활도 힘들 지경이었다. 몸 전체 뼈마디가 삐걱거리는 것 같았다.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성격 탓도 있겠지만 솔직히 비관적이었다. 그런 와중에 인연이 닿아서인지 딸이 구당 침술원에 인터넷 접수를 했고, 구당 선생님께 침과 뜸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지만 지금은 믿는다. 뜸 치료하면서 내 몸의 뼈와 신경과 혈관을 흐르는 피가 제 자리를 찾아 가는 느낌이랄까.
뜸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는 만큼 구당 선생님과의 만남도 인연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현재는 이대로 계속 뜸 치료를 하면 무릎도 발목도 허리도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병원마다 인공관절 밖에 치료 방법이 없다고 한 무릎과 발목이다. 인공관절 안 하고 나을 수 있다면 구당 선생님은 진짜 귀하디귀한 신의다. 병원의 정형외과의사는 내게 인공관절 수술을 안 하면 진통소염제 밖에 처방해 줄 약이 없다고 했었다. 진통소염제를 먹으며 고사리를 꺾고 일꾼 수발을 했었다.
그러나 구당 선생님은 침과 뜸으로 나을 수 있는 병이라고 하셨다. 환자를 치료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는 노옹, 백 두 살인데도 여든 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던 어르신, 백 살이 넘어서도 환자에게 직접 침을 놓고 뜸 치료를 해 주시는 어른, 인간이 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 오래 살아도 누가 귀찮다 할까. 서울과 장성, 아니 세계 여러 곳을 돌면서 환자를 돌봐주신다는 분, 나눔과 실천이 삶을 건강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나는 오늘도 온 몸에 뜸을 뜬다. 뜸자리가 덧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은 맞았다. 날마다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고 오는데도 뜸자리에 염증이 생기지 않는다. 뜸을 떴을 때는 화끈거리던 뜸자리 주변도 아침이면 쪼글쪼글 오그라들어 통증이 없다. 나는 자꾸 신기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뜸을 놓고 싶은 것을 참는다. 무슨 일이든 과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고 했다. 끈기 있게 꾸준히 오래 뜸을 놓는 것이 좋다고 했다. 느긋하게 오래 바라보고 뜸 치료를 해 보리라. 적어도 선생님이 약속한 두 달 정도 꾸준히 뜸을 놔본 후에 결과를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