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탐매 여정
일월이 가는 마지막은 화요일로 문학 동인들과 트레킹 일정이 잡혔다. 아침나절 내가 사는 동네 이웃의 단독 주택과 아파트단지 문우와 함께 팔룡동으로 이동해 트레킹 참여 회원은 완전체가 되었다. 트레킹 날짜는 미리 정해 두었으나 장소는 내가 물색한 구산과 진동 갯가로 가기로 했다. 그곳은 대중교통편도 좋아 시내버스로 떠나도 되는데 다섯 명은 승용차로 함께 가기로 했다.
마산합포구 구산에는 연륙교를 건너면 비치 로드가 콰이강 다리와 함께 외부로 알려졌다. 작은 섬을 빙글 돌아 바다를 바라보는 숲길을 걷는 올망졸망한 둘레길이다.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원전 갯가는 벌바위 둘레길이 있다. 낮은 산마루에 벌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고 해서 벌바위 둘레길이다. 우리가 가려는 목적지는 그 두 곳이 아닌 해양 드라마 세트장 근처의 파도 소리길이다.
트레킹 코스 선정에는 고려할 사항이 있었다. 추위 조금 누그러졌지만 날씨를 감안해야 했는데 그리 춥지 않아 다행이었다. 고령의 선배는 무릎 관절에 불편을 겪고 한 회원도 장시간 보행에는 무리가 있을 듯했다. 서로가 사는 생활권에서 그리 멀지 않은 파도 소리길을 걷고 현지 식당에서 점심을 들고 오후 일정을 진행할까 구상했다. 선배는 남도의 매화 화신을 보고 싶어 했다.
일행은 창원역 근처 아파트단지를 기점 삼아 석전동에서 산복도로를 따라 무학산 허리를 비켜 지났다. 서원곡과 만날재 입구를 거쳐 밤밭고개에서 현동교차로를 지나 로봇랜드로 가는 4호선 국도를 달려 석곡 나들목으로 내려섰다. 군령삼거리에 이르니 양식장 부표가 뜬 바다가 드러났다. 십여 년 전 개장한 해양 드라마 세트장 주차장에 이르러 따뜻한 차를 들면서 일정을 의논했다.
주차장에서 얼마 이동한 해양 드라마 세트장 입구에서 문화 해설사 안내로 지역 명소 탐방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나는 드라마 세트장에서 촬영했다는 영상물이나 연기자에 관심이 적어 어서 탐방로를 걷고 싶었다. 해양 드라마 세트장과 인접한 ‘파도 소리길’은 붙여진 이름과 달리 철석이는 파도 소리는 들을 수 없어도 가까이 깨끗한 바닷물을 내려보며 걸을 수 있어 좋았다.
파도 소리길은 입소문을 타고 외부로 널려 알려져 길바닥 야자 매트는 닳아 누더기처럼 헤질 정도였다. 제철이 아니었지만 봄에는 진달래와 가을이면 손길로 가꾸진 해도 구절초가 아름다울 듯했다. 길섶에는 이미 철이 지났지만 꽃무릇은 난초와 같은 푸른 잎줄기가 겨울을 나고 있었다. 그 잎맥은 봄이 오면 사그라지고 한여름을 지난 초가을이면 꽃대가 솟아 선홍색 꽃을 피울 테다.
청정한 솔숲과 명징한 바다 산책로 전망대에서 간식을 들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원점으로 회귀하는 파도 소리길 종착지에서 남겨 두었던 드라마 세트장을 살펴본 후 승용차로 군령포를 지난 진동면 도만리로 갔다. 그곳에는 지방도 아래 볕 바른 자리에 피는 매화가 있었는데 추위에 꽃잎이 데어 안쓰러웠다. 해안선을 따라 산모롱이를 돌아간 다구리 배내무골에서 차를 멈추었다.
임진왜란 의병장 제말 장군 무덤 아래는 매향이 번지기는 해도 매화 꽃잎 실체는 발견하지 못하고 꽃망울이 달린 매실나무만 확인했다. 이후 점심때가 되어 광암 선창 횟집을 찾아 회덮밥으로 점심을 들었다. 이동 도중 서북산 아래 금산마을에 귀촌한 문학 동인 전임 회장과 통화가 있었더랬다. 분재와 화초가 가득한 댁을 방문했더니 뜰에는 매화가 망울을 터뜨리는 즈음이었다.
일행이 실내에서 차담을 나눈 귀로에 묵혀둔 매실 발효액을 챙겨주어 고마웠다. 동행한 선배는 탐매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원로 시조 시인이 남긴 ‘비포리 매화’로 알려진 날개 포구 매실나무를 찾았다. 가포로 가는 작은 포구 건어물 공장 곁에 피는 매화를 살핀 후 마지막 여정은 북면으로 향했다. 감계 건너 근년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가 북풍을 막아준 매실나무는 꽃을 피웠다. 2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