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전에는 염좌* 하나가 추위에 얼어서 줄기가 능정거리며 축 늘어졌고, 줄기와 잎사귀에서는 즙(푸르스름한 물기)이 조금씩 떨어졌다. 죽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온기가 있는 거실 안으로 들여다 놓았다. 즙이 거실바닥에 배이지 않도록 헌 수건을 화분 밑에 받쳤다.
* 염좌 :
돌나물과>크라슐라(Crassula)속
학명 Crassula portulacea
간밤에는 41년 만에 가장 추운 날이어서 그랬을까?
아파트 베란다 안에 놓은 화분 100개 가운데 화초 하나가 또 시들었다.
제라늄계통의 식물이다. 제라늄도 다육성 성질을 지녔기에 뿌리, 줄기, 잎사귀 등은 수분을 많이도 지녔고, 특히나 온난대에서 키워야 한다.
* 제라늄 생육온도 : 21 ~ 25도
하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는 비좁아서 추운 겨울철에는 실내인 거실로 들여놓기는 뭐하다. 특히나 화분 속에서는 민달팽이 등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벌레가 살아서 자칫하면 화분 밖으로 기어나온다. 식물 좋아하는 나는 이런 벌레는 별로이지만 함께 사는 아내, 자식한테는 그게 아닐 게다. 징그럽고, 혐오스러워 할 게다. 화분을 거실 안에 옮기는 것이 무척이나 꺼려진다. 혹시라도 해충이 기어다닌다면?
오늘도 그랬다.
어제 꽃이 피다가 줄기가 죽어가는 제라늄 화분을 거실에서 꺼내서 베란다에 옮겼다.
그런데 오늘아침에 보니까 제라늄 줄기가 더욱 시들어졌다.
무엇인가 잘못일 것 같아서 줄기가 물러버린 제라늄이 든 화분을 거실 안으로 도로 가져왔다.
간밤 냉해로 줄기와 잎사귀가 얼어서 더욱이나 추욱 늘었졌다. 거실 안에 도로 옮겨놨다고 해도 되살아날까 하는 기대감은 별로 없다. 그런데도 죽어가는 게 안타까워서 그냥 실내로 옮겼다.
식물도 살아 있는 생명체이다. 그 피부가 얼었다면 보나마다 곧 완전히 죽어서 썩는다는 뜻이다.
비좁은 아파트 베란다에 화분 100여 개를 올려놓고는... 그저 물이나 조금씩 나눠준다.
물을 지나치게 자주 부어주었기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 것일까? 본질은 내 탓일 게다. 추운 겨울철 날씨도 문제이긴 하지만서도.
추위에 견뎌내는 한국의 자연산 식물보다는 외국산 식물을 더 많이 키우는 현실/세태도 문제이다. 외국산 식물들은 모양새도 훨앁 크고, 꽃도 보다 화려하다. 하지만 한국 기후의 추위 등에는 무척이나 약하다.
나는 식물재배에 둔한 사람일 게다. 식물재배에 필요한 도구가 별로 없고, 또 겨울철에 필요한 보온장치도 없다.
그냥이다. 아파트 쓰레기장에 내버려진 화분을 주워서 가져오고, 화분에서 뽑아내서 내던져버린 화초를 주워서 '혹시 살릴 수 있을까' 하면서 내 집으로 가져와 화분에 심고는 물 줘서 살려내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해 하다 보니까 지금은 제법 많다. 100개 쯤 되니까. 물론 이따금 꽃가게에서, 서울 양재동 꽃시장에서, 시골 5일장터에서, 지방의 농장에서 사서 키우는 품종도 더러 더러는 있다. 아쉽게도 식물재배에는 실패한다. 재배기술 부족이다. 식물습성을 제대로 모르는 것도 실패의 한 원인이다.
2.
요즘 날마다 내 핸드폰에는 문자가 거듭 뜬다.
<코로나-19> 3차 백신접종을 하라는 독촉성 안내문자이다.
지난 8월 31일에 2차 접종을 했으니까 3개월이 지난 12월 1일부터는 3차 접종을 해야 하는데도 나는 한달이 거의 다 되도록 지금껏 접종을 뒤로 미뤘다.
함께 병원에서 가서 맞아야 할 아내가 은근히 몸이 추욱 늘어져서 힘들어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나 혼자 병원에서 가서 3차 접종을 받기에는 뭐해서 망설이였다. 자꾸만 뒤로 미루고....
아내가 몸이 무거운데도 '오늘은 병원에 함께 가 봅시다. 당신은 접종을 하고, 나는 의사와 상의를 해서 맞을 수 있는지, 아니면 뒤로 미루던지를 결정해야겠어요'라고 말했다.
나도 그렇다. 전립선비대증, 당뇨로 오랫동안 병원 다니면서 약을 먹기에 남이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실상은 건강에 무척이나 약한 체질이다. 코로나-19에 대한 3차예방 접종이 좀 뭐하긴 하다. 그런데도 오늘은 병원에 가서 접종해야겠다.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더 낫다'라는 논리에 따라야겠다.
지난 밤에도 샤워를 했는데 오늘 아침에도 샤워를 해야겠다.
늙은이 몸에서는 노인-냄새가 난다고 하니.. 늙은이-내를 조금이라도 더 줄여야겠다.
오후에 아내와 함께 서울 송파구 잠실동(삼전로)에 있는 김정훈내과에 들러서 3차 예방접종 주사를 맞았다.
감기 기운이 있는 아내도 맞았다.
3일간 몸조리를 잘 하시고, 커피는 마시지 말고, 물은 많이 마시라고 친절하게 당부한다.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기에 조금은 더 안심해도 되겠지.
예방주사를 맞으려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아내는 '잘 먹어야겠요' 하면서 귀가하다가 식품마트 두 곳에 들렀다.
소고기, 우유 등을 골랐다.
나는 그저 가만히 서서 채소, 과일, 고구마 등 먹을거리의 가격이나 들여다 보았다.
물건값이 왜 이렇게 비싸?
하나의 예다. 철원쌀 10kg 49,900원의 가격표를 보았다. 한 가마(80kg)이면 399,200원?
미쳤다. 나는 지난 11월에 시골에서 시사답 도지료로 쌀 한 가마니 값으로 195,000원을 받았다.
시골 쌀값으로 계산하면 서울 특별시 송파구 잠실에서는 쌀 닷말도 채 안 된다.
그만큼 서울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산다는 뜻이겠지.
하기사 시골에서 생산한 쌀을 서울로 가져와서 판매하려면 다양한 비용이 발생하겠다. 포장비, 운반비, 마트 진열비, 판매비, 세금, 순이익 등을 고려해야 할 터. 하지만 시골태생인 나한테는 이런 가격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도시의 쌀값 1kg 4,990원이면 그래도 다른 식품 구입비보다는 싼 셈이다. 쌀 1kg로 밥을 지으면 어른이 먹는 밥이 잔뜩 나온다. 고봉에 가득 퍼담은 그릇이 여러 개나 나오니까.
3.
등단 시인방에서 시를 보았다.
아래 문구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황홀함 보다
지극히 선한 날
욕망 보다
평상심(平常心)에 부는 고요가
위 시에서 떼어서 쓴 '보다'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인터넷 어학사전으로 '보다'를 검색한다.
1. look, see, show 등의 뜻을 지닌다면 ...
1) 눈으로 인식하다
2) 생각하거나 판단하다
3) 나타나거나 발생하다
2. 체언의 뒤에 붙어, 앞말이 비교의 기준이 되는 대상임을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
3. 어떤 수준이나 이전의 상태에 비하여 한층 더
4. '빻다'의 방언
위 시에서 '보다'는 목적어를 지닌 'look'의 뜻을 지녔을까?
'항홀함(을) 보다',
'욕망(을) 보다'
아닐 게다. 비교급을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로 해석하고 싶다. 즉 하나의 낱말로 붙이고 싶다.
황홀함 보다 → 황홀함보다
욕망 보다 → 욕망보다
2021. 12. 27. 월요일. 맑음
나중에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