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너하임의 중견수 대런 얼스태드. 올시즌 그의 볼넷은 작년의 절반도 안되지만 삼진 역시 절반으로 줄였다.
뉴욕 양키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4차전, 2 : 1로 지고 있던 애너하임은 5회 무려 10개의 안타를 집중시켜 8득점을 폭발시키며 야구 명가의 2002 시즌을 마감시켰다. 그리고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리그 챔피언전 5차전에서는 7회초 팀이 3실점하며 5 : 3 역전을 허용하자 7회말 다시 10개의 안타 등 15명을 타석에 세우며 10득점으로 사실상 이때 창단 첫 월드 시리즈 티켓을 거머쥐었다.
애너하임 에인절스가 포스트 시즌 9경기에서 기록한 팀 타율은 경이적인 수준인 .328. 17개의 홈런을 가미해 무려 60득점을 올렸다. 경기당 6.6점에 해당하는 그들의 득점력은 최고 팀들의 최고 투수들이 나오는 포스트 시즌, 그것도 뉴욕 양키스의 선발진과 미네소타의 막강한 투수력을 상대해서 기록한 것이라는 점에서 경이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애너하임의 이런 폭발적 타력은 행운이 따라준 것일까? 물론 확률의 게임이 야구이기에 행운 역시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애너하임은 정규 시즌에서도 851득점을 올렸는데 이는 텍사스를 능가하는 리그 4위라는 것을 안다면 행운만으로 치부할 순 없다.
애너하임은 1년전, 지금과 거의 똑 같은 타자들로 691득점을 올렸다. 올해의 그것보다 160점이 모자라는 수치다. 그렇다면 거의 같은 타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애너하임 득점력이 급속히 성장한 것은 과연 어떤 이유 때문일까?
그것은 바로 볼넷과 삼진을 거부하는 다소 독특한 팀의 타격방침과 연관이 있다. 종래 팀이 많은 득점을 올리기 위해서는 출루율과 장타율이 높아야 한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올시즌 애너하임이 추구한 득점 방법은 이 출루율과 장타율이라는 것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올시즌 직전 스프링 캠프에서 애너하임의 타격 코치 미키 해처와 벤치 코치 존 매돈은 애너하임 타자들에게 ‘루상의 주자를 움직이는 타격’을 요구했다. 그러나 트로이 글로스나 팀 새먼 같은 슬러거들은 코치들의 요구를 따르지 않았고 시즌 초반 6승 14패라는 프랜차이즈 최악의 출발이 나왔다.
그러자 외야수 대런 얼스태드는 선수들 미팅에서 팀 타격 방침에 따르지 않는 선수는 100 달러의 벌금을 낼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후 트로이 글로스와 팀 새먼 등도 팀의 타격 방침에 따르기 시작했고 애너하임에는 벌금보다는 보다 많은 득점이 쌓여갔다.
‘루상의 주자를 움직이는 타격’이란 컨택트에 집중하는 공격적인 타격을 의미한다. 볼넷을 얻거나 구장 밖에 떨어지는 대형 홈런을 치기보다는 어떻게든 안타를 치거나 땅볼을 굴려 주자를 움직이겠다는 것이며 주자가 움직이지 못하는 삼진은 거부하는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이 타격 방침은 애너하임에 제대로 정착을 했다. 애너하임은 아메리칸 리그에서 네 번째로 적은 462개의 볼넷만을 얻어냈고 홈런도 리그에서 네 번째로 적은 152개에 그쳤다. 출루율과 장타율이 낮아지기에 그들의 득점은 적어야 한다.
그러나 애너하임은 올해 805개의 삼진밖에 당하지 않았는데 이는 뉴욕 양키스의 그것에 366개나 적은 것이며 메이저 리그 전체에서 두 번째로 삼진이 적었던 캔자스시티 로열스보다도 116개나 적은 것이다. 리그 평균 삼진이 1,017개이기에 애너하임의 타자들은 리그의 다른 팀들보다 212번이나 더 더 타구를 맞춰냈다는 것이다.
보통의 팀들이 그냥 허무하게 물러났던 212번의 타석에서 애너하임의 타자들은 안타를 치거나 타구를 맞춰 상대팀 야수들을 움직이게 하였던 것이다. 서서 당하지 않겠다는 바로 이런 컨택트에 집중하는 공격적인 타격이 바로 올시즌 애너하임의 무한연타와 폭발적 득점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애너하임의 놀라운 컨택트 능력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월드 시리즈에서도 제법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샌프란시스코의 선발진 중에서는 제이슨 슈미트를 제외하고는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을 가진 투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내야 수비 역시 그리 탄탄하지 못하며 외야 역시 그렇다는 점이다.
샌프란시스코로서는 폭발적인 애너하임의 연타에 또 다른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그들의 수비진에게 각별한 주의를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