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옥경이
명절때마다 고향 충주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면 듣던 이야기,
"상경아, 너 옥경이가 꼭 보고 싶다고 그러더라..."
"옥경이가 누군데 그래...?"
"초등학교 3학년때 네 짝이었다던데....몰라..?"
충주를 떠난지가 20년, 물좋고 산좋은 강원도를 유람하듯이
돌아다녀도 외로움을 느낀적은 없다.
고향의 초등학교 동문회에 처음 간 것이 3년 전이다.
이때쯤에 꼭 연합체육대회를 한다.
옥경이가 누굴까....
내가 3학년 때 반장을 했고 가끔 반 아이들 전체를 운동장에
불러내 기합을 주곤했으며 담임 선생님까지 또렷하게 기억을 하는데
도무지 옥경이는 기억나지 않았다.
어느 일요일이다.
미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데 핸드폰 벨이 울렸다.
"야! 상경아... 너 나 알어...?"
"누구신가요.."
"야 임마...나 옥경이야..."
"너 나 기억나니...?"
"내가 너 짝이었잖아..."
그간의 사연을 한 시간 넘게 다 들었다.
마지막 결론은 지금 연합체육대회를 하는데 당장 오라는 것이다.
잠시 갈등이 생겼다.
일요일 편하게 쉬고 싶기도 하고 옥경이 이 가시내가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결국 충주로 급히 달렸다. 마음속엔 옥경이 생각 뿐....
교문을 들어서자 폐회식이 열리고 있었고 우리 기수(삼원초등학교 24회)는
정문에서 마주보이는 곳에 천막 두개가 세워져 있었고
폐회식에 참석하지 않은 녀석들이 연기 피어오르는 드럼통에
둘러서서 히히덕 거리며 술잔을 돌리고 있었다.
누군가 나를 보고 손짓을 했는데 순간
꼭 순대집 아줌마 같은 사람이 달려오는데 운동장이 쾅쾅 울릴정도였다.
"상경아....내가 옥경이야..." 하고 외치며
와락 껴안는데 정말 난 오징어 되는 줄 알았다.
이어서 두꺼비만한 손으로 내 허리를 끌고 동창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는 소주 한병을 따서 큰 컵에 따르고는 둘이서 완샷을 하자고 했다.
에구 에구~~~~
친구들은 연실 웃으며 실실거렸고 우리 두 사람의 예정된 만남을 보고
그져 재미있어했다.
소주 한잔을 비우자마자 회비를 오만원만 내라며 반 강탈을 해 가면서
오늘 2차에 빠지지 말라며 거듭 술잔을 내밀었다...
그제서야 어렸을때 기억이 가물가물 되살아났다.
어제 과학경시반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느닷없이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 나 옥경인데 내일 연합체육대회 인데 너 꼭 오는거지.."
미쳐 내 대답을 듣지도 않고는
" 야! 너 꼭 와야된다...너 보러 나 대전에서 오는 거니까
안오면 안되...알았지..?"
이 가시내가 기차화통을 삶아먹었나 어찌 그리 말은 빠르던지...
5분도 안되어서 또 전화가 왔다.
" 상경아 아주 오늘(토욜) 와라..오늘 전야제 하면서 우리 끼리
동창네 술집에서 한 잔 꺽자..."
"옥경아...너 아직 아이도 어리다면서 그렇게 올수 있니..?"
"걱정마! 남편이 아이를 봐 준다며 같이 따라온단다..."
"그래..남편 착하구나..ㅋㅋㅋ"
옥경이가 서른 여덟에 첫 아이를 낳았다니 두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동문회에 그리 자주 참석하지 못했다고 했다.
" 옥경아...아이를 뻥튀기에 넣고 함 돌려봐...ㅋㅋㅋ"
"그래 아무래도 그래야 되겠어..ㅎㅎㅎㅎ"
이제 모두 아줌마 아저씨가 되어 어렸을때의 기억을 찾기 위해
그 넓은 운동장으로 달려올것이다.
그 소중했던 지난날의 추억을 더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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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옥경이라 캐서 이양반이 태진아가 겁도 않나나.? 그캤는디 다른 옥경이 였구먼...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추억은 언제나 아름다워요...~~~
어릴적 소꼽친구가 만나면 시간가는줄 모르는것같아요 너무나 허물없는 사이가 부럽네요 정다운 우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