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Loser) 때문에 온라인이 며칠째 들썩들썩 난리네요.
KBS 2TV의 ‘미녀들의 수다’란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여대생이 “키가 180㎝ 이하인 남자는 루저(Loser, 실패자)”라고 말한 것이 누리꾼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지요. 그 여대생은 네티즌들의 집중 포화를 받았고 여대생과 ‘미수다’ 제작진은 사과를 해야만 했습니다.
톰 크루즈를 톰 크루저, 마르틴 루터 킹을 마르틴 루저 킹, 웨인 루니를 웨인 루저 등으로 바꿔 부르고 서해교전이 ‘루저 발언’에 화난 김정일이 일으켰다는 패러디가 떠도는 등 ‘루저의 난’이 수그러들지가 않는군요. 어제는 키 162㎝인 남성이 언론중재위에 KBS를 상대로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신청을 냈다고 합니다.
저도 루저입니다. 평소 작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롱(Long)다리’가 많은 처가에 가면 ‘용(龍)다리’ 또는 ‘농(籠)다리’가 됩니다. 그러나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습니다. 키가 우열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제가 존경하는 이석현 전 동국대의료원장은 키가 작은 것이 오히려 사회생활에 유리하다고 주장합니다. 키가 크면 위압적으로 보여서 상사가 옆에 두려고 하지 않는 반면, 키가 작으면 옆에 두려고 해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루저들은 따로 있다고 봅니다.
외모, 외형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루저입니다. 자기 음식의 맛에 열등감이 큰 식당주인이 간판에 집착하듯 자존감이 약한 사람이 외형에 집착합니다. 그 여학생은 대학생에 걸맞지 않은 지성을 갖고 외모지상주의에 사로잡혔기에 루저이지요. 공영방송에서 프로그램의 품격보다 시청률에 집착해서 그런 말들을 여과 없이 보내는 것 역시 루저이겠지요.
이런 작은 해프닝에 온 나라가 들썩대는 것 역시 루저라고 봅니다. 외모지상주의와 공영방송의 품격 등에 대해서 차분하고 조용하게 논의할 수도 있는 사안인데도 한 여대생을 마녀사냥하는 것은 열등감의 표출일 수가 있습니다. 정신의학적으로는 어떤 사건이 생기면 그 흐름에 집단 히스테리적으로 반응하는 것 역시 자아의 열등감이 깔려있다고 해석합니다. 그 여대생처럼 외모, 외형에 집착하는 사람이 한 둘이겠습니까? 젊은이 상당수가 내면의 지성이나 교양에 대해 들으면 콧방귀를 뀌는 것이 현실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그 여성에게 모든 짐을 씌우는 투사(投射)는 건전하지 못한 것이지요.
어른들의 책임이 큽니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다른 것 자체가 우열이 될 수 없는데 그것을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또 사회생활은 사람과의 관계인데, 사람을 잘 보는 것에 대해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건강편지에서 말씀 드렸듯, 선인들은 남의 얼굴을 통해 겉을 아는 ‘겉볼안’을 중시했습니다. 누구나 공부를 하고 사색을 하면 얼굴에 드러납니다. 인상학자로 유명한,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주선희 교수는 “책을 보면 눈이 빛나고 얼굴이 환해지기 때문에 금세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에게나 보이지는 않겠지요. 수양을 쌓아 인격이 깊은 사람이 상대방의 인격을 보겠지요.
저는 그런 사람을 위너(Winner, 승리자)로 봅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그러기에 당연히 남의 차이를 인정하고 남의 장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큰 사람, 그런 사람을 위너라고 봅니다. 저는 주위에 그런 위너가 참 많아 행복합니다. *KORMED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