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부터 정부는 에너지 절약 대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근무자에 대하여 승용차 운행 홀짝제를 의무화하고 민간인에 대해서는 5부제에 맞춰 출입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기름 값만 오르면 시행하는 승용차 운행 규제가 유가 폭등에 따른 국민의 고통을 줄이고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효과 없는 비합리적 대책>
넘쳐나는 차량으로 주차할 곳이 없고 교통소통이 안된다든지, 대기오염이 너무 심하다든지 혹은 기름의 공급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면 2부제나 5부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지 유가가 올랐다는 것만으로 차량운행을 막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우리가 홀짝제를 한다고 국제 유가가 내려가겠는가? 아니면 단지 위기감을 갖고 정신을 차리자는 취지인가? 굳이 이런 식으로 알려주지 않아도 자기 돈으로 기름을 한번만 넣어보면 누구나 정신이 번쩍 든다. 주변에선 승용차를 두 대씩 가지라는 이야기라고 비아냥거린다. 공무원이 ‘모범’을 보이는 것도 좋지만 ‘당나귀를 팔러가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우화에 나오는 대로 당나귀를 장대에 매달아 메고 갈 때처럼 ‘희생’은 있으나 아무도 ‘혜택’를 보는이가 없는 꼴은 아닌가?
<핵심은 ‘돈’, 자율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을>
유가 상승에 따른 문제의 핵심은 ‘돈’이다. 차량 운행을 줄여 기름을 덜 쓰는 것도 방법이지만, 돈을 더 벌거나 다른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개인이든 기관이든 각자가 처해진 형편이 다르므로 각자에게 맞는 최적의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한다. 그런데 정부에서 일방적이고 획일적으로 규제하면 오히려 더 좋은 방안을 찾는데 방해가 될 뿐이다.
2부제나 5부제가 별것 아닌 것으로 가볍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심각한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일반적으로도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에 맞추어 생활이 짜여 있는데, 이틀에 한 번씩 차량 운행을 하지 못하게 하면 생활 리듬이 깨어지고 생활의 질이 떨어지며 이는 결국 업무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서울과 같이 대중교통이 발달되어있는 대도시와 달리 진주. 사천 등의 중소도시는 승용차가 없으면 불편이 너무나 크다. 예컨대 자가용으로 10분 만에 갈 곳을 버스 기다려 타고가면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작용도 간단치 않을 것이다. 관공서 주변엔 불법 주차가 늘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이 겪는 사기 저하도 심각하다. 공무원에게 자발적 의사를 물어본 적도 없이 일방적으로 홀짝제를 강요해놓고는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고 ‘협박’을 하고 있다. 승용차로 출퇴근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 공공기관 밖에 주차를 하는 등 홀짝제를 정확히(?) 지키지 못하면 ‘양식 없는 공직자’로 매도될 수도 있다. 또한 이런 대책은 늘 용두사미식이라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처음엔 열심히 단속을 해서 지키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사실 2년전부터 최근까지 공공기관 요일제 (5부제) 해오고 있지만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필자는 8년 전에 공공기관 차량 10부제가 시행될 때도 똑 같은 주장을 몇몇 신문에 기고한 바 있는데, 군사독재의 잔재와 같은 이런 ‘무식한’ 대책이 왜 걸러지지 못하고 지금까지 되풀이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지난 2월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에서는 대불공단의 전봇대를 제거하며 ‘규제의 전봇대’를 뽑겠다고 해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이번의 승용차 홀짝제는 ‘규제의 쇠말뚝’을 박는 것에 다름 아니며 기름 값이 올라 그렇지 않아도 고통스러운데 5부제도 아니고 이젠 2부제라니, '설상가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소한 중소도시는 제외해야>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며 사기와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이런 즉흥적이고 단편적인 ‘대책’을 세우는 일은 이제 그만 두고, 차분하고 묵묵히 하던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그러면서 근본적이며 종합적인 대책 즉,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이 편리한 교통 시스템, 사회의 전반적인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나아가 고유가 대책의 목표는 단지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되어야한다.
승용차 홀짝제는 재검토되어야한다. 만약 전면적인 해제가 어렵다면 지하철이 있는 대도시 지역만으로 한정하는 것이 좋겠다.
[2008.7.18 경남일보에 기고한 글]
첫댓글 다른 부문에서 에너지 절약도 하고 홍보효과도 누릴 수 있는 게 있을텐데, 그저 손쉬운 것만 택하는 2MB! 걱정 된다.
일리가 있네...사실 나 같으면 승용차가 있으나 없으나 불편이 없지만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도시까지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나도 출,퇴근이 안되는데,,오토바이라도 한대 사야겠다.
하여간 이너무시키들 하는 짓거리하고는....에혀
이 글을 쓰고 보니... MB가 참 딱한 사람이더라. "공무원들도 기름값이 올라 어려울텐데... 교통보조비를 못올려줘서 미안하다... 대신 그동안 했왔던 5부제를 해제할 테니 조금이라도 불편을 덜었으면 좋겠다...." 이래야 되는 거 아이가? 참된 리더라면... 그런데 아무 쓸데 없는 2부제라니... 무슨 심통인지? 누가 도와주고 싶겠노? 인기가 있을 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