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토 Félix González-Torres 리뷰
플라토 / 2012.6.21-9.28
전시를 보다보면 이상하게 자꾸 생각나는 전시가 있습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음 우연히 아주 마음에 드는 이성을 아무 준비 없이 만났을때의 그런 느낌?
맥박이 빨라지고 자꾸 생각 나고 다시 한번 보고 싶고,
플라토에서 전시중인 Félix González-Torres Double이 저에겐 그런 전시였습니다.
원래 리뷰 올릴땐 얼마간 느긋하게 자료도 찾아보고 다른 리뷰들도 한번씩 살펴보고 그랬는데
이번엔 그냥 막 올립니다. 입이 근질거려서(아니 손가락이) 무엇보다 이렇게 수다라도 떨어야
벌렁이는 저의 가슴이 진정될듯 해서 말이죠.(오탈자가 많을겁니다,,이해 바랍니다ㅋ)
episode 1.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전시를 본후 여러명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 하나.
"작가가 아마도 지금 이시간을 살고 있었다면 지금 플라토에 있는 그런 작업들은 안나왔을거야."
작가가 생존 하던 시대는 에이즈가 지금처럼 꾸준한 관리치료가 가능한 질병이 아니라 천형의 불치병이였으니까.
그의 Placebo라는 작품은 AIDS에 무관심한 정치세계에 투척하는 은색 반짝이는 짱돌이자
그 병으로 사망한 그리고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고통의 상징적인 무게(500kg)이자
곤잘레스 자신을 비롯한 그의 연인 그리고 많은 환우들의 영혼의 반짝임으로 보여진다.
도슨트가 사탕을 먹어도 된다는 말을 했는데도 나는 선듯 사탕을 집어들수 없었다.
가톨릭이라는 종교를 믿는 나로서 그것은 마치 영성체를 모시는듯 해서.
그들의 수많은 사연과 사랑과 이야기로 버무려진 달콤한 영성체를 모시기에
나는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못했다.
episode 2.
역시 엄숙한 미술관안에서 보다 뜨끈한 국물과 술잔이 돌면 실없는 이야기들도 잘 나온다.
완벽한 연인들의 두 시계가 중국산이 아니라면? 스위스제 시계를 사용한다면 어찌될까?
공연한 트집을 잡으며 하는 말이지만 화자도 그 시계가 언젠가는 서로 어긋날것이고 결국에는 따로 숨을 거둘것이라는 것을 안다.
오히려 곤잘레스가 말하려는 것은 완벽한 싱크로가 아니라 결코 합일할수 없는 두개의 존재성이 아니였을까?
같은 시간을 살고 같은 숨을 쉬는것도 소중한 일이지만 두개의 객체가 하나됨을 추구하려는 노력의 아름다움을
역설적으로 웅변하려 했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episode 3.
밤새 밀어를 나누며 마셨던 와인의 냄새, 옅은 에프터 쉐이브의 향기, 쵸코렛향이 섞인 쿠바산 시가냄새, 그리고 달콤한 땀냄새.
여름비 오는 시청앞 길가를 걸으며 그의 빌보드 작업을 발견했을때 빗내음을 통해 내가 맡았던 것들.
사랑했던 사람과의 잠자리는 숨기고 싶은 아련한 추억이자 다시 한번 누워보고 싶은 고향같은 곳일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의 많은(또는 대부분)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인물인 연인 Ross Laycock과의 흐트러진 잠자리가
서울을 점령하고 있다. 한시적이지만 Seoul은 당분간은 두 연인이 사랑을 지속 할수있는 보금 자리이다.
Félix González-Torres
1957-1996
쿠바 태생 미국작가인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그는 38년이라는 길지 않은 생애중 30여년 이상을 비주류 또는 소외 그리고 일부의 비토의 영역에서 살았었던 작가였다.
하지만 그는 쿠바, 푸에르토리코, 베니스, 독일등에서 수업을 받은만큼 남미의 열정과 이탈리아의 조형감각, 북유럽의 철학과
이성적 성숙함이 작품에 녹아들어있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이 보는이들의 가슴을 때리는 이유는
그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순수함과 단순함을 통한 집적성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다분히 상징적이고 개념적일듯한 그의 작업을 조금더 원초적인(낭만적인)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상당히 단순하고 명쾌한 그의 논리와 열정에 이성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수 없다.
한가지 더.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감상자들에게 다가가길 극렬히 원하고 있고
더불어 영속하려는 욕심가득한 작품들 이라는것.
그의 작품은 그의 사심 가득한 작품 메뉴얼에 따라
시공을 초월하여 재 탄생되고 마치 세포가 왕성히 분열하듯
그의 작품이 재배포 되고 재생산되도록 만들어 놓았다.
Ross Laycock(1991년 사망)
Félix González-Torres의 연인 로스.
구글에서 그의 사진을 찾아보고는 내가봐도 참 사랑스러운 남자였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성적 취향은 로스쪽이 아니라 김하늘쪽이다..)
지금 서울의 하늘 아래에서 이 두사람은 편안할까?
에이즈 후유증의 고통과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국가로부터의 외면과 사회의 핍박과 보이지 않는 차별과 멸시에서
해방되어 진정으로 완벽한 연인의 모습으로 두사람이 행복하길 기도해 본다.
마지막 episode
그의 작품들이 계속 재생산되는 과정을 보면서 했던말.
이건 완전 파라오구만.
사후 세계를 믿었던 역대의 파라오들이 만들었던 피라미드와 플라토 미술관이 엇비슷한 모습도 재미있었다.
예수의 부활을 믿으며 내몸속에 모시던 영성체와 비슷한 곤잘레스의 캔디들도 연상해보면 재미있는 현상이고.
곤잘레스와 그의 연인 로스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먹었던 그 캔디를 통해
그들의 영혼은 두사람의 애절하고 영원한 사랑과 함께 우리들 심장안에서 살아 펄떡이고 있는듯 하다.
사진출처: 플라토 홈페이지 & 디아인님 후기 사진중(심야라 미리 양해 구하지 못했어요-이해 바랍니다.) & http://www.flickriver.com/photos/tags/rosslaycock/interesting/
PS>제 리뷰를 너무 믿진 마세요.
제 리뷰 또한 워낙 사심 가득한 감상문인지라 관점에 따라 완전 다른 생각이 드실수도 있어요.
한가지 더 가급적 도슨트를 따라 보시는게 좋지만 감성 충만하신분의 경우 그냥 보셔두 좋을듯.
(물론 전시 설명문 정도는 보셔야~~^^)
첫댓글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찌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찌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줄찌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쌩뚱맞죠?
사랑이란게 넘쳐두 탈이고 모자라도 탈이고...탈이 가장 많은건 역쉬 사랑이 없는거...저 역시 아침부터 쌩뚱맞은 사랑 타령~
여여님 ^ ___ ^ 아멘 .. 전도사님 말씀 은혜입고 일일 신도 됩니당~~♥
누구에게도 서로가 완벽한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진실. 펠릭스는 때론 얼마나 힘들었을가란 생각을 합니다. 그의 침대를 보면서. 사랑할 수 있는 상대를 우연히 만날 수 있을거란 설레임을 간직하고 갑니다~
사랑 이란것두 자기위주인게 간사한 사람맘이죠,,사랑이 넘쳐날땐 그 소중함을 모르고 교만해지고 조금만 허전해도 사랑타령에 목이메인다는..사랑에 빠질 사람을 우연히 만날수는 있겠지만 그 사랑이 정작 이루어 지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거 같아요..결론은 자기하기 나름이라는,,사랑,,참,,어렵다..ㅎ~~연이은 사랑타령.
휴~~님 화이팅요!
(두근두근, 그 우연함, 떨림, 설레임, 휴그랜트의 휴~~ 커플이랑 더블데이트 예약합니다 :-)
((쥐님 예약 컨펌입니다 ^^ 근데 날짜를 정할 수 없는데 어쩌죠? 설레임과 기대로 그날을 학수고대합니다~~ 그날의 기념품은 더블와치 ^^ ))
연인 로스가 사망한후 5년간 곤잘레스-토레스는 하루 하루를 어떻게 보냈을까요?
자신도 투병중이면서 말이죠. 그의 작품들을 보면 한마디로 참 절절하다란 생각이 듭니다.
절절한 사모곡을 보는듯합니다, 전시를 안보신분들이 이글만 보시면 그냥 작가가 순수한 로맨티스트로 각인될까 두렵습니다. 그는 제도, 공권력, 정부에 대한 처절한 투사이자 반항아였고 위트와 병치를 통해 현실을 뒤집어 보려했던 재간둥이이자 악동이였습니다. 한편으론 관객들에게 스킨십을 강요하는 애정결핍의 모습도 보이구요, 암튼 좋아하지 않을수 없는 인간입니다. 여름 피서를 겸해 꼭한번 들려보심 후회 없으실것 같아요..비오는날 강추.^^
토요일 과천현대정모 후에 바스라진 햇살님이 한국에서 열리는 현대미술을 주제로 하는 기획전이 지나치게 겉모습과 유희만 강조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이야기 했었습니다. 플라토에서의 이번 전시는, 기획전이 아니고 개인전이라 뉘앙스는 다르지만, 현대미술이라는 둘레 안에서, 참 균형 잡힌 전시(작가)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가에 의해서 (지금 그가 죽었음에도!) 미술관 관리자가 움직여야 하는 영리한 전시, 그의 영리함 앞에서 저는 설레였습니다. 최근에 펠릭스처럼 저의 이성을 긴장시키고 감성을 흔들었던 전시가 있었던가 싶어요! 리뷰 읽으며 잠시 호흡을 다듬습니다. 감사를ㅡ
제가 무브전 리뷰글 서두에도 썼듯이 사실 국립현대라는 공간&시스템과 아방가르드적 성격의 작품들은 무언가 한계점이 보이는듯해요. 펠릭스 전시의 경우도(도슨트분이 강조 했듯이) 사실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기획인데 이러한것을 국립에서 할것이라고 기대는 되지 않아요.(아마 초반 기획단계에서 짤리지 않을까,,)삼성이 욕은 많이 먹지만 솔직히 리움이나 플라토의 기획이나 지원등에서는 칭찬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장료를 내더라도 별로 기분 나쁘지 않는곳 중의 두군데라는,,저두 그가 참 영리하다 못해 영악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전시 저두 설레였습니다. 밤잠이 안올정도로,,저두 감사를~
한가지더,,그들의 사랑이 성적 소수자의 것이라고 특별한 의미를 두지 마셨음 합니다.
제가 보기엔 작가는 이성애자였더라도 아마 같은 작품을 만들어 낼만한 위인일듯 해요.
아마 그랬을겁니다. 흠~(동성애에 대한 관념은 이작품들을 감상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벙개 후 집으로가는 버스 창가에 그의 이름을 써보았습니다. 갤러리가면 사진 안 찍고 오는 날도 많은 제가 110장의 셔터를 누르게한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즈...............그의 다른작품들도 찾으러 다닐 듯 하네요. 오랜만에 떨림을 만들어준 시간이었습니다.~~^^♥
^^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뵈요!
보스코님 친절한 작품후기 너무 좋아요. 살짝 로맨틱 하다는..^ㅡㅡ^
^ㅡ^
멋지군요~^^
네, 작가, 작품 모두 멋집니다.^^
한동안 여운이 가실 것 같지 않은, 오래도록 제 마음에 남을 전시였어요.
얼굴을 보니 그를 꼭 껴안아보고 싶어집니다.
여러모로 고마운 보스코님- 멋진 리뷰도 잘 읽고 가요 ^_^
여러모로 이쁜 클로이님 ^-^
흠...! 낭만보스코님~ 암튼 캄사! ***^^***
낭만 파랑새님도 캄사 *^^*
후기 잘 보았습니다. 오늘 전 인사동에 있었는데 기명진님 전시도 가보지 못하고 왔습니다. 플라토에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모든 행보는 홀로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플라토는 기어이 꼭 가야겠군요. 버스도 한 코스인데... 왜 못가고 집에서 낮잠을 자면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집에 얼렁 와서 삼계탕을 끓여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구요...결국 다들 점심 때 먹었다고 해서리... 냉면으로 울 부부는 때웠습니다. 그것도 풀무원표 냉면으로 ㅋㅋㅋㅋ 마음 가다듬고 저는 뭘 느끼는지 낯선자의 눈으로 다가가 보려 합니다.
모범주부 가을님 홧팅!
저는 복날 비빔밥으로 때웠다는~ㅋㅋ
보스코님 덕분에 오늘 플라토에서 그를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라는 말을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계속 진행되며 변화하는 것을 허락한다'는 것을 유언 작품 명세서에 기록한 그의 꺼지지않는 예술혼에 박수를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요셉 보이스를 뛰어넘는 예술가, 펠릭스곤잘레스-토레스를 '철학하는 시인'이라고 명명하고 싶습니다!!- 물론, 파랑새 생각!( 펠릭스,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나도 <플라토>에 내 생애 최초 퍼포먼스 KOREA를 끄적거리고 왔네요~ *^........^*)
곤잘레스-토레스 그의 작품 하나 하나가 다시 생각나는 일요일 비오는 아침입니다.^^
어제 서울대 전시 잘보셨나요? 파랑새님 취향은 아닌듯 하더군요,,ㅋㅋ 저는 재미나게 보고 왔어요.MoA전시는 정말 특별하다는,,특히 전시실 한편을 온통 무용/퍼포먼스 영상들로 가득채운 공간에선 한참을 머물렀답니당..무용수들 너무 멋져요. ^^
모아 전시도 나름 좋았어요! 유명 작가들의 예술 영혼을 뷔페처럼 조금씩 조금씩 음미했으니까요~ 저도 마지막 방의 다섯개의 스크린이 동시상영 중이던 영상들 앞에서 한참 서 있었습니다. 그때 들던 생각! 아, 내 눈과 귀가 다섯개였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는.ㅋㅋㅋㅋ 암튼 보스코님이 추천하는 전시는 정말 우왕굿이라는! 검증된(?) 당신의 이름, 보.스.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