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언론매체가 '발레리나 서희(23)씨가 지난 9일(현지시각) 한국인 최초로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전막(全幕)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찬사를 받았다'는 낭보를 전했다. 이 소식만 접하면 한국무용계와 무용교육이 마치 세계적 수준에 이른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전국에 무용학과가 있는 대학은 51개. 여기서 매년 약 20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된다. 하지만 이 중 전문 무용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이들은 100여 명에 불과하다. 양승호 SA무용단장은 "전문 무용인이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줄어들면서 입학 지망생도 현격히 줄고 있고 학과를 폐지하는 학교도 속출하고 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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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플러스 이구희 기자 poto92@chosun.com
현재 한국 공교육 체제에서 학생들은 체육 교과과정을 통해 무용을 접한다. 양 단장은 운동의 일환으로 무용교육을 시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주로 신체발달을 위해 무용을 익히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상급학교로 진학하면 학생들은 무용이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예술의 한 분야'라는 기본적인 사실도 모르게 됩니다."
전문 무용인을 희망하는 아이들은 보통 전문 무용교육이 가능한 예술중학교에서 본격적인 무용교육을 받는다. 재능에 따라 다르지만 송주원 한국공연예술교육원 현대무용과 교수는 보통 초등 3~4학년 때 전문 무용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전한다. "늦게 무용교육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가급적 10세 전후로 전문 무용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시기에 사고력과 인지력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송 교수는 자녀가 전문 무용인을 꿈꾸고 있다면 아이 재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전한다. "음악을 듣는 청음력, 음악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리듬감이 있는지 평가해봐야 합니다. 유연성, 팔다리의 길이 등 신체적 조건도 고려해봐야겠지만 무엇보다 자녀가 무용에 대해 얼만큼의 호감과 의지를 갖고 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무용인이 되기 위해 학생들은 예술중학교와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송 교수는 이때부터 무용교육이 입시 위주로 진행된다고 설명한다. "무용학원 등에 다니면서 사교육에 의지하게 되고 학부모는 높은 교육비 부담을 느끼게 되죠. 교육 노하우가 없는 무용과 졸업생을 강사로 채용하는 학원도 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동작이 틀린지도 모른 채 시험을 보기도 합니다. 제대로 된 무용교육 커리큘럼과 시스템이 절실합니다."
최근 유아에게 정서 함양을 위해 무용교육을 시키는 유치원이 늘고 있다. 방과후수업에 무용수업을 개설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대학 교수들이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기관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송 교수는 이런 현상들이 최근 무용교육의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될 것이라 반기고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무용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공교육 체제에서 우수한 교수진들이 제대로 된 커리큘럼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송 교수는 또한 전문 무용인을 희망하는 학생들이나 일반 학생들 모두에게 무용을 예술의 한 분야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 과정 속에서 다양한 학습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전한다. "무용은 단체생활 속에서 학습하기 때문에 사회성을 기르는 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인내력과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을 기를 수 있죠. 타인과 몸을 맞대고 함께 땀 흘리며 율동을 자아내는 무용은 학생들의 정서함양에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송 교수가 강조하는 무용교육의 효과는 바로 사고력과 창의력 배양이다. "생각을 표현하는 언어 중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솔직한 것이 바로 '몸짓'입니다. 학생들은 몸짓이란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는 무용공부 과정에서 사고력과 창의력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