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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장로 메가박스에 '버닝'을 보러갔다.
바보가 유아인의 팬이라고 한다. 난 그의 연기를 잘 모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 영화란다.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원작가와 감독의 문제의식에 공감이 간다.
영화는 꽤 긴데 지루한 줄은 모르겠다.
가난한 알바생 종수는 이벤트회사의 자유직으로 일하는 고향친구 해미를 만난다.
둘은 술을 마시며 서로 좋아하는데 해미가 아프리카로 여행을 가며
고양이에게 밥을 주라고 부탁을 한다.
낯선 사람을 싫어한다는 고양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종수는 밥을 준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돌아 온 해미 옆에는 벤이라는 남자가 붙어 있다.
남자는 포르쉐를 타고 다니며 해미와 데이트를 한다.
종수의 처지는 각박하다.
어머니는 남매를 두고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축산을 하다
공무원을 의자로 두둘겨 패 재판 중이다.
시골 파주에서 송아지 한마리를 키우며 라면으로 끼니를 채우기 일쑤다.
어느 날 해미를 태운 벤이 시골집에 나타나 셋은 대마초를 흡입하기도 한다.
그러며 벤은 비닐하우스를 두달에 한번 꼴로 불태운다고 한다.
그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갔다는 말도 한다.
일자릴 찾다가 종수는 벤의 말이 떠올라 매일 주변의 낡은 비닐하우스를 순찰한다.
그러고 해미는 보이지 않는다.
벤의 뒤를 쫒던 종수는 벤이 비닐하우스가 아니라 연고없이 힘없고 가여운 여자들을 골라
불태운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벤을 불러내 칼로 찔러 죽이고 차속에 밀어넣고 자신의 모든 옷과 함께
기름을 부어 불태운다.
칸영화제에서 비평가상과 미술상을 받은 자리에서 이 감독은
보이지 않은 것을 잘 보아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고 뉴스에 나온다.
난 계속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 자 중 누가 더 행복할까, 누가 더 사람답게 살까를 생각한다.
가진 자는 일않고 좋은 차에 좋은 집을 갖고 환락파티를 하며 산다.
서양요리를 할 줄 알며 가족식사도 멋진 곳에서 한다.
가지지 못한자는 걷는 것도 자신감이 없고 비틀거리는 듯하며
남산타워의 반사된 빛이 잠깐 들어오는 작은방에 살거나
허름한 트럭에 소똥을 치우며 산다. 야간과 철야도 해야하는 일을 하며
먹는 것도 궁색하다.
해미는 부자 벤과 어울리며 연애를 한다고 착각을 한다.
가진 자와 없는 자의 소통과 이해는 가능한가?
종수와 해미를 둘러 싼 환경은 힘들지만 부자인 벤의 생활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대마초를 피우고 환락파티를 하지만 그의 눈은 허무하다.
종수는 자신을 소설가지망생이라고 한다.
왜 소설가를 꿈꾸는 걸까?
현실을 그리려고, 현실을 벗어나려고?
돈으로 매개된 이 세상에서 난 어디쯤에 서 있는 걸까?
전날 늦게까지 기훈이와 병철이랑 마신 술 때문에 긴 상영시간에 졸까 염려했는데
졸지 않고 잘 봤다. 마음이 조금 답답해 진다.
바보는 종수의 복수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