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유래와 조사를 끝내고 나니 겨울이 끝난 것으로 착각한 날씨가 봄비 닮은비를 종일 뿌려대고 있었다. 금마연수원에서 하루 교육을 마치고 겨울 코트 위에 봄비를 얹으며 전주로 향했다.
모처럼 송천동 CGV에 들러 영화나 한편 볼까 하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겨울 내내 아비로, 남편으로 제 구실 제대로 못한 값을 영화 한편으로 쉽게 어떻게 해보려는 얄팍한 계산도 깔려 있었다. 전화기 저편에서 들리는 아내의 소리는 제법 반갑게, 그리고 상당량의 감동까지 얹어 고마워하면서도 자기는 나름대로 일년간 고마운 분들 몇 초대해서 통유리에 빗줄기 미끄럼 타는 괜찮은 중국집 창가에 앉아 있단다.
이런!!! 지금 들어가 봐야 나에겐 현관 열쇠도 없다. 뭐 그래? 그럼 난 뭐야? 에라 마침 잘됐다 싶어 장수의 마을과 지명 유래 머리말이나 써서 출판사에 보낼 양으로 공책이랑 필기구 챙겨들고 터벅거리며 송천동 시립도서관으로 갔다. 대충 갈겨서 접어놓고 시계를 보니 아직도 아내의 귀가 예정시간은 멀리 있다.
설경구의 처절한 ‘그놈 목소리’나 들을까 하고 다시 차를 몰고 송천동 CGV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오후 7시 10분이다. 상영관으로 오르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벽면에 상영시간표가 걸려 있다. ‘그놈 목소리’는 8시 20분, ‘바람 피기 좋은 날’도 8시 20분……. 되는 게 없는 날이다.
어떻게 한 시간이나 보내나 하고 옆을 보니 상영시간이 빽빽한 프로가 눈에 들어논다. 아참 오늘이 ‘1번가의 기적’ 개봉하는 날이지? 아쭈 시각도 7시 25분!! 날 기다리고 있었구만. 카드를 집에 두고 와서 3000원이나 비싸게 표를 사서 상영 2관으로 들어갔다. 대충 멀리 떨어진 빈자리에 앉았다. 화면 가득 광고가 한창이다. 벌거벗은 몸매와 은밀한 곳을 달랑 카드 한 장으로 가리고 웃기는 아담과 이브의 현대카드 선전이다. 비싼 휴대전화까지 강물에 던지는……. 후훗 이해가 된다 저 정도면 나라도 제정신 아닐 듯 싶다. 35분에 영화를 시작했다.
첫댓글 홀로 영화관에 가려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으리라 생각드는데요 1번가의 기적이란 영화가 어떠했는지궁금해 지는데요? 영화관에 가본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없지만...
혼자서 영화도 보실 여유가 있으시나 봐유
가끔 잘 봐요. 둘이 보는 것 보다 영화의 본질에 더 깊이 심취해서 접근하기는 혼자가 훨씬 좋아요. 자리가 많을 때는 가운데 버리고 한 쪽 빈 자리로 비켜 앉으면 더욱 좋고요. 잡초님도 함 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