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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4일 수요일
산행(山行)이란 산여행(山旅行)의 줄임말이라고 나는 여긴다.감히 누누히 좌뇌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인식이지만, 숲길을 걷다보면 체력과 인내심 그리고 지구력이
본래의 생각을 망각하고 우뇌의 기분대로 망나니 노릇을 종종 발현하므로 인해서
본래의 진실을 훼손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여행의 진실한 지음(知音;벗)은 아름답고 멋있는 경치만을 찾아 나서는 것만이 아니라
즐겁고 재미있는 기분을 얻기위한 방편의 하나이기도 하다.
아침 일찍 출발할 때의 희망과 의욕 그리고 여행을 마친 저녁의 휴식 때의
평화와 정신적 충만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이다.
정성껏 갈무리 된 배낭을 어깨에 멜 때, 혹은 벗을 때 그 어느 쪽이 더 기쁜지
말하기는 꽤 어려울 것이다.떠날 때의 마음 설레임이 곧 도착할 때의 흥분의
열쇠가 된다.여행 중 하는 일은 무엇이건 보람이 있고 성취감이 솟아 오르지만
그 보람과 성취감은 다시 다른 보람과 성취감을 낳게 하여 기쁨은 기쁨으로 이어져서
끝이 없게 된다.산여행(줄여서 산행)은 느림보 걸음을 걷거나 속보로 이동을 하게 되며
중간 속도의 어중간한 이동도 즐겨 애용된다.
만보(漫步)와 속보(速步) 그리고 중간속도 모두 장점과 단점이 혼재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저녁 도착의 시간만을 위해서라면 속보가 기중 탁월한 기능을
나타낼 것이고, 과정을 중히 여긴다면 느림보 걸음이나 중간속도의 걸음이
유리하게 적용될 것이다.말과 이론은 이러하지만 매 번 느끼며 나타내는 증세는
들쭉날쭉거리며 변덕이 오락가락한다.홀로 산행의 경우에는 생각이 행위를
통제하는데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데, 함께하는 인원이 늘어감에 따라
상대적으로 생각은 행위를 제어 할 통제력을 점차 잃어가게 된다.
이러한 원인은,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이전에 자기본위의 생존을 위한
(외부와의 친소와는 별개로) 투쟁과 경쟁의 대상으로 잠재되어 있는 의식이
선제적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은 이성이나 동성간은 물론이고 노소를
불문하고 무의식적으로 발생하게 된다.남보다 앞서려고 갖은 노력과 열정을 쏟아붓고
밀치고 끼어들며 상대를 제압하려는 잠재된 의식의 자연적인 표출행위는
사람의 진화의 한 표징이라고 점잖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사회의 정의로운
문화를 퇴행시킬 수 있는 행위가 될 수도 있음을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
내용이 많이 엇 나가 버렸지만, 여행은 나를 찾아 떠나는 시간이자 좁은 울에서
무변광대한 세상으로의 이탈에서 오는 탈각(脫却)의 꽤감을 맛보기 위함이다.
여행(旅行)이란 개념이 보편성을 띤 광의의 표현이라면 산행(山行)은 객관성을
의미하는 각론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금남산과 문안산 그리고 고래산이 위치하고 있는 곳은 남양주시 화도읍이다.
거리상으로는 거주하는 곳에서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지역이지만, 교통편이 불편하고 복잡하니
거리가 비교적 멀지만 교통편이 편리한 타도(他道)로 출타하는 것보다 번거롭거니와
시간소요도 오히려 많이 소요된다.수원을 깃점으로 출발(7시50분)하여 대성리 역에서
하차를 하고 들머리인 금남리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2시간 30분 가량이 소요가 되었다.대성리 역 맞은쪽 버스정류소에서 금남리를
경유하는 노선버스는 만나기 쉽지않으며 우리가 탄 버스도 샛터고개에서 곧바로
마석방면의 46번 지방도를 따르니 우리 일행(청아,신바람,나)은 샛터고개에서
하차를 한 후 들머리인 금남리로 잠시 이동을 해야하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샛터고개에서 들머리까지는 대략 20여 분이 소요됐을게다.
샛터고개에서 해가 떠있는 남쪽방향의 숲이 금남산이다.
처음에는 무작정 숲을 타깃으로 산등성이를 올려칠 작정을 시도하려 했으나
샛터고개 주변으로 고가도로를 비롯한 차도가 사방 복잡하게 거미줄(?)같이
얽혀 있는 관계로 시행착오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고초가 예상되기도 했기
때문이다.금남리 가는 길은 샛터고개에서 북한강 방면의 구(舊)도로를 따르면 된다.
길가에는 드문드문 식당들이 점점이 자리하고 있고 차도에는 이따금 한가하게
차량들이 오고간다.금남리 입구에는 옹기백화점이 보인다.그곳에서 우측의 길을 따르면
곧바로 45번 자동차 전용차도 고가 밑을 지나게 되며 이내 삼거리가 나오는데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바꿔 진행을 하면 마지막 농가를 지나게 되고
길은 비포장으로 바뀌며 좌측으로 숲으로 드는 산길이 나온다.숲으로 드는 길목에
금남산 등산안내도가 친절하게 입산객을 맞는다.
잦나무 그늘이 짙게 드리운 숲길을 들어서면, 이내 푸른 잎새로 단장을 마친 참나무 등의
활엽수 교목(喬木)들의 울창한 숲사이로 걷기 편한 산길이 고즈넉하게 이어진다.
한결 성숙한 녹음으로 숲길은 시나브로 그늘도 길어지며 짙어만 간다.
우측으로 내려다 보이는 골짜기에 낚시터가 자리하고 있다.저수지 수변을 따라 낚시 좌대가
촘촘하게 잇대어 있는데 낚시꾼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에메랄드빛을 머금은 잔잔한
호수물빛이 햇살을 받아 더욱 반짝거린다.
잔뜩 그늘이 드리워진 붕긋한 멧부리에 고즈넉하고 적막함까지 깃들어 있는
팔각정자가 외롭다.묵은 때와 먼지가 덕지덕지 낀 마룻바닥은 방문객의 발길이 끊어진지가
오래 된듯 잿빛의 우울함이 묻어있다. 울창한 푸른 잎새로 탈바꿈을 이룬 녹음사이로
흘러드는 햇살에 우울한 기미를 말끔하게 닦아내리는 숲길이 줄창 이어진다.
왼편의 푸른 나무가지 사이로 그린필드가 내려다 보인다.양주 컨트리 클럽이다.
"새와 나무"라는 제목의 류시화의 시 한편이 내걸린 작은 쉼터봉,입산객의 노고를 풀어줄
벤치 두엇이 손님을 기다린다.마른 목을 적시고, 내처 앞을 가로막아 선 각목계단을
올라선다.비바람과 같은 자연재해를 맞아 허리가 구부러지고 뿌리가 뽑혀나가고
가지가 부러진 여럿의 노송과 활엽수들이 수난을 당한 숲길을 내려서면, 삼거리 안부에
이르게 된다.산행안내팻말에는 우측의 산길은 답내리를 가리키고 맞은 쪽의
금남산 정상으로는 2.82km라고 표시하고 있다.주변으로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샛노란 넉 장의 꽃잎을 활짝 젖히고 있는 애기똥풀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그곳을 뒤로하면 곧바로 된비알이 기다린다.기다랗게 매여있는 로프와 각목계단은
비알이 녹록치 않음을 시사한다.로프와 계단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고충은 가중됐을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헐떡거림은 여전하고 구슬같은 땀방울은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 쉼없이
흘러내린다.등성이에 오르니 정약용의 시(詩) 한 수를 써 놓은 팻말이 눈길을 끈다.
산행 내내 숲길에서 만나는 풍경이다.숲길 이름으로 "다산 길"이라고 칭한 값을
톡톡히 치루고 있는 셈이다.조선 후기 정조 때의 사람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지식과
능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이다.너무 똑똑하고 청렴하고 깨끗하고 심지가
곧았기 때문일까?,사대부를 비롯한 여럿의 정파에 휘둘리고 몰려 오랜기간 유배를 당한 불운의
실학자이자 시대의 선구자이기도 한 인물이다.정조의 아낌과 사랑이 너무 깊어 화(禍)를 앞 당긴
측면도 있는 불세출의 다재다능한 인물이다.그가 태어난 곳이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예봉산 산자락 강변의 조안면 능내리다. 간간이 숲길을 오르내리는 길섶에 세워진
정약용의 싯구절을 담은 안내팻말이 산객의 눈길을 묶는다."봄 날 수종사에 노닐다",
"돛 달아라" 등을 비롯한 그의 수많은 시들이 시가전(詩歌展)을 방불케 한다.
왼편 푸른 잎새사이로 북한강이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고, 강 건너 거뭇한 실루엣의 수많은
산무리들의 웅장한 자태가 늠름한 기색을 여지없이 드러낸다.산길가의 나무가지에도
이따금 모습을 보이는 "다산길 6코스"라고 씌어있는 노란색 리본이 산길안내를 자청한다.
정약용의 호는 다산(茶山)이다.남녘 강진땅에서 외롭고 쓸쓸한 유배생활이지만, 차(茶)에 관해서
일가를 이룬 초의선사를 제자로 둔 덕분에 차(茶)와의 만남이 남달랐을 것이리라,
그런 연후로 다산(茶山)이란 호(號)가 생겨 났으리라(순전히 내생각이다).
팥죽땀을 연신 훔쳐가며 금남산 정수리인가 하고 오른 멧부리는 굵은 노송과 참나무 등이
베어져 토막이 난 상태로 어수선하고 삐죽삐죽 그루터기와 밑동만이 주인행세를 한다.
그곳을 뒤로하면 곧바로 삼거리 갈랫길이 나오는데, 산행안내팻말 기둥에 금남산 정상이라는
글귀가 씌여있다.이정표와 정상표시를 함께 표시한 것이다.
조금 전의 허수룩한 해발 412m의 금남산 멧부리는 괄시와 냉대와 무관심의 대상으로
전락된 모습으로 방기되어버린 느낌이다.
금남산을 내려서며 바라 본 문안산
이곳 삼거리에서 문안산을 이어 타려면 좌측의 내리막 산길을 따라야 한다.
우리 일행은 직진방향으로 15분간 진행을 했다가 판단착오를 직감하고 되짚어 오느라
아까운 30여 분의 시간을 소비했으며 시원찮은 기력까지 꽤나 허비했다.
좌측방향을 가리키는 팻말에는 "환경사업소"라고 씌여있으니 그곳까지는 도착해야
다음 코스인 문안산을 오를 수 있는 들머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가파른 산길을 쫓기듯이 내려서면 특색없는 여느 활엽수 숲길과 다를 바 없으며
두어 번 방향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산길은 이어지는데 산행안내팻말이 때맞춰 나타나면서
나아갈 길을 알려준다.어느 틈에 문안산의 멧덩이가 성큼 다가섰다.
작으마한 공동묘지를 지나면 이윽고 86번 지방차도로 내려서게 되며 86번 차도 길 건너에는
"화도푸른물센터"라는 커다란 입간판이 길목에 우뚝 서 있다.환경사업소다.
화도물류센터로 들어서니 맞은 쪽 묵현천 건너 문안산 좌측 지능선으로 피아노 폭포가
맨살을 드러내고 있으며 마치 인공암장 모습을 띠고 있다.피아노 폭포 전망장소에 내걸린
현수막을 보니,현재는 피아노 폭포의 인조암 보수공사 중이라고.
환경사업소 내의 묵현천변을 따라 조성된 공원길을 따라 우측으로 발길을 옮기면
이내 화도교에 이르게 되고 이 다리를 건너가자마자 왼쪽으로 이동을 하면
"자연생태공원"이라고 씌여있는 아치형의 출입구를 만난다.이곳에서 생태공원길을
이어나가다가 주능선으로 자리이동을 해야한다.우리 일행은 희미한 족적을 더듬더듬거리며
등성이로 오른다.가파른 오르막에다가 희미한 산길을 찾아 오르는 일은 쉽지않은
선택이다.그렇지만 잡목덩쿨도 안뵈고 희미하게나마 족적이 남아있으니 선도하는
불빛이 다소 희미하더라도 빠른 결정과 인내가 곁들인다면 문제시 될 것은 없지싶다.
주능선에 오르니 마침 찌든 땀을 닦어줄 명주바람이 산들거린다.가풀막진 급경사 오르막을
힘겹게 오른 댓가를 한아름 받아 든 느낌이다.현재 시간은 정오를 훨씬 지나쳐 버렸으며
13시를 조금 넘은 시각이다.초하의 날씨 탓에 배낭에 준비해둔 식수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려 한다.갈증과 주린 배를 채우고 갈길을 재촉한다.
정상인가 하고 오른 봉우리는 무명봉에 불과하다.멧부리는 저 만치서 거만한 몸짓으로
산객을 시험하려 한다.산상오찬의 성과를 보여야 한다.애면글면 기신거리며 자꾸
뒤로 쳐지는 청아대장,엊 저녁 밤이 이슥할 때까지 이술 저술 마다않고 마셔대고,
이곳 저곳 멈춤없이 들어 부었으니 기력이 아직도 넉넉하게 남아있는게 이상할 정도다.
거뭇하고 커다란 빗돌의 정상석이 우뚝한 문안산의 멧부리는 일급조망처로서
나무랄게 없다. 에메랄드빛 북한강의 아름다운 조망이 일품이고 와부읍을 품은 자태로
우뚝솟은 천마산의 위용이 믿음직스럽다.해발 533.1m의 문안산은 이곳 멧부리에서
한양(서울)의 동대문 안까지 바라다 보인다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문안산의 멧부리를 뒤로하면 얼마안가 헬기장이 나오며 산길은 가파른 모양을 띠며
자락을 이어나간다.우측 15시방향으로 방향을 꺾으며 산길은 꼬리를 끌고 간다.
재재기 고개는 0.2m,고래산은 1.42km 남았음을 산행안내팻말은 넌지시 귀뜸한다.
이등변 삼각형 모습의 고래산이 위압적으로 바싹 다가선다.
기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주력이 처음만 못해졌기에 주눅이 든게다.
이내 재재기 고개다.세멘트 포장길이다.임도를 따라 우측으로 조금 이동을 하면 좌측으로
숲으로 드는 산길을 따르면 거대한 송전철탑이 자리한 멧부리 곁을 지난다.
얕으막한 봉우리를 재차 올려치고 내려서면 작은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안부에 닿는데
우측의 하산길은 차산리를 가리키고 있다(3.2km).
커다란 몸매에 풍채도 걸출한 노송 한 그루가 거뭇한 모습으로 안타깝게 죽어있는 안부를
지나면 곧바로 된비알이 지친 산꾼들을 시험하려 잔뜩 벼르고 있다.
얼굴이 바닥에 닿을 듯한 오르막 산길은 끝 모르게 이어질 성 싶다.
지친 모습이 역력한 청아대장이 자꾸만 뒤로처진다.그러나 백전노장답게 인내심을 발휘하며
수직상승의 곤고한 오름의 끈을 놓으려 않는다.
해발 528.5m에 불과한 고래산 멧부리는 오늘 일정의 마지막 봉우리다.그렇다보니 자연스레
기중의 제일 힘들게 오른 산이 된 셈이다. 마른 목을 적셔 줄 식수가 다들 달랑달랑 거린다.
오늘 일정의 날머리인 머치고개까지는 1.4km 가량의 거리이니 대충 20여 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그동안만 갈증을 참으면 된다.
산행을 마치고 나면 무슨 음식을 먹을까? 다짜고짜 시원한 막걸리 한 대접을 들이키겠다고
입맛을 쩍 다시는 신바람형,고갈된 기력을 추스리며 호연지기를 나타내는 청아대장,
16시를 조금 넘긴 무렵의 햇살이 아낌없이 쏟아져 내리는 머치고개,북한강변의 조안면과
와부읍 그리고 화도읍을 잇는 10번 지방도가 넘나드는 길이다.
이곳에서 귀가를 하려면 덕소역으로 이동을 해서 전철을 이용할 참이다.
노선버스를 이용하면 귀가시간이 당겨질듯도 하다. 그러나 복잡한 노선과 환승의 혼란으로
귀가시간이 오히려 늦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확실한 연결망이
구축되어있고 접근이 다소 유리한 전철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때맞춰 버스가 도착한다.한 시간의 배차간격의 버스이니 재수가 괜찮아 얻어 탄 기분이다.
우선 덕소역으로 이동을 해서 주린 배와 갈증을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