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침부터 비가 내리다가 눈발이 날리더니
오늘은 더욱 눈부시고 청명한 푸른하늘과 맑은 햇살이다.
태백산에 다녀오고 어제 하루는 노곤노곤 꾸벅꾸벅 졸음에 겨웁기도 하였지만
그 허벅지와 장단지, 하박 상박에 단단히 날이서듯 뭉쳐있는 근육의 느낌이 좋았다.
마치 태백산의 정기가 내 뼈와 살, 그 근육섬유질 사이사이로 깃들어있는 것만 같은 충만감이었다.
헌데 벌써 이틀이 지나고 뭉친 근육이 풀어져간다.
풀어지는 만큼 몸의 피로도 풀려나가지만 오랜만에 가져본 장단지 허벅지
그 뻐근한 긴장감이 스르르 녹아사라지는 허전함이 아쉬움을 함께 물리기도 한다.
누군가
하루가 지난 날짜의 신문을 들고
오늘의 일을 알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하고는
세상의 모든 지나간 것들,
하루가 지난 신문처럼 별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지나버린 시간에 대한 집착과 애착과 미련으로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찾아오듯
매일매일 주어지는 24시간에 희망을 걸고 음미해보자며
오늘은 또다른 하루이기를
오늘은 또다른 의미이기를
오늘은 어제보다 더 행복하기를
언제나 늘 즐겁고 건강하게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오늘이기를...!
기도를 하더라네.
그럼, 사흘이 지난 이야기를 더듬어보는 것이 과거를 떠올리며 재느껴보는 것이
오늘을 소홀이 하는 것일까?
글을 쓴다는 건,
어쩌면 소가 여물을 되새김질하듯 하나하나 곱씹으며
간과하거나 스치듯 지나쳐간 작은 일을 일깨우고
강하고 인상적인 장면은 왜 그리도 박혀왔던 것인지 생각해보며
그 하나 하나의 노정을 섬세하게 되펼쳐보며 지금 이 자리의 나를 채워감이면 좋지 않은가?
아울러 함께 한 이들과 함께 하지 못한 이들 그 모두가 한데 나누는 교감으로 넉넉해지지 않겠나?
그리 여행은 영양분이고 그 기억과 기록은 소화와 섭취의 장이라
그 연속선상에서 지금 이 순간도 소홀함없이 충만하다 하여보리...
내 가난할지나 마음만은 누구보다 부자라며 스스로의 넉넉함을 웃음지어왔지만
시간에 대한 마음만은 그 빈궁함을 탈피하지 못하였다.
다만 겨울이 가기 전에 내 책바퀴틀을 벗어나는 먼걸음으로 산행을 벼르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올커니!" 흐름님이 태백산으로 부르고 있다.
비록 산을 좋아하였지만 내 가까운 산들이나 발길이 익숙한 산들만 거듭 다녔던 형편이라
이참에 태백산과 친해져보기로 한다.
꼭 바쁜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쫓기는 내 입장으로는
가야 가는 것이라 그리 잔뜩 마음을 달구고는 있지만 미리 리플을 달지는 않았다.
설마하니 리플없이 간다고 내쫓기야 하겠어?
불쑥 찾아가 놀래키는 맛도 톡쏘는듯 구수하고 좋잖아?
그렇게 난 소녀를 만나러 가는 기쁨으로 들뜬 사춘기의 소년이 되어
하루하루 싱그럽게 꿈 속 소녀를 만나며 일상을 연심 위에서 꽃피우고 있었다.^^
용케 대전에서 태백까지 주말열차편이 있었다. 대전역에서 아침 7:35분발.
벌써 좌석은 매진이고 입석이지만 소녀를 만나러가는 소년의 달뜬 심정에 서서가는 것이 대수로울소냐?
태백역에 12:09도착. 시내버스를 타고 태백산 입구 당골광장에 1시 30분경에 도착.
쿵쿵 시끌벅쩍 관광버스와 바글바글 인파 속 한쪽에선
거지 분장에 북을 두드리고 엠프를 크게 터트리며 품바타령이 한창이다.
전에 품바에 흠뻑 매료당했었지만 지금 태백산 입구에서 꽝꽝 울리는 엠프소리는 왠지 싫구나!
더욱 빨리 그 인파와 소음으로부터 바로 등산로로 접어들어갔다.
등산로가 바로 미끄럼틀이라 비닐푸대를 깔고
애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소리치며 바지와 엉덩이 등에 눈과 물기를 머금고 신나게 미끌어지고 있다.
그렇게 문수봉과 소문수봉을 오르며 내 속도대로 산의 기운을 만끽하고
이리 내일 있을 일행들과의 등산 길을 미리 낯익혀둠으로써
다람쥐라는 산인으로서의 여유를 잃지않겠노라 하였지.
아, 그런데... 속절없었어라!
다음날 등산에서 헉헉 빌빌 기진맥진 쳐지고 쳐지고... ...
체면이 여엉 말이 아니었네라!
그래도 위안이 있었다면 이스크라와 흐름.
마당쇠 머슴을 자처하며 파아란을 지게에 둥둥 거뜬거뜬 태우고 다녔던 그 이스크라도
강원도 감자의 단단함을 과시하며 두루두루 산을 섭렵했었네라는 흐름도
꽁무니서 산울림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그 오르는 길을
막막하고도 멀게만 바라보아야했던 고역스러움이 역력한 얼굴이었네.
그 세 총각들 속으로 씹는 말
'우째 이런 일이... 오우, 쉬었다 가요! 쉬었다 가!
제발 제발 쉬었다 갔씀 좋겄는디... 오메, 저리들 내빼시듯 오르시는가...
스마일님, 스마일남편, 하늬바람남편,
우리 얼굴 좀 살펴주소잉!'
그렇게 속으로만 외쳐볼 뿐 차마 소리를 내지는 못하였더라.
하야간 그건 다음날 새벽녘의 표정들이었고 난 도착하자마자
문수봉에 오르고 내려오니 거의 4시 20분경.
저 민박촌 입구에 낯익은 사람이 있구나! 바로 흐름님.
아무도 없을 썰렁한 방에서 지금쯤 혼자 얼메나 눈빠질까 싶어
등산의 뒷마루리겸 칡막걸리 두병에 닭꼬치 2개를 싸왔더니
역시나 혼자서 둘레둘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흐름님.
태백에서 사는 친구들을 기다린단다.
스마일님과 하늬바람님 일행은 가족나들이라
먼저 오셨다는데... 조각공원과 석탄박물관에 가 계시고
나머지 온다는 님들은 교통편 표를 못구해 못온다지
그 외에 연락이 없다지...
두 친구가 곧 나타나고 우리는 악수를 나누곤 곧바로
천제단민박 3층 5호실에 들어 칡막걸리로 처음 만나는 어색함을 들이키며 비워내본다.
그러는 중에 아란도, 이스크라, 세리, 밥순이가 한뭉탱이로 오더라.
그 다음 일정과 분위기는 아란도님과 흐름님이 잘 말씀해주셔서 더 부언하지 않고
난 인물의 면모를 더 소개해볼까나... 헤헤헤^^
스마일님 하늬바람님이 가족들과 함께 들어오시고
우리는 아란도, 흐름, 스마일이 준비해온 차와 다기를 꺼내놓고 둘러앉아
차를 우리며 처음 만난 어색함을 우려내간다.
지난 차모임들은 서로가 닉네임으로 나눈 글인사가 있어
닉네임 바로 당사자들간의 유대 속에 반가움으로 쉬이 어우러짐이 자연스러웠는데...
지금은 약간 산만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더니
가화만사성이라... 아내와 남편이 한마음으로 다복하니 아이들도 따르고
그 아내들의 닉네임 속에 남편들의 40줄 나이와 아이들의 장난스러움도 함께 묻혀서
차향에 자연스럽게 한자리로 녹아가드라.
그러나, 차가 모두의 화제가 되기엔 다소 부족함이 보인다.
이내 저녁시간이 되고 스마일님과 하늬바람님들이 저녁을 준비하면서 함께 먹자 하는데
"왔따메, 좋을시고!" 난 속으로 환호의 기성을 질렀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함께 함으로 서로가 더욱 녹아드는 것이 먹거리라
차로 부족했던 여백을 그 저녁으로 따습게 채울 수 있어 좋겠다 싶었지.
흐름님은 못내 난감해하며 어려워하더라만
얻어먹을 수 있을 때 철푸덕 감사히 얻어먹고 그 나누는 기쁨으로 서로가 웃음지으면 좋은거지
너무 이것 저것 생각말자구요.. 그냥 헤실헤실 왕빈대의 넉넉한 미를 가꾸어봅시다래 살짝 부추기면서
뭐 더 사올 건 없을까요?
마치 우리 태백산 차맛어때 모임을 수행하는 머슴처럼
스마일남편과 하늬바람남편이 후라이판에 부산 생고기를 구워내며
"어엉. 고기만 더 있으면 되겠네!" 멀뚱멀뚱 군침만 흘러내며 송구스럽게 앉아있는 우리에게
사람 좋은 미소로 대답한다.
흐름님이랑 이스크라님이랑 나가서 헤매였지만 관광지 어디에서 고기를 구할 수 있겠나...
식당에 가서 생고기 좀 팔 수 없냐니 다 떨어졌단다.
그여 흐름님이 친구에게 삼겹살 이만원어치 들고 온나 무전하였지.
저녁 준비가 완료되고 파아란님이 쇼트머리를 보글보글 까만머리를 앞세우고 등장.
자기 오기 전에 저녁먹으면 폭파시킬 거라며 엄포를 놓았었는데
다행이 폭파당할 염려없이 우린 한자리에 상추와 마늘, 풋고추, 쌈장, 김치, 김...
진수성찬으로다가 맛나게 밥을 먹었다.
식구가 왜 식구였던가? 함께 먹는다는 것만큼 사람들을 가깝게 하는 것도 없으리...
대접한 뿌듯함과 대접받은 감사함으로 우리의 여백에 화기가 더욱 돋아난다.
파아란님과 흐름님.
한살의 나이 차이로 서로 으르릉.
파아란 "그려, 나 한 살 가지고 대우 받겠다는 건 아니야.
그래도 내 성의에 작은 예의의 배려가 있어야지 말이야...
친구 좋다 이거야. 헌데, 지가 오히려 오빠 행사하려 한단 말이지.
그게 괘씸하다 이거야"
흐름 "에게게, 뭘 그리 열내누? 한살이면 다 친구라! 당연한 걸 가지고."
파아란 "야야, 그러다 한살 어린 친구에 또 한살 어린 친구,... 그리 나가단 내 조카하고도 친구다."
흐름은 마이동풍. 결국 파아란 지쳐 백기드는 품이 안스러
산울림이 흐름등짝에 한방 먹여줌으로 웃고 말다.
파아란과 흐름의 네버엔드 으르릉의 일단락이었노라. 흐흐흐^^
그렇게 저녁후 어름조각공원으로 나서는 길이었다.
아까 낮에 혼자 왔을 땐 그냥 묵묵히 오르고 내려오기만 하였더니
이렇게 뭉쳐 한데 가니 좋구나!
파아란님 비닐푸대를 챙기며 쭈루루루룩 미끄럼을 즐기고
이스크라 질세라 즐기는데
산울림은 그 둘을 밀어달리며 덩달아 즐겁더라.
그러다 돌부리에 엉덩이를 찧고 그냥 드러눕다시피 끙끙 앓며 뻗어버린 이스크라
그 뒤에서 밀어주다 균형을 잃고 함께 나자빠진 산울림. 으와와와 이럴수가! 괜찮나?
그리 걱정스럽다는 듯 물어는 보았으나
뭘 그 정도가지고 엄살일까 은근한 시선을 내보이기도 했지.
헌데, 다음날 산을 내려오면서 직접 경험한 바
그 아픔이 눈물 찔끔 나오는 것으로만 감당할 수 없었음을...!
이스크라, 그 아픔 내 그제야 이해했네
세리와 밥순이 함 밀어줄깨 타라!
살살 졸르고 졸라도 벌벌 고개만 내둘른다.
오기 전 김해와 마산에 눈이 온 날 신났다가 쭐떡 미끄러져가 무릅에 멍이 들고
아직도 그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하니... 에그 에그 가여운지고!
그래도 세리님은 마치 제 세상인양 밝고 명랑 신난 표정
오메, 저~어 남들 질투나게시리 서른 셋에 어울리지않는(?) 피부와 얼굴은
마치 그 천연덕스러운 개구장이 같은 성격 때문일까?
구김살 없는 양과 한껏 장난스러운 끼가 참으로 흐드러지니 함께 하는 사람들이 다 푸짐해진다.
등산하고 올 제 애들과 신나게 눈싸움했다며 파이어맨이었대나... 어쨌대나...
얼음조각상 옆에서 이모저모 자신있게 예쁜태를 뽐내는 모습이
뭐랄까... 밉지 않은 철부지 공주같은 인상이라 해두자.
그런데, 하이고나 참!
아루리 지 공주인갑다 해줘도 감히 겁도 없이 사내 셋에게 눈세례를 퍼부었겠다?
그 까불까불 헤실 웃은 품이 이뻐서 차마 이자는 못주고 본전만 복수해주었었지.
밥순이님, 의리의 친구!
지난 밤 겨우 2시간이나 잤을까... 세리와의 약속으로 마산에서 이 먼 태백까지.
계단에서 미끄러졌다더니 걷어올리고 드러난 무릅이 온통 파란 멍.
저녁 먹고 다담할 제 잠깐 눈 붙이기에 무척 잠이 부족하였구나! 하여 그냥 자게 냅두나?
묻자마자 세리 하는 말 "그냥 깨워. 저리 자다가도 언제 잤나싶게 거뜬 일어난다니깐."
그래 살짝 깨웠는데 정말 말끔히 일어나는 잠귀가 참 밝기도 밝아라.
따라 나서는 그 발걸음도 졸음기 하나 없이 참 가볍더라.
나보다 많은 나이로 아는데도... 오빠 오빠 하니 웃자하는 건지... 내 나이를 높이 본 건지...
원래 그리 부르는 게 편한 건지... 조금은 난감한 바 있었지만 어찌 마다할까보냐
갸우뚱 갸우뚱 굳이 내 나이를 납득시킴 없이 그냥 태연히 들어넘겼소.^^
그 무릅의 멍을 보고 등산은 못 가겠거니 일부러 깨우지 않았는데
놔두고 갔다고 아쉬움을 떠올릴 땐 '아이구, 데리고 갈 걸!' 괜시리 미안해지더라네요.
그렇게 늘 마다함 없이 서로 함께 하는 밥순이와 세리의 우정이 아름답더랍니다.
아란도님,
그 두루치기 제육볶음 맛이 기가 막히게 맛있었습니다.
별 양념도 없이 대충대충 굽는다 싶었는데...그리 솜씨가 있을 줄이야.
항상 힘들다면서도 꼬박꼬박 빠짐없이 쫓으며 애꾸즌 무릅과 엉덩이에 수난을 더하는 앙팡진 숙녀.
엇그제 이십대의 숙녀로 만났더니 어느새 서럽게 서른을 넘기고 또다시 한해가 넘었구나.
지금까지 차맛어때 굳건한 지킴이! 차를 쫓느라 술이 더욱 고픈 술술이!
그리놀다 들어오니 흐름님 친구분 셋이 삼겹살을 한봉지 가득 추진해오며 한자리 하였다.
우리에게는 하염없이 넉넉한 웃음으로 허허 허허 거리며 늘 사람좋은 웃음만 짓던 흐름님이
친구들에겐 틱틱 튕기듯한 목소리로 그 남다른 각별한 정을 내세우며 그 부려먹음을 당연시하더라.
괜히 곁에 보기가 미안했던 파아란님과 아란도가 차대접을 하시니
그 친구들 황송한 듯 이바구가 함박 피어나며
요모조모 호기심과 차맛어때의 분위기를 꼬치꼬치 캐묻다간 함께 무르익는다.
다시 술자리로 이어지려 안주를 장만하는 새
스마일남과 하늬바람남은 고골고골 잠에 젖여들고...
어느 새 흐름님이 잠을 깨우며 성구는데 네시 반.
두시에 잤기에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하였는데 역시나 흐름님이더라.
등산코스를 그려주고 안전하게 리드를 담당하셨던 스마일남님과
앞서가다 뒤돌아보며 속도를 맞추며 채근해주신 하늬바람남님께
더욱이 하산 후 다시 차를 가지러 유일사주차장에 한걸음 더하신 그 숨은 배려에
참 감사드립니다!
그리 수월한 등산로를 그려주셨는데도...축 쳐지며 죽을 똥 살 똥 한 이 서른녘 젊음들은
절로 부끄럽습니다요. 헤에^^. 하지만,
그 새벽녘 오르막의 힘겨운 만큼 산등성이 천제단의 주목과 눈꽃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로다...
그 고와 락이 서로 비례함을...
그 고가 바로 락이 되는 이치를 여실히 느껴본 새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눈보라 맵찬 바람으로 시계가 짧았고 멈추면 추우니
그 움추려듦으로 너무 쉬이 내려온 아쉬움이 남습니다.
거의 정신없이 죽을 맛이다가 살아난 모습이라
사진 속에 옹색한 내 모습이 보일까 이거 여엉 이미지가 말이 아닐까봐 겁납니다요.
파아란님,
흥은 자기자신의 신명으로부터임을 확연히 보여줍니다.
그 누구보다도 쌩쌩하게 가장 신나게 소리치며 흥을 돋구는 날쌘돌이!
가쁜 가쁜 산을 오르는 발걸음에 산울림도 이스크라도 흐름도 혀를 내둘르며 부러워하였고
나이를 잊고 몸치장이 망가지던 말던 환호의 기성을 지르며 비닐푸대로 산을 미끄러져 내리는데
몸이 뱅뱅 돌아도 다리가 하늘로 뻗치며 몸이 뒤집혀도 텅터덩 엉덩이가 마구 아우성쳐대도
조금의 경사길이라면 비닐푸대 깔고 철푸덕 쉬~잉... ...
스마일남님과 하늬바람남님은 앞에서 곁에서 그 즐거움들을 지긋이 바라보며
함께 웃음지으며 지켜주셨고
스마일님도 오랜만의 외출, 아이들로부터 자유로운 자신만의 속도로 산행을 마음껏 즐기시며
눈길을 미끄러져 가시는 품이 참으로 고수시더라.
우리는 미끄럼을 타다가 서로가 앞뒤로 이어져 함께 내려오면 더욱 맛난다는 것을 느끼고
흐름, 산울림, 파아란이 이렇게 셋이서 기차처럼 미끄러져 내려왔지.
처음엔 뒤에서 밀려오는 겨를에 함께 기차가 되었던 스마일님은 못내
그 이어져 내려오는 폼이 부끄러운듯 한번 함께 미끄러져 내려오곤 뒤돌아보는 폼이 민망하신듯...
그러더니 슬그머니 다시 혼자 미끄러지시더라네.
에이, 같이 줄지어 미끄러지는 게 재밌는데 저리 혼자 내빼겠다고 어림없지요...
하며 산울림이 붙고 뒤에 파아란이 붙고 흐름이 붙고
그러다 기여이 엉덩이를 된통 찌셨는지 물러나시더라네
마냥 신난 흐름, 산울림, 파아란은 당골광장 가설 철제 전신주에 부딪치도록 끝까지 칙칙폭폭
신나게 미끄러져 왔겄다.
뒤에 이스크라와 아란도는 한참 떨어져오는데... 어디쯤 오는지...
그렇게 차와 저녁과 산으로 처음의 낯설음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완연한 하나로 서로가 동화되어 만남을 맺고 있었다.
이스크라님,
그 묵직한 덩치만큼이나 하나 하나 챙기고 보살펴주는 심성은...
오랜만의 산행이라 고역이었고 특히 종아리와 무릅에 근육통이 느껴질 정도로 힘든 몸이었건만
늦은 아침을 먹고는 묵묵히 씽그대를 독차지 하고는 설겆이를 도맡는다.
당골광장에서 태백역까지 나오는 버스가 곧 있다는 안내원들의 말에 솔깃하여
기다리며 이내 녹아나는 눈을 흠뻑 맞아가 물에 빠진 생쥐가 되었던 우리네들.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 택시를 미루고 미루다 한시간을 기다리며
결국 관광버스 똥구녕에서 쏟아지는 매캐한 매연과 광장의 질퍽한 소음을 참지 못하여
택시를 잡아타려고 세우는데 버스가 왔었던 기막힌 타이밍.
그간에 먼저 출발한 세리와 밥순이가 잘 타고 가는지 살펴봐주고
없어진 흐름을 쫓아 핸드폰을 치며 찾아 다니는 등
알게 모르게 모든 맴버를 챙겨주며 배웅해준 형아였네.
태백역에서 점심을 먹고 파아란님이 가실 때에도 기꺼이 배웅하고 오더니
제천까지의 기차 안에서도 자리를 먼저 권하는 그 넉넉함이여!
흐름님,
차와 술이 늘 함께하며 말 그대로 마음과 몸이 서로 어김없이 하나로 흘러가는 품이 더없이 부러운 사람!
사람과의 인연을 좋아하고 어울리는 그 자신의 풍류에 일점 꺼리낌없이 화통하도다!
강원도 사나이지만 어찌 강원도를 다 알까... 그 강릉과 속초나 좀 잘 알겠지...
허나 흐름 본인은 강원도 어디가 되었든 다 자기 나와바리인 양
그 덕에 태백에 서로 한데 어울렸으니 이 아니 고마운가!
그 친구들 부림이 또한 일품이라 그 우정의 돈독을 짐작하겠더라.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의 일상은 점점 그 속도가 빨라지고 짧아지고 있습니다.
시간을 길게 늘일 수는 없을까?
시간을 멈출 수는 없겠지만 잠시 일상의 밖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 거리만큼 길어지지 않던가...
결코 긴 여행은 아니었지만 태백에서의 일박이일은
그 공간을 누빈 만큼이나 시간도 길게 느껴지더랍니다.
억지로 떠밀어진 일을 할 적에 시간이 더욱 더디가노라 했지만
유쾌하게 보내면서 시간을 흠뻑 향유했던 일상의 작은 고리가 되었습니다.
함께 한 모든 님들 안부여쭈며 이월에 대전에서 다시 만납시다!
그럼, 좋은 하루 하루 지어가지요! 헤헤헤^^
아침녘엔 그리 맑더니 다시 하늘이 흐려지더니 눈발이 날리고 어느새 살푸시 쌓여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