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힘
김은혜
오늘은 청솔 문인들이 대 자연과 마주하는 날이다.
하루의 날씨를 결론부터 말하라면 창조주의 솜씨에 감탄한 날이다. 아침 9시의 날씨는 해맑은 햇살이 온 누리를 품는다. 정오가 되니 먹구름이 하늘을 덮더니 비가 내린다. 눈을 한번 깜박한 것 같은데 빗방울이 순백색의 눈으로 변한다. 겨우내 한파를 이겨내고 막 피어나는 샛노란 산수유 꽃 위에 물을 잔득 머금은 눈송이가 앉으니 활짝 핀 목화송이 같아 보인다. 봄맞이로 바쁜 나뭇가지에도 두툼한 흰 외투를 입혀준다. 그것으로도 성이 안차는지 해넘이의 노을빛으로 하루를 아름답게 장식한다. 어찌 이날의 날씨에 탄복하지 않을 수 있겠나. 조물주께서 청솔 문인들에게 오늘의 이벤트가 어떠했느냐고 물으신다면 합창으로 좋았더라고 이야기 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식물은 변덕스러운 날씨가 힘겨워 전능자에게 긍휼을 구하지 않았겠나 싶다.
이렇듯 대 자연 속에 놓인 모든 것들에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오늘 나는 재산을 하사 받은 부자나무가 있다는데 귀가 솔깃하다. 처음 듣는 이야기다. 나무에게 토지를 상속하다니 발상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을 수 있을까? 의구심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달리는 차보다 앞선다. 그럼에도 들러들러 가느라고 오후에서야 도착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비가 내린다. 설레는 마음만큼 머물지 못했다. 사방이 울타리라 들어가 교감도 나누지 못했다. 600년이 훌쩍 넘었다던데 수박 겉핥듯 대충 보았는데도 초록빛이다. 당연히 노송이어야 하는데 푸르름을 사람으로 치면 물오른 청년이요 키는 작지만 몸집이 얼마나 우람한지 보기 드문 녹두장군의 몸집이다. 보는 이 마다 그 기백에 압도당한다. 부자라서 늙지도 않는가 보다. 저 반송이 산마루 바위틈에서 자랐더라면 키가 작아 초라하기 그지없었으련만, 이렇듯 장구한 세월을 늘 푸른 나무로 그 위용(威容)을 갖춤은 자기 땅에서 마음 가는대로 뻗어나도 상하지 않게 돌 지지대 쇠 지지대로 받쳐주는 돈의 힘을 믿고 저토록 몸집을 키웠으리.
나도 십여 년 전부터 부자가 된 기분으로 산다. 남편이 은퇴하면서 통장을 내 이름으로 만들고 생활비를 들어오게 해주었다. 제반사 모든 권리를 상속 받은 셈이다. 그러니 어찌 부자라 아니하겠는가. 설렘은 물론이요 신기할 정도로 마음에 평화가 깃들었다. 뿌듯했었다. 돈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흥분시키는 줄을 예전에는 정말 몰랐다. 이런 일이 있기 전에는 통장이 없었다. 어려서는 필요한 만큼 어머니께 달라면 주셨고, 자라서는 오빠와 장사를 해 금고를 내 마음대로 열고 닫았기 때문에 돈의 주인이 나였다. 결혼해선 생활비를 남편이 주면 많던 적던 주는 것으로 생활해왔다. 통장이 없다고 궁색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넉넉하지도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돈의 주권을 상속 받은 그날부터 부자라는 마음이 듦은 가슴 한켠에는 나도 내 자산을 소유하고 싶었던 욕망이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내 이름으로 된 통장에 돈이 들어오기도 하고 나가기도한다. 돈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있지만 자산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나는 위대한 자산이라고 말하련다.
이수창이란 사람은 임종을 앞두고 본인 소유의 토지 6,600㎡를 소나무에게 상속하고 세상을 떠났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뜻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이 토지를 팔거나 양도하지 않고 자산으로 존속시키기 위해 자연인처럼 석송령이라 이름을 지어 등기를 해주었다. 자신의 앞으로 등기가 난 2천여 평 땅에 살고 있는 부자나무의 주소는 ‘예천군 감천면 천향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294호’다. 옆에는 2세까지 키워가면서 산다. 땅을 지니고 있는 석송령은 오늘 같은 날씨를 수없이 맞이했건만 늘 푸르른 봄날만 있었던 것처럼 그 자태만으로도 부자 같이 보인다. 이처럼 모든 자연은 사연을 품고 있다. 누구나 그 사물을 사랑하면 곳곳에 숨은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다.
나무에 인격을 부여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일이어서 외국 방송사에서도 몇 차례 취재를 하러 오기도 했단다.
통장을 자산이라 할 수 없다지만 그럼에도 통장의 돈을 볼 적마다 자산을 상속 받았다는 마음이 듦을 부인하고 싶지 않다. 상속이란 이수창씨처럼 사망 후 효력이 이루어지는데, 남편은 살아있음에도 돈의 권리를 나에게 주었다. 생활비 통장 하나가 일러주는 이야기가 시시해 웃음 짓겠지만, 내 허락 없이는 1원도 꺼내갈 수 없으니 부자란 표현이 맞지 않겠나 싶다.
첫댓글 석송령을 통해 얻은 것이 많습니다~~^^
저도 가본것 같은데 그 나무가 맞나 모르겠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4.15 15:54
시티투어
일정표를 여기에 올렸군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