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라는 소리를 들으면 즉시 이것이 떠오를 만큼, 의료계를 상징하는 진단 도구가 있다. 바로 청진기다. 호흡기에서 발생하는 질환이나 소화기관의 이상 증세 정도는 청진기만으로도 간단히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쉽고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첨단 의료장비가 등장하고 있는 오늘날에도 청진기는 의사들의 필수 진단 도구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모든 장비들이 스마트하게 진화하면서 청진기도 보다 나은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관련 기사 링크)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청진기도 스마트하게 진화하고 있다 ⓒ Stethome
소아 천식 환자의 증상을 빠르게 판단하는데 도움
스마트 청진기를 개발 중인 곳은 폴란드 아담미츠키에비츠대 음향연구센터 소속의 연구진이다. 이들이 연구하고 있는 스마트 청진기는 병원보다는 가정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용도로 개발될 예정이다.
스테소미(StethoMe)라는 이름의 이 스마트 청진기는 특히 천식 환자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안나 프레이스(Anna Preis)’ 교수는 예상하고 있다. 아담미츠키에비츠대 음향연구센터의 교수이자 이번 스마트 청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프레이스 교수는 “천식 환자들은 기침이 심해지게 되면 병원에 가야 하는지 또는 집에서 기관지 확장제를 흡입하며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지를 조기에 파악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종종 만나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조기 파악에 도움이 되는 것이 청진기로 청진을 하는 것인데, 의사가 아니면 그런 상황이 왔을 때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라고 언급하며 “스테소미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사용자의 판단을 도와주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청진 도구이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마트 청진기인 ‘스테소미’는 천식 환자의 조기 증상 파악에 도움을 줄 수 있다 ⓒ Stethome
프레이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스테소미 청진기는 특히 소아 천식 환자들의 관리를 위해 개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꾸준히 사용하면 소아 천식 환자들의 청진 결과가 자동적으로 기록되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의료진이 환자의 경과를 추적할 수 있고, 최근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머신 러닝 기법을 통해서 사람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이상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프레이스 교수는 “그동안 청진기를 사용할 때 듣게 되는 소리는 의료진만이 들었지만, 앞으로는 질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환자나 보호자에게도 청진기에서 나는 소리를 들려주고 설명해 줄 수도 있다”라고 기대했다.
아담미츠키에비츠대 음향연구센터가 공개한 스테소미 청진기의 연구개발 보고서를 살펴보면 환자의 호흡은 물론 심장박동이나 소화기 계통에서 발생하는 소리까지 파악하여 이를 스마트폰의 앱과 연동한 뒤에 머신 러닝 기법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프레이스 교수는 “스테소미 청진기를 사용하면 실시간으로 환자가 단순히 기관지가 좁아진 상태인지 아니면 기관지염이나 폐렴 같은 다른 염증이 동반되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용자라 하더라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기관지 확장제를 사용하고 기다려볼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산모와 산모 뱃속에 들어있는 태아를 위한 청진기
스테소미가 소아 천식 환자를 위해 개발되고 있는 스마트 청진기라면 우리나라의 벤처기업이 만든 스키퍼(skeeper)는 산모와 산모의 뱃속에 들어있는 태아를 위한 스마트청진기다. 스키퍼는 여러 가지 기능을 갖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사용 빈도가 높은 기능은 바로 태아의 심장소리를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이 호응을 얻고 있다. 한 마케팅 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임신 시기에 체험했던 기억 중에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대다수 부부들이 아기의 초음파 사진보다는 심장 소리를 들었을 때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키퍼는 바로 이런 경이로운 순간을 병원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이다. 음향전문 벤처기업인 스마트사운드社가 개발한 이 스마트 청진기는 아늑한 촉감을 제공하면서도 태아의 심장 박동을 분석한 뒤 스마트폰 앱으로 맞춤형 건강관리까지 해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산모와 태아의 건강관리를 위해 개발된 스마트 청진기 ‘스키퍼’ ⓒ Smart Sound
이 회사의 관계자는 “스키퍼는 의료용 전자청진기 수준의 정밀도와 음성 처리 기술을 구현했다”라고 소개하며 “미세한 소리까지 포착하는 마이크로폰의 심장박동 증폭 기술과 잡음을 제거하는 기술 등을 적용하기 위해 개발하는 데만 3년 이상이 걸렸다”라고 밝혔다.
스마트사운드社가 공개한 스키퍼의 원리와 성능을 살펴보면 자체 개발한 심장박동 분석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심박수를 지표화하고 시각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심박수를 확인할 수 있고, 측정한 정보를 분석하여 심장의 나이나 스트레스 지수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은 스키퍼만이 가진 장점이다.
주목할 부분은 사용 목적에 따라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앱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는 점이다.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스키퍼 마마’와 영유아용 앱인 ‘스키퍼 베이비’, 그리고 어른을 위한 ‘스키퍼 하트’ 등이다. 스키퍼 마마 앱은 태아의 심장소리 듣기 기능 외에도 임신부 건강관리 프로그램과 스트레스 관리, 그리고 엄마의 심장소리를 이용한 태교음악 제공과 같은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스키퍼 베이비 앱은 영유아의 심박수를 분석하여 건강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주고 어른을 위한 스키퍼 하트 앱은 운동 회복 정도를 기본으로 카페인 및 알코올 민감도 등 다양한 건강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