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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이야기] 07
S#1. 골든크로스 입구 / 밤
도착하는 고급승용차들 세대가 동시에 달려와 주루루 선다. 입구에서 웨이터들이 달려나온다.
삼십대 정도의 재벌사내들이 내린다. 캐쥬얼 차림의 영훈과 재룡. 신사복 차림의 이대표.
웨이터들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간다.
S#2. 골든크로스 내부 복도
쟁반에 고급안주와 양주 등을 얹은 웨이터가 빠르게 지나간다.
그가 지나가는 옆의 어느 룸 문이 열려져 있어서 안이 슬쩍 들여다보인다. 사내들과 아가씨들이 깔깔대며 폭탄주를 돌리고 있다.
그 옆방으로 지나가는 웨이터, 그 방의 문이 열리며 안에서 한참 춤을 추고 있는 이들이 얼핏 보인다.
웨이터가 멈춰서서 문을 여는 다음 방.
S#3. 방 내부
아까 도착했던 사내들이 있는 방이다.
웨이터가 가져온 것들을 늘어놓고 연희가 재빨리 술을 따르기 시작하지만. 사내들은 술보다는 한쪽에 앉은 경아에게 관심이 있다.
이대표 : 그 정도 뜸을 들였으면 슬슬 좀 풀어보지.
재룡 : 응? 제니. 제니이
경아는 연희가 따른 술을 하나씩 돌리며.
경아 : 제가 뭐 아나요? 이렇게 술이나 돌릴 뿐이지.
영훈 : 아아 왜 이래. 우리한테 그럼 안되지이.
이대표 : 그냥 딱 한가지만 알려줘. 도우 그 자식 요즘 뭐 잡구 있어.
경아 : 글세요. 채상무님은 요즘 연필 잡구 그림 그리시던데.
재룡 : 그거 봐. 도우 그 자식이 그림 그리고 있다는 건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거야. 니들 알지? 글마 그거 작전 짤 때면
대가리 굴리면서 끄적끄적 낙서하구 그러잖아.
이대표 : 니들 순서가 틀렸다. 요즘은 정보의 바다 인터넷도 공짜로는 안 써. 어딜 공짜루 귀한 정보를 주워먹을라 그래?
영훈 : 제니야. 남태평양 크루즈 어때. 천만원짜리로 끊어줄게.
재룡 : 천만원.. 장난치냐. 제니제니 이번 일 잘 되면 무조건 십프로다. 나하구 같이 놀자. 응?
이대표 : (재룡의 머리통을 눌러제끼며) 이십. 어때 제니.
경아 : (웃더니) 우선 한잔 하시구. 우리 연희가 정성스럽게 따랐는데.
그래그래 하며 사내들 일제히 술을 마신다.
연희는 비죽거리며 보고 있다.
경아 : 이름이 뭐드라.. 영어 약자던데.
이대표 : 케이피?
재룡 : UPU?
경아 : 무슨 화학에 관계된 뭐든데..
영훈 : 거기 아냐? 거기.. 아아 그 뭐지? 이번에 공해물질 뭐.. 어쩌구.. 있잖아. 그거 발표한..
이대표 : 엠티시 화학?
경아 : 아아 맞다. 그 이름이다.
이대표 : 거기 뭐? 거기 밀거래? 도우가?
경아 : (미소) 채상무님한테 직접 물어보시면 될걸.. (하며 슬쩍 보는 곳. 연희가 슬그머니 방을 빠져나가고 있다)
재룡 : (벌써 핸드폰을 눌러 연결 중이다)
영훈 : 어쩐지.. 나두 거기 신경 쓰이더라. (재룡에게) 야 임마. 넌 유동자산 한푼도 없대매. 엇다 전화하는 건데.
(하며 자기도 핸드폰 꺼내는)
경아 미소지으며 물을 따른다. 마신다. 사내 셋은 전화하느라고 바쁘다.
S#4. 복도
살랑살랑 걸어오는 경아. 슬쩍 돌아보는 옆방.
거기 연희가 어떤 신사복에게 찰싹 붙어 앉아서 귓속말을 하고 있는 게 보인다. 열심히 듣고 있는 사내.
S#5. 야외 데크 / 밤
야외 테이블에 내려놓는 꿀차잔. 경아다.
경아 : 위스키 넣은 꿀차. 좋아한다구 하셨죠?
저만치 서서 야경을 보던 도우가 돌아본다.
도우 : 아.. 좋아하긴 하는데..
경아 : 하는데?
도우 : 그건 내 동생이 만들어주는 거거든요.
경아 : 이런.. 나 실수한 거?
도우 : (다가오며) 정보가 먹히는 거 같아요?
경아 : 내일 쯤에는 여러군데서 매수가 들어갈 거에요. 옆방 손님들에게까지 퍼졌으니까 꽤 규모가 되지 않을까요.
도우 : (잔을 들어 마시고) 역시.. 독하다. 제니 꿀차는.
경아 : 다음은 뭐 생각하구 계세요? 보통 스리쿠션은 되야 작업을 시작하시잖아요. 채상무님.
도우 : 김신이라구 했죠?
경아 : (굳었다. 접대용 미소가 사라져서 본다)
도우 : 전에 사귀던 남자. 지금 당신 얼굴을 보니까 아직도 마음에 있는 남자. 맞죠?
경아 : 그런데요?
도우 : 그 남자에 대해서 좀 알고 싶은데. 어떤 보상이면 제니한테서 그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까?
경아 : (잠시 보다가) 채상무님.
도우 : 네.
경아 : 채도우씨
도우 : (당돌한 호칭에 웃는)
경아 : 그 사람은 건드리지 마세요. (미소 짓는데 어쩐지 떨리는 듯) 채도우씨같은 분들이 더 건드리면 안되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놔두세요. 그 사람은. ...안되요.
도우. 그러는 경아를 재미있어서 본다. 경아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남은 차를 마시고는 빈 잔을 건배하듯 들어 보인다.
S#6. 호텔로비 앞
신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고 있다.
호텔 투숙객이 운동이라도 다녀오는 듯. 간편한 트레이닝복에 운동모를 눌러쓰고. 큼직한 운동가방을 들고 있다.
호텔 입구로 들어서려다가 나이든 중년 여인이 들어가려 하자, 문을 잡아주는 여유를 보인다.
그러나 시선은 날카롭게 뒤쪽을 살피는데.
거기 마악 도착한 승용차에서 오이사가 내리고 있다. 영어 통역하는 직원이 따른다.
S#7. 호텔 로비 까페
신이 걸어서 지나가는 로비의 옆에는 호텔의 커피숍.
신이 슬쩍 보는 곳. 재명이 앉아서 커피와 함께 영자신문을 보고 있다.
신과 재명의 시선이 마주친다. 신이 슬쩍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재명이 남자용 손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입구를 슬쩍 열고 밖에서 보이지 않게 설치된 소형 녹음전송기의 스위치를 누른다.
로비를 들어서서 종종 오는 오이사가 보인다. 재명, 못 본 척. 신문을 뒤집어 새로운 면을 본다.
잠시 후 앞에 선 오이사가 완전한 저자세로.
오이사 :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아 그러니까 굿모닝. 베리굿모닝. 하하.
S#8. 호텔 일각 화장실 앞
걸어오며 신이 귀에 낀 이어셋을 조정하고 있다. 이어폰에서 들리는 오이사의 목소리.
오이사소리 : 에에 또 그러니까 우리 후진선생님께서는 간밤에 안녕히 주무셨는지.. 아 뭐해 통역을 해야지.
신 : (이어셋의 마이크에) 여긴 아주 잘 들리는데.
하며 신은 남자 화장실로 들어간다.
S#9. 주차장
작은 경차 뒷자리에서 경태가 헤드셋을 끼고 귀를 기울이고 있다.
오이사소리 : 오늘 스케쥴은 어찌 되시는지. 점심 약속은 있으신지..
뒤이어 직원이 통역하는 소리가 들리는 위로.
경태 : 들립니다. 여기도. 잘. 아주.
하며 재빨리 무릎의 노트북을 조작한다. 좌석에는 다른 노트북도 하나 작동되고 있다.
무릎의 노트북 화면에는 채회장 비서의 컴퓨터 화면이 나타난다.
비서가 작동하는 커서가 주소록을 클릭하고 있다.
경태 : 아. 했습니다. 시작. 비서가. 시작.. 근데.. (가까이 들이밀어 보며) 뭐야. 이건.
S#10. 채회장 비서실
비서가 바로 그 화면을 작동하여 각종 식당들의 상호와 전화번호가 있는 리스트를 찾아낸다.
그 앞에서 채회장이 오락가락하며.
채회장 : 횟집이 좋을래나. 아니다. 한정식으로 해. 어디가 좋아? 음식 좋고. 조용하고. 사람들 들락대지 않는 데루.
아 그리고 멀지 않은 데. 가까운 데.
S#11. 호텔방
(재명이 묵고 있던)
문호가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매는 등 옷차림을 하고 있다. 역시 이어셋을 끼고 있다.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중이다.
문호 : 사기라는 건 말이지. 낚시질하고 같은 거야. 제대로 고기를 낚으려면 첫째. 낚시줄이 보이면 안 돼.
나 낚시하러 왔소.. 제발 좀 낚여줘..하구 뎀비는 건 저어 밑에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S#12. 호텔 커피숍
재명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재명 : (영어) 후진선생은 아마 원치 않으실 겁니다.
이하 중간에 서서 재빨리 낮게 양쪽으로 통역하는 직원. (거의 동시통역으로 중간에 지체하지 않게)
오이사 : 아니 아무리 바쁘셔도 그렇지. 식사는 하셔야지. 우리 회장님께서 꼭.. .만나 뵙고 긴히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재명 : (신문을 접고 가방을 챙겨 일어서며 영어) 어느 회사라구 하셨죠?
오이사 : 저번에 명함 드렸는데.. (벌써 명함을 빼서 내주며) 아 뭐 또 드리면 되죠. 채동건설입니다.
대한민국 건설업계의 전설. 채동. 채애도옹.
재명 : (영어) 후진선생께 말은 전하겠습니다. 그럼 약속이 있어서 실례하겠습니다.
재명이 우아하게 빠져나간다.
오이사 : 뭐래? 약속? 누구하고? 왜애?
S#13. 호텔방
후진타오로서 신사복을 다 차려입은 문호가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가방을 들어 입구로 나가며 이어셋을 통해 말하고 있다.
문호 : 그리고 사기에 빠질 수 없는 또 한가지 요소. 바람잡이. 준비 됐나?
S#14. 남자 화장실 앞
아까 신이 들어갔던 곳. 문이 열리며 변장을 한 신이 나오고 있다. 늙은 신사 차림이다.
허옇게 빗어넘긴 머리칼에 턱수염에 뿔테안경. 관자노리에 큼직한 사마귀까지.
신 : 레디.
S#15. 호텔 로비
이만치에 상사라도 기다리는 듯 여유롭게 서 있던 신사복의 중호. 한곳을 보며 이어셋의 마이크에 대고 말한다.
중호 : 고.
중호가 보는 곳에 오이사가 종종 통역을 데리고 줄달음질을 치고 있다. 저 앞의 재명을 쫓아가는 중이다.
오이사는 핸드폰을 하고 있다.
S#16. 회장실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고 있는 채회장. 소리를 질러댄다.
채회장 : 언놈이 선수치는 거 아냐? 무조건 잡어. 잡아서 점심이든 저녁이든 오늘 중으로 델구 와.
못 델구 오면 오이사. 당신 해고야 해고.
S#17. 엘리베이터 안
문호가 이어셋을 벗어 주머니에 넣는다. 멈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재명.
S#18. 호텔 복도
걸어오는 신. 이어셋을 벗어 주머니에 넣는다.
걸어오며 걸음걸이가 바뀐다. 젊은이에서 약간의 중풍기가 있는 노인의 걸음으로.
S#19. 호텔 일각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문호. 그런 문호를 이만치에서 발견한 오이사. 마악 부르려고 손을 드는데.
그 앞으로 지나가던 변장한 신이 문호를 발견한다. 둘이 서로 손을 들어보이며 다가서 반갑게 악수를 한다.
오이사가 놀라서 달려가 둘 사이를 가로막다시피하며.
오이사 : (문호를 향해) 굿모닝. 하이 미스터후진선생님. (신을 향해) 저기요. 어느 업체에서 나오신 분인지는 모르겠는데요.
후진씨께서는 이미 저희와 약속이 있으시니까..
신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본다.
문호 : (대충 한마디하는 중국어) 뭐냐 이건.
재명이 재빨리 오이사의 뒷덜미를 잡아 밀고 한쪽으로.
오이사 : 제이미선생. 아니 이러시면 안되죠. 공항에서부터 저희가 주욱 그렇게까지 공을 들였는데..
재명 : (영어) 저분이 누군지 압니까?
재빨리 통역을 하는 직원.
오이사 : 글세. 나도 그게 알고 싶어요. 대체 어떤 회사에서 새치기를 하는거야. 이 바닥에도 룰이란 게 있고 상도덕이란 게 있는데.
재명 : (영어) 저분은 상해의 위엔션쪄입니다.
오이사 : (통역을 보며) 상해? 중국사람이라고? 그게 누군데.
통역 : (재명에게 영어) 누구신지 알고 싶어 하는데요.
재명 : (한심한 듯 보다가 주머니에서 만년필을 꺼낸다. 아까 받은 오이사의 명함 뒤에 뭐라 적더니 휙 주고는 간다)
오이사 명함을 들여다본다. 달필로 쓰여진 이름과 직함. (袁申喆 上海 人民副委員長)
오이사 다시 문호네를 본다. 문호와 신은 뭐라 떠들며 친한 듯 웃어대고 있다. 여기서 뭐라는지는 안 들린다. 아마 중국말인 거 같다.
그런 신의 얼굴을 겨냥해서 소심하게 핸드폰을 드는 오이사. 찰칵 찍힌다.
S#20. 주차장
경태가 자세를 바로한다. 기다리던 것이다. 노트북의 화면이 중국의 구글 검색창으로 바뀌고 있다.
S#21. 채회장 비서실
비서가 검색창에 아까의 이름과 지역을 한문으로 적고 있다. 袁申喆 上海
S#22. 주차장 차 안
경태가 재빨리 옆의 노트북을 조작한다.
거기에는 이미 신문기사 하나가 띄워져 있는데. 기사 상단에는 고위당간부들 몇이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이 있다.
경태의 조작에 의해 미리 준비되었던 다른 화면으로 바뀐다.
똑같은 사진인데 중앙의 한 인물이 변장한 신의 얼굴로 바뀌어있다. 포토샵 작품이다.
경태가 재빨리 무릎의 노트북(비서의 것과 연동된)을 조작한다.
S#23. 회장실
비서가 확대해서 프린트한 신문기사를 내놓는다.
그리고 그 옆에 핸드폰을 펼쳐놓아준다.
채회장이 둘을 비교해본다.
신문 사진 속에 비서가 동그라미를 그려놓은 신의 얼굴. 그리고 핸드폰 안의 얼굴. 눈에 띄는 사마귀.
채회장 : 누구라고?
비서 : (메모한 것을 열심히 읽는) 상해시 인민대표대회 부위윈장 겸 상해시 공산당 부서기 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위원
원신철. 본토 발음으로는 위엔션쪄,,라고 한답니다.
채회장 : (잠시 보다가) 그러니까.. 거물이네. 큰 거. 그게 원래 큰 거는 큰 거끼리 노는 법이지. 그렇지.
S#24. 채회장 집
은수가 부지런히 계단을 내려온다.
채회장이 부지런히 들어서고 있다.
은수 : 일찍 오셨네요.
채회장 : 뭐가 좋을까. 응? 초장부터 금뎅이를 그냥 콱 앵겨?
은수 : 아버지?
채회장 : 중국애들 황금 좋아한대매. 누우런 황금.
혼자 생각에 빠져 혼잣말을 하며 서재로 들어간다. 은수가 조심스럽게 그 뒤를 따른다.
S#25. 서재
채회장이 급한 걸음으로 책상 뒤쪽으로 가며.
채회장 : 문 닫어.
은수가 얼른 문을 닫는다.
채회장에 책상 서랍에서 가죽 주머니를 꺼내 그 안의 은행열쇠를 꺼내며.
채회장 : 남은 못 시키겠고 은수 니가 다녀와. 지금 바로 은행에 가서 거기 맡겨놓은 금덩이를..
은수 : 오늘 은행 안 열었는데요.
채회장 : ...왜 안 열어.
은수 : 오늘 토요일이에요.
채회장 : (화가 나서 열쇠 주머니를 책상 서랍에 쳐넣고 주위를 둘러본다. 벽에 걸린 동양화 그림이 눈에 띈다)
저게 얼마짜리라구 했지?
은수 : 글세요.
채회장 : (벌써 가서 그림을 내리려다가 그 옆에 도자기를 본다) 이게 더 비싼 거 아니야? 봐라. 이게 더 비싸 보이지?
은수 : 누구 주실려구요?
채회장 : 중국에서 온 거물이 하나 있는데. 그 놈을 콱 잡아서.. (하다가 은수를 새삼스레 본다) 너 옷 입어.
은수 : 저요?
채회장 : 거 여편네 같은 옷 말구. 좀 여자 냄새가 팡팡 풍기는 걸루다가 어여 갈아입으라고.
사내놈들은 늙은놈이구 젊은 놈이구 간에. 여자냄새가 옆에서 좀 나야 얘기가 말랑말랑해지는 법이야.
은수 : 아버지. (억지로 웃으며) 죄송해요. 싫어요.
채회장 : 싫어?
은수 : 어느 자리에 데려 가실려구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채회장 : 니가 가는 그 양노원인지 수용손지. (안주머니의 지갑을 꺼내 수표를 잡히는대로 꺼내서 거칠게 주며)
쌀가마니 사서 넣어줘. 모자라면 말해. 아 뭣하구 있어. 옷 갈아입으라고.
은수 수표를 받아든 채. 더 말을 못하고 아버지를 본다.
채회장은 도자기냐. 동양화냐.. 다시 갈등 중이다.
S#26. 채회장 집 앞
채회장의 차가 집사의 배웅을 받으며 출발한다.
집사가 문을 닫으려다가 다시 연다. 그 뒤로 도착하는 또 하나의 자동차.
케이가 운전하는 도우의 자동차다.
차 안에서 도우가 앞 유리창으로 가는 아버지의 차를 본다.
케이 : 아가씨도 함께 가시는데요.
그 차가 각을 돌며 뒷좌석에 은수와 채회장의 모습이 보인다.
도우의 얼굴에 불쾌함이 와락 스친다.
S#27. 한식집 앞 마당
고급 요리집의 마당.
오이사가 안절부절하며 오락가락하다가 부지런히 달려온다. (통역하는 직원도 함께 있었고)
마악 도착한 채회장과 은수가 걸어 들어오고 있다. 그 뒤로 기사.
오이사 : 오셨습니까?
채회장 : 무슨 소리야. 우리하고 잡은 약속이 아니라니.
오이사 : 그게 말입니다. 지들끼리 식사 약속이 이미 되있다고..
채회장 : 지들이라니. 큰 거 둘이?
오이사 : 그래서 제가 바로 손을 써놨습니다. 그 방에 들어가는 요리.. 우리가 접대하는 걸로 해놨습니다.
그러니까 회장님께서 그 방으로 바로 들어가셔도 아무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거지요.
채회장 : (못미더워서 보는) 그냥 쳐들어가?
오이사 : 예. 게다가 여기 이렇게 영애까지 같이 오셨는데 설마 내치기야 하겠습니까.
채회장 : ... (혀를 차고 뒤를 돌아본다) 잘 들구 와. 그거 억이 넘는 거야. 억.
뒤에는 운전기사가 골동품이 담긴 박스를 소중하게 들고 있다.
S#28. 채회장집 도우의 방
한쪽에 놓여진 고급 오디오세트에서 재즈가 흘러나오고 있다. 도우는 전화를 들고 서서 오락가락하며.
도우 : 후진페이. 일급브로커라서 사진이 귀한 건 아는데요. 그래도 구해봐요. 김실장님 실력이면 별루 어렵지 않을텐데요.
S#29. 요리집 복도
각 손님방이 있는 앞의 복도.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는 채회장 일행.
오이사가 앞장서 안내를 하는데 지키기라도 하고 있었던 듯. 그 앞을 가로막는 중호.
중호 : 어딜 찾으십니까?
오이사 : 아이. 잘 계셨어? 후진선생께서는 식사 시작하셨나? (하며 날렵한 솜씨로 봉투를 주머니에 찔러주는)
중호 마지못한 듯. 슬쩍 비키며 한 방을 등 뒤로 가리킨다.
S#30. 도우 방
컴퓨터 화면에 주하이 개발 지역의 사진이 떠있다.
책상 옆의 도우는 메모를 하며.
도우 : 주하이 개발에 대해 현지 정보를 구해줘야겠어. 여기서 구할 수 있는 거 말고. 현지. 거기서.
그래. 구할 수 있는 건 다 구해봐. 특히 거기 얽혀 있는 인맥들을 상세하게.
S#31. 요리집 방 앞
안에 있던 일행이 문을 돌아본다.
분장한 문호와 신. 그리고 그 옆의 재명.
열린 문으로 고개를 들이미는 오이사.
오이사 : 회장님 도착하셨습니다.
오이사를 밀며 들어서는 채회장.
채회장 : 어뜩게. 식사는 괜찮으십니까. (상 위에 놓여진 요리들을 보며) 오이사. 이 집 최고급 정식으로 시킨 거야?
오이사 : 그러믄요.
문호와 신이 불쾌한 얼굴을 보이고. 재명이 재빨리 일어나 나선다. 채회장네를 밀어 나가려고 오다가 멈칫.
채회장이 뒤에 (어떻게든 숨으려고 하던) 은수를 잡아 앞으로 내세우며.
채회장 : 제 딸입니다. 제가 델구 다니면서 사업을 좀 가르치고 있는데요. 여기 훌륭한 선생님이 계시다구 하니까
꼭 인사를 드리고 싶다네요. 어허허.. (통역직원에게) 이봐 통역을 해.
신이 고개를 들다가 굳는다. 은수와 시선이 바로 마주쳤다.
은수도 신을 본 순간 굳었다.
S#32. 도우의 방
도우의 손이 전화기의 스피커폰을 누른다.
도우 : 지금 열어보고 있어요.
도우가 컴퓨터를 조작해서 이메일을 연다.
스피커폰에서 들리는 소리.
소리 : 이년 전 사진이긴 합니다만 제가 구할 수 있는 거 중에서 가장 선명하게 나온 겁니다.
메일에 첨부된 파일을 열자 거기 사진 한 장이 뜬다. 누군가와 악수를 하고 있는 오십대의 사진.
물론 박문호와는 전혀 다르게 생긴 모습이다.
도우 : 이 사람이 후진페이라는 거죠.
소리 :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일급브로커구요. 주로 건설관계 쪽 일을 전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계에 인맥이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구요.
사진을 보고 있는 도우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듯 미소가 떠오르는데. 방문이 열리며 케이가 들여다본다.
케이 : 회장님께서 후진페이.. 가짜를 만나러 갔답니다.
도우 : (미소가 가셨다) 그 자리에..
케이 : ..예?
도우 : 그 자리에 은수를 데려갔다는 거야?
순간 도우가 벌컥 일어서는 바람에 의자가 거칠게 밀려나간다.
케이가 뭐라 말할 새도 없이 도우가 빠르게 문으로 간다. 벌컥 문이 열어 젖혀진다.
S#33. 요리집 방
채회장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다. 그 옆에는 은수도 있고.
뒤쪽이 오이사와 통역이 어정쩡하니 자리 잡고 있고.,
채회장이 혼자 떠들어대고 있다.
채회장 : 그러니까 중국말루다가 선생.. 이걸 씨엔성.. .이렇게 부른다는구만. 그러니 은수야. 그렇게 불러드려봐라.
이쪽이 후진씨엔성. 이쪽은 위엔씨엔성. 여기는 젊은 씨엔성. (통역에게) 맞지?
통역 : 맞습니다.
채회장 : 뭐해. 불러드려. 나긋나긋하게.
은수. 난감해서 신과 재명을 본다. 재명도 난감해서 신을 돌아보는데.
신이 돌아앉더니 문호에게 뭐라 낮게 속삭인다. 통역이 무슨 소린가 들어보려 하지만 잘 안들린다.
문호가 갑자기 식탁을 손으로 따앙 때리는 바람에 통역도 오이사도 움찔하는데.
문호가 한 손가락으로 재명을 부른다.
재명이 얼른 문호에게 다가서 귀를 대준다. 그 귀에 대고 뭔가 지시를 내리는 박문호.
얼핏 듣기에 중국말인 듯 한데 정확하게는 잘 안 들린다. 재명은 그럴듯하게 중국말로 예. 예. 하며 듣는다.
쏼라쏼라하더니 문호가 벌떡 일어선다. 신도 따라 일어선다.
채회장 : (따라 일어서며) 아니. 씨엔성. 씨엔성? 아직 도자기도 안 드렸는데..
문호와 신이 불쾌한 듯 나가버린다. 그 뒤를 따르려는데 재명이 막아서며.
재명 : (한국말) 잠깐 따로 얘기를 하지요.
채회장 : (통역에게) 이분이 뭐라시냐.. (하다가) 잠깐..따로.. 한국말.. 하십니까?
재명 : 둘이서만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
채회장 급히 오이사와 통역을 쫓아낸다. 은수를 가리키며.
채회장 : 얘도 내보낼까요?
재명 : 아니 이 여자분하고 둘이서만 얘기하고 싶습니다.
채회장 : (벙해서 보다가) 그게.. 그러니까 무슨 얘기를..
재명 : 비즈니스. 배운다고 했지요? 이 여자분. 그래서 비즈니스 얘기.
채회장 잠깐 보다가..
채회장 : 아.. 그럼.. (나가려고 한다)
은수 : (당황해서) 아버지.
채회장 : 그럼.. 말씀 잘 듣고. 잘 배우고. (재명에게) 잘 부탁드립니다. 아하하..
하며 나가버린다. 따라나서려는 은수의 앞에서 문이 탕 닫긴다.
은수가 재명을 돌아본다. 재명이 무뚝뚝하게 말한다.
재명 : 무서운 아버지네.
S#34. 뮤즈 내부 이층
신 : 그러게. 무서운 아버지야. 진짜 놓고 갔네.
신은 변장한 수염을 떼어내고 있다.
그 옆에서 문호가 역시 변장했던 것들을 떼어내며 가려운 듯 긁으며.
문호 : 그래서 일단 델구 오긴 했는데. 그 담은 어쩔라고.
그들이 보는 앞에 은수가 오두마니 앉아있다.
경태가 슬그머니 그 앞에 찻잔을 내준다.
은수가 경태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다.
재명은 이제 자기하고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그런데 소파는 은수에게 빼앗겨서 구석에 기대앉아 기타를 뚱땅거리고 있다.
은수가 찻잔을 드는데. 그 찻잔이 있던 테이블에 앉아 은수를 마주보는 신.
신 : 뭐.. 아주 머리가 모자라지 않는 이상 이미 눈치챘겠지만 우리 지금 댁에 아버지한테 사기를 치려는 중이야.
문호: 얘. 김신아. 너 너어무 솔직한 거 아니니?
신 : 그런데 결정적으로 댁이 걸리고 있단 말이지. 댁 때문에 내가 아주 불안해 죽겠어. 잠두 안 와. 이거.. 어뜩하지?
은수 : (그저 보기만)
신 : 1번. 우리 일을 끝낼 때까지 당신을 납치 감금해놓는다.
은수 : ...
신 : 2번. (...주위를 보며) 누구 2번 생각나는 사람 없어?
모두 조용.
신 : (문호를 보며) 없어요?
문호 : 니가 델구 오자구 한 거잖아. 니가 생각해.
신 : 그럼 그냥 1번. 납치 감금. 우리 일이 끝날 때까지.
문호 : 감금해놓으면. 도망 못가게 지키고 하루 세끼 밥도 넣어주고. 요강도 갈아주고.. 그걸 누가 하는데?
신 : ... 그러네. (한숨을 쉬는데)
은수 : 그러니까.. 복수를 하고 싶으신 건가요? 우리 아버지 돈 뺏는 걸루요?
모두의 시선이 은수에게 쏠린다. 기타를 치던 재명도 멈추고 본다.
모두 할 말을 잃었다가.
신 : 아가씨.
은수 : 은수에요. 채은수.
신 : 나한테 형이 하나 있었는데, 엄마도 아버지도 없는 나한테 딱 하나밖에 없는 형이었는데,
아가씨 아버지가 장난질을 치는 바람에 죽었어. 엄청나게 큰 10톤짜리 트럭에 깔려 죽었다구. 개처럼.
저 친구 아버지 (재명을 가리키며) 채회장이란 인간을 위해 평생을 충성했대매. 그런데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역시 개처럼.
죽인 게 아닌가 의심하구 있어. 내 형에 대해선 아가씨가 지 입으루 시인한 거구. 저 친구 아버지에 대해선 뭐 아는 거 없나?
은수 말도 못하고. 재명 쪽을 돌아보지도 못한다. 불안하게 헤메는 눈동자. 신이 그런 은수를 빤히 보고 있다.
은수 저도 모르게 시선을 떨군다. 그런 은수를 보고 있던 문호. 울컥 다가서며.
문호 : 있구만. 아는 게 있어 이 여자. 도재명아. 내가 뭐랬어. 뭔가 있다구 했지?
재명이 기타를 놓고 일어선다.
신 : 아는 게 있으면 좀 털어놓지. (여자 목소리 흉내) 난 내 아버지하고 다른 인간이에요. 요런 얼굴로 순진한척만 하지 말고.
뭐야. 말로만 도울게 있으면 뭐든지 말씀하세요. 이러지 말고. (울컥해지며. 소리는 지르지 말고) 뭐냐고.
무릎 위에서 부여잡은 은수의 손이 떨리고 있다.
경태가 구석 벽으로 붙어서며 긴장해서 본다. 몸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윽고 고개를 드는 은수. 울지 않으려 애써 의연하게.
은수 : 아버지 돈.. 가져가세요.
신 : (어이없다. 옆을 돌아본다) 뭐래는 거야?
경태 : (열심히 설명해주는) 가져가랩니다. 돈. 아버지 돈. 머니. 엠오엔이와이.
은수 : 제가 도울께요. 그거.. 사기 치는 거.
문호가 방금 들은 말이 믿기지 않아서 자기 귀를 쑤신다.
신 : 그 말은.. 내 형. 저 친구 아버지. 다 당신 애비가 죽였다. 그런데 돈으로 때우자. 그 얘긴가?
은수 : (말없이 본다..)
신 : 그런 거야?
은수 : 아버지가 그러신 거 아니에요. 그렇지만. 이 모든 거 돈 때문이니까 아버지가 갖구 있는 돈 때문이니까.. 가져가세요.
돈이 없으면 아버지하구 저. ..우리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몰라요. (결국 눈물이 그렁해지며) 보셨지요? 오늘 우리 아버지.
돈때문이라면 당신 딸 어디라도 보낼 수 있는 분이거든요. 그런 아버지라도 행복해질 수 있을 거에요. 돈 같은 거 없으면요,
은수는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
그런 은수가 신의 마음에 걸린다. 마음에 걸려서 신이 은수를 본다.
S#35. 뮤즈의 앞
콜택시 한 대가 와서 선다.
입구로 터덜터덜 나서는 신. 그 뒤로 다소곳하게 따르는 은수.
그 뒤로 경태가 비죽이 고개를 내밀고 본다.
신이 상체를 숙여 운전기사를 보고 확인을 끝내고 택시의 뒷문을 열어준다.
은수가 신에게 고개를 숙여보인다. 신도 어영부영 고개를 숙여 인사를 받아준다.
은수가 뒤의 경태에게도 절을 한다. 경태가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다가 손을 들어보인다.
은수가 타고 택시가 출발한다. 신이 찌푸린 얼굴로 괜히 기지개를 켜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경태가 택시 간 쪽을 하염없이 보고 있다가 화급하게 따른다. 그 위로 들리는 소리.
케이소리 : 어뜩게 하실 겁니까?
이 모든 광경을 차 안에서 보고 있었던 케이와 뒷자리의 도우.
케이가 백밀러로 도우를 본다.
도우가 뮤즈 건물을 보고 있다. 냉담하던 평소의 표정과는 달리 폭발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는 얼굴이다.
좌석에 얹혀진 그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듯 힘이 주어져 있다.
S#36. 골든크로스 분장실
경아가 퇴근 준비를 하고 있다.
수수한 옷으로 갈아입고 올렸던 머리는 풀어 내리는데 연희가 들어온다. 경아의 뒤에 서서 거울 속의 경아 얼굴을 빤히 보며
연희 : 틀림없는 거지? 엠티시 화학. 나 적금 깨서 다 넣을라구 하는데. 그래두 돼?
경아 : 진짜루 있어? 적금?
연희 : (한숨) 있을 리가 없잖아아. 그 적금이란 게 지인짜 이상해애. 넣고 석달이 되면 꼬옥 써야될 일이 생긴단 말야아.
경아 : 그래서 돈 빌려서 넣겠다구?
연희 : (경아가 든 빗을 뺏어 자기가 빗겨주며) 나두 있지. 꿈이 있다. 오피스 건물 근처에다가 손바닥만한 응?
진짜 손바닥만한 커피숍 내는 거야. 있잖아. 왜. 천오백원짜리 커피하구 이천원짜리 샌드위치 파는 집.
나 그거 할 돈만 모으면 이 바닥 진짜 빠이빠이야. 그니까 제니이..
경아 : 이번 거 단기 작전이야. 사자마자 눈치 봐서 바루 던져야 돼. 그럴 수 있겠어.
연희 : 있어있어. 할 수 있어.
경아 : 조금 오른다구 또 질질 끌려갈라구?
연희 : 안그래안그래.
경아 : (웃어보여주고 나가려는데)
연희 : 아참. 전달전달.
경아 : (돌아보면)
연희 : 채상무님이 너 보재. 아까 너 룸에 있을 때 전화왔어.
경아 : 어디서.
연희 : 보자구 하면 알거라든데?
S#37. 거리 / 새벽
새벽이 어슴프레 밝아오는 시각이다.
통행인이 별로 없는 유흥가 거리. 청소부가 거리를 쓸며 지나간다.
S#38. 라운지바
경아가 문을 열고 들어선다. 이미 라운지는 문을 닫은 뒤.
직원들은 보이지 않고 의자나 기구들은 엎어져 있기도 하다.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경아가 입구를 거쳐 홀 쪽으로 나아간다. 이제 보이는 홀 앞의 작은 무대.
거기 도우가 혼자서 피아노를 치고 있다.
경아 연주를 방해할까봐 좀 떨어진 거리에, 탁자에 기대 서서 기다리는데. 도우가 돌아본다. 피아노가 멈춘다.
도우 : 와줘서 고마워요. 피곤할텐데.
경아 : 안 올 수 없죠. 이렇게 이 시간에 개인적으로 보자는 분이 아닌데. 그런 분이 불러줬는데.
도우 : (일어서 피아노 위에 이미 준비되어있던 작은 보온병을 들어 두 개의 머그잔에 따르며) 코코아 준비했어요.
술은 보기도 싫을테니까. 코코아. 좋아한다면서요. (한잔 건네준다)
경아 : (웃는) 대체 몇기가짜리 하드를 갖고 계신 거에요? 그 머리 속에. 아니 테라급인가?
도우 : 작업 하나 시작하려구 하는데 제니 도움이 필요해요.
경아 : 도움? 파트너는 안되고?
도우 : 파트너가 되주면 나야 영광.
경아 : (마시며) 음... 맛있다. 뭔데요?
도우 : 주식을 좀 사모을 게 있어요. 시작 시기는 내가 알려줄 거고. 규모는..
경아 : 왜 직접 안하시구요.
도우 : ...내 아버지 회사거든요. 내가 인볼브된 거 알리고 싶지 않아서요.
경아 : (웃는다) 드디어 쫓겨난 왕자님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거에요?
도우 : (경아에게 다가선다)
경아 : (그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져서 의식하는데)
도우 : (경아의 얼굴에 가까이. 그 얼굴이 경아의 얼굴을 스치듯 지나쳐 귓가에) 나 몇 번 그런 생각 해봤는데.
내가 왕국을 가지게 되면 내 나라. 내 왕비에 어울리는 여자는 아마 경아씨같은 사람이 아닐까.
경아 : 난.. 왕비는 하기 싫은데.
도우 : 왜요. 왕이 맘에 안 드나.
경아 : 여왕..이 좋거든요. 난.
도우 : (미소) 거봐요. 어울리잖아. 나한테.
서로의 볼이 스치듯 가까이 선 두 사람. 그러나 전혀 서로에게 터치하지는 않은 채. 그렇게.
S#39. 교도소 외경
특유의 높고 긴 담장.
그 위에 봄 볕이 화창하다.
S#40. 면회실
안에서 범환이 나온다. 얼굴이 활짝 핀다.
서서 기다리던 신이 (조폭같이 깊이는 말고)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한다.
범환이 한손바닥으로 유리창을 터억 쳐서 반가움을 표시하고 자리에 앉는다. 신도 마주 앉아 각자 전화기를 들고.
신 : 잘 지내시죠.
범환 : 니가 내 똘마니들보다 낫다. 엄청 바쁠 것인데 면회를 이렇게 자주 와도 되냐.
신 : 면회..라기 보단 부탁이 있어서 온건데요.
범환 : (웃는) 또라이 꼴통자식. 뭔데. 중호가 알아서 서포트 안하냐?
신 : 형님.
범환 : 이젠 아주 입에서 착착 붙어 나오는구나. 그 형님소리가.
신 : 돗자리는 깔았고 이제 판 벌릴 참입니다.
범환 : 돈은 못 준다. 돈 얘기라면 시작도 말고.
신 : 인맥이 좀 필요합니다. 형님 계열이나 동맹 중에 건설업쪽 좀 있으시죠? 바람 잡아줄 애들이 좀 필요한데..
범환이 보다가 킬킬 웃더니 손가락을 까딱거려 가까이 오라고 한다.
신이 유리창 가까이로 머리를 대자. 유리창 너머로 퍽 치고.
범환 : 너한테 나. 형님이 아니구 봉님이지? 어? 봉.
신 : (괜히 슬퍼보이는 얼굴) 아닌데요. 그냥 님짜 빼구 형..하고 싶은 형님인데요.
범환 어처구니가 없어 보다가 허허 웃는다.
S#41. 호텔 앞
급하게 와서 끼익 서는 승용차
부지런히 내리는 오이사. 안으로 거의 달려 들어간다.
S#42. 호텔 로비
초조하게 기다리던 직원이 오이사를 맞아 안내하여 역시 급하게 안으로 총총 달린다.
S#43. 회의실 앞
오이사가 달려와 보는 곳. 거기 호텔 회의실로 들어가는 신사복들이 보인다.
입구 앞에는 두어명의 직원이 테이블 앞에 서서 하나는 브로셔 등이 든 봉투를 들어가는 사람마다 나눠주고
하나는 목에 거는 이름표를 나눠주고 있다.
오이사가 급히 안으로 들어가려하자 안내직원이 가로막는다.
안내직원 : 어디에서 오셨는지요. 저기 기록을 먼저..
오이사 : 아니 어디구 말고 그냥 안에 잠깐만..
하면서 안을 기웃거린다.
꽤 숫자가 되는 신사복들이 이리저리 모여서 지들끼리 아는 사람들끼리는 악수를 하기도 하고. 담소를 나누는 분위기.
안내직원 : 죄송한데요. 오늘은 초대받으신 분들만 참석하게 되있어서요.
안내직원이 정중하지만 얄짤없이 밀어낸다. 오이사가 안절부절하다가 보는 곳.
거기 신이 신사복차림(건설회사팀장)으로 안내데스크에서 기록을 하고 이름표를 받아 목에 걸고 있다.
신이 돌아서는데 얼른 막아서는 오이사.
오이사 : 안녕하시지요?
신 : 예? 아아 예.. (하며 비켜서 들어가려는데)
오이사 : (다급하게 신을 한쪽으로 끌어가며) 저기.. 오늘 무슨 모임이신데?
신 : 초대 못 받으셨어요?
오이사 : 그니까.. 아 글세 뭔데 우리가 초대를 못 받았는지 내가 아주 그게 너무 궁금하네.
다급해하는 오이사에게 신이 빙긋이 웃어보인다. 웬지 얄밉게. 명함을 꺼내 준다.
신 : 나중에 연락 주세요. 전 좀 늦은 거 같아서..
하며 신이 급히 들어간다.
남겨진 오이사는 안을 들여다보려 하지만 문은 굳게 닫겨져 있다.
이만치 가는 척하며 새로 도착하는 이들을 몰래몰래 핸드폰으로 찍는다.
S#44. 회의장 내부
신이 닫힌 문을 슬쩍 열어 밖을 엿본다. 신의 시선으로 보이는 오이사가 이제 부지런히 자리를 뜨는 것이 보인다.
신이 앞쪽의 문호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문호가 나서며 웅성거리는 자들에게.
문호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웅성거리던 자들이 주목해준다.
문호 : 현재 잠시동안 조용한 곳에서 칩거중이신 김범환 대표님께서..
그 말에 여기저기서 웃는다. '칩거는 무슨. 빵에 있는 거잖아.' 라는 소리도 들린다.
문호 : 네에 네. 김범환 대표님께서 사회에 계신 여러 친우분들게 조촐한 식사자리를 마련해드리라..는 명을 받고
오늘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남자1 : 큰형님께서 거저 밥을 사줄 분이 아닌데.
남자2 : 뭐 원하시는 게 있으믄 먼저 말을 허지.
문호 : 대표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단지 맛있게 식사들 하시고. 건강하시고. 그리고 잊지 마시라.. 이것 뿐입니다.
'그럴 리가. 그거 뿐이야? 형님 스타일이 아닌데..' 등등 떠드는 와중에 문호가 소리 높혀
문호 : 옆방에 이 호텔 최고급 요리를 준비시켜 놨으니까 슬슬 이동해주시지요. 이쪽.,. 네. 이쪽입니다.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다시 한번 문을 빠끔이 열어 밖을 살펴보는 신. 그 위로.
오이사소리 : 제가 알아봤습니다.
S#45. 채회장 집 서재
핸드폰에 찍힌 얼굴들. 회의실 앞에서 찍은 것들이다.
그것을 채회장에게 보여주는 오이사.
오이사 : 이 친구는 대구에 부림토건 사장이구요. 그리고 요 다음 요 친구는 동방목재 강사장입니다.
채회장 : 그러니까 이 떨거지들이 다 뭔데.
오이사 : 글세 그것이..
채회장 : 오이사 얘기로는 이것들이 다 어중이 떠중이 건설업자들이란 거잖아. 후진이가 얘들을 왜 만나.
그걸 알아와야 할 거 아니야.
오이사 : 그러게요.
채회장 : (한심해서 혀를 차는) 오이사 마당발이래매. 이 중에 친분이 있는 놈이 하나두 없어?
오이사 : 아.. (하더니 부지런히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낸다) 한놈 있습니다. 후진선생을 따라다니던 놈.
채회장 : 잡아와.
오이사 : 그게.. 솔직히 우리 경쟁업체 사람이라.. (명함보며) 대붕건설, 해외협력부에...
채회장 : 잡아오라니깐.
오이사 : 예.. (하며 부지런히 전화기를 들어 버튼을 누르려는데)
채회장 : 오이사.
오이사 : 예?
채회장 : 그 놈이 후진이를 따라다녔다고?
오이사 : 아이 왜 회장님두 보셨잖습니까. 라이온스 클럽에서 그 후진선생 오른팔.. 길쭉한 놈을 따라다니던...
채회장 : 어느 회사라고?
오이사 : 대붕건설에..
채회장 : 찾아가봐.
오이사 : 예?
채회장 : 직접 그 회사를 찾아가서 그 놈 자리를 확인해보고. 그 담에 델고 오라고.
오이사 아직 채회장의 의도를 이해 못해서 멀뚱하니 보고 있다.
S#46. 다락방
아래의 말을 엿듣던 은수가 긴장을 해서 일어나 앉는다.
오이사소리 : 전화하지 말구요?
채회장소리 : 아 이런 답답한 사람을 봤나. 그 놈이 진짜 대붕건설 직원인지. 확인해보라는 거 아냐.
S#47. 서재
오이사 : (에이.. 웃으며) 저번에 채상무님께서 하신 말씀 때문에 회장님께서 너무 과민하게..
채회장 : 하라는 것두 못해? 내가 지금 불가능한 거 시켰어?
오이사 : 다녀오겠습니다.
S#48. 다락방
우두커니 앉아있던 은수. 망설이다가 핸드폰을 집어든다. 주소록을 찾는다. 그 중에 뮤즈라는 이름이 있다.
S#49. 뮤즈
문호가 전화를 받고 있다. 말없이 듣다가 조용히 끊는다. 헛기침을 하더니..
문호 : 저기 말이다.
경태가 돌아본다.
문호 : 대붕건설이란 데가 어디 있냐.
저만치에 있던 신이 돌아본다.
S#50. 대붕건설 앞
대붕건설의 로고가 보이는 고층 빌딩.
앞에 도착하는 자동차.
오이사가 내린다. 남직원과 함께.
S#51. 대붕 로비
명함을 들고 각층별 안내가 적혀진 안내 데스크로 가는 오이사. 안내여직원에게 명함을 보이며 뭔가를 묻는다.
여직원이 뭐라 대답하며 전화기를 든다.
그들이 저만치 보이는 이쪽.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 가는 두사람이 보인다.
소독회사의 작업복을 입고 작업도구를 메고 모자를 눌러쓴 문호와 신이다. 중앙의 엘리베이터가 아닌 뒷 통로로 들어간다.
S#52. 대붕 해외협력부
직원들의 책상이 주리리 있는 사무실.
그 중의 뒤쪽 칸막이가 되어있는 팀장 자리. 책상에는 협력부 CP 박성호 라는 명패가 얹혀져 있다. 그 팀장이 전화를 받고 있다.
팀장 : 여보세요. 누구시라고요?
S#53. 로비 한구석
중호가 전화를 하고 있다.
중호 : 퀵서비스인데요. 팀장님이시죠?
재명이 숨어서 보고 있는 곳에는 안내데스크 앞의 오이사가 보인다.
안내원이 전화를 하고 있지만 물론 팀장과 통화는 되지 않고 있는 중이다.
중호 : 지금 로비에 있습니다. 직접 받아가셔야겠는데요. 제가 지금 올라갈 수가 없어요. 이거 중요한 거 같은데..
여기 그냥 냅둬요? 로비에?
S#54. 화물용 엘리베이터
올라타는 신과 문호.
문호는 이어셋을 하고 있다. 버튼을 누를 준비를 하며.
문호 : 몇층이야?
S#55. 뮤즈의 경태 방
컴 앞에 앉은 경태가 대답한다.
경태 : 11층 화물 엘리베이터 내려서 오른쪽으로. 끝까지 가세요.
경태가 보는 모니터에는 대붕의 회사 홈피로 각 과 안내도가 나와있다. 각 층별 무슨 부 무슨 부..
S#56. 로비 중앙 엘리베이터 앞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손.
오이사다. 직원과 나란히 서서 엘리베이터가 열리길 기다린다.
S#57. 해외협력부 사무실 내부
팀장이 투덜거리며 자리를 뜨고 있다.
마악 나가려는데 엇갈려서 들어오는 문호와 신. 둘 다 마스크를 하고 있다.
일을 하던 여직원도 돌아본다. 그 외 두어명 정도만 있던 사무실. 다른 직원들도 돌아본다.
신과 문호는 다짜고짜 약물을 찍찍 뿌리기 시작한다. (긴 대롱으로 벽과 바닥 사이의 틈새를 치는. 연기나는 것은 아니고 액체약)
여직원이 놀라서 일어나며.
여직 : 뭐하시는 거에요?
문호 : 신경 쓰지 마십쇼. 금방 됩니다.
팀장 : 아니 근무시간에 이게 뭐야.
문호 : 상관없습니다. 그냥 계셔도 됩니다.
신 : (다른 쪽으로 약을 치며) 뭐 쬐끄만 벌레나 죽지 사람한테는 괜찮습니다. 거기 쫌 비켜주십쇼. 이런데가 많이 끓거든.
여직원 더 볼 것도 없이 나가버린다.
팀장이 성질을 내며 옆 책상의 전화기를 든다. 내선을 누르려는데 바로 그 책상 아래를 노리는 문호.
문호 : 의자를 쪼오끔만. 예 예 됐습니다. 그냥 계셔도 됩니다.
팀장이 약에 묻을새라 기겁을 하며 피해서 에잇 나가버린다.
이제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다. 신이 재빨리 작업복을 벗기 시작한다. 그 안에는 이미 완비된 신사복.
S#58. 11층 복도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오이사가 직원과 함께 걸어 나온다.
해외협력부의 팀장이며 직원들이 궁시렁거리며 오이사네와 엇갈린다.
S#59. 해외협력부
cp 박성호라는 명패를 들어내는 손. 신사복으로 쫙 빼입은 신이다.
명패는 서랍 안에 넣어버리고 그 대신 액자 하나를 얹어놓는다. 신이 월척기념으로 찍은 낚시복의 사진이다. 물론 합성이다.
신이 의자에 깊이 앉는 동시에 문이 열리며 고개를 들이미는 오이사.
오이사 : 저기..
하다보면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다. 어라. 하다보면 저 뒤에서 신이 자기 책상 앞에서 보고 있다.
오이사가 부지런히 그 앞으로 가서는.
오이사 : 안녕하시지요?
신 : 여긴 웬일이세요. (하며 엉거주춤 일어서는)
오이사 : (재빠르게 신의 월척 낚시 사진이며 주변의 업무 서류 등을 둘러 보며) 우리 김팀장님. 근무시간이 언제까지신가.
신 : (아주 곤란하다는 듯) 저기요. 이렇게 경쟁업체 분이 사무실까지 오시면 제가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데요. 근데..
오이사 : 그러니까아.. 오해 받기 전에 잠시 나하구 어디 좀 다녀오면 안될까. 응? 오해 받기 전에.
신 :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데)
오이사 : 우리 김팀장. 이거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사무실의 구석. 칸막이 뒤. 안 보이는 곳에 작업복 차림의 문호가 숨어서 스윽 보고 있다.
S#60. 채회장 집 마당
어리버리해서 따라 들어오는 신. 신나서 안내를 하는 오이사.
신이 얼핏 고개를 들었다가 이층 난간에서 보고 있는 은수와 눈이 마주친다. 빤히 내려다 보고 있는 은수.
신이 먼저 시선을 피한다.
S#61. 서재
응접 소파에 앉아있는 채회장이 흐흐으.. 미소 지으며 실눈을 뜨고 보고 있다.
그 앞에 좌불안석으로 앉은 신. 제대로 시선을 마주치지도 못하는 척 연기 중. 오이사도 동석 중이고.
채회장 : 나 알지?
신 : 물론.. 압니다. 건설계의 전설 같으신 회장님을 물론..
채회장 : 대붕에서 직책이 뭐라고 했어.
신 : 해외협력부 제2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채회장 : 과장이면 과장. 부장이면 부장이지 팀장은 또 뭐야.
신 : 죄송합니다.
채회장 : 부장 어때? 실장도 좋고.
신 : 예?
채회장 : 내 밑에서 일해보겠냐구 묻잖나. 지금.
신 : (괜히 어리버리) 저..요?
채회장 : 오이사.
오이사 : 예 회장님.
채회장 : 이 친구 아주 맘에 들어. 자리 만들어.
신 : 아니 저 회장님.
채회장 : 인제 말해봐. 그 후진이네 패거리들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뭐하겠다구 지방에 건설 떨거지들을 다 모아 놓은게야?
신 : (난처한 듯)
채회장 : 오이사.
오이사 : 예 (재빨리 신의 앞에 얇은 봉투 하나를 내놓는다)
채회장 : 열어봐. 모자라면 말해.
신, 조심스레 봉투를 열어 안을 엿본다. 수표가 들어있다. 액수가 생각보다 큰지 헉..
채회장 : 모잘라?
신 : 아니 저기.. 이게..
채회장 : 뭐야. 후진이 속셈이.
신 : ...그 실장이라면 어느 부서 실장을..
채회장 : 말부텀 해봐.
신 : 예.. 지금 후진페이가 작업하는 게 주하이 신도시 개발에 대한 건데요.
채회장 : 알어 그건 나두. 그래서 그거 시공사를 한국에서 찾아보겠다는 거 아냐.
신 : 지금 생각이 반반입니다.
채회장 : 뭐가 반반인데.
신 : 걔들은 한국에 하청업체를 모아서 직접 시공할 생각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 하청업체들을 모아 의중을 떠본거구요.
채회장 : ..지네들이 직접 할 거라면 왜 지 나라 하청업체 놔두고 우리나라까지 와서..
신 : 신도시 건설에 있어서라면 한국은 전설입니다. 아시죠?
S#62. 배경 몽따쥬
영국 신도시들에 대한 사진 혹은 동영상 자료들.. 그 위로.. (영국 신도시 사진들 몽따쥬면 되겠습니다)
신소리 : 영국에 밀턴케인즈라는 신도시는 1967년에 착공했는데 2006년 이후에나 완공이 되었습니다. 자그마치 40년 걸린거죠.
S#63. 배경 몽따쥬
일본 신도시 동영상 자료들 몽따쥬.
신소리 : 일본에서 가장 성공적인 신도시라는 다마뉴 타운은 1965년에 착공해서 2001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역시 36년 정도 걸렸죠.
S#64. 배경 몽따쥬
한국의 분당이나 일산 신도시 모습들.. 그 위로.
신소리 : 한국의 분당 신도시 얼마 걸린 줄 아세요? 1989년에 착공. 1996년 완공. 7년 걸렸습니다. 최초 입주는 91년.
단 이년만에 시작됐죠. 일산신도시. 90년에 착공. 95년에 완공. 오년만에 완성시켰고. 역시 이년만에 입주 시작했구요.
S#65. 채회장 서재
신 : 이 놀라운 기적의 신도시 건설. 그 건설에 참여했던 하청업체들을 모아서 직접.. 해보겠다는 겁니다. 주하이에서는.
채회장 : (날카롭게 보는)
신 : (순진하게 마주보는)
채회장 : 자네가 있는 대붕건설. 하청업체 아니잖아.
신 : 아니죠.
채회장 : 근데 왜 따라당겼어.
신 : 설득중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신도시의 기적은 하청업체들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중심이 필요하다. 그게 우리다.
채회장 : 설득이 되든가?
신 : 거의..
채회장 : 어떻게?
신 : (차마 말못하겠다는 듯)
채회장 : (오이사에게 눈짓)
오이사 : (또 하나의 봉투를 신 앞에 놓아준다)
신 : (침을 꿀꺽.. 탐욕스럽게 봉투를 보는)
채회장 : 어떻게?
신 : ..거래은행을 텄습니다.
채회장 : 무슨 거래.
신 : 주하이에 시장인 후진바오. 후진페이의 친동생이죠. 그 자에게 직접 통하는 은행 계좌를 알아냈습니다.
채회장 : 얼마 넣을 생각이었어?
신 : ...
채회장 : 채동건설 개발부 실장. 어때. 연봉은 자네가 정해.
신 : ...마지노선 30까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채회장.. 득의양양 미소를 짓는다.
S#66. 다락방
은수가 노트를 무릎에 놓고 앉아있다. 노트에는 30억이라고 적혀있다.
옆에 화살표를 긋고 잠시 생각해보더니 50억? 이라고 적는다.
S#67. 경태의 방
인터넷 방송을 위한 준비가 하나하나 진행된다. 컴을 켜고. 마이크를 조정하고. 잭을 꼽고 등등..
그리고 드디어 자리에 앉는 경태. 헤드셋을 조정하고 그리고 온을 넣는다.
경태 : 그건 별고 없으셨습니까. 개미군단 여러분. 마징거 헌터가 돌아왔습니다. 아직 자알들 버티구 계세요?
S#68. 회사
개미 중 하나인 회사원. 강승현. 눈이 둥그래진다. 주위를 살피며 이어폰을 살그머니 귀에 꼽는다.
들리는 경태의 목소리.
경태소리 : 아직 저 기억하시죠? 못하신다구요?
S#69. 지하철
기둥에 기대 선 채 졸던 학생 현수가 눈이 번쩍 떠진다. 귀의 이어폰을 더 잘 꼽는다.
경태소리 : 그럼 기억하시는 분만. 들어보세요. 모르겠는 분은.. 가세요.
S#70. 아줌마 방
개미 아줌마 안여사. 스피커에서 나오는 경태의 목소리에 바싹 다가붙듯 듣고 있다.
경태소리 : 이건 선수끼리 얘기니까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들은 제발 가세요.
S#71. 경태의 방
경태 : 이 마징거가 냄새를 하나 맡았습니다. 그래서.. 슬슬 따라가 볼까 하는데. 같이 가보실래요?
단.. 이번 껀은 제 말을 확실하게 제깍제깍 따라줘야 되겠습니다. 잡아 하면 잡고. 놔..하면 놓고.
물어 하면 물고. 뱉어 하면 뱉고.. 그럴 수 있겠어요? 그럴까말까 하시는 분.. 가세요 쫌.
S#72. 채회장 집 정원
대문이 열리며 도우가 들어선다. 그 뒤를 따르는 케이.
S#73. 거실
마악 서재에서 나오던 채회장이 돌아본다.
들어서고 있는 도우가 채회장을 보더니 멈춘다. 공손히 머리를 숙여보인다.
도우 : 다녀왔습니다.
채회장 : (버럭 불쾌감이 앞서서) 여기 내 집에 니가 왜 기어들어와.
도우 : 봐주세요. 아버지.
채회장 : (불끈하는데)
도우 : (어디까지나 착하게) 집 나가서 떠도는 거. 호텔 생활.. 너무 힘들어서요. 집에 있구 싶어서 왔어요.
은수도 걱정되구요. 그래서 왔어요. 죽은 듯이 있을게요. 좀 봐주세요.
도우가 간절하게 말하는 것에 채회장이 잠시 머뭇대는 사이. 도우는 고개를 숙여보이고 이층으로 가는 계단으로..
이층으로 오르던 도우가 슬쩍 내려다본다. 오이사가 다급하게 뛰어들고 있다.
오이사 : 급한대로 스무개는 준비됐습니다. 해외에 있던 비자금. 해외 미수금 다 끌어모아서..
채회장이 쉿. 조용히 시키고 도우 쪽을 올려다본다.
도우는 관심없는 척 올라가버린다. 케이가 그 뒤를 따른다.
S#74. 도우의 방
들어서며 넥타이를 풀며.
도우 : 평생 그렇게 뇌물을 바쳐댔으면 이제 노하우 정도는 좀 생겨야 되는 거 아닌가. 저렇게 형편없는 사기에도 당할 정도라니..
그 사이 케이는 들고 온 도우의 노트북을 테이블에 놓고 부팅을 시킨다.
노크와 동시에 문이 열리며 은수가 들어온다.
은수 : 오빠.
도우 : 안 잤어?
은수 : 들어온거야? 아주?
도우 : 아버지만 내쫓겠다 안하시면..
은수 : 에에이. 내가 막아주께. 아 저녁은? 뭐 좀 줄까?
도우 : 좀 출출하긴 하네.
은수 : 비빔국수 해주까? (케이에게) 괜찮아요? 비빔국수? 오빠가 좋아하는 식으로 김치 넣어서 해드릴께요.
케이.. 멀뚱 대답을 못하고. 은수는 몸을 돌려 나가려다 멈칫. 다시 도우를 돌아본다. 도우가 노트북의 화면에 시선이 꽂혀 있다.
도우가 모니터 앞으로 다가서서 본다. 채동의 주가를 나타내는 챠트다. 완만하게 오르고 있다.
도우가 웃는다. 옆에서 보는 사람 불안하게 혼자 웃더니.
도우 : 그냥 형편없는 사기꾼들은 아닌 모양인데? (하며 은수를 돌아본다) 제법이야. 아주.
은수가 불안해서 도우를 본다.
S#75. 거리 / 밤
문호의 작은 차가 달려오더니 정차한다.
내리는 문호와 신. 재명. 문호는 종종 한쪽으로 바쁘게 간다. 아는 길이다. 재명 역시 그 옆을 따르고.
그 뒤를 따르다가 신이 문득 멈춰선다.
거기 화려한 불빛의 보석상이 있고. 쇼윈도우에 각종 보석반지들이 진열되어있다. (밤이라서 잠겨있는)
그 반지들이 신의 발길을 잠깐 멈추게 했다.
S#76. 작은 인쇄소 앞 / 밤
오래되어 보이는 인쇄소.
열려진 문으로 인쇄소 주인과 문호가 끌어안고 반가워 하는 모습이 보인다.
입구 밖에 서 있는 신. 무료한 듯 주위를 둘러보다가 간판이 비뚤어진 것을 고쳐준다.
(혹은 구석이 좀 떼어진 스티커를 잘 붙여준다)
다시 안을 들여다본다. 거기 인쇄소 주인 옆에 문호와 재명.
재명이 주인에게 여러 장의 서류들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는 중이다.
(위조 서류들. 중국에서 발행한 것으로 된 MOU 등의 서류를 위조할 샘플.
뒤에 채회장 앞에서 다시 보여질 것이므로 이해하기 쉽게 크로즈로 한번)
주인이 안경을 쓰며 자세히 들여다본다.
입구 밖에서는 신이 밤하늘을 본다. 보이는 것은 없다.
S#77. 도우의 방 / 밤
핸드폰을 하는 도우. 방안에는 그 혼자.
도우 : 시간이 별루 없어요. 눈치 안봐두 좋으니까 빠르게 사모으세요. 지금 개미들이 움직이고 있거든요.
거기 묻어서 같이 움직이는 거에요. 자금은 골든크로스의 제니한테 연락해봐요. 그쪽에서 자금줄을 맡고 있으니까.
이제 도우는 하나의 벽 앞에 서있다. 전화를 끊고 옆의 리모콘을 든다. 벽을 향해 리모콘을 작동한다.
벽면이 한쪽으로 밀리며 숨겨놓았던 아래벽이 나타난다.
도우가 다시 리모콘을 작동하자 그 벽면을 향해 라이트가 비춰진다. 벽면에는 도우가 직접 그린 한 도시의 조감도가 붙여져 있다.
앞으로 도우가 가지고자 하는 자기만의 공국이다.
벽 앞으로 다가선 도우가 가만가만 그림을 매만져 본다. 가지고 싶다. 멀지 않았다..는 느낌으로..
S#78. 호텔 앞 / 낮
도착하는 승용차. 먼저 내린 오이사가 재빨리 뒷좌석의 채회장을 위해 문을 열어준다. (오이사는 노트북을 들고 있다)
S#79. 호텔 스위트룸
재명이 문을 열어준다. 들어서는 채회장과 오이사.
채회장 : 안녕히들 주무셨습니까.
재명이 매너있게 소파로 둘을 안내한다.
채회장이 안내된 자리로 앉으며 두리번두리번
채회장 : 후진선생께서는..
재명 : 후.
채회장 : 예?
재명 : 시엔성(선생)의 성은 후. 이름이 진페이. 따라서 후시엔성. (별로 채회장을 좋아할 수가 없다. 냉냉하다)
채회장 : 아.. 하하. 후.. 후선생.
재명 : 후 시엔성께선 안쪽에서 중국에 전화중입니다.
채회장 : 우리 딸애한테 직접 전화를 주셨다구 해서 이 얼마나 기다렸던 전화인지. 하하하..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재명 : 좋은 여자다. 이상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채회장 : 예?
재명 : 하고 시엔성께서 말했습니다.
하더니 한쪽의 방문 쪽으로 간다. 문을 열고 안을 향해 중국말로 말한다. 채동의 회장이 찾아왔습니다. 라는 정도.
오이사가 기웃거려 방 안을 엿본다. 방안에서 문호가 전화중이다. 재명에게 손을 들어보인다. 알았다고.
전화에 대고는 열심히 중국어로 뭐라 말하는 거 같지만 잘 모르겠다.
채회장. 급한 성질에 더 못 기다리겠다. 벌떡 일어나 재명에게 가더니 소매를 끌고 와서 소파에 앉히며.
채회장 : 어차피 우리 얘기 통역해줄 분이니 시간 끌 거 없이 미리 얘기합시다. 이보시오. 젊은 선생.
재명 : (냉냉하게 보기만)
채회장 : (안주머니를 뒤진다)
오이사 : 저기 회장님. 만사는 너무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풀어가시는 게..
채회장 : (무시하고 주머니에서 꺼낸 종이를 땅 내려놓는다) 이거 홍콩은행 계좌번호.. 후진.. 아니 후선생 꺼 맞지요?
S#80. 경태의 방
의자에 뒤로 기대 누워 빙글빙글 돌리기도 하고 거의 넘어질 뻔 할때까지 젖혀보기도 하고 장난을 치고 있던 경태가
의자를 돌리다가 멈춘다. 화면을 다시 본다. 으잉?
화면에 나와있는 채동의 주식. 완만하게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어느 지점부터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경태의 눈이 커진다. 머리 속에서 뭔가가 마구 굴러가기 시작한다.
S#81. 호텔 스위트룸
이제 문호가 소파에 나와 앉아서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보고 있다.
채회장이 호탕한 척하며 말하고 있다.
채회장 : 이상하게 생각하실 거 조금도 없습니다. 후 선생께서도 이렇게 큰 일을 하시려면 자유롭게 쓰실 수 있는 돈이
필요할 것이구요. 동생 되시는 주하이 시장께서도 한 도시를 새로 건설하는 건데. 개인돈이 필요할 거 아닙니까.
한국이나 거기 중국이나 높은데서 일하시는 분들 사정은 다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그 사정을 제가 자알 압니다.
냉냉하게 보고 있는 문호와 재명.
오이사 : (재명에게) 저기.. 통역을 좀.. .
재명, 그제야 생각난 듯. 문호의 귀에 대고 중국말로 속닥거린다. 내용은 상관없음.
문호는 괜히 끄덕거리더니 재명에게 낮게 뭐라 말한다. 모르는 사람이 듣기에는 그럴 듯 해보이는 엉터리 중국말.
채회장 : 뭐라고 하시는...
재명 : 얼마나 주겠다는 거냐.. 라고 하십니다.
채회장 : (흐흐흐 웃는다)
문호 : (표정관리하며 기대에 차서 보는)
채회장 : 오이사.
오이사 : (자세를 바로 하더니) 홍콩달러로 3천만불. 한국 돈으로 약 50억원이죠. 전액을 바로 계좌에 넣어드릴 수가 있습니다.
문호,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이 넘어가는데 간신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오이사 : 물론.. 당연히 그렇게 해주시겠지만 저희 채동건설을 주하이 신도시 메인 시공사로 약정한다...는 양해각서랄까.
그 엠오유(MOU)하고 형식적인 영수증만 있으면 되겠습니다. 또 물론.. 당연히 그러시겠지만 체결하는 기관은
공신력이 있는 당기관이어야겠지요. 하하하.
재명, 그제야 생각이 나서 낮게 문호에게 통역을 하는 척.
채회장. 득의만면. 어때? 하는 눈빛으로 문호를 본다.
S#82. 도우의 방
도우가 방안을 서성이며 핸드폰으로.
도우 : 아마 이삼일내로 뉴스를 터뜨릴 거 같아요. 그 직전에 던질 생각이니까 그때까지는 모을 수 있을만큼 모아보죠.
아니. 채동 걱정은 할 거 없어요. 어차피 한번은 흔들어야 했으니까. 이렇게 나를 도와주는 자들이
제 발로 찾아올 줄은 몰랐죠. 어떤 자들인지 궁금하지 않아요. 제니?
도우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S#83. 골든크로스 일각
경아가 생글생글 전화를 받고 있다.
경아 : 상무님이 그러지 않았어요? 사람은 안 보이고 챠트만 보인다구요. 나, 상무님 수제자. 나두 사람은 상관 말구 차트만 볼래요.
...알았어요. 계속 진행할께요.
전화를 끊고 돌아서려다가 어쩐지 멈칫하는 마음에 선다. 뭔가 마음 깊은 곳에서 걸린다.
S#84. 뮤즈
신이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앉아있다. 기다리는 중이다.
노트북의 화면에는 홍콩의 은행 계좌가 보여지고 있고. 잔금액수는 100달러 정도만 기입되어있다.
그 때 우당탕거리며 방에서 나오는 경태.
경태 : 저기.. 저기..
손가락 코드를 꼽을 곳을 찾아 헤메다가 대충 꼽고.
경태 : 완전 수상합니다.
신 : 뭐가.
경태 : 진짜 수상합니다.
신 : ?
경태 : 누가 껴든 거 같습니다. 채동 장세가 이상합니다. 나 마징거하고 개미군단. 말고 누가 있습니다.
그 누가 누군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내 계산하고 너무 틀립니다. 그 누가 누굴까요.
신.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찡그리고 본다.
S#85. 호텔 스위트룸
소파 한쪽에서는 오이사가 노트북에서 온라인 뱅킹을 준비하고 있다. 화면에는 홍콩 소재 은행의 온라인 이체 과정.
오이사가 다다닥 금액을 쳐넣는다. 온라인 계좌 이체를 실행하는 과정이다. 아직 실행은 하지 않고 금액만 올려놓은 상태.
오이사가 노트북을 돌려서 문호가 보게 해준다. 문호가 거만하게 확인을 하고 재명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재명의 조작에 의해 노트북에 연결되어있던 프린트가 소리를 내며 작동을 하기 시작한다.
재명이 프린트 되어 나오는 서류들을 챙겨서 소파 쪽으로 온다.
테이블에 늘어놓는 MOU 서류. 아까 인쇄소에 부탁했던 것들이다.
재명이 변호사답게 깔끔한 손길로 착착 늘어놓으며.
재명 : 중화민국공산당국가개발위원회에서 체결된 엠오유입니다. (서명이 되어진 부분들을 펼쳐보여주며)
위원회 위원장과 주하이 시장의 서명이 들어있습니다. 회장님은 이쪽에..
채회장이 그곳에 사인을 한다. 오이사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오이사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암호를 쳐넣는다. 그리고 신중하게.. 엔터키를 누른다.
문호, 저도 모르게 그것을 비죽이 보고 있다.
S#86. 뮤즈 내부
신이 벌떡 자세를 잡으며 노트북 화면을 본다.
S#87. 호텔 스위트룸
오이사가 노트북의 화면을 돌려 보여준다.
문호와 재명이 확인한다.
S#88. 뮤즈
어느새 다가온 경태와 신이 화면을 확인한다. 거기에 아까까지 100불이 있던 잔고가 3천만100불이 되어있다.
신이.. 어이없고. 웬지 믿어지지 않아서 웃는다.
경태는 다시 한번 노트북을 끌어당겨 화면을 본다. 화면 안의 숫자 동그라미를 세어본다. 일십백천만...
S#89. 호텔 객실앞 복도
채회장과 오이사가 나오고 있다. 재명과 문호가 배웅하는 중.
채회장과 문호가 악수를 나눈다. 채회장은 잔뜩 기분이 좋아서 두손으로 문호의 손을 감싸 몇 번이나 흔들어댄다.
그런 모습들을 이만치에서 보고 있는 시선. 케이다. 케이가 핸폰을 든다.
케이 : 계약이 끝난 모양입니다.
S#90. 도우의 방
도우가 스피커폰을 올린다.
도우 : 오늘 가능한 데까지 다 끌어 모으고. 내일 오전 대기하세요.
S#91. 작전실
헤드셋으로 지령을 듣고 있는 팀장. 작전실의 사내들. (전에 찍은 그림으로 대치해도 될 듯_)
도우소리 : 아마 내일쯤 채동에서 뉴스를 터뜨릴 거에요. 개미들보다 한발짝 앞서서 터는 거. 그게 포인트에요.
S#92. 도우의 방
도우 : 타이밍은 내가 잡을 겁니다. 모두.. 긴장 늦추지 말고. 대기해주세요.
S#93. 스위트룸
재명과 문호가 빠른 손길로 짐을 싸고 있다.
노트북이며 가방이며 빠르게 꾸리면서 문호가 헤드셋 핸폰으로
문호 : 아마 채동에서는 내일쯤 뉴스를 터뜨릴 거야. 채동건설이 주하이 개발을 독점 계약했다. 뭐 이렇게 떠들겠지.
그럼 채동에 주식 그거. 완전 치솟을텐데 말이다.
S#94. 호텔 주차장
완전히 짐을 꾸린 문호와 재명이 빠른 걸음으로 철수해 나오고 있다. 문호 앞과 연결되는 전화 통화.
문호 : 그래서 우리가 사놓은 거는 내일 다 파는거야? 며칠 더 두고 보지 않구?
이야 이렇게 쉬울 줄 알았으믄 우리 다방 담보 잡히구 완전히 채동 주식에 올인해 볼 걸 그랬어야.
S#95. 뮤즈
신이 전화를 받고 있다.
신 : 돈 버는 건 두 번째고. 첫 번째 목표는 채동을 넘어뜨리는 거였잖아요. 내일 채동이 주하이 건설 땄다구 발표를 하면
언제쯤 그게 사기라는 뉴스를 날려줘야 제대로 흔들 수 있을 거냐. 그 타이밍은 선생이 잡아줄 거고. 안그래. 선생?
하며 돌아보니 경태가 혼자 안절부절 가게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양손의 검지를 서로 접속하고 있는 것이 스스로와 교신 중이다.
S#96. 거리 / 밤
사람들이 걸어간다. 차들이 소리를 내며 지나쳐 간다.
그 거리를 신이 걸어온다. 어쩐지 허무해서 가만 있을 수가 없어 걸어나온 길이다.
딱히 갈 곳이 없어서 걸음이 느려지다가 우두커니 선다.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낸다.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본 채 망설인다. 누구에게 걸어야 할지..
S#97. 버스 정류장 / 밤
신이 앉아서 전화를 하고 있다. 괜히 밝게.
신 : 형수. 내가 오늘 돈 좀 벌었거든요. 좀 많이 벌었어요. 내 뭐랬어요. 나 할 수 있다 그랬잖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아직 못 정하셨어요? 어디로 가구 싶으신데? 미국? 호주? 유리한테는 물어보셨어요? 유리는 어디가 좋대요?
S#98. 떡볶이 집
명선이 떡볶이를 저으며 전화를 받고 있다.
명선 : 저녁은 먹었어요? 뭐하구 다니시든 간에 하루 세끼는 꼭 좀 챙겨 먹어요. 아니다 내일이라두 올래요?
내가 사골이라도 좀 고아놓을게 갖구 가요. 같이 지낸다는 분들하고 나눠 먹게. ..근데 삼촌. 경아씨하고는 연락이 되요?
되면 한번 델구 오지. 뭐.. 삼촌이 다 생각하구 있겠지만 나보다는 경아씨가 먼저에요. 알죠?
신세를 갚는다면 제일 먼저 경아씨인 거.
S#99. 버스 정류장
신이 잠시 말이 막혔다가..
신 : 예. 알아요. 그럼요. ..시간 나면 갈게요. ..들어가세요.
전화를 끊는다. 문득 돌아보면 옆에 웬 할아버지가 앉아있다. 괜히 말을 건다.
신 : 할아버지.
노인은 귀가 어두운 듯. 무심히 앞만 보고 있다.
신 : 제가 오늘 돈을 좀 벌었거든요. 돈 버는 거 별 거 아니드라구요. 우리 형은 뭣땜에 그렇게 아등바등 일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봤자 맨날 직원들 월급주고 은행 이자 갚느라구 허덕댔으면서요. 이렇게 쉬운 길도 있는데. 그쵸?
진짜 우리 형. 쫌 한심했다니까요.
그러나 듣지 못한 노인은 버스가 도착하자 일어선다.
앞으로 나서는 노인의 뒤에 대고 신이 부른다. 괜히 세상에 대고 치대는 기분.
신 : 할아버지. ... 할아버지. 내가.. 웃겨요?
그러나 노인은 버스에 타버린다.
정차했던 버스가 가고.. 신이 혼자 남는다. 견딜 수 없이..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