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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들] 01
S#1. 체육관 앞 (낮)
문화 체육관 or 장충 체육관 or 피카디리 극장 앞.
공개방송을 할 수 있는 체육관이다.
건물 전면에는 <1975년 가수왕전>이라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다.
빅토리 레코드사 측에서 제공한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동안
관객들에게 깡패 졸개 하나가 빵과 우유를 나눠주며 봉달 쪽으로 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봉달은 동원한 팬들을 모아놓고 자기의 수신호에 따라 박수와 '티나정'을 외치도록 연습을 시키는 중이다.
체육관 앞에 도착하는 승용차(당시 그라나다 급).
봉달이 뛰어내려 문을 열어주면, 성춘이 가수 티나 정을 에스코트하고 내린다.
사람들 환호성을 지르며 티나 정에게 몰려들고, 봉달.. 인상을 쓰며 사람들을 밀어낸다.
그 때, 영준의 차(당시 포드 급)가 도착한다.
영준(선재부)과 함께 내리는 가수 양미미(양경희).
사람들.. 이번엔 '양미미'를 연호하며 우르르 몰려간다.
티나 정.. 기분이 상해 샐쭉한 얼굴로 체육관으로 올라가면,
봉달.. 자기가 '티나 정'을 연호하며 따라간다.
S#2. 공개홀 (낮)
성춘 맨 앞줄에 앉아서 리허설을 하고 있는 티나 정을 보고 있는데,
영준 임신한 명자와 다정하게 들어온다.
성춘 : (일어나서 영준에게 깍듯하게 인사하는) 오셨습니까? 형님! (명자에게 시선 주면)
명자 : (자기도 모르게 임신한 배를 가리며 시선을 내리깐다)
영준 : (기분 좋게) 우리 와이프 오랜만에 보지?
성춘 : 네!
영준 : (명자에게 다정하게 신경 써주는) 서 있으면 힘드니까 여기 앉아 있어요.
명자 : 그럴께요.
영준 : (가고)
성춘, 명자 :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성춘 : 임신 축하해.
명자 : 고마워. 오빠........... 일은 잘 되지?
성춘 : 형님 밑에 있을 때보다 맘은 편하다.
명자 : (!)
S#3. 부조 (밤)
모니터에 양미미가 노래하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다.
스탭이 뛰어들어온다.
PD : 최종 엽서 집계 결과 나왔어?
스텝 : 네!
PD : 양미미지?
스텝 : 그렇죠! 뭐!
PD : 명음 레코드가 독주를 하는구만. 이영준이 살맛 나겠어.
그 때, 전화벨이 울린다.
스텝 :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 (긴장하는) 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PD에게 전화기를 넘겨주며) 국장님이시라는데요.
PD : 국장님? (?해서 전화를 받는)
S#4. 공개홀 (밤)
양미미. 티나 정을 비롯한 가수들.. 무대에 모두 올라와 있다.
가수들 얼굴 하나하나를 비추는데 하나 같이 긴장된 표정들이다.
봉달과 성춘, 영준과 명자 역시 긴장된 얼굴로 맨 앞줄에 앉아 지켜보고 있다.
M.C : 이제 올 한 해 동안 여러분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가수왕을 발표할 순간입니다.
(E) 악단의 드럼 소리 높아지고, 관객들 '양미미'를 외치면,
봉달 벌떡 일어나 아까 가르친 신호대로 '티나 정'을 외치도록 유도한다.
M.C : 1975년, 올해의 가수왕은 과연 누굴까요? 자.. 발표하겠습니다.
(봉투를 열어보고 잠깐 멈칫하다가) 올해의 가수왕입니다!
양미미 : (미소지으며 앞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데)
M.C : 티나 정!
양미미 : (충격 받아서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지며 다리 휘청하고)
티나정 : (뛰어나가 너무 좋아 꺅꺅 소리를 지르며 트로피를 받는다)
영준 : (벌떡 일어나 외친다) 이건 말도 안 돼!
명자 : (안타까운 눈길로 영준을 보는데)
봉달 : (환호를 지르며 '티나정 만세'를 외치고)
영준 : (의심스런 눈으로 성춘을 노려보면)
성춘 : (몸을 의자에 묻은 채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S#5. 분장실 (밤)
양미미.. 영준의 부축을 받으며 울면서 들어오는데, 건장한 형사가 기다리고 있다.
형사 : 양미미씨하고 잠깐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
영준 :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담에 하시죠. 지금은 좀 곤란합니다.
형사 : (안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준다)
영준 : (놀라면)
형사 : 양미미씨를 대마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겠습니다.
양미미 : (놀란) 뭐라구요?
형사 : 양미미씨가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피운다는 제보를 받고 집을 수색한 결과, 상당한 양의 대마초를 발견했습니다.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양미미 : (정신을 잃고 스르르 주저앉는다)
영준 : (양미미를 부축하며) 미미야! 양미미!
S#6. 빅토리 사무실 (밤)
지금 사무실과는 달리 규모가 작고 허름한 사무실.
벽에는 '티나 정'의 포스터 조잡하게 붙어 있다.
성춘.. 유리 테이블 위에 가수왕 트로피를 옆에 놓고 봉달과 함께 축하주를 마시고 있다.
봉달 : 축하드립니다! 사장님!
성춘 : 봉달이 니 공이 크다.
봉달 : 앞으로도 모든 껄쩍지근한 일은 다 저한테 맡겨주십시오.
제가 형님 손에 티끌 하나 안 묻히고 다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성춘 : (술을 따라주며) 마셔!
봉달 : (두손으로 받고) 고맙습니다! 형님!
봉달.. 술을 들이키는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영준... 흥분한 얼굴로 뛰어들어온다.
봉달 : (벌떡 일어나며) 아.. 이 야심한 시간에 명음 사장님께서 어쩐 일로...
영준 : (성춘에게) 미미를 고발한 게 너야?
성춘 : 일단 좀 앉으십시오! 형님!
영준 : 얘기해! 정말 니가 그랬어?
성춘 : (똑바로 쳐다보며) 네! 제가 그랬습니다.
봉달 : (말리는) 사장님..
영준 : (설마 하다가 기가 막혀 말을 제대로 못하는) 성춘아! 너 도대체...
성춘 : (픽 웃으며) 가수왕 한 번 뺏겼다고 여기까지 쫒아와서 이러시는 거.. 형님답지 않습니다.
영준 : 뭐야?
성춘 : 저야 이번에 가수왕 못 따내면 회사 문닫고 금방 길거리로 나앉아야 될 처지지만, 선배님이야 어디 그렇습니까?
능력 있겠다, 빽 있겠다, 내년이고 후년이고 아무 때나 가수왕 가져가시면 되잖아요.
능력 없는 후배 한 번 밀어준다 생각하시고 눈 딱 감아주십시오.
영준 : 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미미는 어떡하구? 미미 가수 인생 이렇게 끝내놓구 뻔뻔하게 그런 소리가 나와?
성춘 : 가수야 또 찾으면 될 거 아닙니까! 선배님 능력이면 양미미 정도야 열 명도 만드실텐데 뭘 그렇게 미련을 두세요?
영준 : 이 자식이 정말.. (성춘에게 덤벼들어 한 대 갈긴다)
봉달 : (영준을 뒤에서 붙잡고 끌어내는데)
영준 : 그런 엉터리 제보를 해놓고 무사할 줄 알아? 너 무고죄로 잡혀 들어갈 수도 있어!
성춘 : (코피를 닦아내며 비웃는 듯) 형님! 요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시는 모양입니다.
일단 대마초로 이름 오르내리면 어차피 노래는 못하게 됩니다. 괜한 데 기운 쓰시지 말구, 집단속이나 잘 하십시오.
혹시 압니까? 형님 집에서도 대마초가 쏟아져 나올지..
영준 : (분을 참지 못해 성춘에게 다시 달려든다)
성춘 : (영준의 얼굴을 후려갈기면)
영준 : (달려들어 성춘에게 주먹을 계속 날리는데)
성춘 : (영준을 밀어낼 수 없자 더듬더듬 손을 뻗쳐 보는데 가수왕 트로피가 손에 잡히자 그걸로 영준의 머리를 후려친다)
영준 : (신음 소리를 내며 일어난다.)
봉달 : (이마에서 피가 흐르는 영준을 보고 놀라는데)
영준 : (봉달 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봉달 : (자기 쪽으로 쓰러지려는 영준을 겁이 나서 비명을 지르며 밀쳐버린다) 악!
영준 : (유리가 덮인 테이블 위로 넘어져 머리로 유리를 와장창 깨고 쓰러진다.)
성춘 : (놀라서 벌떡 일어나 영준에게 가는데)
영준 : (눈을 뜬 채 피를 흘리며 넘어져있다)
성춘 : (봉달에게 소리지르는)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봉달 : (겁에 질려) 저, 전 그냥 겁이 나서..
성춘 : (숨을 쉬는지 알아보기 위해 영준의 코앞에 손을 갖다대본다)
봉달 : 주,죽었나요?
성춘 : (끄덕)
봉달 : (털썩 주저 앉으며) 형님! 어떡해요?
성춘 : (화내는)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니가 죽였으니까 니가 수습을 해야지!
봉달 : (기겁하며) 무슨 말씀이세요? 먼저 작살낸 건 형님이잖아요.
성춘 : (봉달을 노려보며) 죽인 건 너야!
봉달 : (억울한) 형님...
S#7. 서울 외곽 도로 (새벽)
차들의 왕래가 없고 가로등이 없어 어두컴컴한 도로.
도로에 서는 영준의 차.
차에서 내린 봉달.. 주위를 살피더니 차 트렁크에서 영준의 시체를 끌어내 땅에 눕힌다.
봉달.. 영준의 입에 소주를 부어넣고, 시체 위에도 소주를 뿌린다.
시체를 차도 위로 옮겨 눕혀 놓고, 도로변에 몸을 숨기는 봉달.
저쪽에서 트럭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트럭.. 영준을 밟고 지나간다.
S#8. 빅토리 사무실 (아침)
성춘..술에 취해 소파에 뻗어 있는데,
'신문이요'라는 배달소년의 외침과 함께 문틈으로 스포츠 신문이 들어온다.
성춘..힘들게 일어나서 신문을 집어와 편다.
1면 아래쪽에 '명음 레코드 사장 교통사고로 사망'이라는 헤드라인의 짧은 기사가 보인다.
기사에는 '국내 최고의 음반사로 떠오르던 명음 레코드의 사장 이영준씨가 오늘 새벽,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달려오던 트럭에 치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한때 연인 사이라는 소문이 돌았을만큼 아꼈던 가수 양미미 양이 가수왕에서 탈락하고 대마초 흡연혐의로 구속되자
충격을 받고 과음,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수사중이다.'
성춘.. 신문을 덮고 전화를 든다.
성춘 : (평소와 다름없는 어투로) 이영준씨 상가에 보낼 화환 준비해.
S#9. 산부인과 회복실 (낮)
출산을 한 명자.. 아기(선재)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다.
간호원 : (딱하다는 듯) 보호자분 없으세요?
명자 : (돌아누워 계속 울기만 하고)
그 때, 뒤에서 성춘의 목소리가 들린다.
성춘 : (E) 제가 보호잡니다.
명자 : (돌아보면)
성춘 : (선재를 안아 올려 품에 안고 들여다보며) 이름은 지었어?
명자 : 선재요. 영준씨가 미리 지어 논 이름이예요.
성춘 : 이선재.. 이름 좋다. 선재야! 만나서 반갑다!
성춘을 바라보며 방실거리는 아이의 얼굴에서 STOP!
S#10. 영안실 (낮)
선재..명자의 손을 잡고 들어가면, 상복을 입고 서 있는 성춘과 민철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민철..민철모의 영정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명자와 맞절을 하는 성춘.
선재와 민철도 어른들 옆에서 같이 맞절을 한다.
엎드린 선재의 눈앞에 민철의 눈물이 뚝 떨어진다.
선재..놀라 고개를 들었다가 민철의 눈물 가득한 눈과 마주친다.
<1985년 겨울> 이라는 자막 뜬다.
S#11. 병원 안 휴게실 (낮)
명자가 가져온 찬합이 펼쳐져 있다.
선재..맛있게 밥을 먹고 있고,
민철..자기는 안 먹고, 민지에게 정성스럽게 밥을 먹이고 있다.
그 모습을 안스럽게 쳐다보던 명자.. 민철의 숟가락을 뺏는다.
민철 : (놀라서 보면)
명자 : (다른 숟가락을 민철의 손에 쥐어주며) 너부터 먹고 힘내야지. 너까지 기운 없으면 누가 민지를 돌봐주겠어? 안 그래?
민철 : (!)
명자 : (민지를 자기가 안고 다정하게 밥을 먹이기 시작한다)
민철 :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고개 꾸벅) 고맙습니다. (꾸역꾸역 밥을 먹기 시작한다)
선재 : (먹고 있던 반찬통을 민철 앞으로 스윽 밀어준다)
민철 : (쳐다보면)
선재 : (씩 웃는다)
민철 : 너.. 이름이 뭐야?
선재 : 3학년 2반 27번 이선재! 형은?
민철 : 난 이민철! 6학년이야!
선재 : 형.... 엄마가 죽어서 많이 슬퍼? 얼만큼 슬퍼?
명자 : (나무라는) 선재야!
선재 : 난 엄마밖에 없잖아. 엄마 죽으면 얼만큼 슬픈지 알아야지!
민철 : (묵묵히 밥만 먹는다)
S#12. 아파트 단지 내 벤치 (밤)
다음 해, 봄이다. 성춘과 명자.. 걸어와서 앉는다.
선재.. 좀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선재에게 두 사람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성춘 : 마음 정했지?
명자 : ...............
성춘 : 됐어! 대답할 필요 없어. 그냥 나 하는대로 따라오면 돼.
명자 : 그치만, 오빠.... 난 아직...
성춘 : (O.L) 뭘 더 망설여? 니 남편, 니 뱃속에 애만 덜렁 남겨 놓구 무책임하게 세상 뜬 사람이고,
민철이 엄마도 몇 년을 누워 있으면서 나 힘들게 할만큼 힘들게 했다. 너랑 나, 이제 행복하게 살 자격 있는 사람들이야.
명자 : 하지만... 애들을 생각하면...
성춘 : 뭐가 진짜 애들을 위한 길인지 모르겠어? 선재를 계속 애비 없는 자식으로 키우는 게 선재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명자 : ...............
성춘 : 우리 애들도 마찬가지야. 민철이, 민지.. 한창 엄마 손길 필요한 나이다. 난 그애들을 위해서도 꼭 너랑 결혼할 생각이다.
명자 : ................우리 선재...... 정말 친아들처럼 키워줄 수 있어요?
성춘 : 그녀석, 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내 품에 안긴 녀석이야. 난 한 번도 선재를 남의 자식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
명자 : (!)
성춘 : (명자를 안으며) 나만 믿어.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명자 : (성춘에게 안겨 눈물이 글썽하다)
선재..성춘에게 안긴 명자를 보며 슬픈 얼굴로 돌아선다.
S#13. 선재 집 안방 (밤)
선재...명자의 품에 안겨 누워 있다.
두 사람 다 잠들지 못하는 상태다.
선재 : (뒤척거리며 벽 쪽으로 돌아누우면)
명자 : 안 자?
선재 : 아니... 자...
명자 : 빨리 자. 늦게 자면 내일 지각해! (선재 쪽 이불을 잘 여며주고 다시 자리에 눕는다)
선재 : (돌아누운 채 엄마 얼굴 보지 않고) 엄마...
명자 : 왜?
선재 : 그 아저씨랑..... 결혼할 거야?
명자 : ..................
선재 : 결혼해! 난 엄마랑 그 아저씨랑 결혼하는 거 찬성이야.
명자 : 진심이야?
선재 : 응! 엄마가 그 아저씨랑 결혼하면.. 형도 생기구 동생도 생기잖아.
명자 : (마음 찡해서) 우리 선재.. 많이 외로웠구나.. (하면서 선재를 안으려고 하면)
선재 : 엄마.. 나 졸려. 잘래.. (이불을 푹 뒤집어쓴다)
명자..선재를 안스럽게 내려다보고 있고,
선재.. 이불 속에서 눈물이 글썽하다.
S#14. 민철 집 정원 (낮)
인부들.. 선재네 짐을 집안으로 옮기고 있다.
머리를 스포츠형으로 깎은 중학생이 된 민철..
민지 손을 잡고 2층 베란다에서 굳은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는데,
성춘.. 선재의 손을 잡고 명자와 함께 들어온다.
선재.. 베란다를 올려다보다가 민철의 싸늘한 눈빛과 마주친다.
민철..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S#15. 민철 집 거실 (밤)
성춘..문을 열어주면, 민철의 외조모(50대. 부유한 분위기) 분노한 얼굴로 뛰어들어온다.
성춘 : (놀란) 장모님!
명자 : (소파에서 과일을 깎고 있다가 일어나는)
성춘 : 안녕하셨습니까? 근데.. 이시간에 웬일로...
외조모 : (다짜고짜 성춘의 멱살을 잡고 부들부들 떨며) 자네가 이러고도 사람이야?
내 딸 묻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그애 방에 첩년을 들어 앉혀?
성춘 : (외조모를 밀어내며) 무슨 말씀이십니까?
외조모 : 무슨 말씀? 아픈 민철이 에미 눕혀 놓고, 자넨 계속 저년 집에 드나들었지? 민철이 에미 빨리 죽으라고
둘이 붙어서 물 떠놓고 빌었지? 그 앤 자네가 죽인 거야! 자네 때문에 홧병으로 죽은 거라구!
성춘 :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외조모 : 그럼 홧병이 아니란 말인가? 지 서방이 딴 살림 차려놓고 보란 듯이 새끼까지 키우고 있는데
어떻게 홧병이 안 나고 배겨? 자넨 이제 살맛이 나겠구만! 첩년에 아들까지 다 품에 안고 살게 됐으니
아주 살맛이 나겠어!
명자 : (놀라서) 그건 오해세요. 선재는...
외조모 : (O.L) 오해는 무슨 오해? 걔가 이서방 핏줄인 거 내가 모를 줄 알어?
민철 : (계단에 서서 어른들을 보고 있다. 파랗게 질린 얼굴이다)
S#16. 민철 방 (밤)
명자..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민철의 침대는 비어 있고,
선재.. 침대 밑 바닥에 누워 있다.
명자 : 자니?
선재 : (아파서 식은 땀을 흘리며 끙끙 앓으면서도 표 안 내려고 자는 척 한다)
명자 : 얘가 침대 놔두고 왜 여기서 자.. (선재를 안아서 침대로 옮기며) 민철인...
(하다가 끙끙거리는 선재를 발견하고) 선재야! 어디 아프니?
선재 : 아니...
명자 : 아니긴 뭐가 아냐? 이렇게 열이 나는데..엄마한테 왜 얘기 안 했어? 아프면 말을 해야지! 빨리 약 먹어야겠다..
(일어나려고 하면)
선재 : (명자를 잡으며) 난 괜찮아. 가서 주무세요.
명자 : (!)
선재 : 엄마 너무 내 걱정하지 마. 그럼, 아버지랑 형한테 미안하잖아. 나 괜찮으니까 가서 주무세요. (돌아눕는다)
명자 : (가슴 아파서) 그래도 약은 먹어야지..
S#17. 민철 집 거실 (밤)
명자.. 약을 찾기 위해 불을 켜면,
민철... 민철모의 영정 사진을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명자 : (깜짝 놀라서) 민철아!
민철 : (고개를 들어 명자를 쳐다보는데 살기 띤 표정이다)
명자 : (흠칫하며) 왜 그러니? 무슨 일이야?
민철 : 나가세요!
명자 : 뭐?
민철 : 우리집에서 나가시라구요!
명자 : 민철아..
민철 : (소리 버럭) 당장 이집에서 나가란 말예요!
그 때, 안방에서 나온 성춘.. 민철에게 소리지른다.
성춘 : 너 지금 뭐라 그랬어?
명자 : (성춘 팔을 잡고 말리는) 오빠!
성춘 : (민철을 다그치는) 지금 뭐라 그랬냐니까?
민철 : (똑바로 쳐다보며) 나가라 그랬어요.
성춘 : 뭐야?
민철 : (소리지른다) 내보내요! 저 여자하고 선재, 우리 집에서 내보내란 말예요!
성춘 : (민철의 뺨을 갈긴다)
명자 : (성춘을 잡아끌며) 오빠! 들어가요! 나중에 얘기하고 지금은 그냥 들어가요! 네?
성춘 : (씩씩거리며 명자에게 끌려 들어가는데)
민철 : (성춘의 뒤에서 눈물 글썽해서 묻는다) 아버지!
성춘 : (돌아보면)
민철 : 선재... 진짜 아버지 아들이예요?
성춘, 명자 : (!)
민철 : 대답해주세요. 할머니가 말씀하신 것처럼 진짜 아버지 아들 맞냐구요?
성춘 : ............... 그래! 선재.. 내 아들이다!
명자 : (놀란) 오빠!
민철 : (성춘을 무섭게 노려보더니 밀치고 2층으로 뛰어올라간다)
명자 : (난감한) 오빠! 그렇게 얘길 하면 어떡해요?
성춘 : (단호한) 차라리 잘 됐어! 이제부터 선재한테 아버진 나 하나 뿐이야!
명자 : (근심에 찬) ............
S#18. 선재의 방 (낮)
민철은 침대 위에서, 선재는 침대 밑에서 서로 등을 돌리고 누워 있다.
선재... 땀을 흘리면서 신음 소리를 참고 있는 안스러운 모습이고, 민철 쪽으로 오면,
민철.. 어둠 속에서 분노에 찬 눈빛을 번득이고 있다.
S#19. 민철의 집 앞 (낮)
눈이 온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마당에 놓여 있다.
장봉달.. 차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
문 열리면 성춘.. 선재를 데리고 나오고,
명자.. 두 사람을 배웅 나온다.
(선재.. 정장을 빼입은 귀공자 같은 모습이다)
명자 : (걱정스런) 민철이랑 민지도 같이 데려가면 좋을텐데..
성춘 : 됐어! 안 가겠다는 놈들 억지로 끌고 갈 거 없어! (선재에게) 선재야! 타!
선재 : (명자에게) 다녀오겠습니다. (차 뒷자리에 탄다)
성춘 : (타서 차문 닫는다)
성춘의 차.. 떠난다.
명자.. 집으로 들어간다.
민철.. 베란다에서 민지를 업고 원망스런 눈길로 내려다보고 있다.
S#20. 은혜원 강당 (낮)
원생들.. 모여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중, 고등학생 남자애들은 '축! 성탄'이라고 쓰여진 손으로 만든 플랜카드를 벽에 붙이고 있고,
여자애들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고 있다.
들뜨고 왁자지껄한 분위기.
단발머리의 연수 (12살)... 강당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언덕 위에 작고 이쁜 집이 있고, 키 차이가 나는 여자애 둘(연수와 세나)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그 집을 향해 나 있는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다. 그리고, 하늘에선 환하게 웃고 있는 천사들이 두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림>
연수.. 그림 마무리에 열중해 있는데 머리 위에서 보육원 원장(50대 여자, 후덕한 인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원장 : (E) 그림 속에 있는 사람.. 연수하고 세나구나!
연수 : (수줍어하며) 네!
원장 :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둘이 손잡고 어디 가는 거니?
연수 : 우리.. 집이요.
원장 : 은혜원?
연수 : 아뇨. 나중에 우리가 갖게 될 진짜 우리집이요.
원장 : 진짜 우리집은 어떤 집인데?
연수 : 그 집은.. 따뜻하고, 외롭지 않고, 사랑이 많은 집이예요.
원장 : (!)
연수 : (천사들을 가리키며) 그리구.. 이 천사들은 우리가 이 집에 도착할 때까지 우릴 계속 지켜줄 거예요.
엄마 아빠 없이 우리끼리 걸어갈려면 힘든 일이 많을테니까, 천사들이 지켜줘야 될 거 같아서요.
원장 : (연수 머리를 쓰다듬는다)
연수 : 이 그림.. 세나한테 선물로 줄 건데, 세나 맘에 들까요?
원장 : 세나한테만 크리스마스 선물 주면 딴 애들이 샘낼텐데...
연수 : 크리스마스 선물 아니예요.
원장 : 그럼?
연수 : (빙긋 웃기만 한다.)
그 때, 밖에서 차 도착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 하나가 뛰어들어오며..
아이 : 원장님! 왔어요!
원장 :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연수 :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S#21. 은혜원 강당 앞 (낮)
성춘.. 선재를 데리고 차에서 내린다.
몰려나오는 아이들. 서툰 글씨로 '빅토리 레코드 사장님 환영합니다' 라고 쓴 플랜카드를 들고 있다.
아이들... 귀공자 같은 선재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선재.. 당황해서 어색하게 웃는다.
원장.. 강당에서 나와 성춘을 맞는다.
원장 : 어서 오세요! 바쁘실텐데 매년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성춘 : 감사는요 뭐! 참! 제 아들놈입니다. (선재에게) 원장님한테 인사드려!
선재 : 안녕하세요!
성춘 : 보고 좀 배우라고 데리고 왔습니다. 요즘 애들, 부모 밑에서 호강하면서도 도통 고마운 줄을 모르잖습니까?
부모 고마운 게 뭔지, 이웃 사랑이 뭔지, 직접 보고 느껴야 지가 알죠.
원장 : 그렇죠...
아이1 : 가수는 안 와요? 가수도 온다 그랬잖아요.
봉달 : 곧 올 거야! 선물 한아름 갖고 올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아이들 : (환호성 지르는) 와!
원장 : (성춘에게) 추우신데, 잠깐 원장실에 가서 기다리시죠.
성춘 : 그럴까요? (선재에게) 넌 애들하고 놀고 있어.
선재 : (난감하지만) ......... 네.
성춘 : (봉달과 함께 원장을 따라 가버린다)
아이들 : (선재에게 다시 시선 집중되고)
선재 : (긴장하는데)
아이들 중 덩치가 큰 아이1.... 선재에게 다가오더니, 선재의 반짝반짝한 구두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아이1 : 넌 집에 이런 구두 쌨지?
선재 : (!)
S#22. 은혜원 강당 (낮)
연수.. 그림을 돌돌 말아 정성스럽게 리본을 맨다.
연수.. 뿌듯한 얼굴인데, 갑자기 나타난 세나(7살)가 연수를 잡아끈다.
연수 : (놀라서) 세나야!
세나 :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며 쉿! 하는)
연수 : (?)
세나 : (연수를 무조건 끌고 간다)
연수 : (그림을 주머니에 넣으며 끌려가는)
S#23. 은혜원 창고 (낮)
생필품, 식료품 등을 넣어두는 창고다.
세나.. 연수를 끌고 들어온다. 물건들 사이에 큰 케잌이 놓여져 있고, 초가 꽂혀 있다.
(케잌에는 축! 성탄! 이라고 써 있는)
연수 : (놀라서) 이게 뭐야?
세나 : (자랑스럽게 웃으며) 생일 케잌! 언니! 우리 빨리 촛불 켜자!
연수 : 너 이거 어디서 났어? 이거 원장님이 사오신 거지?
세나 : .............
연수 : (당황해서 초를 뽑아내며) 어떡해? 초까지 꽂았으니 어떡해?
세나 : (연수를 밀어낸다)
연수 : (달래는) 세나야! 이거 빨리 도로 갖다놔야 돼!
세나 : (케잌을 막아서며) 싫어! 오늘이 우리 생일이라 그랬잖아. 케잌 없는 생일이 어딨어?
연수 : 그래도 이건 안 돼! 원장님이 예수님 생일 축하할라고 사오신 거란 말야.
세나 : 왜 예수님 생일엔 케잌 있구, 내 생일엔 케잌 없어? 우리반 애들 생일파티에도 다 케잌 있었단 말야.
이 케잌 없으면 나 오늘 생일 안 할래. 언니 혼자 해!
연수 : (가슴 아픈) 세나야.....
세나 : (연수 손에서 초를 다시 뺏어서 꽂고 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 불을 붙이려고 한다)
연수 : 위험해! (성냥을 뺏으며) 하우.. 이건 또 어디서 났니?
세나 : 부엌에서...
연수 : (한숨 쉬며 난감한 표정으로 세나를 쳐다본다)
세나 : (애절하게 쳐다보는) 언니.. 오늘이 우리 생일이라 그랬잖아. 나한테도 생일 만들어준다 그랬잖아.
연수 : (할 수 없이) 알았어. 그럼, 촛불 켜구 노래만 하는 거다. 케잌은 먹으면 안 돼.
세나 : (끄덕끄덕)
연수 : (성냥에 불을 붙이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
세나 :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는)
연수 : (드디어 성냥에 불이 붙고)
세나 : (신나서) 붙었다!
그 때, 선재.. 가쁜 숨을 몰아쉬며 뛰어들어와 문을 잠근다.
연수와 세나.. 깜짝 놀라서 선재를 쳐다본다.
선재.. 두 사람이 있는 것도 모르고 숨을 몰아쉬는데...
연수 : (불이 붙은 성냥을 모르고 들고 있다가) 앗! 뜨거! (하면서 성냥을 떨어뜨리는)
선재 : (놀라서 휙 돌아본다)
연수, 선재 : (눈 마주친다)
그 때, 밖에서 선재를 쫒아온 남자애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1 : (E. 문고리를 잡고 흔들며) 너 여깄는 줄 다 아니까 빨리 열어! 안 열면 쳐들어간다!
아이2 : (E, 문을 차며) 이 새끼야! 나와! 얻어터지구 아빠한테 가서 일르면 될 거 아냐! 안 나와?
선재 : (연수를 쳐다본다)
세나 : (일어나서 밖에 대고 뭔가 말하려고 하는데)
연수 : (세나를 잡는다)
세나 : (?해서 보면)
연수 : (일어나며) 언니가 나갈게. (뚜벅뚜벅 문으로 걸어간다)
선재 : (긴장하는)
S#24. 은혜원 창고 앞 복도 (낮)
원생 남자애들.. 창고 앞에서 문을 발로 차고 있는데, 찰칵!하고 자물쇠 풀리는 소리가 난다.
남자애들.. 서로 쳐다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연수가 문을 열고 쑥 나온다.
깜짝 놀라는 남자애들..
아이1 : (갑자기 수줍어하며) 연수야! 니, 니가 왜 여깄어?
연수 : 뭐 좀 찾고 있었어.
아이1 : 내가 도와줄까?
연수 : 괜찮아!
아이2 : (연수 뒤로 안을 들여다보려고 하는데)
연수 : (문을 탁 닫으며) 강당에 안 가 봐? 언니, 오빠들 다 일하고 있는데!
아이1 : 가야지! 가서 도와야지! (아이2를 끌고 간다)
아이2 : (뭔가 의심스러운데.. 하는 얼굴로 끌려가고)
연수 : (주위를 둘러보고 다시 창고 문을 연다)
S#25. 은혜원 창고 (낮)
연수.. 문을 열고, 들어오면,
선재.. 다시 놀라서 벌떡 일어난다.
연수 : 나야!
선재 :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고마워!
세나 : 오빠 겁쟁이지? 바보!
선재 : 나 겁쟁이 아냐!
세나 : 치! 겁쟁이면서..
선재 : 그냥... 싸우는 게 싫어서 그래. 싸우면................(멈칫하다) 아버지가 걱정하셔.
세나 : 오빤 아빠 있어?
선재 : ................. (작은 소리) 응!
세나 : 근데, 여기 왜 왔어?
선재 : 아버지 따라 왔어. 여깄는 애들 보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 거라구 꼭 가봐야 된다 그러셔서.....
(하다가 말 잘못했다 싶어 연수 눈치를 보는데)
연수 : (표정 굳어지더니) 이제 나가봐!
선재 : ......... 고마워.....
연수 : (외면하고)
선재 : (문 쪽으로 가는데)
세나 : 오빠!
선재 : (돌아보면)
세나 : 생일 축하 노래 부를 줄 알어?
선재 : 응?
세나 : 오늘 나랑 언니랑 생일이야! 노래 같이 불러 줘!
연수 : 세나야!
세나 : (오라는 손짓하며) 빨리!
선재 : (엉거주춤 케잌 옆으로 오면)
세나 : 언니! 촛불!
연수 : (선재를 흘깃 보더니 할 수 없다는 듯, 다시 성냥에 불을 붙이는데 역시 잘 안 된다.)
선재 : (보다 못해) 내가 해볼까?
연수 : (할 수 없이 성냥을 준다)
선재 : (한 번에 성냥에 불을 붙이고)
세나 : 와... 오빠 잘한다.
선재 : (으쓱해서 초에 불을 붙인다)
세나 : (황홀한 듯 촛불을 쳐다보며) 언니! 진짜 생일 같다! 그치?
연수 : (같이 촛불을 바라보며) 오늘이 진짜 우리 생일이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날, 크리스마스가 이제 우리 생일이 된 거야.
선재 : (촛불에 홀려 있는 듯한 연수와 세나를 바라보는데)
세나 : 노래 시작! (먼저 노래 시작하는) 생일 축하합니다.
세나, 선재, 연수 : (같이 노래한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김세나! (우리 언니) 생일 축하합니다.
세나 : (신나서 박수 치고)
연수 : (박수는 치지 않지만 행복에 빠져있는데)
세나 : (연수에게 손을 내밀며) 선물 줘!
연수 : (웃으며) 선물 없는데?
세나 : (금방 토라지며) 치! 선물 없는 생일이 어딨어?
연수 : 알았어. 알았어! 줄께.
세나 : 있어? 선물 있어?
연수 : (주머니에서 리본에 묶인 그림을 꺼내 준다)
세나 : (얼른 리본을 풀어보더니 그림을 보고 실망하는) 이게 모야?
연수 : 언니가 그린 거야. (그림을 보고 설명해주는) 이건 언니하구 세나구.. 이 집은 말이야..우리가 나중에...
세나 : (O.L 듣지도 않고 그림을 연수한테 도로 줘버린다) 나 이딴 선물 싫어!
연수 : (실망하는) 싫어?
세나 : 싫어! 나 인형이나 시계, 그딴 거 사줘! 딴 애들은 다 그런 거 받는단 말야. 무슨 생일이 이래? (울기 시작하는)
연수 : 울지 마! 언니가 담에 너 좋아하는 거 사줄게. 응? 울지 마!
세나 : (계속 울고)
선재 : (보다 못해 자기 시계를 풀어서 세나에게 준다) 이거 받어!
세나 : (울음 뚝 그치고 선재를 보는)
선재 : 생일 선물이야! 받어!
세나 : 진짜 나 주는 거야?
선재 : 응!
세나 : (받으려는데)
연수 : (확 뺏어서 선재에게 도로 주며) 됐어! 이런 거 필요 없어!
세나 : (다시 뺏으며) 싫어! 가질래!
연수 : 세나야!
세나 : (시계를 들고 밖으로 도망가버린다)
연수 : 세나야!
선재 : (웃고)
연수 : (선재 보기 민망해서 괜히 화내는) 잘난 척하지 마! 우리 공짜 싫어해!
선재 : 그럼... 그거 줘!
연수 : 뭐?
선재 : 니 그림... 그거 나 달라구! 그럼, 공짜 아니잖아!
연수 : (!)
선재 : 싫어? 싫음 말구... (돌아서 걸어가는데)
연수 : 야!
선재 : (돌아보면)
연수 : (그림을 내민다)
선재 : (웃으며 받는다) 고마워!
연수 : (왠지 수줍은데)
그 때, 밖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난다.
연수 : 어! 원장님이 부르신다. 나 먼저 갈게! 안녕! (뛰어나간다)
선재 : (연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그림을 들여다보는)
S#26. 은혜원 강당 (밤)
원생들의 장기자랑 시간.
세나.. 가수와 함께 깜찍하게 <86년 히트곡>을 부르고 있다.
성춘과 원장, 선재.. 맨 앞줄에 앉아 있다.
연수... 맨 뒷줄에 앉아 노래하는 세나를 바라보며 자랑스런 표정이다.
한편, 선재는 연수를 찾으려고 뒤를 돌아보며 두리번거리다가 맨 뒷줄에 앉은 연수를 발견한 순간,
갑자기 아이1의 얼굴이 쑥 나타나 둘 사이를 가로막는다.
아이1..인상을 팍 쓰면,
선재.. 놀라서 얼른 고개를 돌린다.
세나의 노래가 끝나면, 어른과 아이들 환호와 박수를 보낸다.
가장 열심히 박수를 보내는 연수.
S#27. 은혜원 강당 (밤)
성춘...원장과 인사를 하고 있고,
가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싸인을 해주고 있다.
선재.. 아이들 속에서 연수의 모습을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가수.. 세나에게 특별히 싸인을 한 자신의 사진을 준다.
가수 : 이건 니가 노래를 너무 잘해서 주는 상이야.
세나 : (눈 반짝이며) 저도 나중에 크면 가수가 될 거예요! 언니처럼 아주 유명한 가수가 될거예요!
S#28. 은혜원 주방 (밤)
연수...손님들에게 접대할 커피를 준비하고 있다.
곤로 위에선 물이 끓고 있고,
연수.. 테이블위에 놓인 찻잔에 커피와 설탕을 타고 있다.
S#29. 은혜원 복도 (밤)
세나.. 연수에게 자랑하고 싶어 가수 싸인이 든 사진을 흔들며 뛰어온다.
S#30. 은혜원 주방 (밤)
연수... 끓는 물이 든 주전자를 들고 커피잔에 물을 붓는데 주전자가 무거워 손이 떨린다.
그 때, 연수 뒤로 살금살금 다가오는 세나.
연수는 아무 것도 모르고 힘들게 물을 붓고 있는데,
세나... 갑자기 연수 앞으로 확 달려들며 싸인이 든 사진을 연수 눈앞에 들이민다.
세나 : 언니! 이거 봐!
연수 : (놀라서 주전자를 든 손에 힘이 빠지는 바람에 주전자가 세나 쪽으로 기울어진다.
끓는 물.. 세나의 오른쪽 어깨 쪽으로 확 쏟아진다)
세나 : 악! (비명을 지르고)
연수 : 세나야!
세나 : (울부짖는) 악! 뜨거워! 언니! 뜨거워! (그러면서도 사진은 손에 꼭 쥐고 있다)
S#31. 은혜원 강당 (밤)
성춘 일행.... 돌아가기 위해 원장과 인사를 하고 있는데,
연수.. 울면서 뛰어들어온다.
연수 : 원장 어머니!
선재 : (연수 목소리에 반가와서 돌아보다가 연수의 얼굴을 보고 놀라는)
연수 : 큰일났어요. 세나가... 세나가...
원장 : 세나가 왜?
연수 : 세나가.... (말을 잇지 못하는)
원장 : (연수에게 뛰어가고)
S#32. 은혜원 강당 앞 (밤)
봉달... 차 안에서 졸고 있는데,
원장.. 울부짖는 세나를 안고 달려나오고,
성춘과 선재, 연수, 그리고 아이들.. 뒤따라 달려나온다.
성춘 : (뒷자리 문을 열며 원장에게) 어서 타세요!
봉달 : (졸다가 번쩍 깨고)
원장 : (세나를 안고 타고)
성춘 : (조수석에 탄다)
연수 : (눈물 흘리며) 저두 같이 갈께요.
원장 : 넌 그냥 여깄어라!
연수 : (애절한) 원장 어머니!
원장 : (할 수 없이) 빨리 타!
연수 : (탄다)
선재 : (얼른 따라 탄다)
봉달 : (차 출발시킨다)
S#33. 종합병원 응급실 (밤)
원장과 성춘.. 걱정스런 얼굴로 바라보고 있고,
의사.... 세나가 화상 입은 부분의 옷을 가위로 잘라내고 있다.
세나.. 계속 아파서 비명을 지르고 있고,
그 모습을 보며 연수.. 어쩔 줄 모르며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수 : (울면서) 세나야.. 미안해... 미안해..
선재 : (좀 떨어진 곳에서 그런 연수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봉달 : (선재를 데리고 가며) 집에 가자! 먼저 데려다줄께.
선재 : (봉달의 손에 이끌려 가며 울고 있는 연수를 돌아본다)
S#34. 여자 고등학교 앞 길 (낮)
교복 입은 여고생들 쏟아져 나온다.
고물 자전거를 탄 세나.. 그 사이를 뚫고 달려간다.
세나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여고생들.
자전거를 탄 세나의 시선에서 저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연수의 모습.. 점점 가까워진다. (연수:21세, 세나:16세)
<1995년 봄> 자막 뜨고..
연수 : 늦었네!
세나 : (단발머리에 교복. 자전거에서 뛰어내리며) 또 나 기다린 거야?
연수 : (미소지으며 도시락 가방을 받는다)
세나 : 언니 요즘 이상하드라. 왜 하루종일 나만 졸졸 따라다녀?
연수 : 좋아서!
세나 : (어이없어서 웃는)
연수 : (도시락 가방 흔들어보며) 다 먹었어?
세나 : 그러엄... 누가 싸준 도시락인데...
S#35. 은혜원 앞 길 (낮)
세나.. 세나의 가방을 안고 있는 연수를 뒤에 태우고 달리고 있다.
연수 : (세나의 머리를 살펴보더니) 우리 세나... 머리 짜를 때 됐네?
세나 : (펄쩍 뛰며) 관심 갖지 마! 나 이번 달부터 미장원 가서 스트레이트 파마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연수 : 학생이 무슨 파마... 이번까지만 언니가 짤라줄께.
세나 : 싫어! 언닌 꼭 촌스런 범생 같이 짤라놓잖아. 내가 미장원 갈라구 아르바이트까지 한거 몰라?
연수 : 이번 딱 한 번만! 응?
세나 : 싫다니까! 꿈도 꾸지 마!
S#36. 은혜원 기숙사 방 (낮)
작은 거울 앞에서 세나... 타올을 목에 두른 채, 퉁퉁 부은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고,
연수..... 세나 뒤에 앉아서 머리를 빗질하고 있다.
세나 : 많이 짤르지 마! 담주에 미장원 갈 거니까!
연수 : 알았어..
세나 : 진짜 이해 안 된다. 왜 그렇게 내 머리가 짜르고 싶은 건데?
연수 : 그냥... 우리 세나 머리는 내가 계속 만져줬으니까.. 감겨도 주구, 빗어도 주구, 짤라도 주구...
세나 : 그러니까, 이제 손 뗄 때도 됐잖아.
연수 : 그렇지.. 그럴 때도 됐지.. (눈물 글썽해지며 계속 빗질을 한다)
세나 : 참! 우리 학교.. 다음 주에 수학여행 간대!
연수 : (눈물 삼키며) 그래? 어디루?
세나 : (시큰둥하게) 경주!
연수 : 재밌겠다.
세나 : 재밌긴 뭐가 재밌어? 재수 없는 애들하고 사흘씩이나 한 방 써야 되는데... 나 안 갈 거야.
연수 : 왜 안 가? 한 번뿐인 수학여행인데 가야지!
세나 : 가기 싫어! 차라리 언니랑 영화나 보러 가는 게 낫지.
연수 : 수학여행비 때매 그러는 거지? 그정돈 언니가 내줄 수 있어.
세나 : 됐어! 언니도 수학여행 같은 거 한 번도 못 갔으면서 뭐!
연수 : 그거야 그 땐 여기 사정이 너무 어려웠으니까....
세나 : (O.L) 지금은 뭐 안 어렵나?
연수 : 아무리 어려워도 언니가 우리 세나 수학여행은 꼭 보내줄 거야. 그런 거 못 가고 빠지면 졸업하고 나서
꺼내볼 사진 한 장도 없구.. 얼마나 슬픈데... 그러니까, 넌 수학여행 꼭 가!
가서 친구들이랑 사진도 많이 찍구, 맛있는 것두 많이 사먹구, 응?
세나 : (좋으면서 괜히 퉁퉁거리는) 차! 누구 들으면 김연수 재벌인 줄 알겠네.
언니가 나 맛있는 거 사먹을 돈까지 팍팍 줄 수 있어?
연수 : 지금은 팍팍 못 주지만, 돈 벌면 팍팍 줄 수 있지!
세나 : 치! 그거 기다리느니 내가 가수 돼서 돈 버는 게 훨씬 빠르겠다.
연수 : 그래.. 우리 세난 분명히 유명한 가수가 될 거야. 그 때 언니 모른 척하면 안 된다.
세나 :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하란 말이야.
연수 : 응.. (눈물 글썽해서 세나 머리만 쓰다듬고 있다)
세나 : 뭐해? 머리 안 짜를 거야?
연수 : 짤라야지... (몰래 눈물을 닦아내면서 세나의 머리를 자른다)
S#37. 은혜원 빨래터 (낮)
연수... 세나의 옷들을 빨고 있다.
옷들 중에는 여름 옷들도 있다.
빨래를 하다가 눈물을 훔치는 연수.
S#38. 은혜원 기숙사 (밤)
세나.. 자고 있고,
연수.. '김세나'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서랍장에 세탁한 세나의 옷들을 개켜서 차곡차곡 정리하고 있다.
연수.. 정리를 끝내고 자고 있는 세나에게 다가간다.
조금 드러난 세나의 어깨에 데인 흉터가 보인다.
그 상처를 가만히 쓰다듬는 연수... 마음이 아프다.
연수 : (혼잣말) 미안해. 세나야.... 죽을 때까지 미안할 거야.
S#39. 버스 정류장 (낮)
버스 정류장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연수와 세나. (연수의 짐은 옆에 놓여져 있다)
세나와 연수...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둘 다 땅만 보며 말없이 앉아 있는데..
세나 : 자주..... 올 거지?
연수 : 아니...
세나 : (보면)
연수 : 여기 오면..자꾸 맘 약해질 거야. 울고 싶구, 눌러 앉구 싶구...나, 너 데려갈수 있을때까지 정말 독하게 살기로 맘먹었어.
뒤 안 돌아보구, 딴 생각 안 하구, 열심히 돈만 벌기루...
세나 : (눈물 핑 돌며 투정하는) 그럼,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는 건데? 나 데리러 올 때까지 한 번도 못 만나는 거야?
연수 : (잠깐 생각하다) 그래! 우리 생일날 만나자! 보고 싶어도 꾹 참고 있다가 크리스마스에 만나는 거야! 어때?
세나 : 생일날?
연수 : 응! 아주 멋-진 데서 짠! 하구 만나서, 맛있는 것두 먹구, 재밌게 노는 거야.
우리은 혜원 말구 딴 데선 생일파티 한 번도 해 본 적 없잖아. 너, 어디 가고 싶은 데 없어?
세나 : 별로 없는데...
연수 : 생각해봐! 언니랑 둘이 가고 싶은 데가 하나도 없단 말야? 이거 섭섭한데?
세나 : ................. 서울 타워에 가보고 싶긴 해.
연수 : 서울 타워?
세나 : 응! 거기 올라가면 세상이 다 내 발 밑에 있을 거 아냐. 나 부모 없다고 무시하는 어른들도 내 발 밑에 있을 거구,
나 돈 없다고 깔보는 기집애들도 내 발밑에 있을 거구..그런 인간들 몽땅 다 내 발 밑에 깔아놓고 꾹꾹 밟아주고 싶어.
연수 : 그래! 우리 이번 생일엔 서울 타워에서 만나자! 둘이 손 꼭 잡고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김세나 괴롭힌 인간들 다 꾹꾹 밟아주자.
세나 : (발로 크게 밟는 시늉하며) 꾹꾹?
연수 : (똑같이 따라하며) 꾹꾹!
세나 : (마음이 좀 풀려) 크리스마스라 우리가 꾹꾹 밟혀죽을지도 몰라.
연수 : 사람 많으면 더 재밌지...
세나 : 몇 시?
연수 : 음.... 5시! 늦으면 안 돼!
세나 : 치! 늦으면 기다리면 되지!
연수 : 안 돼! 그날은 일분이 아까운 날이란 말야. 절대 늦지 마! 알았어?
세나 : 알았어.
연수 : 그리구.. 이거.. (주머니에서 보석상자를 꺼내서 세나에게 내민다)
세나 : 뭐야?
연수 : ...............
세나 : (상자를 받아서 열면 쌍가락지 형태의 반지가 들어있다) 언니.. 이건 언니 엄마가 돌아가실 때 남겨주신 거잖아.
연수 : 그래! 우리 엄마가 떠나실 때, 나 외롭지 말라구 남겨주신 반지야. 이제 너랑 나랑 하나씩 나눠 갖구 있자.
그럼, 우리 서로 헤어져 있어도 하나도 외롭지 않을거야. (반지 하나는 자기 손에 끼고, 나머지 하나는 세나 손에 끼운다.
하지만, 세나의 손가락이 가늘어서 반지가 맞지 않는다.) 반지가 크네! 어떡하지?
세나 : 괜찮어. (자기가 걸고 있던 줄목걸이를 풀어 그 목걸이에 팬던트처럼 반지를 걸어 보여주며) 됐지?
연수 :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리고) 이리와! 내가 걸어줄게. (눈물 그렁그렁해서 반지 목걸이를 세나에게 걸어준다)
세나 : 언니.. (울음을 터뜨리면)
연수 : (세나 눈물을 닦아주며) 울지 마! 너 울라고 준 거 아냐!
세나 : (연수 품에 안겨 엉엉 울면서) 나 이제 어떡해? 언니 없이 어떡해?
연수 : (같이 울면서) 금방 데려갈게.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응?
연수와 세나... 껴안고 엉엉 울고 있는데, 버스가 도착한다.
연수.. 겨우 세나를 떼어놓고, 울면서 짐을 들고 버스에 오른다.
S#40. 버스 안 (낮)
자리에 앉은 연수.. 울고 있는 세나를 보고 계속 눈물을 흘린다.
세나.. 창밖에서 연수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세나 : 언니! 전화 자주 해!
연수 : (끄덕끄덕)
버스 출발하면..
세나 : (버스를 쫒아 뛰어가며) 몸조심해야 돼!
연수 : (세나의 모습이 안타까운) 세나야! 뛰지 마! 넘어져!
세나 : (버스에서 뒤쳐지면서 소리지르는) 언니! 생일날 만나!
눈물 흘리는 연수의 시선에서 점점 멀어지는 세나...
S#41. 김밥집 (낮)
종업원 차림의 연수.. 열심히 김밥을 말고, 포장을 하고, 배달을 위해 뛰어나간다.
세나가 생각나서 수화기를 들려는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연수 : (전화 받고) 여보세요! ** 김밥입니다. 창원 오피스텔 203호요?
S#42. 화실 (밤)
이어지는 연수의 생활 몽타쥬.
고등학생들... 데셍을 하고 있다.
그 속에는 데셍에 열중하고 있는 연수의 모습.. 보인다.
S#43. 화실 (밤)
연수.. 학생들이 돌아간 화실을 청소하고 있다.
S#44. 화실 (밤)
연수.. 청소가 끝난 화실의 불을 끄고 화실에 붙어 있는 쪽방으로 들어간다.
S#45. 화실 쪽방 (밤)
연수.. 간이 침대에 누워 세나에게 편지를 쓰려다가 피곤에 지쳐 펜을 든 채, 그냥 잠이 든다.
S#46. 빅토리 레코드사 앞 (낮)
연수... 김밥을 배달하기 위해 눈이 내리는 거리를 뛰어가다가 문득 빅토리 레코드사 간판을 보고 멈춰 선다.
연수.. 추억에 잠겨 빅토리 레코드사 빌딩을 올려다보는 연수.
그 때, 빅토리 레코드사 입구로 선재(20세)가 걸어나온다.
연수.. 다시 배달을 하기 위해 돌아서다가 눈길에 미끄러져 휘청한다.
땅에 떨어지는 김밥 봉지.
선재.. 김밥 봉지를 연수에게 주워준다.
연수 : (얼굴도 제대로 안 보고) 고맙습니다. (김밥 봉지를 받아서 서둘러 뛰어간다)
선재 : (돌아서서 걸어간다)
S#47. 민철 집 거실 (낮)
성춘, 명자, 선재... 선재의 의대 합격 축하를 위해 모여 있다.
성춘.. 샴페인을 터뜨리면, 명자.. 행복한 얼굴인데,
선재는 기쁘지만은 않은 얼굴이다.
성춘 : (선재의 잔에 샴페인을 따라주며) 이선재! 합격을 축하한다!
명자 : 그동안 힘들었지? 이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푹 쉬어!
선재 : 네!
성춘 : 봐라! 니 팔자엔 의사밖에 없다 그랬지? 진작에 아버지 말 들었으면 작년에 붙었을걸,
괜한 고집 피워서 고생만 1년 더 했잖아.
선재 : ..................
성춘 : 어쨌든 지금이라도 니 갈 길을 제대로 찾았으니 됐다. 장하다! 내 아들! 자! 건배!
성춘, 명자, 선재... 샴페인 잔을 부딪히는데,
여행 가방을 든 민철.. 들어온다.
민철.. 다정하나 세 사람의 모습을 보고 얼굴 굳어진다.
명자 : (민철을 보고 놀라는) 민철아!
선재 : 형!
민철 : (목례한다)
명자 : (달려가 민철의 가방을 받아주며) 아우.. 올 거면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마중이라도 나갔을텐데...
민철 : 민지는요?
명자 : (당황하며 성춘을 보면)
성춘 ; 그 기집애 집에 없다.
민철 : 집에 없다뇨?
명자 : 어.... 할머니한테 가 있어.
민철 : (!)
선재 : 앉어! 형! 얼마만이지? 3년만인가?
민철 : 결국 민지까지 내쫒으셨군요. 저 하나 미국으로 보내버린 걸론 부족하셨나요?
성춘 : 내쫒긴 누가 내쫒아? 그 기집애 지발로 나간 거야. 난 아무리 자식이라도 나한테 등돌리는 녀석은 용서 못한다.
민철 : ...................
S#48. 산동네 골목 (낮)
민철.. 택시에서 내린다. 초라한 동네 모습에 놀란 모습이다.
편지 봉투에 적힌 주소를 보며 할머니 집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S#49. 외조모 방 (낮)
민철.. 문을 열고 들어오면, 병색이 완연한 외조모.. 누워 있고,
민지.. 눈물이 글썽해서 외조모 옆에 앉아 있다.
민지 : (민철을 보고 눈물을 터뜨리며) 오빠!
민철 : (할머니를 보고 놀라서) 어떻게 된 거야? 할머니 아프셔?
민지 : 응! 많이 아프셔!
민철 : 그럼 왜 이러구 있어? 병원에 가야지!
외조모 : (힘겹게 일어나 앉는다. 눈물 글썽해서) 내 새끼 왔구나. 우리 민철이가 왔어.
민철 : 네! 저예요! 어디가 아프신 거예요? 지금 저하고 병원으로 가세요! 네?
외조모 : (고개 저으며) 명줄 다한 늙은이한텐 천하의 명의도 다 소용없어.
민철 : 할머니!
외조모 : (민철의 손을 잡으며) 너 보니까 참 좋다. 내 새끼 얼굴 한 번 못 보고 가는구나 싶어 애가 타더니만,
이렇게 보니까 참 좋아.
민철 : 도대체 왜 할머니가 이런 데 계신 거예요? 아버지한테라도 도와달라고 하시죠.
외조모 : 니 애비 도움을 받느니 내가 혀를 깨물고 죽고 말지.
민철 : (!)
외조모 : 나한텐 니 에미뿐이었다. 니 에미 호강시키고 싶어서 악착같이 돈 벌었고, 니 에미 천덕꾸러기 될까봐
재가도 안 했던 나야. 근데, 니 애비를 만나면서부터 니 에민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여자가 됐지.
주고 주고 또 주고, 내가 평생 모은 재산까지 다 갖다 줬지만, 니 애빈 뒤에서 딴짓만 하고 있었다.
민철 : (분노로 얼굴 일그러지는)
외조모 : 민철아!
민철 : 네!
외조모 : 니 애빈 무서운 사람이다. 애비 뜻을 따를 수 없다면 차라리 외국으로 가서 돌아오지 마. 그게 널 위한 길이지 싶다.
민철 : ..................
S#50. 묘지 (낮)
민철모의 무덤이 보인다. '김순영'이라는 이름 아래 '夫 이성춘 子 민철 女 민지'의 이름이 적혀 있다.
민철모의 무덤 옆에서 외조모의 입관이 진행되고 있다.
민지.. '할머니'를 부르며 오열한다.
민지를 안아주는 민철.. 눈물을 흘린다.
S#51. 민철 집 앞 (낮)
민철과 민지.. 장례식에 참가한 차림으로 집 앞에 서 있다.
민지 : 꼭 집에 들어가야 돼?
민철 : 아버지 인생에서 우리가 빠져 주는 건 아버질 너무 편하게 해주는 거야.
민지 : (!)
민철 : 아버지한테 뺏기면서 사는 건 엄마나 할머니로 족해. 이미 우리도 아버지 때문에 행복한 시절을 많이 잃어버렸지만,
더이상은 그렇게 살지 않을 거다. 그게 집이건, 미래건 뭐건 간에 더 이상 아버지한테 뺏기는 일은 없을 거야.
민철.. 결연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민지를 데리고 들어간다.
쿵 소리를 내며 대문이 닫힌다.
S#52. 은혜원 복도 (낮)
세나.. 기대에 찬 표정으로 벽에 붙어 있는 우편함을 열어보는데, 비어 있다.
실망하는 세나.
벽에 걸린 일일 달력을 보면 1995년 12월 24일이다.
그 때, 뛰어온 아이3이 세나에게 소리친다.
아이3 : 누나! 집합! 집합!
세나 : (짜증스런) 또?
S#53. 은혜원 강당 (낮)
새 원장(40대 남자. 마르고 신경질적인 인상)이 긴 막대기를 들고 앞에 서 있고,
원생들.. 모두가 무릎 꿇은 채 주먹 쥐고 팔을 앞으로 뻗은 자세로 벌을 서고 있다.
다들 힘들어서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땀을 비오듯이 흘리고 있다.
같이 벌을 서고 있는 세나..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새 원장을 노려보고 있다.
원장 : (막대기를 들고 왔다 갔다 하며) 자기가 도둑질을 한 적이 있거나 원생 중에 누가 도둑질 하는 걸 본 적이 있는 사람...
빨리 일어나서 얘기해라! 한 사람만 자기 잘못을 고백하고 뉘우치면, 오늘의 정신교육은 그것으로 끝난다.
오늘 내가 이같은 정신교육을 실시하는 이유는, 내가 원장으로 부임한 이상, 이곳에선 절대 도난 사건 같은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원장이 떠들고 있는 사이에,
세나.. 옆에 앉아 있던 여자애가 훌쩍훌쩍 울기 시작한다.
세나.. 돌아보면, 그 아이 오줌을 싸서 바닥이 흥건하다.
세나..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벌떡 일어난다.
세나 : (반항적인) 제가 했어요.
원장, 원생들 : (보면)
세나 : 제가 도둑질 했다구요. 학교서도 했구, 가게서도 했구, 도둑질을 너무 많이 해서 셀 수도 없어요. 이제 됐어요?
(우는 여자애를 데리고 나가려고 하면)
원장 : (화가 나서) 너! 이름이 뭐야?
세나 : (똑바로 쳐다보며) 김세난데요.
원장 : (무서운 얼굴로) 김세나만 빼고 다 들어가!
S#54. 은혜원 창고 (낮)
세나.. 망가진 책상 앞에 손을 호호 불며 앉아 있다.
세나.. 책상 위에 놓인 종이에 <반성문>이라고 적었다가 확 찢어버린다.
S#55. 이대 앞 옷가게 (낮)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디스플레이 돼 있는 매장.
연수..세나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있다.
점원 : 누가 입으실 건데요?
연수 : 제 동생요. 고등학생이예요. (기쁜 얼굴로 이 옷 저 옷 골라보는)
S#56. 은혜원 창고 (새벽)
세나.. 추위과 배고픔에 지친 모습이다.
지친 숨을 토해낼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온다.
세나. 창고 안을 여기저기 뒤져보다가 성냥갑 하나를 찾아낸다.
열어보면 성냥이 하나 뿐이다.
그 성냥에 불을 붙이는 세나. 성냥불 사이로 비친 세나의 얼굴에 눈물이 어려 있다.
세나..그 성냥을 쌓아놓은 책더미로 던지면, 책들 타오르기 시작한다.
S#57. 은혜원 원장실 (새벽)
원장.. 침대에서 코를 골고 자고 있다.
세나.. 원장이 깰까봐 조심하며 옷걸이에 걸려 있는 원장의 웃옷 주머니를 뒤진다.
아무 것도 없자 이번엔 책상 서랍을 열어본다.
후원금이라고 적힌 봉투를 발견하고 열어보면 수표가 몇 장과 만 원 짜리가 몇 십 장 들어있다.
봉투를 들고 원장실을 빠져나오는 세나.
S#58. 은혜원 앞 길 (새벽)
새벽 안개가 피어오르는 길.
세나... 있는 힘을 다해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간다.
S#59. 버스 안 (새벽)
연수가 떠난 버스 정류장에서 떠나려는 첫 차에 아슬아슬하게 올라타는 세나.
지친 얼굴로 쓰러지듯 의자에 앉으면 라디오에선 포근한 캐롤이 흘러나온다.
세나.. 피곤한 눈을 감고 잠이 든다.
S#60. 서울 타워 앞 (새벽)
동이 트고 있는 서울 타워다.
세나.. 편의점에서 산 듯한 빵과 우유를 먹으면서 해가 뜨는 서울 시내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S#61. 피자집 (낮)
종업원 차림의 연수.. 은혜원에 전화를 하고 있다.
연수 : 어.. 기범이니? 연수 누나야!.........응. 너두 잘 있었지? 누나가 지금 바빠서 그런데, 세나 누나 있으면 빨리 좀 바꿔줄래?
....................... (놀란) 뭐? 세나가 도망을 가?
S#62. 서울 타워 앞 (낮)
크리스마스 선물을 들고 나들이 나온 사람들..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세나.. 벤치에 누워 자고 있다가 놀라서 벌떡 깬다.
시계를 보면 4시 30분이다.
연수가 올까 해서 열심히 주위를 둘러보는 세나.
S#63. 서울 타워 근처 버스 정류장 (낮)
연수.. 차에서 뛰어내린다.
건너편에 서울 타워가 보이자 맘이 더 급해진다.
길을 건너려는데, 파란 불이 깜빡거리고 있다.
횡단보도 앞에 서 있던 택시, 파란 불이 깜빡거리는데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고 차를 출발시키는데, 연수가 확 뛰어나온다.
택시.. 급브레이크를 밟지만, 연수를 치고 만다.
사람들 모여드는데, 연수..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서울 타워를 바라보며 몇 걸음 더 걸어가다가 다시 쓰러지고 만다.
길가에 구르는 세나의 옷.
S#64. 서울 타워 앞 (저녁)
노을이 지고 있다.
세나.. 시계를 보면, 6시 5분이다.
앉아서 기다리기 지겨워 사람들이 올라오는 쪽으로 내려가보는 세나.
저 멀리서 연수랑 비슷한 키와 헤어스타일을 한 여자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반갑게 뛰어가지만 연수가 아니다.
실망하는 세나.
S#65. 병원 응급실 복도 (저녁)
연수.. 트레일러 위에 누워 응급실로 옮겨지고 있다.
S#66. 서울 타워 앞 (밤)
서울 타워에서 행복한 표정을 한 가족 관람객들이 걸어나오고 있다.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세나.. 피곤과 배고픔에 지쳐 허리도 제대로 펼 수 없다.
세나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세나 : (연수에게 얘기하듯이) 빨리 와.. 언니! 더 늦으면 나 정말 화낼 거야. 나 화내면 무서운 거 알지?
그러니까, 지금부터 백 세기 전까지 와야 돼. 응? 하나, 둘, 셋, 넷, 다섯..
숫자를 세는 세나의 목소리 멀어지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변해간다.
S#67. 김밥집 (낮)
초라한 몰골의 세나..
편지 봉투에 쓰인 주소를 보고 김밥집을 찾아 들어간다.
세나 : 저.. 여기서 일하는 연수 언니를 찾아왔는데요.
주인 : 아... 연수? 지난 달에 그만뒀는데..
세나 : (실망하는) 그만뒀어요?
김밥집에서 나온 세나..
힘이 빠져서 길거리에 그냥 주저앉고 만다.
S#68. 서울 타워 앞 (밤)
세나... 어제와 같은 자리에 누워 있다.
세나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고 가는 타워 관리원들.
세나.. 목에 걸려있는 연수의 반지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린다.
세나 : 언니...우리 약속 잊어버린 거야? 이제 세나는 다 잊어버린 거야? 언니.. (눈물이 하염 없이 흘러내린다.)
카메라.. 눈물 흘리는 세나의 얼굴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서울 타워로 올라간다.
S#69. 서울 타워 앞 (낮)
카메라.. 서울 타워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세나가 누워 있던 자리에 연수.. 앉아 있다. (연수의 헤어스타일 바뀌어야 함)
연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보며 세나 생각에빠져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연수 : (전화를 받고) 여보세요!........어, 나래구나!....... (반가운) 출근하래? 2시까지? 알았어!
연수.. 전화를 끊고 서둘러 서울 타워에서 내려가는 연수의 뒷모습 위에 <2000년 겨울>이라는 자막 뜬다.
S#70. 빅토리 레코드사 앞 (낮)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아 들뜬 거리 분위기.
빅토리 레코드사 건물은 1층은 음반 매장, 2,3층은 음반사 사무실, 4층은 녹음실과 연습실로 이루어져 있다.
(음반 매장과 음반사의 출입구는 다르지만,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건물 외부엔 화려한 색색의 전구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고,
건물 앞에 설치된 대형 모조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빅토리 레코드사' 소속 가수들의 사진과 친필 성탄 축하 메시지가 적힌
별 모양의 대형 판넬들이 걸려 있는데, 최고 스타인 여가수 엄정화 판넬이 가장 크고, 꼭대기에 걸려 있다.
깔끔한 정장 차림의 연수.. 빅토리 레코드사 간판을 바라보고 있는데,
유니폼 차림의 나래.. 매장에서 뛰어나온다.
나래 : 연수야!
연수 : 추운데 왜 나와?
나래 : (연수를 옆쪽으로 끌고 가며) 야! 암만 해도 이건 아닌 거 같애. 다시 한 번 생각해 봐라!
연수 : 뭘 다시 생각해?
나래 : 너같이 잘 나가는 미대생이 힘들게 이런 데서 일할 필요가 뭐 있어?
여기보다 편하고 보수 좋은 일 얼마든지 있을텐데... 안 그래?
연수 : 말했잖아. 나 여기서 일하면서 동생 찾을 거라구!
나래 : 가수 되고 싶은 애라구 해서 꼭 여기로 오란 법 있냐?
연수 : 그래두 이런 쪽에 있으면 찾을 수 있는 확률이 훨씬 커질거 아냐. 그리구, 빅토리레코든 나랑 세나한텐 인연이 많은데야.
나래 : 아우.. 모르겠다! 나중에 안 뜯어 말렸다고 원망하지나 마! 들어가!
연수 : (나래를 따라 들어간다)
S#71. 빅토리 사무실 (낮)
모던하고 컬러풀한 분위기의 사무실이다.
사무실 벽에는 빅토리 소속 가수들의 대형 사진들이 걸려 있고,
방송, 행사 등의 스케쥴이 빼곡이 적혀 있는 화이트 보드 걸려 있다.
그리고, 한쪽에 세워진 유리장 안에는 30년간 빅토리에서 발매한 음반들 (LP, CD)이 멋있게 진열되어 있다.
(그 안에는 티나 정의 LP, 은혜원 갔던 가수의 LP, 엄정화의 CD들도 포함되어 있다)
민철.. 엄정화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선다.
각자 나름대로 양복을 쫙 빼입고 떠들고 있던 기찬을 비롯한 매니저들....
민철, 엄정화가 들어오자 일제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치며 '축하합니다' 라고 외친다.
윤주.. 민철에게 황홀한 시선을 보내다가 엄정화를 질투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며 입을 삐죽거린다.
엄정화 : (사람들에게 손 한 번 까딱 들어주더니 사장실로 들어간다)
민철 : (예의바른 말투로) 고맙습니다. 오늘 우리가 가수왕을 탄다면 다 여러분 작품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직원들 : (박수치고)
민철 : 마지막으로 몇 가지만 체크하죠. 내일 전광판 감사 광고 껀, OK 됐습니까?
기찬 : 네! 광화문, 신촌, 압구정동에 오전 10시, 오후 4시, 7시, 이렇게 3회씩 15초간 나갑니다.
민철 : 수상 기념 CD 발송 껀은요?
윤주 : 당첨자는 팬클럽에서 오백명, 홈피 신청자 중에서 오백명, 이렇게 뽑아놨구요.
가수왕 발표되면 우리 홈피에 당첨자 명단 바로 뜰 겁니다..
민철 : 오늘 행사장에서 팬클럽 관리 확실하게 해주세요. 작년처럼 다른 팬클럽들하고 불상사 생기면 절대 안됩니다.
규석 : 걱정 마십시오. 제가 이 한 몸 희생해서 확실하게 질서유지 시키겠습니다.
민철 : 행사 끝나고 축하 회식 있습니다. 빠짐없이 참석하세요.
사람들 : (환호성을 지르면)
민철 : (사장실로 들어간다)
S#72. 빅토리 사장실 (낮)
민철.. 들어온다. 민철부 이성춘의 사무실이다.
바깥 사무실과는 달리 중후한 분위기.
한쪽에 빅토리 가수들이 받은 가수왕 트로피들 아홉 개가 진열되어 있고,
각 트로피 앞에는 가수 이름이 새겨진 명찰이 놓여져 있다. (티나 정의 이름도 있다)
성춘, 엄정화. 소파에 앉아 있고, 장봉달.. 마지막 트로피 옆에 '엄정화'라고 새겨진 명찰을 놓는다.
봉달 : 축하드립니다. 사장님! 이제 열 개 꽉 채우셨습니다.
성춘 : (뿌듯하게 바라보는)
봉달 : 우리 빅토리! 그동안 시련과 고비도 많았습니다만, 그래도 최고의 자리를 쭈욱 지킬 수 있었던 거..
순전히 사장님 능력이십니다. 사장님! 오늘은 예전처럼 형님이라고 한번 불러보고 싶은데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성춘 : (미소 지으면)
봉달 : (90도로 허리 꺾으며) 축하드립니다. 형님!
성춘 : 자네도 고생 많았어.
정화 : 고생이야 이실장님이 더 많이 하셨죠! (민철을 보며 눈웃음을 치며) 이실장님한테는 특별 보너스 안 주세요?
성춘 : 그래! 공이 있으면 상도 있어야지! (민철에게) 뭐 바라는 거 있으신가?
민철 : 한 가지 있습니다.
성춘 : (의외라는 듯) 뭔데?
민철 : 저한테 인사권을 주십시오.
성춘 : 인사권?
민철 : 네!
성춘, 봉달 : (놀라는)
S#73. 빅토리 레코드 사 빌딩 안 (낮)
팬들.. 빌딩 앞을 가득 메우고 있다.
민철... 엄정화를 에스코트하고 나오고, 기찬과 규석이 뒤를 따른다.
규석 : (팬들을 보고) 뚫기 힘들겠는데요.
정화 : (시계를 보며) 아우.. 벌써 늦었는데... 오늘은 절대 리허설 늦으면 안 돼요.
민철 : (잠깐 생각하더니) 정화씨! 코트하고 모자 줘요.
정화 : 네?
민철 : 어서요!
정화 : (코트와 모자를 주면)
민철 : (코트와 모자 받고) 규석씬 입구에 차 대놔요. 기찬씬 우리 떠나고 나면 정화씨랑 내차로 움직이구요.
이대 전철역 앞에서 만납시다. (코트를 들고 매장쪽으로 간다)
S#74. 음반 매장 안 (낮)
매장 안으로 뛰어들어온 민철.. 매장을 둘러본다.
CD들 배열 위치 (가요, 팝, 재즈, 락 등)를 외우고 있는 연수의 모습이 눈에 뜨인다.
민철.. 연수에게 뛰어가서 다짜고짜 연수를 끌고 나간다.
연수 : (깜짝 놀라서) 뭐하시는 거예요?
민철 : 따라와요! 잠깐이면 되니까! (끌고 간다)
연수 : 이거 놔요! 소리지를 거예요! (안 끌려가려고 버티는데)
윤주 : (달려온다) 어머! 실장님! 무슨 일이세요?
연수 : (!)
민철 : 이 직원 잠깐 빌려가도 되죠?
윤주 : 네! 빌려가세요! 근데, 이 직원 말고 저를 빌려드리면 안 될까요?
민철 : 갑시다! (연수를 끌고 간다)
윤주 : (뒤에서) 무슨 일인진 모르지만 저도 잘할 수 있는데요!
S#75. 빅토리 레코드사 빌딩 안 (낮)
민철.. 어리둥절한 연수에게 코트를 입혀주고, 모자를 푹 씌워준다.
연수 : 저.. 도대체 뭐하시는 건지...
민철 : 암말 말구 고개 푹 숙이고 걸어요. (연수를 감싸안고 밖으로 나간다)
S#76. 빅토리 레코드사 앞 (낮)
민철.. 연수를 데리고 나온다.
팬들.. 엄정화를 외치며 달려든다.
규석.. 운전석에서 뛰어내려 연수에게 달려드는 팬들을 막아주면,
민철.. 연수를 데리고 밴에 오른다.
밴 앞뒤로 달려드는 팬들..
S#77. 차 안 (낮)
팬들.. 창문을 두드리며 차가 못 가게 막는다.
연수.. 어리벙벙한 모습이다.
여전히 연수를 보호하듯 연수를 감싸고 있는 민철.
문득 민철을 의식한 연수.. 살짝 몸을 뺀다.
민철.. 전혀 연수를 의식하지 않고 창밖만 본다.
겨우 팬들을 빠져나가는 밴. 쫒아오는 팬들.. 점점 멀어진다.
팬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 규석.. 차를 세운다.
민철 : (문을 열어주며) 수고했어요! 내려요!
연수 : 네?
민철 : 계속 타고 갈 겁니까?
연수 : 아! 네! (얼른 내린다)
민철 : (문밖으로 손을 내민다)
연수 : (?해서 보면)
민철 : (손가락으로 코트와 모자를 가리킨다)
연수 : (얼른 옷을 벗어준다)
민철 : (옷을 받자 문을 닫고 떠나버린다)
연수 : (황당하다는 얼굴로 떠나는 차를 바라보는데)
S#78. 음반 매장 앞 (낮)
연수.. 걸어오는데, 나래.. 뛰어나온다.
나래 : 너 황태자한테 끌려나갔다며? 뭔 일이야?
연수 : 황태자? 그 사람이 왜 황태자야?
나래 : 사장님 아들이야! 여기 기획실장인데, 애들끼리 그냥 그렇게 불러!
연수 : (놀란) 그 사람이 사장님 아들이란 말이야?
나래 : 그렇다니까!
연수 : (자신의 그림을 들여다보던 선재의 얼굴을 떠올린다)
나래 : 왜?
연수 : (멍한 얼굴로 혼잣말하는) 그 사람이 그럼....
나래 : 뭐?
연수 : 아냐...
S#79. 음반 매장 (낮)
CD를 사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매장.
연수와 나래.... 손님들이 원하는 CD를 찾아주며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연수가 나래 옆을 지나가자 나래.. 연수의 허리를 쿡 찌르며 <NEW ALBUM LISTENING CORNER>를 가리킨다.
연수.. 나래가 가리키는 곳을 보면, 모자를 푹 눌러쓴 힙합 패션의 여자애(세나)가 헤드폰을 쓴 채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그 여자애에게 시선을 주던 연수....자기를 부르는 손님에게로 달려간다.
카메라.. 세나에게 다가간다.
세나.. 신나게 춤을 추다가 옆에 있는 CD를 가방에 쓱 집어넣는다. 눈 깜짝할 사이다.
S#80. 음반 매장 화장실 (낮)
매장의 팀장 윤주.. 화장실로 들어오면,
물소리가 난 후, 고개를 푹 숙인 세나.. 문을 열고 나온다.
세나가 나온 화장실로 들어가는 윤주.
쓰레기통에 CD에서 뜯어낸 '도난방지TAG'이 열 개 정도 흩어져 있다.
놀라서 얼른 뛰어나가는 윤주.
S#81. 음반 매장 (낮)
세나.. 손님들 사이를 헤치고 급하게 매장을 빠져나가고 있고,
화장실에서 뛰어나온 윤주.. 세나를 쫒아 뛰어간다.
윤주.. 세나를 놓칠 거 같으니까 입구 쪽에 있던 연수에게 소리지른다.
윤주 : 연수씨! 도둑이야! 도둑!
연수 : (놀라서 주위를 둘러본다)
윤주 : 모자! ** (색깔지정) 모자!
연수 : (세나를 발견하고 쫒아나간다)
S#83. 거리 (낮)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며 도망치는 세나를 열심히 쫒아가는 연수.
카메라.. 연수와 세나의 얼굴을 앞에서 잡는다.
연수.. 급한 맘에 구두까지 벗고 뛰며 세나를 쫒아가고,
세나...연수에게 금방이라도 잡힐 듯한 순간에서.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