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그 병동에는 막막한 시간을 거슬러
먼저 입원한 옆 침대의 여든 셋의 환자
그 할아버지는 간병인의 도움을 받고 있는
예전엔 잘 나가는 조총련이었단다
신기한 것은
나도 모르는 꽃을 든 남자라는 가사를 적어
잠자기 전에는 늘 쳐다보며 부르는 것이었다
황망중에 당한 가장의 아픔으로 정신이 없는
나에게 괜찮다를 연발하시며
꽃을 든 남자를 늘 흥얼거리신다
참 아이러니 한 것은 시간이 흐르자
나도 모르게 즐거이 따라 부르게 된 것이다
아니 방 전체 환자나 간호하는 식구들이나
점점 합창으로 번져 갔다
외로운 가슴에 꽃씨를 심어요
이렇게 시작되는 가사
팔십 평생 살면서
얼마나 외로운 일들이 많았을까
외로워도 꽃씨를 심어야만
견딜 수 있는 시간들이 무수히 많았으리라
사랑에 취해 향기에 취해 그대에게 빠져버린
나는 나는 꽃을 든 남자가 되고싶은 사연 또한 있었으리라
일년이 지난 지금 그때 그 할아버지 노래 때문에
더 빨리 완쾌되어 퇴원을 하지 않았을까
어저께 우연히 노래방에서 애창곡 일 순위가 된
지금도 꽃을 든 남자로 통하는 그 노래의 열창
예사롭지 않는 가사를 음미하며
할아버지 안부가 문득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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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든 남자 얘기
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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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7.22 00:1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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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악은 우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그리고 즐겁게 해주는 보약과도 같은 청량제인 것 같습니다. 꽃을 든 남자 아니 행복을 든 남자라고 하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누야...내도 아직 햄은 영원한 꽃을든남자다...긴데햄은 꽃대신에 누야땜시로 항상 핸들잡은남자아이가.. 함 쳐들어가야할것인디..
수향누부, 잘 지내시지요... 꼼꼼하고 진지한 형님, 털털하고 늘 웃음을 잃지않는 누부.. 늘 힘차고 행복한 삶이 깃들길 빕니다.
쳐 들어 오니라 말만하지 말고 꽃을 든 남자가 핸들 잡은 남자로.. 거 말되네..ㅎㅎ 두류님 지금 서울은 비가온다고 하던데 운전조심하고 잘 있지요?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