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일 : 2005년 8월 10일 밤 10시 장소 :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사무실 좌담자 : 김상록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위원장 직무대행 김형우 현대차전주 비정규직 지회장 홍영교 현대차아산 사내하청 지회장 진행·정리 : 정형숙 편집국장
비정규직조직화 일단 성공
김형우 전주공장은 추가로 신규조합원을 받기보다는 기존의 5백 조합원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조합원 수준을 열성조합원에서 비열성조합원 순으로 구체화해 주체를 탄탄하게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조합원이 파업과정에서 스스럼없이 잘 해나가는 튼튼함을 보여야 비조합원의 대대적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김상록 대대적 조직화 뒤 38개 선거구에서 대의원 선출하고 소의원도 뽑으면서 제대로 된 노조 체계를 갖추게 됐다. 의장라인에서 조직이 가능한 노동자들 70%가 조직, 1천8백81명에 이른다. 7천2백개 공정 중 의장부 3천여 개의 70%가 조직된 것이다. 그런데, 라인 속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이 7:3이다 보니 비정규직만으로 생산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파업 때 비조합원까지 동참할 수 있는 전술 마련을 고민중이다.
홍영교 최근의 조직화과정에서 의장이 아닌 외곽 부서까지 조직되고 있다. 1백 대오에서 4백 대오까지 늘어나긴 했다. 그런데 기존 조합원은 2년여 동안 스스로 단련돼 어떤 탄압도 이겨낼 자신감이 있지만 신규조합원은 얼마나 싸울 수 있느냐 하는 첫 시험대가 될 텐데 이를 이들을 의식화 시켜나가는 게 과제다.
정규직화 기대 vs 고용안정 기대
김형우 정규직화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그래서 조합가입 뒤 정규직화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조합원은 없다. 고용 안정이 되는 길은 원청과 관계에서고, 그것이 결국 정규직화 아니겠냐. 고용을 보장받는다는 것과 정규직화는 이렇게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특히 불법파견 판정받지 않는 업체 전원이 가입하기도 했는데, 그들은 이번 기회에 불법파견 받아 정규직이 되고 싶어하기도 한다.
홍영교 조합에 가입하는 이유가 그것만은 아니다. 아산의 경우는 1백여 명의 기존 조합원들의 투쟁 결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원하청 공동 사업이 함께 이뤄지면서 자신감이 생기며 원하청간의 간극이 줄어든 것이 맞물렸다. 또 비정규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사회적 여건까지 맞아떨어진 것이다.
김상록 정규직 비정규직 가리지 않고 고용불안이 핵심이고, 이 문제를 정규직 비정규직이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 인식의 결과다. 간담회에서 확인했듯, 그들은 자신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동조합에 대한 고민을 해왔던 것이다. 여기에 정규직의 지지엄호가 돼 지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노동조합으로 가야 고용을 보장받는 거 아니냐’는 인식이 주요했다.
하청업체 폐쇄투쟁 vs 하청업체 상대로 합법쟁의
김상록 정규직화라는 목표를 내걸고 투쟁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불법파견 자체를 없애야 한다. 파견법 19조에 의해 불법 판정 난 하청업체를 폐쇄하라는 요구를 제일 먼저 내걸고 있다. 이것부터 이 싸움을 풀어가야 한다. 법에 따라 불법업체부터 없애고 나면 정규직과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비정규직이 남게될 때, 바로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을 원청의 책임으로 논의하면 되는 것이다.
김형우 그러나, 현실적으로 노동부가 그렇게 조치할 리 만무하다. 불법파견이어서 경찰서에 넘겼다고 노동부는 발뺌하고 있다. 불법업체를 폐쇄하라는 요구가 원칙에 맞는 데도 안 듣는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요구만 계속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게 업체를 상대로 교섭도 하면서 파업권도 따내야 한다. 하청업체를 상대로 합법적인 파업을 한 것이 결과적으로 원청에 손실을 입히는 것이니 결과적으로 원청을 상대로 한 싸움이 된 것 아니겠냐. .
김상록 음주운전을 해서 걸리면 우선 차에서 내려 더 이상 운전을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불법파견 판정 뒤에 바로 차에서 내리게 해 운전을 못하게 하는 조치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대정부 투쟁과도 연결이 된다. 고용의제를 적용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하청업체 폐쇄를 통해 비정규노동자와 원청업체가 직접 만나게 해 고용의제를 적용케 하는 투쟁인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몇 명을 정규직화 할거냐로 접근하면 문제가 해결 안 된다. 우리 내부에서만 정규직 됐느냐 안됐느냐의 갈등만 남게 되기 때문이다. 불법부터 처단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그 뒤 발생한 고용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김형우 물론 9월에 전면파업으로 몰아친다면, 그게 업체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원청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는 무의미해진다. 87년 대투쟁처럼 일어난다면, 이미 실제 타격 입는 원청이 나오지 않겠냐. 그때서야 국민들도 ‘아 사용자가 원청이 맞구나’ 여기는 거다. 그러기 위해 전면적인 투쟁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투쟁을 할 수 있다면 이런 논쟁은 무의미해진다.
김상록 그 이전까지 그 힘을 만들기 위해, 불법을 없애는 것이 중심이어야 한다. 그래서 하청업체 다 날려 원청의 사용자성을 제기하는 요구가 필요한 것이다. 자본이 노동자의 갈등을 일으키는 불법의 문제를 전국전선으로 풀어야 한다.
홍영교 현대자본과의 관계 속에서만 풀 수 있는 문제 아니다. 그래서 8∼9월 투쟁은 정권을 상대로 한 사회적인 투쟁이어야 한다. 정권과 자본을 상대로 한 투쟁과 맞물려야 하다. 울산과 전주는 사실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본다.
정규직 임단협 끝나고 불파문제만 남으면?
김상록 이번 파업은 현장에 존재할 수 있는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비정규직 확대는 정규직의 축소고 조직력의 축소로 이어진다. 또한 자본은 사람보다 기계를 활용하고자 하는 모듈화를 동시에 시행하고 있으니, 이번 투쟁은 정규직-비정규직이 이 문제를 함께 풀겠다는 중요한 정치파업인 셈이다.
홍영교 우리로선 신규 조합원과 기존조합원의 간극을 줄이는 의미도 있다. 비정규투쟁을 자기 투쟁으로 받아 안지 못하는 새내기 조합원이 사실 많다. 전에 우리가 파업하면 정규직이 대체인력 투입을 막아달라고 해왔었는데 이번 투쟁을 통해 싸움의 주체로 당당히 서는 게 필요하다. 굳이 조합원 명부를 밝히지 않아도 집회과정에서 스스로 조합원임을 드러내고 투쟁을 배워 가는 것이다. 그래서 26일 투쟁은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클 것이다.
김형우 26일 파업은 둘째치고, 정규직노조에서 교섭을 두 개 하고 있는데 임단협과 불파정규직화 특별단협 중 임단협은 타결보고 하나는 놔둘 상황은 아니지 않는가. 불파교섭은 나오지도 않고 있는데, 임단협 교섭에서는 웃고 얘기하는 게 말이 되는가. 민주노조의 자존심을 걸어야 한다. 임단협과 불파교섭 일괄마무리 기조로 해야 한다.
김상록 공동투쟁을 어떻게든 계속 갈 것인데 중요한 것은 그 투쟁의 수위가 문제일 것이다. 정규직 임단협이 먼저 마무리될 경우 정말 안타깝겠지만 비정규직 대오의 역할과 책임이 더 많아지는 것일 뿐이다.
홍영교 정규직 임단투가 먼저 끝나는 것과 상관없이 우리가 어떻게 싸우고 투쟁하느냐에 따라 정규직 연대투쟁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우리가 투쟁하기도 전에 정규직이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서는 안된다. 임단투 이후에는 어차피 우리 몫이다. 임단투시기와 맞물린 26일∼31일 공동투쟁만 잘 만들어지면 이후에도 가능할 것이다.
김상록 불법파견 타결 없이 정규직 임단협 타결 없다는 것은 원칙이긴 하다. 그러나 정규직 집행부의 고민 상 불가피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동투쟁을 만들어가는 원칙을 지켜야한다. 임단투에 못 풀더라도 임단투를 통해 공동투쟁을 만들어보자는 관점이면 된다. 그 투쟁 속에서 비정규직을 단련시켜 이후 투쟁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9월 전면전 불가피” 한목소리
홍영교 지회사정이 서로 다른데 어떻게 공동투쟁이 가능하겠냐는 의견들이 아래서부터 나오고 있다. 그래도 공동투쟁을 하겠다는 의미만 가져가면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김상록 공동투쟁은 가져가는 것이고 수위는 융통성있게 가면 된다. 전주 부분파업은 우리에겐 잔업거부, 전주 전면파업은 우리에게는 부분파업이 될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실천할 것이냐가 중요한 것이다.
김형우 그러면 된다. 어렵지 않다. 물론 연대회의에 우리도 가입하면서 정규직 고민, 타 지역 사업장 비정규직과의 보조를 맞추는 것까지 좀 복잡해지긴 했다. 그래도 하면 된다.
김상록 지금은 전주가 앞서나가는데 대중의 역동성이 있으니, 이후엔 또 어떻게 될 줄 모른다. 비정규 싸움이 항상 그렇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