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론』에 나타난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
차 상 엽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HK교수)
▒ 목 차 ▒
국문 요약
본고는 범본과 티벳본 보성론에 나타나는 각 장의 후기와 이에 상응하는 한역본 보성론에 나타나는 각 장의 品名을 상호 비교한 후에 보성론 Ⅰ.27-28 게송에 나타나는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 즉 법신과 진여와 종성과 관련한 내용을 三本 대조를 통해서 그 차이점을 고찰하였다.
먼저 범본과 티벳본 보성론에 나타나는 각 장의 후기와 이에 상응하는 한역본 보성론에 나타나는 각 장의 品名을 상호 비교한 결과, 전체적인 章의 수와 後記 및 品名에 있어서 3본이 조금씩 차이가 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범본 보성론 Ⅰ.27-28 게송에 나타나는 ‘不二(advaya)’와 ‘無差別(vyatibheda)’, 그리고 ‘비유적 표현/언어적 시설(假說, upacāra)’이라는 내용이 한역과 티벳역에서는 서로 다른 교리적 해석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한역에서는 ‘비유적 표현/언어적 시설’이라는 표현이 강조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不二’와 ‘無差別’이라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티벳의 학승인 옥 로댄쎄랍(rNgog Blo ldan shes rab, 1059-1109)의 보성론 주석인 보성론요의(규라매된뒤빠, rGyud bla ma'i don bsdus pa)에서는 ‘비유적 표현/언어적 시설’이라는 측면이 ‘법신’과 ‘진여’와 ‘종성’이라는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로 확충되어서 강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기존의 범본과 티벳역 보성론에서는 ‘종성’에만 한정되어 있던 ‘비유적 표현/언어적 시설’을 옥 로댄쎄랍이 ‘법신’과 ‘진여’로 확충해서 여래장의 의미를 재해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옥 로댄쎄랍은 ‘本性住種姓(prakṛtisthagotra)’을 ‘法性(dharmatā)','空性(śūnyatā)’, ‘眞如(tathatā)’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본성주종성’과 ‘공성’을 일치시키는 그의 해석방식은 보성론의 맥락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내용이 아니며, 오히려 하리바드라(Haribhadra)의 현관장엄론(Abhisamayālaṃkāra) Ⅰ.39에 대한 주석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내용이라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본고에서는 인도에서 성립한 여래장 사상이 티벳과 중국으로 유입되면서 서로 상이하게 이해되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 주제어
보성론, 옥 로댄쎄랍, 보성론요의, 본성주종성(prakṛtisthagotra), 法性(dharmatā), 空性(śūnyatā), 眞如(tathatā), 하리바드라(Haribhadra), 현관장엄론(Abhisamayālaṃkāra)
Ⅰ. 들어가는 말 ▲ 위로
본고는 여래장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한 보성론의 전체적인 구조와 Ⅰ.27과 Ⅰ.28 두 게송에서 언급되고 있는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 즉 법신(dharmakāya)과 진여(tathatā)와 종성(gotra)을 3本 대조를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보성론의 전체적인구조와 함께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를 3본 대조를 통해서 살펴보는 이유는 인도불교와 티벳불교, 그리고 중국불교에서 보성론의 전체적인 구조에 대한 이해와 여래장과 관련한 철학적 함의의 차이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3본 대조를 통해서 인도에서 성립한 보성론이 구조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여래장이라는 철학적 개념이 중국과 티벳에서 각각 번역되었을 때, 과연 어떠한 맥락으로 이해되고 수용되었는지, 번역 상에 있어서 새로운 해석학적 장치가 고안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된 선행연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다카사키는 보성론 Ⅰ.27-28 게송들에 대한 영어 번역과 함께, 범본의 게송 순서와 티벳어와 한문 번역본의 게송순서가 서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보성론의 Ⅰ.27게송이 근본게송들(ślokas) 중 하나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카노는 범본 보성론의 구조와 옥 로댄쎄랍(rNgog Blo ldan shes rab, 1059-1109)의 보성론의 구조에 대한 재분류를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다. 루엑과 마테즈와 카노는 보성론 Ⅰ.27-28 게송들 그 자체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보성론에 대한 티벳 첫 번째 주석가인 옥 로댄쎄랍의 보성론요의에 나타난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선행연구들은 보성론의 구조와 관련한 범본, 티벳본, 한역본의 차이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보성론 Ⅰ.27-28 게송들에 나타난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를 중심으로 범본과 한역 및 티벳역의 관련 게송들의 차이점을 중시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기존 연구에서 간과한 내용인 보성론의 전체적인 구조와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의 차이점을 3本 대조를 통해서 살펴본 후에 그것이 지니고 있는 함의를 드러내고자 한다.
Ⅱ. 범본과 한역본과 티벳본 보성론의 각 章에 나타나는 후기와 品名 비교
1. 범본 보성론의 각 章에 나타나는 후기 ▲ 위로
범본 보성론의 본문(śarīra)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범본 보성론의 본문은 7가지 금강구들을 중심 주제로 각 장이 할애되어 있는데, 첫 번째 장은 여래장(tathāgatagarbha)을 중심주제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7가지 금강구들 중 선행하는 4가지 금강구들, 즉 佛(buddha), 法(dharma), 僧(gaṇa), 界(dhātu)를 중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두 번째 장은 7가지 금강구들 중 다섯 번째 菩提(bodhi)를, 세 번째 장은 7가지 금강구들 중 여섯 번째 붓다의 공덕(guṇa), 네 번째 장은 7가지 금강구들 중 마지막인 붓다의 작용(karman)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장은 여래장을 중심 주제로 하는 7가지 금강구들에 대해 확신을 가진 이들이 지니게 될 믿음의 공덕(anuśaṃsā)을 묘사하고 있다.
범본 보성론의 각 장에 나타난 후기를 요약하면 <표1>과 같다.
<표 1: 범본 보성론의 후기>
장 | 후기 |
1 | tathāgatagarbhādhikāraḥ prathamaḥ paricchedaḥ ślokārthasaṃgrahavyākhyānataḥ samāptaḥ // |
여래장을 주제로 하는 첫 번째 장이 근본게송(śloka), 주석게송(ślokārthasaṃgraha), 산문부분(ślokārthavyākhyāna)이라는 형식으로 끝마쳤다. |
2 | bodhyadhikāro nāma dvitīyaḥ paricchedaḥ // |
깨달음(菩提, bodhi)를 주제로 하는 두 번째 장 |
3 | guṇādhikāro nāme tritīyaḥ paricchedaḥ // |
붓다의 공덕(guṇa)을 주제로 하는 세 번째 장 |
4 | tathāgatakṛtyakriyādhikāraś caturthaḥ paricchedaḥ ślokārthasaṃgrahavyakhyānataḥ samāptaḥ // |
여래의 작용(kṛtyakriyā)을 주제로 하는 네 번째 장이 근본게송, 주석게송, 산문부분이라는 형식으로 끝마쳤다. |
5 | 'nuśaṃsādhikāro nāma pañcamaḥ paricchedaḥ ślokārthasaṃgrahavyākhyāntaḥ samāptaḥ // |
[믿음의] 공덕(anuśaṃsā)을 주제로 하는 다섯 번째 장이 근본게송, 주석게송, 산문부분이라는 형식으로 끝마쳤다. |
2. 한역본 보성론의 品名 ▲ 위로
범본 보성론과 한역본 보성론의 형식적인 구조와 관련해서 가장 큰 차이점은 세 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차이점은 총 5장으로 이루어진 범본 보성론과 달리 한역본 보성론은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역본 보성론 제1장에서 제7장까지가 범본 보성론의 첫 번째 장에 해당되며, 한역본 보성론 제8장이 범본 보성론의 두 번째 장에 해당된다. 그리고 한역본 보성론 제9장이 범본 보성론의 세 번째 장에 해당되며, 한역본 보성론 제10장이 범본 보성론의 네 번째 장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한역본 보성론 제11장이 범본 보성론의 다섯 번째 장에 해당된다. 두 번째 차이점은 범본 보성론이 게송부분의 앞뒤에 산문체로 이루어진 주석 부분이 혼합적으로 구성되었음에 반해, 한역본 보성론은 게송으로만 이루어진 부분, 그리고 게송과 산문체로 이루어진 주석이 아우러진 부분, 2가지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 차이점은 범본 보성론에서는 각 장의 말미에 후기(post script)가 삽입되어 있는 반면에 한역본 보성론에서는 각 장의 서두에 각 장의 제명과 관련한 내용이 부가되어 있다는 점이 형식적인 측면에서 범본과 한역본 보성론의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성론 한역본의 구조를 정리하면 <표2>와 같다.
<표 2 : 한역본 보성론의 題名>
장 | 章의 題名 |
1 | 敎化品 第一 |
2 | 佛寶品 第二 |
3 | 法寶品 第三 |
4 | 僧寶品 第四 |
5 | 一切衆生有如來藏品 第五 |
6 | 無量煩惱所纒品 第六 |
7 | 爲何義說品 第七 |
8 | 身轉淸淨成菩提品 第八 |
9 | 如來功德品 第九 |
10 | 自然不休息佛業品 第十 |
11 | 挍量信功德品 第十一 |
3. 티벳본 보성론의 각 章에 나타나는 후기 ▲ 위로
범본과 한역 보성론의 구조가 형식적으로 세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그렇다면, 티벳본 보성론의 구조는 한역 및 범본 보성론과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표 3 : 티벳본 보성론의 후기>
장 | 후기 |
1 | de bzhin gshegs pa'i snying po'i skabs te tshigs su bcad pa dang po'i don gyi bsdus pa'i bshad pa rdzogs so║ |
여래장과 관련한 章, 첫 번째 게송의 要義에 대한 설명이 완료되었다. |
2 | byang chub kyi skabs zhes bya ba ste le'u gnyis pa'o║ |
두 번째 章, 깨달음(菩提)와 관련한 章 |
3 | yon tan gyi skabs te le'u gsum pa'o║ |
세 번째 章, [붓다의] 공덕과 관련한 章 |
4 | de bzhin gshegs pa'i phrin las mdzad pa'i skabs te le'u bzhi pa'o║ tshigs su bcad pa'i don gyi bsdus pa'i bshad pa rdzogs so║ |
네 번째 장, 여래의 행위와 관련한 장. 게송의 要義에 대한 설명이 완료되었다. |
5 | phan yon gyi le'u ste lnga pa'o║ tshigs su bcad pa'i don gyi bsdus pa'i bshad pa rdzogs so║ |
다섯 번째 장, [믿음의] 공덕과 관련한 장. 게송의 要義에 대한 설명이 완료되었다. |
티벳본 보성론의 구조에서 가장 특이한 측면은 첫 번째 장의 후기에서 옥 로댄쎄랍이 ‘첫 번째 章’이 아닌 ‘첫 번째 게송(Skt. prathamaśloka, Tib. tshigs su bcad pa dang po)’이라고 번역한 부분이다. <표1>의 범본에서는 ‘prathamaḥ paricchedaḥ’, 즉 ‘첫 번째 장’이라고 명기되어 있다. 만약 옥 로댄쎄랍이 현존하는 범본의 내용과 동일한 사본에 의거하였다면, ‘칙수째빠 당뽀(tshigs su bcad pa dang po)’가 아닌 ‘레우 당뽀(le'u dang po)’ 즉 ‘첫 번째 章’이라고 번역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옥 로댄쎄랍은 ‘칙수째빠 당뽀(tshigs su bcad pa dang po)’, 즉 ‘첫 번째 게송’이라는 의미로 번역하였다. 보성론의 내용을 고려할 때, ‘첫 번째 게송’이라고 번역하는 경우 앞뒤의 문맥과 불일치한다. 어떤 연유에서 이러한 불일치가 존재하는 것인지 명백하게 알 수 없지만,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티벳역의 후기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또 다른 버전의 범본이 존재하였을 가능성이다. 이러한 가정이 타당하다면, 범어원문은 ‘prathamaḥ paricchedaḥ’가 아닌 ‘prathamaśloka’일 것이다.
두 번째는 옥 로댄쎄랍이 번역 상에 있어서 오류를 범하였거나, 혹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첫 번째 장의 후기를 범본과 상이하게 해석하였을 가능성이다.
Ⅲ. 보성론 Ⅰ.27-28게송에 나타난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
1. 범본 보성론 Ⅰ.27-28게송에 나타난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 ▲ 위로
범본 보성론에서는 무구진여(nirmalā tathatā=bodhi)가 아닌 유구진여(samalā tathatā=tathāgatagarbha)의 측면에서 여래장경의 “일체중생은 여래장을 지니고 있다.”라는 구절을 언급하고 나서, 바로 Ⅰ.27-28게송을 통해서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buddhajñānāntargamāt sattvarāśes
tannairmalyasyādvayatvāt prakṛtyā/
bauddhe gotre tatphalasyopacārād
uktāḥ sarve dehino buddhagarbhāḥ //27//
saṃbuddhakāyaspharaṇāt tathatāvyatibhedataḥ/
gotrataś ca sadā sarve buddhagarbhāḥ śarīriṇaḥ //28//
붓다의 지혜가 중생의 더미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그것의 청정이 不二이기 때문에,
붓다의 종성에 대해 그것의 결과가 비유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모든 신체를 지닌 이는 붓다를 태아로 지닌다고 설해진다네.//27//
정각자의 신체가 [모든 중생 속에] 편만하기 때문에, 진여는 無差別이기 때문에,
[모든 중생 속에 붓다의] 종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신체를 지닌 이는 항상 붓다를 태아로 지닌다네.//28//
“모든 중생은 여래의 태아를 지니고 있다”라는 여래장경의 선언을 보성론에서는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 즉 ① 붓다의 지혜(=정각자의 신체=여래의 법신)가 중생의 더미에 들어가 있다(=편만하다=편재하다)라는 의미에 의해, ② 청정(=진여)이라는 측면에서 不二(=無差別)라는 의미에 의해, ③ 붓다의 종성이 실재하는 상태라는 의미에 의해 27게송과 28게송과 산문주석에서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범본 보성론에서 Ⅰ.27-28게송을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로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흥미로운 표현은 모든 중생 속에 붓다의 종성이 존재한다는 범본 보성론 Ⅰ.28게송의 내용인데, 이러한 설명은 범본 보성론 Ⅰ.27의 표현인 결과적인 측면에 의거해서 단지 비유적으로 표현된 것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2. 한역본 보성론 Ⅰ.27-28게송에 나타난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 ▲ 위로
범본 보성론 Ⅰ.27과 28 게송에 대한 한역은 다음과 같다.
佛法身遍滿 眞如無差別 皆實有佛性 是故說常有(=범본 보성론 Ⅰ.28 게송에 해당)
…
一切衆生界 不離諸佛智 以彼淨無垢 性體不二故 依一切諸佛 平等法性身 知一切衆生 皆有如來藏(=범본 보성론 Ⅰ.27게송에 해당)
한역 보성론은 먼저 ① 근본게송들과 주석게송들을 차례대로 모두 언급하는 부분, 그리고 ② 게송들 하나하나를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각 게송들의 내용을 설명하는 산문주석이 섞여진 부분, 즉 두 가지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① 게송들로만 이루어진 부분과 ② 게송들과 산문주석이 혼합되어 이루어진 부분의 게송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보성론 Ⅰ.27-28 게송의 한역 부분이 실재로 그러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즉, ① 게송들로만 이루어진 부분에서는 범본 보성론에 존재하는 Ⅰ.28게송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Ⅰ.27게송만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2) 게송들과 산문주석이 혼합되어 이루어진 한역 부분에서는 범본 보성론 Ⅰ.28에 해당하는 게송이 먼저 나오고, 이후 뒷 단락에서 Ⅰ.27게송이 언급된다. 이를 도표로 정리하면 <표4>와 같다.
<표 4: 범본 보성론 Ⅰ.27-28게송과 한역 대비>
| 범본 보성론Ⅰ.27게송 | 범본 보성론Ⅰ.28게송 |
① 한역: 게송부분 | ○ | × |
② 한역: 게송+산문주석부분 | ○ | ○ |
6세기 초에 번역한 한역 보성론이 티벳을 포함한 여타의 보성론 번역본과 현재 상태의 범본 보성론보다 시대적으로 앞서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범본 보성론의 Ⅰ.27과 이에 상응하는 한역이 ‘근본 게송(śloka)’이라고 한다면,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를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는 범본 보성론 Ⅰ.28과 이에 상응하는 한역은 후대에 부가된 ‘주석 게송(ślokārthasaṃgraha)’일 것이다.
한역과 관련해서 특이한 점은 한역자인 Ratnamati는 범본 보성론 Ⅰ.27게송 중 ‘tatphalasyopacārād’라는 구문을 번역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범본 보성론 텍스트 중에서 오직 한 번 언급되고 있는 ‘비유적 표현/언어적 시설(upacāra)’에 대해서 한역에서 전혀 번역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한역에서는 일반적으로 ‘upacāra’에 대한 번역어로 ‘假立’, ‘言說’, ‘假說’을 사용하는데, Ratnamati는 이 용어를 왜 번역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의도를 가지고 이 번역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일까?
티벳에서는 보성론 게송에 나타나는 ‘upacāra’의 번역어인 ‘nyer btags’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벌어졌던 것에 반해, 중국에서 여래장과 ‘upacāra’의 관계가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았던 점은 한역자가 의도하였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upacāra’라는 용어가 번역에서 누락되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일 것이다. ‘upacāra’가 아닌 범본 보성론에서 언급되는 ‘不二(advaya)와 無差別(vyatibheda)’의 의미가 동아시아 전승 속에 더 매력적인 요소가 아니었을까.
3. 티벳본 보성론 Ⅰ.27-28게송에 나타난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 ▲ 위로
rdzogs sangs sku ni 'phro phyir dang║de bzhin nyid dbyer med phyir dang║
rigs yod phyir na lus can kun║rtag tu sangs rgyas snying po can║27║
sangs rgyas ye shes sems can tshogs zhugs phyir║rang bzhin dri med de ni gnyis med de║
sangs rgyas rigs la de 'bras nyer btags phyir║'gro kun sangs rgyas snying po can du gsungs║28║
한역본과 마찬가지로 티벳본 보성론 Ⅰ.27과 28게송의 순서가 범본 보성론의 순서와 정반대이다. 즉, 범본 Ⅰ.27게송이 티벳역에는 Ⅰ.28게송으로, 범본 Ⅰ.28게송이 티벳역에는 27게송으로 배열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역에서는 범본 보성론 Ⅰ.27c의 ‘비유적 표현/언어적 시설(upacāra)’에 해당하는 번역어가 생략되었음에 반해서, 티벳역에서는 ‘upacāra’의 번역어인 ‘nyer btags’이라는 단어가 명백하게 번역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보성론을 티벳어로 번역하고 보성론에 대한 티벳 최초의 주석서인 寶性論要義(규라매된뒤빠 rGyud bla ma'i don bsdus pa)를 저술한 옥 로댄쎄랍은 그의 주석서에서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 즉, 법신(dharmakāya), 진여(tathatā), 그리고 종성(gotra)을 가설 (딱빠 btags pa)과 실재(외뽀 dngos po)라는 측면에서 상세하게 주석하고 있다.
[Ⅰ.28 게송의] “① 정각자의 신체(=법신)가 편재하기 때문에, [② 진여가 차별되지 않기 때문에, ③ 종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모든 신체를 지닌 이는 항상 붓다의 본질(buddhagarbha)을 지닌다네.]”라는 내용 등에 대해서 [각각] ① 결과와 ② 자성과 ③ 원인이라는 본질을 지니므로 여래장(如來藏, tathāgatagarbha)을 지닌다고 의도한다. 그(=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 중 청정한 진여[淸淨眞如 *viśuddhitathatā]가 정각자의 법신이며, 그것(=정각자의 법신)이 편재하다는 것은 그것에 의해서 편만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즉 모든 중생에 의해서 [정각자의 법신이] 성취될 수 있기 때문에 편만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야말로 여래는 실재이고, 중생이 이것(=여래)의 본질을 지닌다는 것은 [언어적으로] 시설된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정각자의 법신)이 성취되는 기회가 있는 이에게 그것(=정각자의 법신)이 편만하다고 시설되었기 때문이다. “진여가 차별되지 않기 때문에”라는 내용은 ① 여래와 ② 그것의 본질(=여래장)을 지니는 중생 모두에게 명백하게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왜냐하면 본질적으로 염오가 없는 진여(=무구진여)는 ⓐ 비본질적인 장애(*客塵障, *āgantukāvaraṇa)를 지닐 때조차도 붓다의 자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리고 ⓑ 중생의 상속 속에 명백하게 머무르기 때문이다. “종성이 존재하기 때문에”라는 내용은 청정한 진여의 상태가 성취되는 원인인 선한 습기, [즉] 반야와 연민의 종자야말로 여래의 원인이기 때문에 여래라고 시설된 것이며, 중생의 본질은 [시설이 아닌] 바로 실재이다.
범본과 티벳역 모두 ‘붓다의 종성(bauddhe gotre)’이라는 술어 (범본 보성론 Ⅰ.27c = 티벳역 Ⅰ.28c)에만 한정되고 있는 용어인 ‘가설(upacāra)’을 ‘법신’과 ‘진여’라는 여래장의 나머지 두 가지 의미, 즉 법신과 진여에도 ‘가설’라는 용어를 확장해서 여래장에 대한 의미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설’을 ‘붓다의 종성’뿐만 아니라, ‘법신’과 ‘진여’에도 적용해서 여래장의 의미를 확충하고 있는 지점이 옥 로댄쎄랍의 ‘여래장’의 의미에 대한 해석학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옥 로댄쎄랍이 그의 주석서에서 티벳역 보성론 Ⅰ.28게송(=범본 보성론 Ⅰ.27게송)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티벳역 보성론 Ⅰ.27의 게송 내용에 대한 옥 로댄쎼랍의 해석학적 특징을 도표로 다시 한 번 정리하면 <표5>와 같다.
<표5-티벳역 보성론 Ⅰ.27 게송 내용에 대한 옥 로댄쎼랍의 주석>
티벳역 보성론 Ⅰ.27게송 | 옥 로댄쎄랍의 주석서 |
1. 법신(dharmakāya) | ① 결과 | ⑴ 여래 | 실재(dngos po) |
⑵ 중생 | 시설(btags pa) |
2. 진여(tathatā) | ② 자성 | ⑴ 여래 | 실재 (dngos su yin) | <실재인 두 가지 이유> ⓐ 비본질적인 장애(āgantukāvaraṇa) 속에서도 붓다의 자성이 존재 ⓑ 중생의 상속 속에서 무구진여는 존재 |
⑵ 중생 | 실재 (dngos su yin) |
3. 종성(gotra) | ③ 원인 | ⑴ 여래 | 시설(btags pa) |
⑵ 중생 | 실재(dngos po) |
범본과 티벳역 보성론에서는 옥 로댄쎼랍의 보성론에 대한 주석서와 같이 Ⅰ.27의 게송 내용을 각각 결과와 자성과 원인이라는 세 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있지 않다. 뒷부분의 게송에서 여래장 10義가 언급되고 있지만, 이 부분은 옥 로댄쎄랍의 세 가지 범주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 위의 도표와 같이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하는 방식은 보성론에 나타난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에 대한 옥 로댄쎄랍의 독자적인 이해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옥 로댄쎄랍은 종성(gotra)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점들을 언급하고 있다. 그는 두 가지 종성, 즉 本性住種姓(prakṛtisthagotra)과 習所成種姓(samudānītagotra)을 언급하면서 본성주종성을 法性(dharmatā), 空性, 眞如라고 설명하고 있다. 본성주종성과 공성을 일치시켜버리는 이러한 옥 로댄쎄랍의 이해는 보성론의 맥락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옥 로댄쎄랍의 이해는 하리바드라의 현관장엄론 주석 전승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것이다.
Ⅳ. 나오는 말 ▲ 위로
본고는 범본과 티벳본 보성론에 나타나는 각 장의 후기와 이에 상응하는 한역본 보성론에 나타나는 각 장의 品名을 상호 비교한 후에 보성론 Ⅰ.27-28 게송에 나타나는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 즉 법신, 진여, 종성과 관련한 내용을 3본 대조를 통해서 그 차이점을 고찰하였다. 본문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먼저 범본과 티벳본 보성론에 나타나는 각 장의 후기와 이에 상응하는 한역본 보성론에 나타나는 각 장의 品名을 상호 비교한 결과, 가장 큰 차이점은 범본과 티벳본은 총 5장, 한역본은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보성론 각 장의 후기에 있어서도 3본이 조금씩 차이가 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형식적인 측면에서만 보성론 3본이 서로 차이가 났던 것인가.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와 관련해서 검토한 결과, 상호간에 차이점이 일정 부분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범본 보성론 Ⅰ.27-28 게송에 나타나는 ‘不二(advaya)’와 ‘無差別(vyatibheda)’, 그리고 ‘비유적 표현/언어적 시설(假說, upacāra)’이라는 내용이 한역과 티벳역에서는 서로 다른 교리적 해석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한역에서는 ‘비유적 표현/언어적 시설’이라는 표현이 강조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不二’와 ‘無差別’이라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티벳의 학승인 옥 로댄쎄랍(rNgog Blo ldan shes rab, 1059-1109)의 보성론 주석인 보성론요의(규라매된뒤빠, rGyud bla ma'i don bsdus pa)에서는 ‘비유적 표현/언어적 시설’이라는 측면이 ‘법신’과 ‘진여’와 ‘종성’이라는 여래장의 세 가지 의미로 확충되어서 강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기존의 범본과 티벳역 보성론에서는 ‘종성’에만 한정되어 있던 ‘비유적 표현/언어적 시설’을 옥 로댄쎄랍이 ‘법신’과 ‘진여’로 확충해서 여래장의 의미를 재해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옥 로댄쎄랍은 ‘本性住種姓(prakṛtisthagotra)’을 ‘法性(dharmatā)’, ‘空性(śūnyatā)’, ‘眞如(tathatā)’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본성주종성’과 ‘공성’을 일치시키는 그의 해석방식은 보성론의 맥락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내용이 아니며, 오히려 하리바드라(Haribhadra)의 현관장엄론(Abhisamayālaṃkāra) Ⅰ.39에 대한 주석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내용이라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본고에서는 인도에서 성립한 여래장 사상이 티벳과 중국으로 유입되면서 서로 상이하게 이해되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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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e Three Meaning of Tathāgatagarbha in the Ratnagotravibhāga
Cha, Sangyeob
(HK Professor, Geumgang University)
Comparing Ratnagotravibhāga(abbr. RGV)'s Sanskrit, Chinese and Tibetan version, in this study I did consider the postscript of each chapter and three meaning of tathāgatagarbha that is mentioned in RGV. Through the postscripts I saw the structural difference between three versions. In addition, non-duality (advaya, bùèr 不二) and ‘non-differentiation (vyatibheda, wú chābié 無差別)’ in Chinese version and nominal designation (upacāra, jiǎlì 假立) of Tibetan translation in verses I. 27-28 of RGV each one has its own distinct doctrinal accent. Chinese version puts emphasis on non-duality and non-differentiation. rNgog Blo ldan shes rab (1059-1109), Tibetan scholar-monk, lays emphasis on nominal designation (upacāra) in his RGV's commentary. The another crucial point is that rNgog Blo ldan shes rab equates gotra with emptiness. His explanation is a little different from the very context of RGV. At that point, his view is rather closely linked with an annotation's tradition of Haribhadra's Abhisamayālaṃkāra Ⅰ.39.
This disquisition is a preliminary study to reconsider how the unique differences in translation have been developed in religious or intellectual progress of East Asian and Tibetan buddhism.
*Key words
Ratnagotravibhāga, rNgog Blo ldan shes rab, rGyud bla ma'i don bsdus pa, prakṛtisthagotra, dharmatā, śūnyatā, tathatā, Haribhadra, Abhisamayālaṃkāra.
[출처 : 보조사상 Vol.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