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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를 사냥하는 똑똑한 창, 보병용 중거리 대전차 미사일 '현궁'
최현호 이글코리아 조사 1팀장
[사진 1] 보병용 3세대 중거리 미사일 “현궁”
우리 국군은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북한군의 전차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당하였다. 휴전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북한은 엄청난 양의 기갑전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까지도 북한의 전차 보유량은 우리 군의 두 배를 넘고 있다. 수적 열세를 보완하고자 기술적으로 앞선 K-1, K-1A 그리고 K-2 전차를 개발했지만, 보병이 운영하는 대전차 무기는 매우 열세에 처해 있었다. 최근 보병용 중거리 미사일 “현궁”의 개발이 완료되면서 우리 군의 보병용 대전차 무기도 해외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되었다. 첨단 기술이 집약된 ‘ 현궁’ 대전차 미사일과 해외 경쟁제품에 대해서 알아보자.
오랫동안 대전차 무기로 쓰인 무반동총과 휴대용 로켓 발사기는 후폭풍과 섬광으로 인해 발사 위치가 적에게 금방 노출되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움직이는 전차를 명중시키려면 상당히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차 미사일은 무반동총과 같은 직사 무기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유도기능을 활용하여 움직이는 전차도 파괴할 수 있다. 대전차 미사일은 보병이 휴대할 수 있는 사거리 500~4,000m 정도의 중거리 대전차 미사일과 그 이상 사거리를 가지며 차량이나 헬기에서 운영하는 장거리 대전차 미사일로 구분할 수 있다.
■ 전차 잡는 스마트한 창, 보병용 대전차 미사일
세계 최초의 대전차 미사일은 제2차 세계대전 후반에 독일이 개발한 X-7 로트캐팬Rotkappchen이다. 미사일의 양쪽 날개 끝에 달린 전선를 통해 조종되는 X-7은 전쟁 말기에 소량이 평가를 위해 배치되었지만 특별한 전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사진 2] 우리 군도 운용하고 있는 2세대 대전차 미사일 토우
세계 최초로 실전 배치된 대전차 미사일은 프랑스가 개발한 SS-10이며, 1948년부터 개발에 착수하여 1950년대 초반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네모난 운반 상자에 담긴 미사일은 발사중량 15kg, 탄두 중량 5kg, 길이 860mm, 직경 165mm의 제원을 가졌다. 사거리는 500~1,600m이며 속도는 80m/s로 매우 느렸다.
유도방식은 조작자가 전선를 통해 미사일의 방향을 조작하는 유선 수동시선유도MCOLS Manual Command to Line Of Sight 방식으로 숙련된 조작자가 아니라면 정확한 유도가 어려웠다. 무거운 중량 때문에 보병이 직접 운반하기보다는 차량이나 헬기 등에 장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SS-10 이후 프랑스는 개량형 엔텍ENTAC, 영국은 비질런트Vigilant, 구소련은 나토코드 AT-1 스내퍼Snapper, AT-2 스워터Swatter, AT-3 새거Sagger 등을 개발했으며, 이 미사일들을 1세대 대전차 미사일로 분류한다.
러시아의 AT-3는 제4차 중동전 초기에 이스라엘 전차 부대에 큰 타격을 주면서 서방에 ‘대전차 미사일 쇼크’를 가져왔다.
1970년대 초반부터는 유도방식이 개량된 2세대 대전차 미사일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유도는 사수가 조준경을 통해 목표를 조준하면 컴퓨터가 전선으로 연결된 미사일을 조정하면서 목표에 명중시킨다. 이런 방식을 반자동시선유도SACLOSSemi-Automatic Command to Line Of Sight로 부른다.
2세대 대전차 미사일부터 장갑이 가장 얇은 상단을 타격할 수 있는 탑 어택Top-Attack 기능이 채택되기 시작했다. 미국 휴즈Hughes사가 개발한 BGM-71F 토우-2B는 전차 위로 날아가 탄체 아래로 향한 탄두를 기폭시킨다.
유선 유도 대신 레이저를 표적에 발사하여 반사파를 따라가도록 하는 ‘반능동 레이저 유도SALHSemi-Active Laser homing’를 채택한 경우 2.5세대 대전차 미사일로 구분한다. 2014년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작전에서 이스라엘 전차를 파괴한 AT-14 코넷Kornet-E가 2.5세대 대전차 미사일에 속한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표적이 방사하는 적외선 신호를 미사일 스스로 추적하는 ‘발사 후 망각Fire and Forget’ 방식의 3세대 대전차 미사일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발사 후 망각 방식은 미사일이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가기에 사수의 생존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적외선 추적 방식은 빛이 없는 야간에도 표적이 내는 적외선 신호를 탐지할 수 있어 야간전 능력이 대폭 향상되었다.
미국의 FGM-148 재블린Javelin, 이스라엘의 스파이크Spike-MR가 여기에 속하며 점차 개발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아직 발사 후 망각 방식의 대전차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고 있다. 3세대 대전차 미사일에 이르러 전차 상부 공격 방식도 변화하고 있는데, 전차 상부로 날아가 아래로 탄두를 기폭 시키는 것이 아니라 경사 궤도를 그리며 날아가 전차 상부에 꽂히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 국산 3세대 대전차 미사일 ‘현궁’
우리 군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T-34 전차에 당한 ‘전차 쇼크’로 인해 대전차 전력 확충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하지만 개발 노력은 북한보다 우수한 전차 개발에 집중되었고, 개량이 이루어지지 못한 보병용 대전차 무기는 북한 기갑 장비가 발전하면서 파괴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사진 3] 현궁으로 대체될 106mm 무반동총
우리 군이 보유한 보병용 대전차 무기는 1950년대부터 운영한 90mm, 106mm 무반동포와 1975년부터 도입을 시작한 토우 대전차 미사일이 대부분이었다. 토우 대전차 미사일은 중량 문제로 보병이 도수운반을 하지 않고 차량과 헬기에서 운영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에 90mm 무반동총를 대체하기 위해 독일에서 PZF-3 대전차 로켓을 도입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연대급 화기로 운영되던 106mm 무반동총 대체를 위해서 불곰 사업으로 사거리 80~1,500m인 AT-13 메티스Metis-M 대전차 미사일을 도입했다. 하지만 우리 군의 대전차 무기는 반응 장갑을 장착한 북한군 전차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가장 강력한 위력을 지닌 토우 미사일은 적정 수명을 초과하면서 군수지원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신형 대전차 유도무기 개발이 요구되었다.
성능은 90mm 및 106mm 무반동총을 대체할 수 있는 높은 관통력을 지니며, 사수의 생존성을 보장할 수 있는 2km 이상의 사거리와 ‘발사 후 망각Fire & Forget’ 방식의 3세대 대전차 유도 미사일을 목표로 했다.
[사진 4] 소프트런치로 발사되는 현궁-사진 LIG넥스원
[사진 5] 측방 추진기관이 점화된 현궁-사진 LIG넥스원
개발은 2007년 6월 20일 제1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에서 ‘보병용 중거리 대전차 유도무기’ 개발을 위한 탐색개발과 우선협상 대상 업체를 의결하면서 시작되었다. 탐색개발에는 2009년까지 252억 원이 투입되었다.
탐색개발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후 2010년 2월 24일 제40회 방추위에서 체계개발기본계획안이 의결되었고 같은 해 4월 9일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체계개발을 위한 입찰공고를 시작했다. 개발에는 2014년 말까지 1,400억 원이 투입되었다. 국산 보병용 중거리 대전차 미사일은 빛과 같은 화살, 현명한 유도무기라는 의미로 ‘현궁’이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영어로는 빛을 뜻하는 ‘Ray’와 번개를 뜻하는 ‘bolt’를 조합한 “Raybolt”로 명명되었다.
현궁 중거리 대전차 미사일은 보병이 휴대하거나 차량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이면서, 목표의 상부나 측면 공격을 선택할 수 있다. 유도탄은 스트랩다운 열영상IIR 시커를 채용하여 주간과 야간 모두 높은 명중률을 보인다.
열영상 시커에는 이동 표적 공격이 가능한 기동표적 추적 기능과 발사 후 망각을 위한 자율유도 기능이 부여되었다. 유도탄과 결합하여 목표를 추적, 획득하는 발사장비CLU는 가시영상CCD과 열영상IIR 일체식 유도를 채택했다.
[사진 6] 2014년 10월 화력시범에 전시된 미군의 재블린(좌)과 현궁(우)
[사진 7] 소형전술차량에 탑재된 현궁
충격식 신관과 이중성형작약 탄두를 채택하여 반응장갑을 갖춘 북한 전차도 파괴할 수 있으며, 목표 측면과 상부에 대한 공격을 선택할 수 있다. ‘소프트 런치Soft Launch’로 소형 로켓 모터로 발사된 후 모터가 분리되면 미사일 측면에 있는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두 개의 추진기관이 점화된다. 이 방식은 후폭풍이 적어 건물 안과 같은 실내에서 사격할 수 있다.
사거리는 2.5km로 미 육군의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보다 길며, 중량은 발사관에 담긴 미사일과 발사 장비를 포함하여 24kg이다. 미사일은 발사 직전까지 복합재 발사관 안에 담겨 손상을 방지하며, 발사관도 전투지역에 도착하여 병사들에게 지급되기 전에는 고압의 비활성기체가 충전된 밀폐식 보관함에 보관된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전체 개발을 담당했으며, 유도탄 체계개발과 생산을 담당한 LIG넥스원, 발사 장비 체계종합, 유도탄 신관, 추진기관의 개발을 담당한 (주)한화 등 많은 국내 업체가 참여했다.
현궁은 효과적인 운영 교육을 위해 실물과 유사한 크기의 교육용 시뮬레이터도 함께 개발했다. 실제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실전과 유사한 환경을 상정한 시뮬레이션 교육으로 훈련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궁의 성공적 개발로 확보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형 단거리 대전차 무기와 장거리 전술 유도무기 개발에 필요한 영상 탐색기의 설계·제작, 고성능 성형작약 탄두 및 추진제 설계·제작에 크게 이바지 할 것으로 전망된다.
■ 현궁의 경쟁자들
3세대 보병용 중거리 대전차 미사일로 개발된 현궁은 가격 경쟁력이 높아 수출 시장에서도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현궁과 유사한 파이어 앤 포겟 기능을 갖춘 해외 유사 무기체계는 다음과 같다.
● FGM-148 재블린 : 미국
[사진 8] 대표적인 3세대 대전차 미사일 FGM-148 재블린
FGM-148 재블린은 현재 미 육군의 보병용 중거리 대전차 미사일로 세계 최초로 발사 후 망각 방식을 채택했다. M47 드래건Dragon 대전차 미사일 교체를 위한 ‘선진 대전차 미사일-중거리AAWS-M’ 개발 계획으로 1983년부터 개발되었고, 1993년 시험발사에 성공, 1996년부터 배치에 들어갔다. 텍사스 인스투트먼트(현재 레이티온)와 록히드마틴의 조인트 벤처가 설계와 개발 그리고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미사일, 발사관, 발사 장비의 전체 중량은 총 22.3kg이며, 미사일은 길이 1,100mm, 직경 127mm이다. 이중성형작약 탄두와 적외선 열영상IIR 시커를 사용하며 유효 사거리는 75~2,000m다.
● 스파이크-MR/LR : 이스라엘
[사진 9] 이스라엘 라파엘사의 스파이크 MR
이스라엘 라파엘사가 개발한 스파이크Spike 계열 대전차 미사일은 1987년부터 개발에 들어가 1997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다. 사거리별로 네 가지 버전으로 개발되었으며, 사거리 4,000m 이내인 중거리 버전은 발사관, 삼각대, 주간운영을 위한 발사 장비 그리고 야간이나 연막차장을 대비한 열상 장비로 구성된다.
사거리 2,500m인 스파이크 MRMedium Range은 보병 또는 특수부대용으로 개발되었으며, 전체 중량은 26kg이며 이 중 미사일은 발사관 포함 13kg, 발사 장비는 9kg 가량이다. 유도는 파이어 앤 포겟 방식으로 시커는 가시영상CCD와 열영상IIR의 듀얼 시커를 채택했다.
사거리 4,000m인 스파이크 LRLong Range는 MR 버전과 미사일과 발사 장비를 공유하지만, 광섬유 유도를 택한 점이 다르다. 사수는 미사일의 시커에 잡힌 영상을 광섬유로 전달받아 발사 장비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제한적인 정찰과 목표 재지정도 가능하다. 스파이크 LR은 보병 운영도 가능하지만 차량에 탑재하기도 한다.
스파이크 미사일은 유럽 마케팅과 판매를 위해 디헬/라인메탈diehl/rheinmetall사와 함께 설립한 ‘유로 스파이크Euro Spike’라는 조인트 벤처를 통해서도 생산되고 있다.
● 01식 LMAT : 일본
[사진 10] 일본의 01식 LMAT
01식 LMATLight, Man-portable, shoulder-fire Anti-Tank missile launcher는 현재 일본 육상자위대의 3세대 보병용 중거리 대전차 미사일이다. 무반동포 대체를 위해 1990년대 중반부터 개발에 들어가 2001년부터 배치에 들어갔다. 연구 개발은 일본 방산연구기관인 TRDI, 생산은 가와사키 중공업이 담당했다.
미사일은 길이 970mm, 직경 120mm, 중량 11.4kg이며 발사 장비까지 합친 전체 중량은 17.5kg으로 가벼운 편이다. 시커는 적외선 열영상IIR 방식으로 사거리는 2,000m이며 이중성형작약 탄두를 갖추고 있다.
● HJ-12 : 중국
[사진 11] 주하이 에어쇼에 전시된 HJ-12
중국은 2014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로사토리Eurosatory 2014’에서 3세대 보병용 대전차 미사일인 HJ-12를 홍보했다. 실물은 같은 해 10월 주하이 에어쇼에서 처음으로 전시되었다. 중국이 대전차 미사일에 붙이는 HJ는 불화살을 뜻하는 훙전(紅箭)을 의미한다.
HJ-12는 중국의 대표적인 무기 제작사인 NORINCO가 제작했으며, 길이 1,250mm, 직경 135mm인 미사일과 발사 장비의 전체 중량은 22kg으로 미사일 중량은 17kg이다. 제작사는 가시영상CCD와 열영상IIR 시커를 채택했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사거리는 주간에는 4,000m지만 야간이나 관측이 어려울 경우 2,000m 정도라고 알려졌다.
HJ-12는 다른 3세대 대전차 미사일들과 마찬가지로 이중성형작약 탄두와 탑어택 기능 그리고 소프트런치 방식을 채용했으며, 작년부터 중국 지상군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 MMP : 유럽
[사진 12] MBDA가 개발하고 있는 MMP
유럽의 MBDA가 개발하고 있는 MMP(Missile moyenne port′ee, 영어로 Medium range missile)는 2017년부터 프랑스 육군의 밀란과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대체할 사거리 4,000m의 중거리 대전차 미사일이다. MBDA는 MMP가 그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여러 가지 신기술을 채택한 5세대 대전차 미사일로 홍보하고 있다.
가시영상CCD와 열영상IIR 시커를 채택하였으며 완전 자동으로 고온과 저온의 목표를 포착할 수 있다. 스파이크 LR처럼 광섬유 링크를 통해서 발사 장비로 정찰 및 목표 재설정이 가능하다. 발사 장비는 레이저 거리계와 GPS를 갖추고 있으며 네트워크를 통해 비가시선상의 목표에 대한 발사도 가능하다.
길이 1,300mm, 직경 140mm, 중량 15kg인 미사일은 삼각대와 배터리를 포함하여 중량 11kg인 발사 장비CLU와 결합하여 보병이나 전투 차량에서의 운영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