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와 자비의 삶 / 종범스님

- 지혜와 자비의 삶 / 종범스님      보통 행복, 기쁨, 건강을 이야기 하는데 이것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생활 즉 삶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누가 만들어주거나 가져다 주거나 본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나의 생활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쁨을 얻고 싶다면 나의 삶을 기쁘게 만들면 되는 것이요, 건강을 얻고 싶다면 나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게는 물질이나 누군가에 의해서 얻어지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 삶이란 물질에 의해서, 몸에 의해서, 사람에 의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물질은 흔히 재물이라고 하는 것인데, 물질을 어떻게 받아서 어떻게 주느냐 하는 것이 삶이다. 몸은 일하고, 휴식하고, 먹고 하는 것을 어떻게 하느냐에 의해서 건강이 좌우된다. 먹는 것을 볼 때에 무엇을 먹느냐, 언제 먹느냐, 얼마만큼 먹느냐에 의해서 건강이 결정되는 것이다. 또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 인가 하는 것도 역시 내가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에 기인한다. 만나고 만나지 않는 것은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이 이것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이다. 마음이 지혜롭고 자비로우면 재물관리, 건강관리, 사람관리를 잘 할 수 있다. 마음이 자비롭지 못하고 지혜롭지 못하면 다 그르치게 된다. 문제는 정신이다. 주위에 사람이 많고, 몸도 건강하고, 재물도 넉넉한 것을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사회적으로 안정, 평화라 한다. 사람은 모두 이러한 풍요와 평화를 원하는데 이는 지혜와 자비로 관리하여야 하며 정신적 성숙이 필요하다. 정신적으로 성숙 하다는 것은 지혜와 자비인데, 지혜란 무염(無染), 정심(淨心), 무념(無念)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무염(無染)의 물듦이라는 것은 집착과 공포이다. 집착과 공포에 시달리는 것이 미숙해서 그런 것이다. 집착이 강해지면 공포도 커지게 된다. 집착이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다. 세상의 많은 것 중에 맞이할 것은 맞이 하고, 보낼것은 보내면 되는 것인데, 필요 없이 감정을 넣고 그기에 집착을 하게 되면서부터 편협하게 된다. 그 때부터 삿된 감정이 생기게 된다. 무념(無念)이란 애정이 없는 마음으로, 모든 비극은 애정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혜이고 또 지혜는 청정이다. 청정이란 철저히 독립됨을 말한다. 어디에도 물들지 않고, 얽매이지 않고,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혜는 눈(眼)이다. 눈은 항상 맑게 있어야 한다. 금가루라 하더라도 눈에 넣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렇듯 우리의 마음이 어디에도 치우치면 안된다. 마음이 독립되어 있으면 눈과 귀로로 온갖 것을 보거나 들어도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데, 마음이 물들어 애정이 생기게 되면 치우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막기 위해서 보호막을 치고, 문을 닫고 하는 것이다. 바로 미숙하다는 증거이다. 마음이 미숙할수록 지혜롭지 못 할수록 가리고, 잠그고, 닫게 되는 것이다. 자비는 관계이다. 독립성과 관계성이 있어야 한다. 철저히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여야 한다. 자비는 손과 같다. 지혜가 청정이라면 자비는 보시이다. 만약 자신이 어려운 관계에 처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만든 것이므로 누구를 탓할 이유가 없다. 이에서 벗어나려면 생활을 바꾸어야 한다. 지혜와 자비를 배워서 정신적 미숙함으로 부터 벗어나야 한다. 자비를 설명할 때에 ‘관세음보살 보문품’에서는 ‘심성(尋聲)’ 이라 하여 ‘소리를 찾는다’, 즉 ‘소리를 잘 귀담아 듣는다’는 뜻인데 ‘다른 이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말한다. 또 세밀하게 자꾸 보다 보면 ‘관음(觀音)’이 된다. 소리가 들려왔을 때 무심코 막아버리면 자비가 되지 않는다. 또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 마음의 소리는 보아야 한다. 그래서 관음인 것이다. 숨지않고 나타나는 것이 시현, 응생(應生)이라 해서 보문시현(普門示現)이라 한다. 지혜란 다른 사람에게 매이지 않는 것이고, 자비란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다. 무자비라고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고통만을 호소하는 것이다. 인간은 독립해서만은 살 수 없고, 관계를 맺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 독립적이며 관계적인 것이 인간이다. 항상 독립해야 하며 항상 관계를 잘 맺어야 한다. 자비가 없으면 관계가 잘 맺어지지 않으며, 지혜가 없으면 독립할 수 없다. 사람이 어머니의 몸 속에 있을 때에는 어머니의 몸으로부터 독립이 된 것이 아닌데, 태어나게 되면 호흡으로부터 독립이 된다. 태어나서도 어머니의 품에서 자라게 되며, 품에서 독립하게 되면 아버지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이것이 전통적인 가정의 구조이다. 아버지의 영역에서 독립하면 사회로 들어가게 되며, 나이가 들면 사회로부터도 벗어나야 한다. 이것이 힘이 드는데 나이가 들수록 지혜가 필요하다. 나이든 사람의 성숙한 활동이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정신적인 가치를 전해주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처럼 경쟁하고 세력을 키우려 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미숙하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은 갈수록 나이든 사람들이 살아가기 힘들게 변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신적인 성숙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정신적인 성숙을 통해서 여러 가지를 잘 만들어 나가면 그 가운데 행복이 있는데, 그것이 해탈이고 열반이다. 금강경에 보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식사시간이 되어 발우를 들고 한바퀴를 돌고 오셔서 밥을 먹고 제자리에 앉았다’는 구절이 있다. 생활의 모든 면을 다 보여준 것인데 여기에 삶의 모든 면이 다 들어있다. 때가 되면 먹고, 갈 때는 가고 가지 않을 때에는 가지 않고, 일 이 없을 때에는 앉아서 쉬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때를 잘 지키지 못하며, 할 일을 하지 못하고 하지 않을 일을 하며, 쉴 때에 쉬지 못하여 스스로 고통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삶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것을 만드는 과정이며, 만드는 것은 정신적인 성숙이며, 정신적으로 성숙 하다는 것은 지혜와 자비를 잘 실천해서 독립을 하면서도 관계를 잘 맺어가는 것이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행복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