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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제공 :교보문고
빈곤 없는 세상, 가난과 굶주림 대신 웃음과 행복이 가득한 지구촌을 위한 뜻 깊은 제언!
우리가 배부르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간식까지 챙겨먹는 사이, 지구 어디에선가는 가난에 허덕이며 하루 한 끼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빈민구호, 원조라는 이름 아래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도움이 진정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인가? 과연 빈곤은 없어질 수 있는 것일까?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은 가난과 굶주림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30가지 일을 알려준다. 일본 NGO 활동가 16인은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는 빈곤 문제를 구체적으로 소개하였다. 본문은 먼저 우리가 매일 평범하게 먹고 쓰는 행위 속에서 빈곤을 낳는 그릇된 '사회적 구조'를 고발한다.
그런 다음 자원 때문에 친구에게 총을 겨누는 사람, 가난한 나라의 돈을 빼앗는 차관, 주민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개발원조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진실을 파헤친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를 정부 정책·다국적 기업의 운영 차원에서, 또 평범한 개인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 이 책의 독서 포인트!
이 책은 빼앗기는 입장에 서서 빈곤 문제를 절실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저자들은 NGO 활동을 하면서 보고 들고 직접 경험한 사항들을 종합하여 '빈곤의 참담한 현실'과 '일반인들이 빈곤에 관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관해 폭넓은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빈곤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개인적·정책적 차원에서 제시하며 평화로운 지구촌을 꿈꾼다
▶ 어른들에게는 평범히 해 왔던 행동들이 빈곤에 끼치는 영향을 소개함으로써 일상적인 소비 생활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게끔 해주며, 청소년들에게는 알지 못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일들에 대한 인식을 깨우쳐줍니다.
엮은이 다나카 유
미래은행사업조합 이사자, '소쿠온네트' 이사, 일본국제자원봉사센터 이사를 맡고 있으며, 음악가들이 모여 만든 금융 NPO 'ap bank'의 감사이기도 하다. 지역 활동과 국제 활동을 연계하고 일본 안팎의 폭넓은 네트워크를 이용한 강의와 집필을 통해 평화, 환경, 지속 가능한 사회 만들기 운동을 하고 있다. 쓰거나 엮은 책으로『환경 파괴의 메커니즘』『일본의 전기 요금은 왜 비싼가』『왜 우체국 저금을 하면 안 되는가』『비전』『에코 에너지 절약 게임』『전쟁 없는 세계를 만드는 30가지 방법』『전쟁을 멈추고 환경 파괴를 막아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방법』『전쟁은 환경문제와 관계없다고 생각했어』들이 있다.
엮은이 가시다 히데키
르포라이터. 1985년 일본국제자원봉사센터의 단원으로 소말리아 난민수용소에서 활동했다. 1989년 말레이시아 시라왁 주의 열대림 파괴 문제에 관여한 것을 계기로 일본 안팎의 환경문제와 사회문제를 다루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97년 <운외창천>으로 '주간 금요일 제1회 르포르타주대상 보고문학상'을, 1998년 <자신에게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로 '주간 금요일 제3회 르포르타주대상 가작'을 수상했다. 쓴 책으로『9가지 숲의 가르침』『새로운 저축으로 행복해지는 방법』들이 있다.
엮은이 마에키타미야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NPO를 위한 광고 집단 '사스테나' 대표이다.『에코콜로』를 통해 세상을 환경 친화적으로 바꾸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100만인의캔들나이트' 대표이자 간사이기도 하다. '푸드마일리지' 캠페인과 '리스펙트 3R'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2004년 '100만인의캔들나이트' 굿디자인상 신영역부문상을 수상했다. 쓴 책으로『전기를 끄고 슬로한 밤을, 100만 인의 캔들나이트』가 있다.
옮긴이 이상술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한눈에 보는 세계분쟁지도』『음악은 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들이 있다.
01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노동으로 만든 초콜릿
02 컴라면에 든 팜유가 빈곤을 낳는다
03 사무용지가 숲을 파괴한다
04 고양이 사료가 아시아 바다를 말린다
05 구호품이 지역 경제에 혼란을 부른다
06 지역의 가능성을 살리는 원조가 필요하다
Colum1 자기 숲을 베기 싫어 남의 숲을 벤다?
2부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
07 자원 때문에 친구에게 총을 겨누는 사람들
08 물은 돈벌이가 아니다
09 지역 시장에서 살길을 찾다
10 차관이 가난한 나라의 돈을 빼앗고 있다
11 개발원조가 주민들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12 300개의 기업이 세계를 사유화하다
13 빈곤을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세 가지 방법
14 행복을 위한 개발이라
Colum2 지구 온난화로 피해를 입는 사람은 누구일까
3부 빼앗기는 입장에서 생각하기
15 아이들도 스스로 살아간다
16 독재 정권이 진 빚에 고통받는 나라들
17 국제 금융기관은 힘센 나라를 위해 일한다
18 어린이 노숙자가 되어 보자
19 인구가 증가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20 만약 의료 혜택이 없는 나라에 태어난다면
Colum3 만약 군사비가 다른 곳에 쓰인다면
4부 우리의 작은 행동이 세계를 바꾼다
21 하루 2,000원으로 사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기
22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여행에 답이 있다
23 알루미늄 깡통 너머로 세계가 보인다
24 세계와 만나는 문은 가까이에 있다
25 생각을 행동의 에너지로 키우기
Colum4 난민 수용소에서 죽어가는 아이들
5부 날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우리
26 공정무역이 평화로운 세상을 연다
27 자원을 빼앗지 않는 단순한 삶 실천하기
28 이제 선진국이 달라져야 한다
29 오래된 미래를 향해
30 우리가 발 디딘 곳에서 시작하기
Colum5 인터넷 정보를 모아 이메일을 돌리자
나가는 글
빈곤을 없애는 방법을 생각하는 책
글쓴이 소개
가난과 굶주림이 없는 세상
빼앗는 사람도 빼앗기는 사람도 없는 세상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일본 NGO 활동가 16인이 겪은 세계의 빈곤 현실과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30가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가난과 굶주림 때문에 3초에 1명씩 죽어 가고 있다. 그런데도 잘사는 나라는 가난한 나라의 땅과 자원, 노동력을 빼앗으려 호시탐탐 기회만 노린다. 한편 가난한 나라는 잘사는 나라에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수출용 상품작물만 재배한다. 그 바람에 도리어 그 나라 사람들이 먹을 작물을 재배할 땅이 없어 굶주린다. 현실을 알면 알수록 빈곤이 결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부유한 나라가 만든 세계 구조의 문제라는 것은 명백하다.
"우리와는 상관 없는 일이야." "어쩔 수 없잖아." 하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사회 구조적 문제라고 해서 우리가 손 놓고 무기력하게 좌절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매일매일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작은 실천하나가 우리와 세계를 만나게 한다. 초콜릿 하나를 사더라도 아프리카 아이들의 노동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공정무역 상품을 사는 것, 개발도상국의 숲을 벌채해서 만든 종이를 사지 않는 것, 인터넷에서 세계의 빈곤 문제에 대한 정보를 모아서 친구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 자원 소비량을 줄이고 재활용을 늘리는 것 들, 찾아보면 우리 주위에는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많다. 이 책은 그 점을 깨닫게 해 준다.
사람을 살리기 위한 원조인가, 죽이기 위한 원조인가
1990년 무렵, 이맘이 우리 눈앞에서 수용소로 끌려갔다. 그러나 이맘은 독립운동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었다. 석 달 뒤 시체가 발견되었다. 입에서 머리 뒤로 총알이 관통해 있었다. 손목 윗부분의 살이 잘려 나가 뼈가 드러나 있고, 손톱은 모두 뽑혀 나가고, 팔은 꽁공 묶여 있었다. (....) 사람이 맞는 소리나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사람을 불태우는 광경을 보기도 했다. (89쪽)
1974년 일본은 세계적인 석유 위기 속에서 아체에 묻힌 천연가스를 개발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318억 엔의 ODA를 제공했다. 그 돈으로 건설된 천연가스 개발 공장은 그곳에 살던 사람들을 쫓아냈고, 채굴 현장과 정제 공장에서 나온 폐수와 배기가스 때문에 바다, 강, 논, 양식장이 오염되었다. 그로부터 2년 뒤, 자신들의 땅에서 내몰린 아체 사람들이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을 호소하며 무장투쟁을 일으켰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만 명의 민간인을 학살, 유괴, 고문했다.
지금도 아체의 천연가스 대부분은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민주화네트워크' 사무국장인 사에키 나쓰코가 쓴 11장에는 아체의 사례 외에도 수마트라 섬의 댐 건설 원조, 무기 원조 등 일본 ODA가 일본 국익을 위해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죽음까지 부르는 현실을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이러한 일본 ODA에 대한 일본인의 반성이 지금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OECD 국가들은 국민총소득 가운데 ODA 비중이 0.33% 수준이지만 우리는 0.1%로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데다, 무상원조가 세계적 흐름인데 우리의 ODA는 유상원조에 우리나라 제품과 서비스 구입을 조건으로 하는 '구속성 원조(Tied Aid)'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ODA 정책은 변하고 있다. 이 달 초, 한국 외교통상부는 '국가 외교역량 강화를 위한 외교통상부 조직개편'이란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조직 개편을 주요 골자로 한 개정안은 " 인권·개발원조·PKO(국제연합군) 등 글로벌 이슈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국가 위상에 걸맞은 국제적 기여와 역할을 수행할 기반을 강화하기 위하여" ODA를 전담할 '개발협력정책관실'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또한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설립 20주년 기념 국제콘퍼런스에서 한국 정부는 EDCF 지원액을 2008년부터 해마다 10억 달러 이상 늘리고, 유상원조 원칙에서 벗어나 최빈국의 경우 무상원조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자원 확보가 전 세계적인 과제가 되면서 천연자원을 보유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외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ODA가 외교적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한국의 ODA 정책이 변화와 함께 지켜야 할 것은 '개발도상국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원조'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세계의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의 글쓴이들이 여러 장에 걸쳐 ODA가 불러오는 폐해를 지적하면서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의 ODA 정책이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원조인가, 죽이기 위한 원조인가?"라는 물음에 진정 자유롭고 떳떳할 수 있는지, 이 책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가 될 것이다.
구호품과 재활용품이 지역 경제를 무너뜨린다
값싼 자원이 해외에서 수입되는 것은 일본뿐 아니라 선진국에 공통되는 현상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폐기물이 쌓여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선의를 가진 시민들은 지혜를 짜내 개발도상국으로 지원을 보낸다. 그 선의 자체는 훌륭하다. 다만 바라는 것은, 자신들이 물건을 보낸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까지 생각했으면 하는 것이다. 거기에 있는 것은 웃는 아이들의 얼굴만이 아니다. 얼굴을 찌푸리는 상인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43쪽)
민간인 차원의 지원이 낳는 문제도 있다. 일본국제자원봉사센터(JVC) 단원으로 소말리아 난민 수용소에서 활동한 르포라이터 가시데 히데키는 민간인이 보내는 구호품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민들이 순수한 선의에서 담요나 헌옷, 설탕이나 밀가루 같은 구호품을 보내면 그것을 받은 난민들은 그 지역 상인에게 싼값에 팔아 현금을 마련한다. 구호품이 시장에 유통되면 난민으로부터 구호품을 사들이기에는 힘이 없는 상인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
선진국의 재활용 운동 또한 개발도상국의 경제에 타격을 준다.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처녀자원을 싼값에 수입하기 때문에 재활용품을 활용하는 데 더 큰 비용이 든다. 그래서 선진국 시민들은 열심히 재활용품을 모아 개발도상국에 무상 지원하거나 싼값에 수출한다. 이 또한 그 지역 상인들이나 '스캐빈저(scavenger)'라 불리는 재활용업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스캐빈저들이 일본을 찾아가 "일본이 쓰레기를 수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3장 '알루미늄 깡통 너머로 세계가 보인다'. 이 장에는 일본에서 재활용 산업이 몰락한 것과 일본 ODA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자세하게 나타나 있다.).
가시다 히데키는 "선의는 자신을 행복하게 하지만, 잘못 전해지면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지원이 어느 지역의 누구에게 전해지는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용서받아야 하는 이는 누구인가
글쓴이들은 개발도상국 현지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절망, 분노, 의지 등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다.
"4, 5년 전까지만 해도 이 숲에는 귀여운 동물과 화려한 색깔의 새들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 마리도 없어요. 외국 기업이 숲을 베고 종이를 만들 나무만 심었습니다. 우리는 숲을 빼앗겼고, 기업으로부터 어떤 혜택도 받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그저 가난해질 뿐입니다." (24쪽, '03 사무용지가 숲을 파괴한다'에서, 일본 ODA로 이루어진 파푸아뉴기니 열대림 벌채와 제지용 인공조림으로 인해 강제 퇴거당한 현지인의 말.)
"작은 나라니까 프랑스에서 독립해서 살아갈 수 없을 거라고 하는 타히티 사람도 있어. 그럼 묻겠는데, 프랑스에서 타히티에 주어지는 '자립'을 위한 예산이 타히티 사람들에게 얼마나 남지? 지금 바로 독립해도 타히티 사람만으로는 정치, 경제가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아.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서 자립적인 생산성과 산업의 다양성을 갖추어야 해. 그러면 독립은 충분히 가능할 거야."(182~183쪽, '22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여행에 답이 있다'에서, 외국 자본이 들어와 상업 관광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고, 광관객 몫까지 식량을 수입함으로써 물가가 올라가 현지인의 생계가 어려워진 타히티 섬의 NGO 가비의 말. 타히티 섬은 2차 세계대전 뒤 프랑스 식민지가 되었는데, 프랑스는 1966년부터 1996년까지 폴리네시아 환초環礁에서 193회의 핵 실험을 했다. 가비는 이 핵 실험에 반대하는 운동을 이끌었고, 그 뒤 태평양 원주민 NGO 연합을 설립해,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바닐라와 코코넛 재배, 폴리네시아 식 어업 등으로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는 운동을 시작했다.)
"왜 우리가 용서받아야 하는가. 우리의 무엇을 용서한단 말인가. 주린 배를 부여잡고 그저 죽어 가지 않는 것을? 고통 속에서 가만히 침묵하지 않은 것을? (....) 몇 년씩이나 사치를 누리고 자신의 배를 채워 온 이들이 우리를 용서할 권리가 있는가? 언제나 죽음과 나란히 살아온 우리가 마침내 죽음조차 두렵지 않게 되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우리는 죽은 이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까? 홍역, 백일해, 뎅기열, 콜레라, 티푸스, 파상풍, 폐렴, 말라리아 그리고 다른 장과 폐의 질병 따위의 '자연적인' 원인에 의한 '자연적인'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던 자들에 대해서 말인가?" (226쪽, '28 이제 선진국이 달라져야 한다'에 서, 새로운 사회를 꿈구며 불합리한 세계의 구조에 반기를 든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에게 살리나스 멕시코 대통령이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면 용서하겠다고 하자, 민족해방군 부사령관 마르코스가 한 말.)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그들이 하는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있다. 신문을 넘기다 굶주림으로 뼈만 남은 아이들 사진이 나오면 눈길을 돌려버릴 수 있다. 듣고 보고 읽더라도 그 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 수 있다. 그런데 그러지 않고 '바쁘고 나 하나 먹고 살기도 힘든'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이 책은 말한다.
우리가 발 디딘 곳에서 시작하기
이 책에는 정부 정책이나 다국적기업의 운영에 직접적인 힘을 행사할 수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 빈곤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그 바탕에 깔린 문제의식은 지금 우리의 소비 문화가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와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예로 드는 초콜릿, 사무용지, 컵라면, 식용유, 세제 같은 공산품이나 전기, 물 같은 에너지 들은 이제 없으면 생활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잡은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저렴하게 쓸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정부나 기업이 가난한 나라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빼앗다시피 가져오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 사람이 굶주리는 것을 보며 '우리 잘못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일반 소비자들이 사실은 빈곤 문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들 가운데 한 가지로 '공정무역(fairtrade)'이 있다. 소비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조금 비싸더라도 공정무역 상품을 사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공정무역 상품을 파는 기업이 많지 않다면 공정무역 상품을 판매하도록 기업에 요구하는 것이다. 가시다 히데키는 말한다. "조금 비싸면 어떤가. 세계의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는 일에 가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아름다운가게'나 두레생협, YMCA에서 공정무역 상품 판매를 조금씩 넓혀 가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환경연대가 국내 최초의 공정무역 전문업체 '(주)페어트레이드'를 설립해 시민 주주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정보들을 모으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알리고, 가능한 한 공정무역 상품을 사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가난과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고, 우리의 삶이 떳떳할 수 있는 길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파푸아뉴기니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부건빌 섬에는 많은 금과 다이아몬드가 묻혀 있다. 영국 광산 회사가 부건빌 섬에 들어와 금과 다이아몬드를 수출하기 시작했는데, 주민들이 땅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자 광산 회사와 파푸아뉴기니 군대가 철저한 탄압에 나섰다. 이 일은 결국 내전으로 번져 10년 동안이나 섬 주민들은 친구와 친척에게까지 총을 겨누게 되었다.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전쟁으로 죽었다.
그 주민들 가운데 타니스라는 군인이 있었다. 그는 동료들을 설득해 '적'을 쏘는 것을 그만두게 했다. 그리고 상대편 병사에게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타니스와 동료들은 도망치면서 그 자리에 낙서를 남겼다. '우리는 당신들을 사랑해요(We love you).' 드디어 싸우던 사람들 사이에 대화의 장이 마련되었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타니스는 "전쟁을 계속하려면 먼저 나를 이 총으로 쏘시오. 나는 이제 서로 죽이기를 그만두었소."라고 말했다. 결국 10년 동안 이어진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타니스는 말했다.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진짜 적은 따로 있지 않은가."
(본문 61쪽에서, '07 자원 때문에 친구에게 총을 겨누는 사람들')
에이즈 감염자 스스로가 운영하는 NGO 'TAC'는 모든 감염자가 치료약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정부와 제약 회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정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커밍아웃하고 운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 온 만델라 씨(28세)의 이야기가 끝나자 젊은 여성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당신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또 세계에서 가장 바꾸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반대로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세상에서 배를 주린 채로 잠드는 어린아이가 한 명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또 바꾸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이 신념을 갖고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라 목적 없이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다양성입니다. 모두 있어야 할 까닭이 있어서 있는 것이고, 모두 사랑해야 하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의 손가락과 같죠. 다섯 손가락은 모두 다르지만, 합치면 하나의 손을 이루어 큰 힘을 냅니다."
자신이 에이즈에 걸려 있으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어온 만델라 씨. 그런 그의 삶을 생각하자 통역을 하던 나도 목소리가 떨려왔다.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는 참가자들의 표정도 전혀 달라져 있었다.
(본문 172~173쪽, '21 하루 2,000원으로 사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기')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의 사라왁 주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지나친 상업적 벌채로, 또 1990년대부터는 기름야자 플랜테이션의 확대로 인해 심각한 환경 파괴와 인권침해가 벌어지고 있다.
이 일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세 가지다.
1. 환경 파괴와 인권침해를 일으키며 만든 제품은 사지 않는다. 국산품이든 수입품이든 싸다는 이유만으로 사지 않는다. 환경 파괴 제품이 눈에 띄면 고객상담실에 연락한다.
2. 환경이나 인권을 생각해서 만든 제품을 산다. 국내 인공림에서 얻은 목재나 솎아내기한 나무로 만든 제품, 수입품이라도 환경과 인권을 배려해서 만든 제품을 구입한다. 세계적인 인증 마크인 'FSC'로 확인할 수 있다. 재생지 구입도 한 가지 방법이다.
3. 물건을 낭비하지 않는다. 일회용 종이 식기나 종이 타월의 사용을 줄이고 종이 제품의 재활용을 늘린다. 광고 우편물은 뜯지 않고 붉은 글씨로 '수취 거부'라고 써 우체통에 넣는다. 택배일 경우는 보낸 곳에 직접 전화를 한다. 이것만으로도 한 해 수십 킬로그램의 종이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본문 29~30쪽에서, '03 사무용지가 숲을 파괴한다')
몇 년 전, 밥 겔도프라는 유명한 가수가 빈곤 퇴치를 위한 공연인 라이브에이드Live Aid를 열어 가난한 나라들에 거액의 기부금을 보냈다. 그는 그것으로 상황이 많이 좋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보낸 2,240억 원 남짓한 기부금은 가난한 나라가 갚아야 하는 빚의 단 며칠 분에 지나지 않았다. 누군가 그 사실을 그에게 이야기하자 그는 분개하며 말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해도 안 돼! 구조를 바꿔야 해!"
(본문 247~248쪽에서, '나가는 글')
/ 출처: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