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를 쓰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회장님의 강압(?)에 못 이겨
2013년 12월 9일 오후 이제 겨우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산행을 한 것이 2013년 12월 1일(일)이니 벌서 일주일도 더 지났습니다.
하지만 한뫼들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래도 가끔은 산행기를 써야 마땅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글 쓰는 버릇이 들지 않는 터라 글 쓰는 것 자체가 상당한 마음의 부담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엊그제 회장님의 엄포성 권유에 결국 항복하고 쓰기로 하였습니다.
자발성(?)이 아니라 글이 잘 안되더라도 회원님들의 이해가 있기를 부탁드립니다.
12월 1일 등산은 오랜만에 관악산에서 가장 난코스인 육봉능선으로 일정을 잡았다는 카톡을 접하자 약간은 긴장과 설레임이 다가 왔습니다.
사실 밋밋한 육산보다는 바위를 잡고 기어오르는 스릴을 좀더 즐기는 스타일이라 그런 모양입니다.
12월 1일 오전 승용차를 몰고 과천시청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10시 조금전에 지하철 4호선 과천청사역 11번 출구 앞으로 갔습니다.
오늘은 산행후 옛 직장동료들과의 이른 저녁 약속이 있어서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을 선택했습니다.
과천청사역 11번 출구 근처는 벌써 많은 등산객들이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보통은 9시 30분쯤 만나서 산행을 하였으나
모임 시간을 10시로 하니 다소 많은 사람들을 볼 수 가 있는 것같습니다.
이혜연회장님, 이시관고문님, 이형재자문님, 류재윤사장님, 이시성대장님, 박상호총무님, 강선종회원 이렇게 7명이 모여 관악산으로 출발!
국사편찬위원회를 지나 등산로 입구에 접어 드니
아주머니 두 분이서 담배와 라이터 등 화기를 두고 가시라고 안내를 하십니다.
관악산 공원 관리 자원봉사자 들인 것같습니다.
이제 겨울로 접어들면서 건조한 날씨에 산불 우려가 높아가는 시기이기에
사전 예방차원에서 안내와 통제를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일행중에도 담배와 라이터를 가진 분이 계실텐데
시치미를 뚝 떼고 인사말을 나눕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내 배낭속에도 라이터가 있습니다.
산행시 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하여 하나 넣어 둔 것이지요.
약간은 찔리지만 화기가 없는 척하며 수고하시라고 한마디 하고는 달음질 칩니다.
등산로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 지도를 보니 정확한 육봉능선 산행코스는 표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위험한 코스이기에 등산 초보 일반인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표시를 안 해 둔 것같습니다.
그런데 전날(11월 30일) 한뫼들 회원들께서 마라톤대회에 출전하여 무리를 하신 탓인지
다리가 많이 아프다고들 하십니다.
특히 이고문님께서는 오늘 정상 등산이 곤란하고
중간에 돌아와 사우나에서 쉬어야겠다고 말씀하시기까지 하셨습니다.
이고문님께서 오늘 조금 어려운 코스를 릿지하는 만큼
안전한 산행을 위해 자일과 캐러비너 등 산행장비를 준비해 오셨습니다.
산행시 자일을 사용하는 방법, 매듭을 묶는 법, 안전을 확보하는 법 등등
간단히 암벽타는 법을 가르쳐 주시기로 계획을 세우셨습니다.
그런데 전날의 하프마라톤과 뒷풀이가
이고문님의 컨디션을 많이 망가트렸던 모양입니다.
중간에 마당바위에서 자일 사용법에 대한 이고문님의 간단한 강의가 있고
제게 자일 등 장비 일부를 넘겨 주셨습니다.
등산하다가 다소 위험한 곳에서 사용하라고 하십니다.
물론 회장님과 다른 회원님들이 그럴 수는 없다고 약간은 반발(?)을 하며
고문님께서 안 올라가시면 등산을 보니콧할 태세로
가는데까지 같이 가시자고 설득을 해 가며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문원폭포를 지나자 등산로 곳곳에 과천시장 명의로 육봉능선은 추락의 위험이 있으니
우회하라는 안내문을 붙여 놓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 육봉능선은 간단한 코스는 아닌 것같습니다.
아마도 가끔 등산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모입니이다.
그러니 지방자치단체장 명의로 안내문을 여러 곳에 붙여 놓은 것같습니다.
첫 봉우리에 올라 휴식을 취하며 위를 쳐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암벽을 기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단체로 많은 사람들이 온 것같습니다.
중간중간에 병목을 현상을 만드는 릿지 초보들이 많이 섞여 있는 듯합니다.
물론 바위타기를 자주 하지 않는 듯한 여성분들이 많이 있었고
게중에는 남성이지만 바위타기가 초보인 듯한 분도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조금은 경험이 있다고
코스도 안내하고 더러는 발을 바쳐 주기도 하고 손을 잡아 끌어 주기도 합니다.
몇번째 봉우리인지 잘 모르겠으나 조금은 난코스가 나타났습니다.
회장님이 씩씩하게 선두로 치고 올라갑니다.
우리의 총무님도 회장님을 따라 잘 올라갑니다.
릿지 경험은 많지 않은 듯 한데 회장님이 리드하는 대로 잘 올라갑니다.
한뫼들의 다크호스가 나타났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저도 용기를 내서 회장님이 올라선 코스로 따라 올라갔습니다.
뒤이어 시몽님이 힘들게 올라 오고 있었습니다.
회장님의 안내에 따라 힘겹게 어려운 코스를 올라섭니다.
뒤 따라 오는 다른 회원님들에게 코스를 알려 주고 있는데
드디어 이형재 자문님께서 자일을 내리라고 하십니다.
먼저 올라선 우리들은 튼튼한 소나무를 골라 자일을 묶고 내려 줍니다.
우리 일행이 모두 올라 온 후에도 다른 등산객들이 우리의 자일을 이용해서 올라 오고 있었습니다.
자일을 계속 이용하도록 그대로 두면 좋기는 하겠지만
워낙이 많은 사람들이 계속 올라 오고 있어서 몇 사람이 잡고 올라 온 후에는
자일을 걷어 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고문님께서 올라 오신 후 자일을 잘 사려 제게 주십니다.
육봉을 다 오르고 나니 막걸리 파는 곳이 나타납니다.
이자문님께서 어려운 코스를 안전하게 오르신 것에 Feel 받으셔서
한잔에 2,000원이나 하는 비싼 막걸리를 사십니다. 한잔씩 마시라고 권하십니다.
힘든 산행 후 마시는 막걸리는 아주 맛이 좋지요. 그런데 막걸리 맛이 약간 이상합니다.
장수막걸리인 것처럼 하고 팔고는 있는데 장수막걸리 맛은 아닌 듯합니다.
자문님께서 사 주신 막럴리를 이렇게 평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맛은 맛이라...
헤헤... 용서해 주십시요...
그래도 맛이 조금 달랐어도 맛있게 마셨습니다 !!!
이렇게 육봉을 모두 넘은 후 점심 식사를 할 장소를 찾습니다.
회장님께서 먼저 내려 가시면서 우리 일행 7명이 앉을 만한 적당한 장소를 고른 후
일행들을 부릅니다.
드디어 즐거운 오찬 시간이 되었습니다.
자리를 펴고 앉자 이고문님께서 한 말씀 하십니다.
"컨디션이 안 좋아 못 올라 올 줄 알았는데 그래도 해보니까 되는구먼" 하십니다.
역시 "하면 된다"는 말씀은 진리입니다.
한뫼들 회원님들이 성원해 주시고
고문님께서 해보기로 마음을 가지시니 되는 것이지요...
각자 싸 가지고 온 점심과 음료를 꺼내 놓습니다.
음료라 하면 당연히 곡차(?)이지요.
우선 이형재자문님께서 가지고 오신 와인부터 따기 시작합니다.
어려운 코스를 일행 전부가 안전하게 올라온 만큼
술맛은 더없이 우리들을 즐겁게 합니다.
와인을 가볍게 해치우고 다음에는 막걸리, 그 다음은 소주,
여기다가 자문님께서 가지고 오신 고량주까지...
회장님께서 눈을 흘기는 사이 우리들은 조금씩 술기운을 느껴가고
류사장님과 박충무님의 걸죽한 입담에 줄어드는 술이 아쉽기만 합니다.
두 분은 말씀에 재치가 많으신데다가 박자가 서로 잘 맞아서
듣는 우리들의 귀를 즐겁게 해 주시고 있습니다.
두 분사이에 상당한 나이 차이가 있슴에도 말의 재치는 별로 장애물이 아닌 듯
이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전을 펴자 어느새 조그만 고양이 한마리가 옆에 쪼그리고 앉아
먹이를 구걸하고 있습니다. 라면을 주어 봅니다. 얼른 받아 먹습니다.
치즈를 주자 아주 맛있게 먹어치웁니다.
먹다가 남은 참치를 캔채로 주어 봅니다. 잘 먹습니다.
이 녀석도 이미 등산객들이 남겨 놓겨나 던져 주는 먹이에 많이 적응이 된 듯합니다.
등산을 하면서 이런 음식류 들에 길들여져 가는 동물들을 볼 때가 가끔 있습니다.
제일 많은 것이 고양이인 듯합니다. 들고양이들이 산에 적응하여 사는 듯합니다.
지난 1월 북한산 백운대에서 점심을 먹을 때는
많은 새들이 등산객 주변을 맴도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새들도 등산객 주변에 먹을 것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지요.
우리 인간들이 음식물을 남겨 주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먹이가 없어 굶주리는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좋을 것같기도 하고
또 인스턴트같은 가공식품을 주어 원래 가지고 있던 야생 생존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기도 합니다.
즐거운 담소와 함께 가져 온 음식과 곡차를 모두 해 치우고는 슬슬 하산을 시작합니다.
관양능선쪽으로 방향을 잡아 하산하다가
팔각정기점, 관악산 자연 휴양림을 거쳐 관양동 현대 아파트로 하산을 완료합니다.
시간을 보니 아무래도 뒤풀이 참석이 곤란할 것 같아 총무님께 말씀을 드리고
먼저 서둘러 버스 정류장으로 내달았습니다.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이고문님의 자일과 장비 일부가 제 배낭속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엊그제 우이령을 넘고 돌아 오는 길에 고문님께 반납하였습니다.)
뒤풀이에 참석하지 못해 하산 후 이어졌을 재미있는 이야기를 더 이상 쓰지 못함을 양해바랍니다.
2013년 12월 9일 동강 올림
첫댓글 우와! 너무 재미있고 상세하게 잘 쓰셨습니다. 우와! 우와! 전무님 화이팅!
기억을 살려 쓰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 분기별로 한번씩 부탁합니다.사실 자주 가는 사람은 한 달에 한번은 기본이거든요. ㅋ
아! 산에 자주 못 갈것같은 예감!!! 회장님 너무 많이 시키지 마세요.... 무서워서 못 갑니다!!! ㅋㅋ
하나 더! 지난 산행기를 읽다가 회장님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았음!!! ㅋㅋㅋ
그걸 아시는데 너무 오래 걸렸네요. 후후
넘 훌륭한 산행기, 대단하십니다.
초반에 엄살(^^;)을 부리시더니 재미있게 잘 쓰셨는데요~ 수고하셨습니다~~
산행기 작가의 발견. 박 총무에 이은 동강 님!
저도 동감입니다. 강추!
아! 회장님의 유인성 발언 감 잡았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