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뒤에 있는 분적산 다음으로 내가 가장 많이 가본 산은 광주를 대표하는 무등산이다. 도시 가까이에 크고 좋은 산이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산이 도시와 사람들을 지켜주는 것 같고, 사람들도 산을 의지하고 사는 느낌이다.
내 기억 최초의 무등산은 겨울산이다. 직장에 다닐 때, 정년을 앞두신 상사분이 계셨는데 산을 좋아하셨던 것 같다. 책임자이신 그분은 직원들의 회사행사를 위해 댁에서 김밥을 싸 오실 정도로 인정 많은 분이셨다. 당연히 사모님께서 아주 인자하신 분이셨다. 초겨울인 그날도 날씨가 맑았다. 나는 운동화 차림으로 산에 올랐는데, 낮에 눈이 내렸다.
그분은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셨다. 무등산 중봉 쪽으로 내려왔는데 경사가 심해서 미끄러워 내려오기 힘들었다. 그분은 나와 다른 여직원까지 두 사람을 팔에 매달고 싫은 내색 한번 없이 거뜬하게 하산하셨다. 연세가 50이 넘으셨던 그분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산에서 내려왔을지 지금 생각해도 까무룩 하다. 매사에 준비가 철저하시고 정이 많으셨던 그 가족분들이 지금도 건강히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무등산은 비할 데 없는 산, 또는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이라는 뜻이다. 평등을 의미하는데, 이미 평등까지 없어진 상태를 말한다. 대한민국 21호 국립공원, 산림청 100대 명산 지정, 무등산권 세계지질공원 등 무등산을 지칭하는 말들도 많다.
산 정상 부근의 암석지대를 제외하면, 거대해 보이는 산 모양에 비해 등산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전반적으로 경사가 완만해서 온화하고 덕스러운 느낌을 주는 산이다. 무등산은 중생대 화상암 산지로서 산지 전체가 부드럽게 풍화되어 있고 주상절리가 이루는 경관이 멋진 곳으로 입석대, 서석대 등의 명소가 있다.
무등산은 동부의 산악 지대와 서부의 평야 지대의 결절점에 위치하고 있다. 북서·남동의 능선은 무등산 천왕봉에서 중봉(915m)·향로봉(367m)·장원봉(386m)에서 망월동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로 규모가 크다. 동서 방향의 능선은 무등산 천왕봉에서 중봉·중머리재(608m)·새인봉(490m)에서 학동으로 뻗어 있다. 무등산 천왕봉에서 남서 방향으로는 장불재(910m)·만연산(665m)·수레바위산(363m)·정광산·죽령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뚜렷하다. 이 산줄기는 북쪽의 극락강 수계와 남쪽의 지석천의 분수계를 이룬다. - 한민족문화 대백과사전에서
친구들, 가족들, 회사행사나 모임 등으로 무등산에 갈 일은 자주 있었다. 무등산에서는 광주 시내의 모습이 내려다 보인다. 광주광역시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마치 도시와 사람들을 굽어보는 듯한 형상으로 자리 잡고 있어 광주 사람들에게 무등산은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산이라는 설명을 읽었다. 광주의 모든 것을 무등산은 지켜보았을 것이고,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로했을 터였다.
무등산 정상에는 군부대가 있어서 통제되어 있다. 2023년부터 정상을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시기가 있는데, 3년 만의 정상 개방에 만여 명이 예약을 했다고 한다. 나는 아직 서석대까지 올라서 정상을 바라만 보고 내려올 수밖에 없어서 지왕봉과 천왕봉을 가보지 못했다. 정상에 올라보는 것이 또 하나의 소원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가을이기에 무등산 등산도 가을이 최고였다. 장불재를 통해 오르는 정상부의 억새는 무등산의 명소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하얀 물결이 은빛 파도처럼 밀려와서 산에서 보는 바다처럼 느껴졌다.
광주광역시 제공 발췌
광주광역시 제공 발췌
무등산과 광주 도심 간의 거리가 매우 가까움이 특징이다. 금남로에서 무등산이 크게 보이고, 심지어 멀리 광산구나 서구 등지에서도 한눈에 보일 정도이다. 남구에서는 어딜 가나 보인다. 그 이유는 광주 자체가 무등산을 낀 분지 형태의 지형 구조에 형성된 도시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평균고도하고 1,000m나 차이나는 높은 산이 도시의 행정구역 안에 있다. 또한 증심사 쪽만 하더라도 바로 아래에 고층 아파트 단지가 있는 주거지역이 형성되었다. 그렇기에 광주 시민들이 느끼는 무등산에 대한 감정은 국립공원보다는 동네에 있는 꽤나 큰 뒷산으로 느낀다. - 위키백과
무등산은 농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정면으로 보인다. 능주에서 광주로 오는 길에 보이는 무등산 정상의 모습이 가장 반듯하게 보인다. 왼편으로 화순 안양산과 만연산을 품었다. 반대편의 광주 시내도 지그시 감싸고 있을 것이다. 장거리를 다녀오더라도 무등산이 보이면 광주에 다 왔다는 편안한 마음이 든다. 무등산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고마운 산이다.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는 산이지만, 농부가 되면서부터는 집 뒤에 있는 분적산을 오르기도 힘들 정도로 시간이 나질 않았다. 무등산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훌쩍, 떠나고 싶은 어느 날? 무더위 좀 물러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무등산에 오를 생각이 날지도 모르겠다. 그런 쉴틈을 기대한다.
* 사진은 검색하여 편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무등산국립공원
광주 북구 금곡동 산 1-3
첫댓글 민국장님 !
입석대와 서석대 오르면 고요스럽고도 포근한 온기에
잠들면 갈대들의 속 마음을 닮아가는 천사의 기품을 연습이라도 하듯
우리들 스스로가 천사가 돼지요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무등산에 가고 싶은데, 시간도 건강도 여의치 않아서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무더위 물러가고 찬바람나면 한번 도전해 보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