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작년 이맘때쯤 아니 좀더 전에 어학연수라는 막연한 꿈을 안고 올 1월 초에 호주어학연수 갔다가 시드니에 있는 랭귀지스쿨 30주를 마치고서는 퍼스에도 갔다가 (좋은 학교들은 각지역마다 분교식으로 자기가 옮겨다닐 수 있어요....) 뉴질랜드 여행도 가서는 탄력이 붙어서 유럽배낭여행까지 하고 왔죠....
누가 보면 이놈 공부하러 간게 아니라 순~ 여행하면서 놀러다닌거 아닌가 라구 생각할지 모르겠는데.....솔직히 맞습니다....전 여행하면서 놀러다니러 갔다 왔어요....그럼 다들 돈만 날리고 왔구나라고 생각하실지 몰겠는데.....그건 모르죠....제가 이제 설명을 하구 나서두 그런 생각을 하실지....
전 이번 부산정모모임을 보면서 참으로 감회가 새로웠어요....딱 1 여년전에 지금 유학준비하시는 분 모습들이 어찌나 제 오래전 모습과 같던지....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작년엔 한국세미나 이런거 없었어요....그냥 까페보고 연락이 되서 Scott형만 믿고 도박에 가까운 큰 돈을 맡기고선 외국길에 올랐죠....저두 꿈많고 욕심을 가지고서는 형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죠....랭귀지코스며 거기가서 대학이며 집안에서는 여차하면 아예 이민을 가라는 둥.....
전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정보 하나 없이 막연하게 이것저것 형에게 물어봤습니다....그냥 가서 하면 되겠지.....잘 되서 대학까지 밟아보고 해 봐야지하면서 말예요....그땐 몰랐죠..... Scott 형이 어떻게 절 봤을지....헌데 부산세미나때 보구 느꼈습니다....사람들이 참 꿈도 야무지고 포부는 넓구나라구요.....그리고 또 한편으론 좀 무모한 사람들도 있구요.....그런데 형은 어땠겠어요.....형이 한두명 상담해 봤겠어요....형이 애네들 말만들어도 이놈은 성공할 놈이다, 아니다란걸 대충감 잡는걸....너무 제가 무모했었고 의지만 강했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었었죠....하지만 굳이 이게 나빴던 것도 아니고 이게 결국 제 외국생활의 첫 단추를 꿰게 된거죠....
전 영어와는 오래도록 시름해 왔지만 정작 제대로는 못했었죠....그래서 외국나와서 어떻게라도 귀라도 뚫어보고 싶었는데 랭귀지 스쿨 간 첫날 반 배정받고는 무척 불쾌했죠....내가 왜 이정도반에 와있나라구요....문법은 너무나도 쉬웠으니 말예요....당장 수업후에 바꿔달라고 생각중였는데 수업중에 띵 하구 받았어요....도대체가 선생이 무슨 말을 하는건지....-_-;; 선생뿐 아니라 우리보단 문법이 약한 유럽애들도 맞게 말하는건지 안 맞는 건지....그때 첨으로 제 주제파악을 하기 시작한거죠....그래서 겸허하게 제 실력을 인정하고 하나하나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헌데 그것도 잠시~~~제너럴코스에서 약 다섯달간 있으니 너무나도 지겹고 따분한 거예요....어느정도 회화는 되지만 실력에 진전이 없는거예요....그도 그럴것이 제너럴 코스는 어떻게 보면 말장난 잘하는 놈이 잘하는 거거든요....뭔가 여기와서 눈으로 는다는걸 확인하고 싶었고 이런저런 방황도 했기에 전 EAP코스라는 곳으로 바꿨죠....제너럴 5개월까지 했는데 별거 있겠어라고 생각하구요....
근데 웬걸....잠시 건방진 병이 또 돋아 났었나 봐요.... EAP 수업은 제너럴이랑은 판이하게 틀리더군요....단어도 단어지만 뉴스보고 노트정리해서 발표하기, 광고 프리젠테이션하기, 그래프를 형식대로 새로 정리하기 등등....여태까지 쉽게 쉽게 공부했던 저에겐 뒷통수 한방 얻어맞은 기분였죠....근데 사람이라는게 웃긴게 또 그곳에 있으니깐 또 적응을 하더라구요....어떻게 내가 이걸하지라구 생각해도 또 어떻게 어떻게 해 지더라구요.....
그리고서는 거의 30주가 끝나갈 무렵이였죠....그냥 열씨미 하면 되겠지란 저의 생각에 한가지 의문이 생긴거죠....왜 내가 지금 여기있지? 라는 거요....영어공부를 왜 하고 있는가라고....영어공부 잘해서 점수 잘 딸라고? 어떻게 점수 받아서 수업잘 따라가지도 못하는 외국대학이나 가서 돈이나 날리며 내 젊은시절 보내려고?
전 외국에 나온이유가 앉아서 도서관에서만 공부할려고가 아니라 외국사람들과 만나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생활을 접해보는게 진정한 외국에서 공부라고 생각했어요....헌데 학생비자로 와서 기껏 왔더니 그나마 제너럴 코스에선 외국칭구들과 애기라두 나누지만 EAP 나 IELTS반등 특수반은 대다수가 한국사람들, 같이 공부하는걸 봐도 그렇고 이건 아닌데라는 의문을 품은 거죠....더욱이 학생비자기간은 끝나오고.....다시 학생비자내서 공부하려면 목돈 드는건 마찬가지고.....해서 내린결정이 여행이었어요....
물론 전 영어공부가 첫 목표였기 때문에 호주현지외국 여행사를 찾아가 퍼스부터 시작해서 뉴질랜드 까지 이것저것 예약을 하기 시작했죠....내가 혹시라도 모르는 부분 생길까봐 다시 한번 확인해 봐가면서요....결국 퍼스에서 나머지 2주간 학원과 피너클링 투어 등등을 하기도 하고 뉴질랜드 여행도 1주일간 했죠....번지점프, 스노우 보드 등등.....물론 제가 탄 여행버스는 모두 영어권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었고 옆에 버스 보니깐 '제주관광'인가 해서 한국인 투어도 보이더군요....물론 한국사람이 그리웠지만 전 그로인해 미국, 잉글랜드, 호주, 아일랜드 등등 영어권나라사람들과 영어를 쓸줄아는 비영어권국가 사람들과 만나며 그동안 갈고닦았던 영어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비록 혼자하는 여행이라 외롭고 힘들었지만, 저에겐 더없이 큰 경험이었죠....
거기에 탄력을 받아서인지 서서히 욕심이 생기더군요....이번엔 유럽을 가야겠단 생각을요....어짜피 집에선 호주에서 1년예산을 잡고 비용을 대 주었던 터라 전 그 나머지 비용을 들여 제 평생 마지막이 될수도 있는 유럽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영국을 거쳐 벨기에에 온 첫날 미국청년을 만나서는 1박 2일 동안 같이 여행했는데 어찌나 말을 많이 시키던지 나중에 토픽거리가 없어서 실수로 울나라의 원조교제얘기까지 나와버렸죠....그건 나도 실수한듯 했지만 그로인해 대화수준이 일상수준에서 경제 사회분야까지 나오고 말았죠....
그러다가 만나는 한국인들에겐 통역을 대신 해드리기도 하고 (솔직히 여행중에 하는 영어는 어려운거 하나 없는 건 사실이죠....^^;;) 일본애들 만나면 제가 무슨 진짜 영어잘하는 사람인줄 알고 있기도 하더라구요....한국사람들은 토익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듣는건 어느정도 하는데 말을 잘 못하더라구요....또 어려운말을 들어도, 학원에서 항상 제가 불만이었던게 선생말을 못 알아들으면 눈치껏 알아듣는거였는데 그것도 여행중엔 엄청 큰 도움이 되었죠....
물론 유럽배낭여행은 영어못해도 잘 다닐수 있습니다....가신사람들은 다들 느끼겠지만.....다만 전 그로인해 자신감이란걸 얻게 되었어요....이젠 외국사람을 만나도 쫄지 않고, 못 알아들으면 '실례합니다, 다시 한번 애기해주시겠습니까' 란 여유까지두요....옛날같으면 얼굴마주치기 싫어서 도망만 다녔겠죠.....
한국에 돌아와 보니 애들이 그럽니다....'너~ 영어해봐봐 너 영어해봐봐' 하구요....제가 무슨 동물원 원숭이입니까....꾹 찌르면 대답하는 인형도 아니고.....그럼 제가 그러죠 "영어 잘 못해....난 여행다니고 여기저기 다니고 왔어" 라구요....그럼 다들 "너두 딴 애들 처럼 삽질하고 왔나보네" 라구 무시하거나 빈정대지요.....
근데 그거 아십니까.....시험때 "너 공부많이 했냐" 라구 그러면 어느누가 "나 정말 많이 했어,나 정말 잘해, 나 시험 잘봤어" 그럽니까....다들 "어저꼐 일찍잤어....하나도 못봤어...난 하나도 몰라...시험 망쳤다" 그러지....
사람들은 아직 모릅니다....아직 전 토익따윈 쳐 보지도 않았고 아직 사회에 나가지도 않았습니다....즉 아직 제 인생에 치룰 시험을 쳐 보진 않았단 거죠....아무도 제 시험 결과를 알수 없습니다....물론 저또한 모르고요....
전 남들 1년 호주나 딴나라에서 공부할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나만의 공부를 했습니다....나에게 무엇이 정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지를....호주에서나 외국에서 열씨미 공부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역시 비싼 돈들여 맨땅에 헤딩하듯 정신못차리고 시간 죽이는 해외유학파들 앞에선 전 제가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부산 장을 한다는 것도 딴게 아닙니다....어떤 학교가 얼마고 대학은 어떻게 가는지 하는건 Scott형이나 Tommy형이 할 일이고 전 유학떠나기전 고민이나 아리송한 사항들, 힘든점들을 들어주고 조언해 주고 싶은 거예요....저도 방황 많이 했기 때문에 그 심정 압니다....떠나기 전부터 생활까지 그리고 갔다와서의 마인드등....아마 그게 진정한 장이 해야 할 듯 싶네요....
저도 모르게 글이 너무 길어졌어요....다들 다 읽으시는 분은 잘 없을텐데 이것을 끝으로 제 체험기는 이 게시판에 올라올일이 없을것 같네요....누가 요청하지 않는 이상....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어학연수든 유학이든 간에 정말 힘든건 영어공부도 아니고 생활비등 금전적인 것도 아녜요.....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자기와의 싸움이 가장 힘들고 중요한 겁니다....아마 모든일이 다 그럴꺼예요....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습니다....전 그말 가슴속 뼈속싶이 체험했어요....모든 회원들이 자기와의 싸움에서 진정한 승리자가 되길 빕니다....
부산정모에서 진희의 가슴을 은근히 데워주었던건 오신분들의 질문과 스캇샘의 답변들이 오고가는 사이 가슴에서부터 어떤 기운이 꿈틀꿈틀...바로 이것이 아니였을까요.무신 소린지.....암튼 내마음을 한번더 들여다보고 차분히 생각해볼수 있는 좋은 기회였답니다..,워니~썬배님의 체험일기...담에 또 부탁드려요~ ^^
첫댓글 앗..나보고 78년이라고 했던 행님이다..ㅡㅡ;; 근데 넘 좋은 정보였슴당..ㅎ
종원아~~ 회원 등업했으니, 앞으로 회원들을 위해 좋은 답변및 얘기들 많이 해 주렴. 기대 할께~~~^^
글 잘봤어요~^^ 아주~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저 부산정모에서뵜죠? 대구에서 온 동갑..^^
부산정모때 뵜는데...다녀온 선배님의 체험일기 잘 읽었구요...실연을 해보지않고서는 실연당한 사람의 마음을 느낄수 없듯이...다녀온분들이나 유학하고계시는 분들 말씀을 들으면 그냥 막연히 힘들겠구나..라는 생각...힘듦이 어느정도 인지 알순없지요...직접 느껴보지 않고서는...
부산정모에서 진희의 가슴을 은근히 데워주었던건 오신분들의 질문과 스캇샘의 답변들이 오고가는 사이 가슴에서부터 어떤 기운이 꿈틀꿈틀...바로 이것이 아니였을까요.무신 소린지.....암튼 내마음을 한번더 들여다보고 차분히 생각해볼수 있는 좋은 기회였답니다..,워니~썬배님의 체험일기...담에 또 부탁드려요~ ^^
글 잘 읽엇어요 부산 장으로서 왕성한 활동 부탁해용 ^-^
앞으로 좋은글 많이 부탁드려요!! @.@~
워니님의 유럽여행기 듣구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