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윤선홍 스트링거의 꿈
안양 cs 스포츠에서 윤 대리로 통하는 윤선홍 스트링거의 이력은 특이하다. 대학 때까지 테니스 선수생활을 했다. 명학초등학교 6학년 때 라켓을 잡아 신안중, 양명고, 성결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선수로 뛰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발을 디디면서 윤 대리는 새로운 세상에 도전 했다. 일반적으로 테니스 선수들이 가는 길과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스트링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2년 전 ERSA (유럽라켓스트링협회)의 레벨 1 자격증을 획득하고 현재 레벨2에 도전하고 있는 스물아홉 윤 대리의 테니스 인생을 들어본다.
*테니스 선수가 전문적인 스트링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특별한 계기는?
=라켓의 심장은 스트링이다. 스트링은 자동차의 엔진과 같은 것. 엔진을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자동차의 마력수가 달라지는 것처럼 어느 스트링에 얼마의 텐션으로 수리하느냐에 따라 선수들의 플레이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평소 스트링 분야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고 더 폭넓게 공부해서 실력 있는 테니스인이 되고 싶어서다.
*스트링거로서 미래에 대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일단 ERSA (유럽라켓스트링협회)의 레벨 3까지 자격증을 획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3년이나 길게는 5년 정도를 계획하며 준비하고 있는데 현재 코로나19로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십 년간의 축적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cs 스포츠 문종식 부장및 직원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또 스트링을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주는 부모님의 도움이 크다. 스트링 공부를 하면서 다양한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 kpta에서 주관하는 1급 지도자 자격증, 국제기관인 ITF에서 주관하는 매직테니스와 레벨1, 레벨 2까지 취득했다.
*스트링 이외에 다양한 자격증이 왜 필요한가?
=스윙괘도까지 지도하려면 디테일하게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선수생활을 한 경험만 가지고 지도자가 되는 것은 부족하다.
*ERSA의 자격증을 획득하고 국제대회에서 스트링 수리를 해 보았는가?
=이제 공부하는 단계라 경험이 많지 않다. 지난해 9월 일본에서 열린 ATP 500 라쿠텐 오픈에 처음 출장을 나가 존 밀먼이라는 선수를 배정받아 예선부터 결승까지 스트링 수리를 했다. 그 선수는 결승에서 조코비치에게 지고 준우승에 그쳤지만 감정이입이 된 듯 뿌듯했다. 대회 현장에서 알게 된 세계 곳곳의 스트링거들과 지금도 SNS로 연락을 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어렵지만 외국어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함을 알고 그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다.
*후배 선수들의 스트링을 수리할 땐 주로 어디에 중점을 두는가?
=직접 시타 해 보며 플레이 스타일에 초점을 둔다. 선수시절에는 스트링의 중요성을 그리 깊게 알지 못해 연습 양으로 승부를 걸었던 경험을 이야기 해 주고 각자에게 맞는 스트링을 추천해 준다.
*대부분 동호인들은 스트링이 끊어질 때까지 쓴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엔진이 닳으면 자동차에 무리가 가듯 늘어진 텐션의 스트링으로 계속 경기를 하다보면 엘보우나 평소 사용하지 않던 근육까지 써 몸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자신의 최적화된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텐션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조금 더 먼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무엇인가?
=스트링거 자격이 완성되고 나면 주니어를 지도하고 싶다. 기술을 가르치는 코치도 하고 선수에게 맞는 스트링도 수리해 주는 전천후 지도자가 되고 싶다. 유망한 선수를 지도하면서 세계무대까지 갈 수 있다는 희망을 꿈꾸면서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또 경험이 축적되고 스트링거로서 단단한 실력이 갖춰지면 국내 스트링거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싶다. 융합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역량으로 ‘소통’을 꼽고 있듯이 개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기술을 나누면 더욱더 빠른 시간에 발전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으로 본다.
인터뷰 하는 동안 cs 스포츠 사무실에는 가을 햇살이 따사롭게 비쳤다. 꿈을 키우고 세상을 바꾸는 것은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임을 암시하는 우공이산 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차분하고 조리 있게 꿈을 이야기 하는 스물아홉 윤선홍 스트링거의 모습에서 환한 미래가 그려졌다.
테코기사/ 코로나를 극복하고 있는 국화부들
코로나19로 고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대부분의 코트가 문을 닫았다. 최근 코로나가 주춤하는 틈을 이용해 실력 좋은 국화부 몇 몇이 5개월 만에 모이게 되었다. 마스크는 기본, 코트에 모여 간식을 함께 먹는 것도 안 되고 큐알 코드를 찍어 방문 사실을 기록하는 등 운동장에 모이는 방식이 사뭇 예전과 다르다.
이번에 모인 국화부들은 매 주 지속적으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해 전국대회 우승 수십 번에서 한두 번까지 성적을 낸 인재밀도가 높은 그룹이다. 과연 이 국화부들은 문 닫힌 코트 장에 나가 테니스도 못하고 대회출전도 못하던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낸 것일까?
최근 코로나 19의 부작용 중 활동량 감소로 인한 체중 증가는 사회 이슈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국화부들은 더 날씬한 몸을 유지하고 있어 참으로 궁금했다. 평소 전국대회 날짜가 잡히면 3~4일 전부터 몸 관리해 왔던 빡빡한 스케줄 관리가 필요 없으니 일상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자칫 최근 유행하는 ‘확찐자 살천지 비만희’가 되기 십상일 텐데 그들은 남달랐다.
“외출을 못하는 대신에 요즘 유투브에 상세하게 나와 있는 홈트레닝에 집중하며 근육량을 늘리고 저녁 식사에 탄수화물을 줄였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등산과 집 주변 달리기, 계단 오르기는 필수다. 외출이 오히려 민폐니 대회 출전하느라 미뤄 두었던 집안 정리를 꼼꼼하게 하게 되었다. 외식 자제하고 요리를 직접 해 밥상을 차리니 가족들의 만족도가 최상이었다. 하지만 학교에 가지 않고 온라인 수업 듣는 아이들의 세끼 챙김과 공부이외에 다른 것에 소일하고 있는 자녀들 감독은 최악의 스트레스였다. 코로나로 모든 테니스 행사가 중단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트라우마와 우울증 증세를 느끼고 있다. 예전에 다양한 테니스 모임에서 친구들을 만나 격의 없는 운동하던 그 때의 시절을 동경하고 있다.”
참가자 열두 명 모두 비슷한 공통의 사연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국화부들은 여전사들처럼 다시 코트로 복귀할 그 때를 기다리며 근력을 기르고 체력을 관리하는 것만큼은 잊지 않고 있었다. 인생에서 테니스가 스테이크 위에 사뿐하게 뿌린 소금 같았는데 간이 맞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것 같은 나날을 보내는 것도 한두 달. 이제는 흥興 지수가 바닥을 치고 있다고 전한다.
파트너를 정해 타이트한 경기를 서너 게임 마치고 난 참가들의 얼굴은 복숭화빛 생기가 돌고 에너지가 넘쳤다. 커피숍이 아닌 숲속에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국화부들은 펄펄 살아 움직이는 등 푸른 생선 같았다.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한 폴란드 19세 소녀 시비온텍이 대화의 주인공이었다. 그녀가 벡터함수와 미적분 같은 고급수학을 테니스만큼 사랑했다는 둥, 테니스코트를 기하학으로 생각하면 기량이 더욱 향상이 된다는 둥, 모처럼 만난 이들은 집에 돌아가는 것을 잊은 것처럼 테니스 이야기로 서로의 가슴을 채워갔다.
대회 출전해서 뛰고 모임에서 신바람 테니스를 했던 그 즐겁던 시절을 잊지 않고 기억해서 현재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지금 국화부 동호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조용히 기억하며 기다리는 것이 정답이다.
한 대학의 유명한 교수가 학생들을 지도하며 평생을 고민했던 주제가 '무엇이 인류를 비극으로부터 구원해 줄 수 있을까' 라는 답이 '기억'이라는 글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었다. 건강한 정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역시 테니스다'라는 답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