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개들이 바다에서 올라와 평화롭게 놀고 있었다.
그 가운데로 물개보다 몸집이 작은 재칼(개과 육식성동물)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새끼를 가진 어미들은 재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는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한참을 어슬렁거린 끝에 어미의 보호를 받지 못한 새끼물개를 잡는데 성공했다.
“아, 불쌍하다.”
큰 딸래미가 내지르는 탄식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건 나의 응수다.
화면이 바뀌어 다른 재칼 무리들을 보여준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대여섯 마리의 새끼를 거느린 재칼 암컷이 수컷을 기다리고 있었다. 수컷이 나타나자 암컷이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여인네가 제 서방에게 그러듯 온갖 애교를 부리는 듯 하다.
그런데 수컷이 갖고 온 것이 없었다.
암컷이 새끼들을 돌보는 동안 수컷이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갔었는데 사막 한가운데에서 사냥거리가 없었던 듯 하다. 먹을 게 없어서 벌레라도 잡아먹어야 하는 상황이 사막의 재칼의 식구를 절박하게 한다. 다시 화면이 바뀌어 아까 새끼물개사냥에 성공한 재칼가족을 보여준다. 새끼물개의 고기를 새끼들과 나눠먹는 광경을 보며 어느새 재칼가족의 입장에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9시 뉴스에 국민은행의 인터넷뱅킹 이용자들이 7천만원을 해킹당한 사실이 보도되었다. 엉뚱한 곳에 돈을 보낼 수 있게 하는 바이러스가 PC 이천여대에 감염되었다고 한다. 일이 생기고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해 보아야 범인을 잡지 못하고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듯 하다. 어미인 은행이 새끼인 소비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여 재칼같은 해커들에게 내어준 꼴이다. 그전에는 해커가 은행서버를 직접 공격하였으나 요즘은 소비자들의 PC에 바이러스를 침투시키는 방법을 사용하는가 보다. 금융감독원에서 금융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보안카드 대신 OTP(OTP:One Time Password)를 사용하도록 강력히 권장하고 있지만 이 또한 보안이 의심스럽다고 한다.
“보안회사들이 잘먹고 사는 이유가 아닐까요.”
금융사고가 터질수록 배부른 사람들이 있다. 보안솔루션 개발업체이다.
사람들이 많이 죽을수록 병원에서 입원비와 장례식장 사용료를 챙겨 배를 불리듯 해커가 새로운 수법으로 판을 칠수록 신나는 사람들이 있다. 사이버수사대를 비롯한 보안전문가들이다. 해킹을 당하면 바로 보안요원들이 작업에 착수한다. 바이러스의 종류와 퇴치방법을 연구하여 제품을 출시한다.
제품을 어느 정도 팔아 먹었다면 또 신호를 보내겠지. 돈벌 기회를 달라고...
그러면 해커들이 또 한건 올린다. 미리 방비를 못한 몇몇 소비자들이 본보기로 당한다. 그러면 보안솔루션 직원들이 다시 달려들어 제품을 개발하여 팔아먹으며 상생하는 것이 아닐까? 소비자, 해커, 보안전문가로 구성되는 자연계가 일종의 먹이사슬이 아닐까 오늘 아침 곰곰 생각해 본다.
보안카드를 대신하는 OTP(One Time Pass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