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요트를 입문하고 한창 배워가고 있는 중임에도 마리아나의 요트 크기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이 있어 파쏘를 뒤져보던 중에 엔진이 고장났다는 나가요시 30피트 매물을 발견하고 매입하게 되었다. 요트 이름은 기존 이름대로 앨리스이다. 졸지에 요트가 2대가 된 셈이다. ‘요트 2대’라니 갑부로 오해받기 딱 좋은 워딩이지만 오해하지 마시길...ㅎㅎ
엔진은 얀마 2gm20이다. 엔진값은 주지 않은 셈이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엔진수리를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얀마 엔진 서비스 매뉴얼도 인터넷으로 어렵지 않게 구할수 있었고 부품도 대부분 조달 가능하니 못고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맞닥드린 엔진의 비쥬얼은 이러하였다. 명판도 없는 90년 이전에 제작한 것이 확실해 보이는 엔진이다. 도색이 전체적으로 벗겨지고 찌든 기름이 범벅인 상태. 기름냄새가 실내 전체에 배어들었다. 엔진 깨끗하게 보이라고 중고엔진 판매시 락카 스프레이를 뿌리는 경우가 많은데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하는 작업인듯하다. 완전히 세척하고 녹제거를 않은 상태에서 스프레이를 뿌리면 나중에 도색이 일어나면서 겉잡을수 없이 지저분해지니까.
현장에서 분해를 해가며 살펴보았다. 일단 가속 레버가 낑겨있는 상태로 fuel pump가 고장인 것은 확실해 보였다. 항해중 정지한 것이고 두곳 이상이 동시에 고장날 확률은 희박하므로 다른 부분은 어느정도 멀쩡하다고 가정할 수 있을 것이다.
될수 있는한 이곳 저곳 분리를 해보았고 실린더 헤드도 분해해 보려 했는데 볼트를 풀기에 너무 큰 토크를 요하다보니 자세도 안나오고 일단 엔진을 들어내기로 결정. 겨우내 짬짬이 할 일이 생긴 것이다. 2gm엔진이 70kg 남짓되어 그리 무거운 것은 아니나 선대 위에 올려져 있는 요트가 꽤 높다보니 크레인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연료 공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흔히 부란자라고 부르는 fuel pump를 분해해 보았다. 찌꺼기가 잔뜩끼어 연료 조절 레버가 움직이지 않는 상태였다. 연료 필터를 제때 갈아주지 않은 댓가는 이처럼 크다.
부란자(plunger)라고 부르는 부품이다. 디젤엔진의 핵심중 하나로 연료를 분사하기 위해 높은 압력으로 압축하는 장치이다. 많이 손상되어 교체하기로 한다. 얀마 한국 대리점 통해 fuel pump 통째로 구입하면 86만원 정도 하고 부란자만 구입하더라도 30만원정도이다. 해당 부품이 얼마나 비중이 큰지 알수 있다.
두번째로 연료 쪽에 중요한 부품이 fuel injector 이다. fuel injector가 정상인지 아닌지는 전용 테스터기가 아니면 판단하기 어렵다. 2400PSI에서 ‘픽’ 하면서 분사되어야 하는데 더 낮은 압력에서 분사되거나 ‘피피픽’하면서 분사되거나 하면 제때 폭발이 안일어나는 흔히 이야기 하는 노킹(knocking)이 일어나게 된다. 노킹 발생시 진동도 커지고 출력도 떨어지며 연비도 나빠질 것은 자명하다. fuel injector의 핵심 부품은 injection nozzle이다. 이것도 교체하기로 한다.
연료 계통으로 교체한 주요 부품들.
실린더 내부와 밸브쪽은 의외로 깨끗하였다. 크랭크 샤프트와 캠샤프트는 분해하지 않기로 결정. 단지 로커암쪽 밸브 캡이 4개가 있어야 하는데 3개만 있다. 엔진 수리를 예전에 받았다고 했는데 그때 수리하면서 빼먹은 듯 하다. 엔진이 동작했더라도 타이밍이 잘 안맞았을터... 부드러웠을리가 없다. 해당 부품도 주문해서 끼워넣었다.
주물로 된 실린더 몸체에 도색을 하였다. 광명단 프라이머를 사용하였다. 알미늄 몸체는 아무래도 부식이 덜하므로 도색하지 않기로 한다.
드립팬을 분리하니 쇳가루가 축적된 걸죽한 엔진 오일이 나온다. 오일도 교환하고 가스켓도 교체해 주었다. 오래된 엔진이라 볼트가 툭툭 잘 부러진다. 부러진 볼트는 스텐 재질 볼트로 교체하였다.
인젝터 결합되는 곳에 pre-combustion chamber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폭발이 시작되어 실린더 전체를 밀어내게 된다. 이곳의 부품도 노후되어 교체하는 것으로 결정.
배기 엘보의 경우 2중관이 아예 분리되어 버렸다. 그대로 사용했다간 해수가 실린더로 유입되는 재앙이 발생하므로 교체해야 한다.
방식 아연도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교체. 헤드가스켓도 교체하여 주었다. 왠지 점점 새것같아지는 느낌.
이렇게 수리하고 겨우내 처박아 두었던 엔진을 날이 풀리면서 최근 조립하여 테스트를 해보았다.
냉각수 없이 테스트. 시동후 세루모터 동작 소음이 좀 있으나 이후 안정적이고 매연 없고 RPM높여도 진동이 적다.
냉각수 연결후 테스트.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동작을 보인다. 종일 틀어놔도 안정적인 모습.
글은 짧게 썼으나 공부하고 실험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 하였다. 하지만 투자한 것이 아깝지는 않다. 나중에 여러사람 살릴수도 있는 지식이 아닌가?
엔진을 수리하면서 느낀 것인데 돈받고 엔진을 수리해주는 사람이라면 수리의 결과로서
1. 실린더 압축압력
2. 부란자 압축압력
3. 인젝터 분사압력
이 세가지 정도는 기본적으로 제시해 주어야 할 것이다. 수리 의뢰하는 사람도 당연히 요구해야 하는 파라메타이다. 이 세가지만 적정 수준으로 들어온다면 수년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부품을 조달할 수 있는한 얀마 엔진은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첫댓글 와! 전업해도 되겠네요!!
수고했어요.^^
요트맨들은 다들 만능 팔방미인 재주꾼입니다.
영상소설을 읽는 기분입니다.
아~~주 잼난 영상소설입니다.
엔진수리전문업체 개업하시는 날이 언제일지 기다려집니다.
기계적인 감각이 탁월하시네요...엔진소리가 참 듣기 좋습니다
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나중에 은퇴하고 소일거리로 해볼까봐요. ㅎㅎ
대단하십니다. 제 얀마엔진도(1GM 10) 진동이 심해지는데 노하우 전수 좀 받겠습니다. 그리고 연료 고압호스도 이번에 점검해 보세요. 갑자기 터진답니다.
정말 고압호스도 터질수 있겠네요. 오래된 엔진이니만큼 이것도 예비로 장만해 놔야겠습니다. 진동은 1차적으로는 injector 노즐을 손보면 좋아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인젝터 테스터 저한테있는데 언제든 이용하세요.~~^^
저도 이번에 아마존에서 구입해서 사용했습니다. ^^
와우 !!!
축하합니다.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