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의 침식작용(浸蝕作用)에는 굴기(掘起)와 연마(硏磨)에 의하여 골짜기 전면에 카르(Kar:圈谷), 유로에 U자곡(산 빙하)이나 파상지형(빙상)을 만들며, 흔히 바위조각이나 기반암에 찰흔을 만든다. 빙하 말단부에는 분급작용을 받지 않은 표력(漂礫)에서 점토에 이르는 쇄설물이 섞인 빙퇴석(氷堆石:漂礫土)이 형성되며 하류에는 융빙수의 영력(營力)으로 운반 퇴적된 융빙수류 퇴적물이 분포한다.
이러한 퇴적물이 알프스지방에서는 현재의 빙하 말단보다 훨씬 낮은 위치에 있으며, 또 중 ·북부 유럽에도 널리 산재하는 사실로부터 1821∼1829년 I.페네디텐은 알프스빙하가 확대한 시기가 있었다고 제안하였다. 같은 무렵 J.에스마르크, A.베른하르디 등도 같은 주장을 하였으나 세상의 주의를 끌지 못하였다. 그러나 1838년 L.아가시가 대빙하시대를 주장함에 이르러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되었다. 또 표력토가 고결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암석이 여러 지역의 오래된 지층 속에서 발견되어 빙하시대는 오랜 지질시대에도 있었다는 인식이 퍼졌다.
A.펭크와 E.브뤼크너는 뮌헨 남부의 도나우강 상류지방에 분포하는 빙퇴석이나 융빙수류 퇴적물을 그 분포 고도, 침식도 그 사이에 개재하는 토양이나 뢰스(L熙ß:황토)의 특성 등을 단서로 하여, 1909년 고피복암층 ·신피복암층 ·고위단구역층 ·저위단구역층으로 구분하고, 이들 역층에 의하여 대표되는 빙기(氷期)를 각각 귄츠 ·민델 ·리스 ·뷔름이라고 이름붙였다. 이들 빙기 사이에는 빙하가 후퇴한 시기, 즉 온난한 간빙기(間氷期)가 있었다. 또 대부분 빙기는 온화한 아간빙기(亞間氷期)와 아빙기로 나누어진다. 그 후 귄츠빙기 앞에 도나우빙기가 있었다는 것이 인정되었다.
알프스의 산빙하 퇴적물에 의한 빙하기 편년은 북유럽이나 북아메리카의 빙상에 기초를 두는 편년과는 서로 대비된다. 제4기의 빙하가 북반구에만 편재하는 사실은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랜 지질시대의 것이라고 제안된 빙하시대 중 석탄기(石炭紀)에서 페름기의 것이 가장 확실하다고 한다. 석탄기 전반에는 북반구에서 북위 20∼60°에 걸쳐 산호초가 발달하였는데, 세계는 거의 균일하게 이러한 난기후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석탄기 후반에는 남북 양반구의 기후가 대조적으로 되었다. 북반구에서는 난대강우림형의 식생이 해퇴(海退)로 확장된 육지를 덮었고, 한반도 근해나 북아메리카 동부 등에도 부분적으로 산호초를 만들었는데, 남반구에서는 기온이 점차 저하하였고, 수목의 나이테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기후의 계절적 변화가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페름기의 북반구는 건조기후에 지배되었고 적색암층이나 암염 등이 퇴적된 데 대하여, 남반구에서는 표력토가 고화한 표석점토암(tillite)이 있어서 빙하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표석점토암은 몇 층으로 되어 있고 보통의 지층에 개재하며, 여기에도 빙기와 간빙기가 교대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석점토층에 접하는 지층으로부터는 글로소프테리스(Glossopteris) 식물군이 산출되며, 이것은 잎의 기능 형태로부터 냉량기후에 적응한 것이라고 인정된다.
당시의 남반구의 대륙인 곤드와나대륙에서 빙상(氷床)이 가장 발달한 시기는 석탄기 말에서 페름기 초이며, 2600만km2 이상의 넓이를 차지하였다고 계산되었다. 쿠치칭 ·휴런 ·알고키안 ·캄브리아기 초기, 데본기 등에 빙하시대가 존재했다는 것은 표석점토암, 찰흔이 있는 역석, 줄무늬 슬레이트(점탄암) 등에 바탕을 두고 제창되지만 대부분은 불확실하다.
1. 현상
제4기의 빙하시대의 기온 변동은 수℃에서 10℃에 이르고 설선고도(雪線高度)는 750m나 변동하였다고 추정된다. 빙기에 육상에 저장된 얼음량은 엄청나게 많은데, 예를 들면 리스 말기에는 9800만km3, 주(主)뷔름빙기에는 8800만km3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얼음량만큼 바닷물이 감소하기 때문에, 빙기에는 바다 수준이 강하했을 것이며, 리스빙기 ·주뷔름빙기에는 159m, 133m였을 것이라고 한다. 즉, 빙하시대에는 100m를 넘는 폭으로 바다 수준이 오르내림을 되풀이한 것이 된다.
바다 수준의 변동과 육지의 융기, 해양저의 침강 등의 결과로써 세계 각지의 해안지역에 해안단구와 해저단구가 형성되었다. 육붕(陸棚)은 제4기 빙기의 해면 강하시기에 형성되었다는 증거가 있고 그 위에는 흔히 육상하천의 연장이 해저곡(海底谷)을 만들었다. 바다의 얕은 곳에서는 바다 수준의 변동으로 육지의 접속이나 분리가 일어났고 동식물의 분포나 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빙상의 평균두께는 주뷔름빙기의 북아메리카에서 2,500m,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는 2,000m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이 얼음 하중 때문에 빙상 아래의 지각이 눌렸다. 빙상이 녹아서 하중이 감소함에 따라 이 지각은 지각평형(isostasy)에 의하여 융기하였다. 물의 감소보다 지각 융기가 상당히 늦기 때문에 빙상의 변연부에서는 먼저 해수 또는 담수가 찬 저지대가 생겨 빙상이 후퇴함에 따라 융기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패턴이 빙상의 중심부로 향하여 진행된 현상이 북아메리카나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널리 관찰되며 뷔름 빙기 후의 최대 융기량은 두 지역 모두 300m를 넘는다고 하며, 현재도 그 융기는 진행되고 있다.
빙상 위에는 극고기압(極高氣壓)이 발달하므로 주변지대는 고압대로부터 건조한 공기의 출구인 동시에 강한 편서풍대가 되기도 하였다. 융빙수에 의하여 운반되어 퇴적한 쇄설물 중 세립물질은 이 바람에 날려 재퇴적되었다. 북반구의 중위도대에서 널리 볼 수 있는 뢰스나 황토가 제4기 빙기에 생긴 것이며, 흔히 빙성퇴적물이나 융빙수류 퇴적물에 개재되기 때문에 대비하는 기준층으로서 이용된다.
또한 저위도대는 아열대고압대와 극고압대 사이의 저압대를 형성하여 다우지역이 된다. 거기에는 지중해 주변지역이나 미국 서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빙기에 대응하는 다우기에 의한 퇴적층 ·퇴적지형이 발달한다. 예를 들면, 북아프리카에 있었던 4개의 다우기는 각각 알프스의 귄츠빙기 이후의 4빙기와 대응한다.
2. 생물상
빙기와 간빙기가 교대로 되풀이되었다는 것을 반영하여 빙하시대의 육상 동식물상은 난기에 남방종의 북상, 한기에 한랭종의 남하라는 형태로 변천하였다. 그와 동시에 제4기 초기에는 절멸하여 거의 없어진 제3기적 요소가 점차 감소되어 갔고, 간빙기의 것이라도 현재 볼 수 있는 종류만으로 구성되게 되었다. 리스-뷔름간빙기가 되자 현재 자생(自生)하는 종류만으로 되었다. 또 바다 수준 변동에 기인하는 육지의 접속 ·분리가 식물분포에 미친 영향은 대단히 컸다.
3. 원인
빙하시대가 어떻게 하여 일어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수많은 가설(假說)이 제안되었는데 아직 정설(定說)이 된 것은 없다. 그것은 태양의 복사열량의 변화에서 원인을 구하는 천문설, 지구궤도나 지축의 주기적 변화에서 구하는 기하설(幾何說), 지표로부터의 열복사량은 대기 중의 수증기 ·이산화탄소 ·오존 ·미립 화산재 등의 양에 좌우된다는 흡수설, 대륙이동이나 수륙분포 ·해류 등의 변화에 원인을 구하는 지문설(地文說) 등으로 나눌 수 있다.
4. 인류
홍적세 전기인 도나우 한랭기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가 생존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인류는 아직 열대지방에서 살고 있었으며 북방에는 거의 분포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는 귄츠-민델간빙기에서 리스빙기에 걸치는 홍적세 중기에 생존하고 그 사이에 뇌 ·안면이 크게 진화하였다. 또 이 시대에는 인류의 분포 범위도 상당히 확대되었다고 생각된다. 홍적세 후기인 리스-뷔름간빙기에서 뷔름빙기 중기(괴트바이게르 亞間氷期)에는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 man)이 살았는데, 이것은 리스-뷔름간빙기의 난기(暖期)네안데르탈인과 그 이후의 한기(寒期)네안데르탈인으로 나누어진다.
앞의 것은 스완즈컴인(人) ·슈타인하임인 ·퐁트쉬바드인 및 중근동에서 발견된 팔레스티나인 ·샤니다르인 ·카프제인 ·아무드인 등이다. 그 뒤 이른바 뷔름 최성기에서 뷔름빙기 후기가 되자 크로마뇽인이 나타났다. 뷔름빙기 종말과 거의 일치하여 구석기시대가 끝나고 후빙기시대가 되자 신석기문화가 일어났다. 그 후 문화는 급속히 발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