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모로코 紀行/ 2019년>
토드라 식물원(Todra Botanical Garden)의 악몽
에잇벤하두 성채 / 아틀라스 고개 / 토드라 고갯길 / 토드라 협곡
사하라(Sahara)사막 투어를 가는 도중 베르베르 부족의 붉은 벽돌로 지은 성채 에잇벤하두(Aït Benhaddou)를 관광했는데 AD 13세기에 세웠다고 하는 오래된 성채이고 카스바(Qasba/Kasbah) 라고도 부른다.
거대한 아틀라스(Atlas)산맥 속 다데스(Dades) 협곡의 작은 호텔에서 1박을 했는데 붉은 바위 계곡 위로 떠오르는 달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다음 날은 토드라(Todra) 계곡 입구에 있는 식물원(Todra Botanical Garden)을 보는 일정이라 제법 긴 시멘트 다리 입구에 차를 세우고 가이드 영감탱이를 따라 다리 밑 식물원으로 내려간다.
식물원이라기보다 둘레의 숲은 대추야자, 바나나, 올리브나무 등 열대식물들이 무성하고 가운데 부분은 주민들의 밭으로 사람들이 밭고랑에 엎드려 일을 하고 있다.
가이드(Guide) 영감은 나무마다 우리를 둘러 세워놓고 설명을 한다.
이 나무 이름은 ○○이고, 열매는 어떻고, 식용일뿐더러 약리작용은 어떻고....
계속 가는 곳마다 주절거리니 짜증이 난다. 덥고, 다리도 아프고....
뒤에서 한 20여 분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따라가다가 동행인 임(林)교장(대학 5년 후배) 더러
‘나는 차로 돌아가 기다릴 테니 갔다 오시오.’ 하고는 슬며시 돌아섰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될 줄이야.... 다리로 돌아와 보니 차가 없다!!
‘혹시 저쪽 식물원 반대편으로 차가 가서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안되겠다. 빨리 다시 따라가야겠다.
서둘러 다리에서 내려와 숲속 길로 다시 일행을 따라가려고 종종걸음을 쳤는데도 길이 여러 갈래라 어디로 갔는지 통 알 수가 없다. 땅바닥을 들여다보며 발자국이 많은 쪽으로 헉헉거리며 10여 분 달려갔는데도 종적이 묘연하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가운데 밭쪽으로 나와 내려다보니 저 아래쪽으로 사람들이 가는 모습이 보이기에 헉헉거리며 길도 아닌 밭 가운데를 가로질러 쫓아가면서 보니 아무래도 우리 일행이 아닌 것 같다.
시계를 보니 약속한 1시간이 거의 다 되어간다. 안되겠다. 버스로 다시 되돌아가는 것이 낫겠다.
허둥지둥 되돌아서서 다시 다리 쪽으로 종종걸음을 치는데 왜 이리 멀고 또 왜 이리 더운고....
숨이 턱에 차서 서둘러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차가 없다!!!
시계를 보니 이미 약속한 한 시간에서 20분쯤 초과다. 설마 나를 두고 먼저 가버린 것은 아니겠지?
다리 난간에 앉아 조마조마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종문소식이다.
임 교장이 여행비를 몽땅 가지고 있으니 나는 수중에 땡전 한 푼도 없다.
10시면 와야되는데 12시가 되어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 벌써 2시간이 경과했다.
‘아! 그러면 점심시간이 되었으니 다른 사람들이 점심을 먹는 동안 임 교장은 차를 가지고 오겠지...’
그런데... 1시가 되어도 오지 않자 벼라별 생각이 다 든다.
목적지인 메르주가(Merzouga)로 가서 만날까? 트럭을 얻어 탈까? 그런데 여기서 5시간 거리라던데...
2시까지만 기다리자. 그래도 아무 소식이 없으면 마을로 가서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해야 하나??
대사관은 수도인 라바트(Rabat)에 있을 텐데 이곳까지 오려면 하루종일 달려와도 못 올 텐데.... 어흐흑..
더운데 그늘로 가지도 못하고 다리 난간에 앉아 하염없이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 치마꼬리를 잡고 가던 동네 꼬맹이 녀석이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생긋 웃으며
‘봉주르(Bonjour)~’ 하며 인사를 한다. 나는 속으로는 새까맣게 타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미소띄고 손을 흔들며 ‘봉주르~’.
이곳 모로코(Morocco)는 프랑스가 차지하여 통치하였던 곳으로 불어(佛語)를 많이 쓴다.
마침내 4시간을 기다린 끝에.....! 오후 2시가 거의 되었는데 차가 나타났다!!
차 안에 타고 있던 일행들이 나를 발견하고 소리친다. ‘저기 있다! 저기 있다!’ 끓....
가이드 영감이 스케줄을 바꾸어 식물원 관람을 마치고 식물원 반대편에 있는 유대인 마을을 방문했단다.
그리고 그 앞에 차가 가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유대인 마을 관광이 끝나고 그곳에서 점심 먹으려다 내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점심도 못 먹고 왔다고 한다.
아니, 임 교장은 아무 말도 안하고 따라다니기만 했다니 이런...!! 끓
차에 올라타자 이태리 젊은 녀석 빙글거리며 나 더러... ‘4시간 동안 뭐했어요?’
‘Take a rest, and wait, wait....’ 으~~~
또 다음날 사파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 다리에 오자 이태리 녀석 나를 보고 다시 빙글거리며...
‘This is your bridge....’ 이런 못된 녀석... 으~~, 매우 끓는다.
어제저녁 캠프파이어 앞에서 각자 자기소개가 있었는데 임교장이 느닷없이 나를 한국 유명가수(Korean famous singer)라고 소개하는 바람에 헐수없이 간단한 한국 민요소개와 농부가를 불렀었다.
사실 나는 인천 실버합창단 멤버로 활동할 때 국립극장에서 농부가를 솔로(Solo)로 불렀고 전국 2등 상금 500만 원을 받은 적이 있었으니... ㅎ
농부가 부른 후 앵콜이 쏟아져 나와 우리나라 아리랑 소개와 함께 각 지역 아리랑을 간단히 불렀었다.
경기아리랑,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 자진아리랑...(2소절 정도씩) 이태리녀석 좋다고 펄쩍펄쩍 뛰더니...
요 이태리녀석 돌아오는 차 안에서 또 날 보고 노래를 하라고 성화다.
OK! This is your home, Italian song.... 원어로, 돌아오라 쏘렌토로, Caro mio Ben, O sole mio....
너도 한번 불러보라고 했더니 자기는 노래를 못한다고 꽁무니를 뺀다. 웃기는 녀석. 자기나라 노래를...
점심을 먹고 그늘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지나가던,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흑인 녀석이 담배 한 개비 달라는 손짓을 한다. 그냥 줄까 하다가
‘Come on here. Sit down. Tell me thanks with Korean. Repeat after me. <감사합니다.>’
이 녀석 ‘캄싸하니다.’ 다시 ‘<고맙습니다.> 해 봐.’ ‘코마쓰미다’... 제기럴, 담배 한 개비를 뺏겼다. ㅎ
카사블랑카 해변 / 낙타투어 멤버들 / 사하라사막 낙타투어 / 이태리 녀석이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