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가민가
‘그러한가 그렇지 않은가’의 뜻인, ‘긴가민가’는 ‘기연其然가 미연未然가’의 줄어진 꼴이라고 한다.
사전에도 다 그렇게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언뜻 이해할 수 없는 면이 있다. ‘긴가민가’가 과연 이러한 한자어에서 왔는지를 확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음운 축약의 원칙에서 볼 때도 한 가닥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기연’과 ‘미연’이 축약되어 ‘긴‧민’이 되었다는 것이 얼른 수긍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말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이 말은 아마도 한자어에서 유래한 것이라기보다는, 원래 순수한 고유어를 뿌리로 한 것이라 생각된다. ‘긴’은 ‘긘’이 변한 말이다. ‘긔’란 ‘그것이’란 뜻의 옛말이다. ‘긘’은 고시조의 한 구절, “그립고 아쉬온 마음에 혀 긘가 노라.”에 나오는 그 ‘긘’이다. ‘긘가’는 ‘그’에 의문의 뜻을 나타내는 서술격 조사 ‘인가’가 어울린 말이다. 그러므로 ‘긴가’는 ‘긘가’ 즉 ‘그것인가’의 뜻이다.
그런데 ‘긴가민가’는 현재 표준어에서는 독립된 하나의 단어로 인정하지 않고, ‘긴가민가하다’의 어근으로만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독립된 부사로 널리 쓰이고 있다. “긴지민지 모르겠다.”와 같이 쓰이고 있다. 경상방언에서 쓰이는 대화의 경우를 보자.
길동:기가 아이가? (질문) 그것인가(그런가) 아닌가?
영수:기다. (긍정) 그것이다(그렇다).
순희:아이다. (부정) 아니다.
이와 같이, 현실에서 쓰이는 “긴지민지/ 기가 아이가/ 기다”의 경우를 보면, ‘긴가민가’의 ‘긴가’란 말이 ‘기연其然’의 줄어진 형태가 아니라, ‘긔’가 그 뿌리임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기’란 말이 기연其然․미연未然에서 ‘그런’의 뜻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원래 ‘그것이’란 뜻과 ‘그렇다’의 뜻을 함께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민가’는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의 준말 ‘뭐’에 의문을 뜻을 나타내는 서술격 조사 ‘인가’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다. 즉 뭐인가>뮌가>민가로 줄어져 된 말이다. 그러므로 ‘긴가민가’는 ‘긘가 뭐인가’의 변한 말로서, ‘그것인가[그런가] 무엇인가’의 뜻이 된다. 그리고 ‘긴지민지’의 ‘민지’는 ‘뭐’에 역시 의문의 뜻을 나타내는 서술격 조사 ‘인지’가 붙은 말인 ‘뭐인지’가 줄어서 된 말이다. 곧 뭐인지>뮌지>민지로 줄어져서 된 것이다. 그러니 “긴지민지 모르겠다.”는 말은 “그건지[그런지] 뭔지 모르겠다.”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