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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화대종주기
일시: 2016년 5월 7일 01:50- 13:50(12시간)
코스: 화엄사-성삼재-세석-장터목-천황봉-중봉-치밭목-유평-대원사-소막골주차장(4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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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종일 치열하게 걸어 화대종주를 끝냈다. 애초에 목표한 12시간 내 완주가 실현되어 흐믓했다. 올 들어 십여 번의 종주 끝에 마무리 종주로 선택한 화대종주는 그간 종주능력을 확인하는 기록 달성에 초점을 두었다. 요즘 더운 날씨와 달리 토요일 지리산에는 비가 온 뒤의 영향 때문인지 “폭풍의 언덕”을 연상케 할 만큼 바람이 심하게 부는 상황이라 종주하기에는 다행히 좋은 날씨였다. 게다가 지나다니는 등산객들도 적은 편이라 빨리 걷는데 장애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연초의 거제 남북종주에 이어 2-4월 매주 토요일이나 금요 무박,툐요 무박으로 주에 한 번 “인천대간 종주, 광덕고개-오뚜기령한북정맥 종주, 성남시계환종주, 여수돌산종주, 강남7산종주, 용문산종주, 간추린 강북오산종주, 강북오산종주, 그리고 보만식계종주”를 진행하느라 우리 카페가 주관하는 산행에는 1월 선자령과 태백함백 종주, 2월 시산제 이후 아주 오랜만에 참석하였다. 그것도 다른 산악회 화대종주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회비까지 다 지불한 뒤에 우리 산악회 공지를 보고 욕 먹을 작정하고 거기를 취소하고 이리로 합류하게 된 것이다.
2.
오늘 화대에 참가한 카페회원들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호프이신 말객님은 몇 개월만에 야간 산행이 처음이시란다. 빨리 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엄살‘을 부리시더니 반바지 차림으로 선두에서 심야의 어둠을 뚫고 곧장 코재로 진격하셨다.
예전에 조령산 겨울 산행을 함께 했었는데 최근 강북오산 종주때 다시 만나 함께 했던 하얀머리님. 이분은 좀 ‘노출증’이 심하시다. 조령산에서도 한겨울에 반팔 티를 입고 하루 종일 산행하시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오산종주 시에는 쉴 때마다 티를 들어 볼록한 흰 뱃살을 여산우 앞에서도 여유작작 보여주신다. 덮다고! 변죽이 아주 좋으신 분이다. 이 날도 만나는 이들에게 바나나를 비롯하여 맛있는 음식을 많이 얻어 드셨다고 저녁도 생략하셨다.
건강을 위해 고기를 절대 안 드시는 분, 라면스프도 동물지방이 들어있다고 안 드시는 특이체질이신 영화님. 채식주의자 비건이 아니실까? 작년 가을 1박2일 지태종주가 너무 좋아서 이번에도 참가하셨다. 매너가 좋으신 분이다. 그간 동네 관악산만 타셨다는데 14시간만에 가뿐이 내려오셨다. 전혀 피곤한 빛도 없으시다. .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pa078님, 엄청난 무게의 배낭을 지고 산행을 하시는데 요즘은 술도 아니 드시고 건강한 산행을 즐기신다. 백두대간을 타시느라 여념이 없다. 이분 때문에 욕 먹을 각오하고 다른 데 신청한 거 포기하고 우리 카페로 왔는데 오늘은 나를 인도하시는 사명을 잊고 완주가 목표라고 빨리 걸으시려고 하지 않으신다. 아쉽지만 내가 먼저 갈 수밖에 없었다.
회사언니들과 함께 오셔서 화대를 포기하신 미녀산객인 라나님, 다변과 왁살스런 경상도 사투리로 주위를 확 깨우시는 다빈치님과 그분 일행(존사람, 천리마). 특히 천리마님은 열 시간 정도에 화대를 하신다고 들어서 천리마를 타고 천리까지 갈까 생각했지만 전날 과음으로 오늘은 살방살방 종주를 하신다고 한다. 아쉽게도 종주 내내 그리고 종주 이후에도 수인사도 못했다.
재활 훈련에 매진하시는 스케치북 대장님의 동료 세 분도 화대에 참석하셨지만 이분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18시까지 여유있게 화대종주를 즐기다 하산하셨다.
산삼님과 휘파람님, 황토석님은 성중종주의 길을 가셨다.
3.
처음에 코재를 향해 말객님을 필두로 내가 서고 하얀머리님과 영화님이 따라 오르다. 말객님이 코재에서 알바하신 덕분에 말객님을 바짝 따르며 노고단까지 갔다. 한 시간 20분후에 노고단에 도착해서 식당에서 빵 하나 먹는 사이에 말객님은 사라지고 뒤따르던 하얀머리님도 보이지 않자 나 혼자 임걸령을 향해 가다 장갑을 잃어버려 찾고 계신 말객님을 추월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였다. 하지만 추월도 잠시 말객님은 앞서가셨다. 삼도봉을 못가 산삼님과 황토석님을 추월하고 연하천을 향해 가다 G 산악회에서 오신 함께 걸음한 적 있던 특전사 출신 가파치님을 만나 그때부터 마지막까지 종주를 함께했다.
연하천까지 네 시간 걸렸다. 도시락을 잠깐 먹고 이빨을 닦은 뒤에 출발하였다. 반팔을 입은 이들은 5월인데 왜 이리 춥냐고 불평하며 지나간다. 폭풍의 언덕에서나 불어닥칠 것 같은 바람 세례에 모자가 자꾸 벗겨져서 모자를 들고 길을 걸었다. 벽소령에서는 물 한 잔만 마시고 세석을 향해 갔다. 덕평,칠선,영신봉을 지나 세석산장은 그냥 지나쳤다. 세석평전에는 그 유명한 철쭉 대신 아직 진달래가 절정의 모습으로 피어있다. 5월에 진달래라니 저 남녁 전라도에는 3월에 진달래가 만개했었는데...같은 남녘이라도 달라도 너무 다르다. 장터목까지 가서 사과 반 쪽과 참외 몇 쪽으로 간식을 했다. 천황봉 오르는 길에서 역시 체력의 고갈이 느껴졌지만 지치지 않고 발걸음을 떼는 가파치님을 놓치면 영영 못 따라갈 것 같아 참고 참으며 천황봉 정상에 열 시 25분경에 도착하였다. 정상에는 오늘도 여전히 사진을 찍겠다고 줄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아 겨우 기다려 한 장씩 찍고 다시 종봉과 써리봉을 향해 전진한다. 가파치님은 잘 먹지도 않고 쉬지도 못하는 병을 가진 분처럼 멈추는 법이 없다. 말씨도 없고 항상 걷다 보니 항상 내가 먼저 “물 한 잔 하고 갑시다”라고 해야 쉬신다. 써리봉에서 빵 한 개로 점심을 때우고 치밭목도 그냥 지나치고 내려가는데 체력에 한계가 느껴지고 다리가 풀리고 발바닥이 아프다. 고질적인 발목 접질림이 있어 조심해서 내려간다고 내려갔지만 물 묻은 신발 바닥이 미끄러지면서 아픈 발목을 크게 접질렀다. 결국 가파치님을 따라가는 것은 포기하고 조심조심 유평을 향해 내려가보니 더 먼길을 우회해온 가파치님을 다시 만나 소막골 주차장까지 함께 걸어왔더니 한 시 50분이었다. 딱 12시간 걸렸다.
앞으로 네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고 새 옷은 차 안에 있어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계곡으로 내려가 알탕을 했다. 바람이 심해서였는지 옷에 땀이 많이 배어있지 않았다.무릅과 발목을 식히고 햇살로 덮혀진 따사로운 바위에서 나체로 일광욕을 하고 있으니 정말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올라가서 주점에서 막걸리 한 잔하며 일찍 내려온 다른 산악회 산우들과 이야기 하다 보니 우리 카페 회원님들이 한 분 한 분 내려 오셔서 18시 15분쯤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연휴 막바지 귀경길이 너무 막혀서 간신히 양재역에서 막차를 타고 12시가 넘어 귀가할 수 있었다.
4.
종주 산행을 마쳤는데도 왠지 2퍼센트 부족한 느낌이 든다 왜일까 생각해 봤다. 우리 카페에 가장 큰 산행이 바로 봄,가을의 화대종주였다고 생각한다. 이 산행은 자연 속 회원들의 축제 같은 모임이었다. 그간의 산행 실력을 나름대로 평가해 보는 기회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길고 힘든 산행을 마친 뒤 하산 지점에서는 모두 얼싸 안을 것 같은 감격의 해우도 맛봤다.그런데 이번 화대에는 대기자 대신 10여석이나 빈 자리로 출발하였을 뿐만 아니라 하산 지점에서의 감격스런 상기된 해우도 없었다. 이 자리에 있으셔야 할 분들이 빠진 산행은 마치 식어 빠진 국을 마주한 것 같은 느낌뿐이랄까? 그때의 감격의 산행도 이젠 추억의 명화의 한 장면처럼 뇌리 속에서나 찾아야 할 것만 같아 왠지 서글픔 같은 애수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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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하면 떠오르는 물가님! 그분의 해박한 지리산에 대한 지식과 끝없는 사랑, 그 결과로 탄생한 시적 산행기를 읽으며 지리산 다녀온 분들에겐 다시 걸었던 그 길을 복기하는 기쁨을 주셨고, 참여 못한 분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던 글과 사진들이 그립다. 그런 날들이 그립다.
죠리퐁 대장님 부부! 유독 종주 산행에 욕심이 많아 종주 산행을 함께했던 추억이 많아 늘 생각나는 분, 설악산과 지리산을 이분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든다.
, 연하천과 치밭목에서 지쳐있는 산우들에게 맛있게 먹고 아직 남은 길을 힘내어 가라고 수고로움을 무릅쓰고 라면을 끓여주시고 무거운 배낭 속의 맛난 음식들을 다 내어주시던 여명님! 그리고 그의 쩔친 꽃돼지님.
산행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절대 무리하지 않으시면서 빠르게 잘 걸으시던 뫼야 대장님. 첫 화대종주를 넉넉히 리드해 주셨던 천년초님. 씩씩한 여장부 스케치북.오라버니 대장님..등등
아! 이분들이 지금은 다 어디 계신가? 함께 참가한 “하얀머리, 영화, pa0782님”도 모두 궁금해 하신다.이분들에 대한 기억은 나만의 추억만은 아닌 것 같았다.peter paul and mary 가 부른 노래 제목 '500mile'처럼 너무 멀리 있는 그들이 그립다. 아! 옛날이여.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peter paul and mary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꽃은 다 어디로 사라졌나요
Young girls have picked them, everyone아가씨들이 그 꽃을 모두 따버렸어요
Where have all the young girls gone아가씨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Long time passing오랜 시간이 지났어요
Where have all the young girls gone아가씨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Long time ago오래 전 일이에요
Where have all the young girls gone아가씨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They've taken husbands, everyone모두 남편을 잃고 말았죠
When will they ever learn언제쯤이면 알게 될까요
When will they ever learn언제쯤이면 알게 될까요
Where have all the young men gone젊은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Long time passing오랜 시간이 지났어요
중략
첫댓글 추카 드려요. 오늘 하루 종일 후기글 기다렸어요. 그분들도 다 그리워 할거예요. 제가 그러하듯이~~^^저도 함께 산행한 것 같아 속이 확 뚫어지듯이 시원합니다.
관악산을 벌써 오르신다는 반가운 소식 들었습니다. 함산할 날이 다가오는 듯해서 기쁘네요. 씩씩한 그 모습 다시 뵐 날 기다리겠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산행하신 결과가 나타난 것같습니다.
다음에는 11시간 이내 목표로 한번 하시지요. ㅎ
나는 작년 10월 영남 알프스무박 종주 이후 당일 치기만 해서 과연 제대로 종주나 할 수 있을까 걱정까지 했었습니다. ㅎ
11시간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한 번 숨쉬고 십 미터씩 가야겠지요. 이젠 무박종주보다 중거리종주가 건강에 무리없이 할 만한 것 같아 중거리 위주로 할까 생각 중입니다.
@황방 내가 작년부터 그리하고 있지않습니까?ㅎ
꾸준히 노력하셔서 日就月將(일취월장) 하신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나도 마음은 화대로 가는데 몸이 성중에 머물고 있습니다
함께하지 못하신 분들도 합류하실 수 있을거라 기대합니다
쉴만한물가님의 잘 다녀오라는 인사도 공지에 올리셨으니까요
가을 종주 때는 물가님이 리딩하고 다른 분들과 함께하는 화대종주가 다시 실현되길 빕니다. 여러 어려움들 잘 극복하시길 바랍니다.
12시간 기록 축하드립니다 노고단까지 1시간 20분 연하천까지 4시간. 천왕봉 10시 30분이라 했으니...황방님의 기록이 제게 소중한 이정표가 됩니다 따라할 순 없지만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구간과 시간을 앞으로 수없이 쪼개고 더하고 할때 앞서 길을 걸으신 분들의 기록이 이정표가 되어주니 감사 아니할 수 없죠 폭풍의 언덕이었다고 표현하신 것 공감백배 아마 세석까지였죠 그바람 저는 슈베르트의 마왕을 생각하고 걸었었어요 어둠과 비바람을 뚫고 달리는 말발굽소리
제가 간 길이 님이 가실 길에 지표가 될 거라는 말씀 너무 황송합니다. 꾸준히 산행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게 절로 실력이 느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잘 다녀오신 걸음에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떠오르는 그 길들이 어이 그립지 아니하겟습니까?
수많은 봉우리들이 어우러져서 지리산이 된 것처럼 어우러진 모습으로 산을 찾는 모습이 그립기만 합니다.
물가님이 안 계시니 그저 빨리 가는 것에만 힘썼습니다.이젠 한계를 확인했으므로 담 화대종주는 지리산을 최대한 천천히 걸으며 음미하는 산행해 보렵니다. 함께할 날 학수고대힙니다.
좋은 산행 잘 하신거 같아 저도 덩달아 기쁩니다~^^*
치밭목 지날 때 작년 하레님 뵙고 즐겁게 라면 먹던 기억이 납디다. 그런 날 다시 만들어야죠.
@황방 그럼요~~날이 많으니까 기대해 봅니다~~^^*
김권하님과 동행한 존사람입니다. 낭만이 깃든 멋진종주기를 봤습니다. 사실 저는 첫 종주라 16시간 걸려 완주하였는데 잠시나마 신선들의 종주를 보는것 같습니다.
다빈치님의 후배님 같으십시다. 그날 천천히 걸으시면서 지리산의 진면목을 보셨을 테니 오히려 존사람님이 신선같은 종주를 하신 겁니다. 다음에도 뵙고 함산하기 바랍니다.종주기도 남겨주시고요..
난 언제나 저런주를 할수 있을런지....부럽고 또대단히 멋지십니다^^
와우~12시간이라니...
이젠 제가 감히 쫒아갈수 없는 고수가 되셨네요.^^;;
멋지십니다.
후기도 감동적이구...
황방님 많이 보고싶네요.
요즘 잘 안보이시네요.7월16일 연인산 혹시 안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