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를 가다 ( 1 )
23. 7. 27.부터 8. 6.까지 9박 11일 일정으로
나의 버킷리스트중의 하나인 킬리만자로 등반에 드디어 도전한다.
그동안 고산등정은 몇 번 있었지만 벌써 몇 년전이고
또 6천m 가까운 고산은 처음인지라
설레임반 걱정반의 마음으로 아프리카로 향한다.
7월 26일 공항리무진에 몸을 싣고 인천으로 가는 길에
중간중간 폭우가 쏟아진다..
차량 안이라 비에 젖을 일은 없지만
출발부터 비를 만나니 웬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좋은 징조였던가 아프리카에 도착한 이후
일정 내내 날씨가 너무 좋았다...
준비해갔던 우의와 우산은 한 번도 쓸 일이 없었고...
킬리만자로산은 탄자니아 북동부에 있는 성층 화산이다.
정상인 우후루 피크의 높이는 5,895m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으며,
지형학에서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돌출된 산이다.
킬리만자로의 뜻은 스와힐리어로 빛나는 산 혹은 하얀 산이라는 뜻이다
출발전 사전미팅을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늦은시각이라 그런지 한산하기만 하다.
인천공항이 이렇게 한산한 것은 처음보는 것같다.
공항식당이 예상보다 일찍 문을 닫고있어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저녁식사부터 하고...
7. 27. 01:05 드디어 인천공항 출발이다..
인천에서 약 12시간 가량을 날아서
06:26 환승하기 위해 이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 도착한다..
탄자니아는 우리나라보다 6시간이 늦기에
한국시간으로는 12시가 넘었지만 이디오피아는 아직 이른 아침...
아디스아바바공항 환승장에서
유명하다는 커피도 한잔 하고...
3시간 넘게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환승을 하기 위해 기다렸다가
드디어 기내버스를 타고 비행기로 향하는데
버스가 자꾸만 이리저리 돌아가는 느낌이다.
환승할 비행기 앞에 도착해서도 선뜻 내려주지 않고
다시 주변을 한바퀴 더 돌고 나서야 비행기 앞에 내려준다..
왜 그러는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겠고..
에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다시 2시간 넘게 비행을 한 후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공항 도착
난생처음 아프리카 땅을 밟는다...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국제공항을 나서니 현지 스탭들이 마중을 나와있다.
공항에서 중형버스로 모시숙소로 이동..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차창가에 비친 마사이족
아프리카 동부 케냐와 탄자니아 경계의 가시나무가 많은 초원에
소와 양의 목축을 주업으로 토속신앙과 원시사회를 지키며 살아가는
소수부족을 마사이족이라 칭한다.
이들은 나일로트(Para Nilot)계 흑인종으로 큰 키에 고수머리,
단정한 용모에 암갈색 피부가 특징이다.
남자는 송아지나 염소가죽으로 된 케이프를 걸치고,
여자는 케이프나 스커트를 착용하며,
머리는 붉은 흙으로 굳힌 독특한 모양의 헤어스타일을 한다.
남자들을 중심으로 몇 가족이 작은 마을을 이루어 1~2000마리의 소 외에도
염소, 양, 당나귀 등을 사육하며 야생동물을 죽이지 않고,
환경을 손상시키지 않고 생태계와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7. 27. 16:04 모시 숙소도착
모시(Moshi)는 킬리만자로 등반의 전초기지로 이곳에서 개인정비를 하며
킬리만자로 등반을 위한 장비를 최종 점검한다..
저녁식사를 할 식당...
식사를 기다리며 로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모기소리가 난다...
모기에 물리면 큰일이기에 얼른 방으로 돌아가 모기퇴치제를 뿌리고...
침대 두 개에 샤워실만...
티비도 없고.. 충전도 겨우된다...
7. 28. 08:30 모시 숙소 출발
엊저녁엔 몰랐는데 아침에 보니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새삼 킬리만자로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난다...
모시풍경...
철로위를 예사로 거니는 사람들...
일주일에 두 번정도 열차가 지나다닌다고 하니 평소엔 그냥 도로역할만...
오래전 우리나라에도 있었던 세발자동차...
탄자니아에선 아마도 택시역할을 하는 것 같았다...
거대한 나무를 발견하고 잠시 구경도 할 겸 쉬어가고...
탄자니아 현지의 열악한 생활모습...
모시숙소를 출발한 지 약 2시간 만에 킬리만자로 국립공원 도착
입구에서도 현지인들이 한국인사말을 하면서 모자를 팔려고 접근한다..
킬리만자로 모형...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등반신고서를 작성하고...
마랑구게이트 휴게소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등산신고서 작성 등으로 도착한 지 약 1시간 후 쯤
드디어 역사적인 킬리만자로 등반을 위해 마랑구게이트 입구로 들어선다...
입구 우측엔 최초로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른
한스마이어와 가이드에 대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7. 27. 12:22 입구를 통과하기 전 기념샷...
별로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산행하기엔 안성마춤인 것 같다...
마랑구게이트를 통과하면 곧바로 울창한 숲이 우거진 열대우림지구를 지나게 되고...
비가 온 탓인지 원래 그런건지 등로는 눅눅하고..
나무를 온통 뒤덮고 있는 이끼는 이색적인 신비한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그리 깊지는 않지만 계곡에 물도 흐르고...
등로를 줄을지어 따라가다 보니 바지속에서 뭔가 자꾸 거슬리는 느낌이 난다.
첨엔 나뭇가지가 들었는가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조그만 개미가 바지속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입구에서 부터 고도적응을 위해 천천히 진행한 지 약 1시간 30분쯤후 쉼터에 도착하고
간단한 과일과 차 한잔을 하며 잠시 쉬는 동안 바지속을 뒤져 개미 4마리를 잡아냈다...
아마도 중간중간 쉼을 할때 바지속으로 들어왔나 보다...
이국적인 풍물을 감상하며 숲속에 원숭이 소리도 들렸는데
몇몇 사람들은 원숭이를 보기도 했지만
나는 숲에 가려져 원숭이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
드디어 마랑구게이트에서 4시간 40여분 쯤 후
안개가 자욱한 첫번째 산장인 만다라산장에 도착하고
만다라산장이 2,720m이고 마랑구게이트가 1,970m이니
약 750m가량 고도를 높인 셈이다.
먼저 숙소를 배정받고 저녁식사를 하고나니
이내 어둠이 몰려오고 기온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날씨가 매우 추워 보온병에 끓는 물을 받아 침낭속에 넣고 온기를 보존한다..
4인 1실의 산장에는 전기사정도 열악해 어두컴컴하고
콘센트는 있지만 그냥 장식품.. 충전은 꿈도 못꾸고
딱히 볼 것도 할 것도 없으니 일찍 잠자리에 든다..
산속이라 그런지 새벽이 되니 더 추워지는 것 같다...
트레킹 이튿날 7. 29. 만다라산장의 아침은 더없이 상쾌하고
엊저녁 자욱한 안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물러가고
화창한 날씨가 산행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는 듯 하다..
오늘은 만다라산장에서 호롬보산장까지 약 11km, 7시간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고도를 약 1,000m가량 쳐 올려야 되지만
완만한 오름길에 거리도 얼마되지 않아 별로 걱정은 되지 않는다..
산행을 시작하며 숲길로 들어서니 다시 안개가 몰려오기 시작하고..
이고지고 짐을 나르는 현지 포터들도 수시로 교차하면서 지나 다닌다.
무거운 짐을 지고 나르는 현지 포터들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스쳐 지나갈 때마다 서로 쟘보.. 쟘보를 외치고..
쟘보는 탄자니아의 인사말이다...
열대 우림지대가 서서히 끝이 나면서 날씨도 점점 맑아지고
주변의 나무도 큰나무는 조금씩 사라지고 나무의 높이가 점점 낮아진다.
어느듯 열대우림지역을 벗어나고 서서히 관목지대가 펼쳐진다.
정상부에 구름을 이고 있는 마웬지봉이 보인다..
관목지대에 들어서니 사방으로 시야가 트이고
멀리 킬리만자로 정상인 우후르피크와 우측의 마웬지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피크 정상엔 만년설도 약간 보이고 여기서 보면 그리 멀게 보이지 않는데
가면 갈수록 왜 그렇게 멀기만 한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마웬지봉
중간중간 쉬어가고...
이제 큰나무는 거의 사라지고 낮은 관목지대가 이어진다.'
군데군데 야생화가 수시로 보이지만 이름을 알 수가 없으니...
보조가이드들...
끝없이 펼쳐지는 평야...
나무는 점점 사라지고
아프리카에서만 볼 수 있다는 자이언트세네지오를 처음으로 본다...
원래는 군락지였는데 몇년전 산불로 인해 대부분 불에 타 없어지고
몇 그루 보이지가 않아 매우 안타까웠다.
쉼터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자이언트세네시오 킬리만자리...
몇 군데의 다리도 건너고...
드디어 호롬보산장이 보이기 시작하고..
주변이 산불로 온통 검게 그을렸다....
호롬보산장 주변의 야생화
만다라산장에서 약 7시간 쯤후 호롬보 산장에 도착한다....
호롬보산장은 킬리만자로 등정의 일종의 전진기지 같은 곳이다.
킬리만자로 등정을 마치고 내려온 사람들이 하루를 머물고
또 올라가는 사람들도 하루를 머무는 곳이라
자연스레 서로 만나 등정을 마친 사람들은 성공의 기쁨에 자랑도 하고
올라가는 사람들은 성공담에 부러워하기도 하고...
해질녁의 호롬보산장에서...
모시방면으론 구름이 발아래 놓여 이곳이 얼마나 높은 곳인지 실감한다.
7. 30. 트레킹 3일째
호롬보산장의 아침은 밝아오고...
산장에서 본 우후르피크...
아침에 숙소를 같이 쓴 다른 팀으로부터 화장실 옆에 고드름이 얼어
아주 예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가본다..
한여름에 고드름을 보는 게 신기했지만 그렇게 예쁘지는 않았다...
오늘은 고소적응을 위한 예비일로 산행을 이어가지는 않고
인근의 얼룩말바위까지 다녀오는 일정 뿐이고 오후엔 휴식이다...
하루밤을 묵은 호롬보 산장
오늘도 역시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없다...
아침식사를 하고 08:30경 얼룩말바위를 향해 천천히 진행한다.
중간에 조그만 돌탑들이 있는 케른을 지나고...
마웬지봉을 바라보며 정상등정의 성공을 빌며
케른의 돌탑에 나도 돌 하나 얹어본다...
제법 그럴싸한 자이언트세네시오를 본다..
마웬지봉
사방이 온통 산불로 시커멓게 그을린 나무들이 널렸다..
호롬보산장에서 1시간 40분쯤 후 얼룩말바위 언덕에 도착...
얼룩말바위(Zebra Rock)
얼룩말바위는 바위에 물이 흐른 자국이
얼룩말무늬를 닮아 얼룩말바위라 부른다..
자이언트세네시오킬리만자리
400년 넘게 산다는 세네시오는 모양이 특이하다.
어떤 것은 외가닥을 5~6m 높이로 자라고
또 어떤 것은 선인장처럼 생기기도 했다.
얼룩말바위에서 30분 가량 인증샷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호롬보산장으로 돌아오는데 호롬보산장이 보일 무렵 다시 안개가 사위를 감싼다.
얼룩말바위까지 다녀오는데 3시간 정도 소요한 셈이다..
점심식사후엔 현지스텝들의 환영공연이 한동안 이어지고
이후 오후엔 휴식이라지만 할 일도 없고 무료하기만 해서
산장 주변을 한바퀴 돌아본다...
산장 아래 능선으로 내려가 보니
의외로 뷰가 괜찮아 한동안 경치에 심취한다....
호롬보산장을 돌아보고
우측에 마웬지봉이 구름에 싸여있다...
트레킹 4일째 7. 31.
이른 아침을 먹고 오전 07시경 호롬보산장을 나선다...
오늘은 정상 아래 마지막 산장인 키보산장까지 해발 1,000m가량을 높여야한다.
약 9km, 7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키보산장(4,700m)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장이다.
호롬보산장 방면...
가야할 우후르피크를 바라보며...
이제 관목지대는 지나고 서서히 사막지대가 펼쳐진다...
산소량이 60%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구간이다.
불에 탄 세네지오 군락지
산불만 아니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생각하니
다시 한 번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우람한 자태의 킬리만자로...
몇년 전 사진만 봐도 정상부가 온통 만년설로 뒤덮여 있었는데
이제 얼마 남지않아 몇 년만 지나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하니
이 또한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정상의 빙하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왔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정상이건만
가도가도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것만 같다...
쉼터에서 잠시 휴식...
외길을 따라가는 포터들의 군상과 구름이 휩싸는 킬리만자로...
비록 나무하나 보이지 않아도 멋진 경치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산행 내내 시야를 떠나지 않는 마웬지봉...
시시각각으로 달리 하는 모습에 전혀 싫증이 나지 않는다...
점심시간...
드디어 킬리만자로 아래 자리한 키보산장이 조그맣게 보인다..
어느새 뒤로 처진 마웬지봉...
마웬지봉은 키보산(킬리만자로)과 대조적으로 침식을 많이 받아 들쭉날쭉하며
깎아지른 듯 험준한데 동쪽과 서쪽은 바란코스 협곡이다.
이 산에는 만년설이 없고 눈에 덮인 곳도 거의 없다.
드디어 호롬보산장에서 6시간 10분쯤 후 키보산장에 도착한다..
킬리만자로 등정의 베이스캠프격인 키보산장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자정에 정상등정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시간도 별로 없고 정상등정에 대한 걱정때문에 제대로 잠이나 잘 수 있을지...
억지로라도 눈을 붙여야 한다는 생각에 수면제를 반알 정도 복용하고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