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
정세훈 지음|148×210×11 mm|144쪽|전면 컬러|13,000원 ISBN 979-11-308-1369-1 03810 | 2018.9.25 ■ 도서 소개 정세훈 시인의 시력 30년 기념 시화집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가 출간되었다. 30년 동안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의 고단한 삶, 그들의 절망과 희망, 어둡고 힘들고 낮고 핍진한 삶을 담아 노래해온 시인의 작품들에 화가, 판화가, 전각가, 서예가, 사진작가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52명의 시각 예술가들이 손을 보탰다.
■ 시인 소개 정세훈 1955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7세 때부터 20여 년간 소규모 공장을 전전하며 노동자 생활을 하던 중 1989년 『노동해방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시집 『손 하나로 아름다운 당신』 『맑은 하늘을 보면』 『저 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끝내 술잔을 비우지 못하였습니다』 『그 옛날 별들이 생각났다』 『나는 죽어 저 하늘에 뿌려지지 말아라』 『부평 4공단 여공』 『몸의 중심』 등과 장편동화집 『세상 밖으로 나온 꼬마송사리 큰눈이』, 포엠에세이집 『소나기를 머금은 풀꽃향기』 등을 간행했다. 인천작가회의 회장, 고 박영근시인시비건립위원회 위원장, 리얼리스트100 상임위원, 한국작가회의 이사, 제주4·3제70주년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 소년희망센터건립추진위원회 위원, 한국민예총 이사장 대행 등을 역임했다. 현재 인천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공동준비위원장,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 운영위원, 위기청소년의 좋은친구 어게인 이사, 소년희망센터 운영위원, 인천민예총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시화 참여 작가 | 강지현 고창수 권 홍 권장윤 권혁소 김기호 김사빈 김정렬 김종찬 류연복 류우종 박영환 배인석 서홍관 손권일 양상용 염성순 윤경숙 이 하 이경희 이동수 이두희 이성근 이성완 이양구 이외수 이윤엽 이인철 이재교 이재정 이진우 임창웅 장세현 전기중 전기학 전선용 정미숙 정운자 정채열 조영옥 조풍류 최 정 최수환 최윤경 최진봉 허강일 허달용 허용철 허정균 현용안 홍순창 황재종 ■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산재(産災) 1-분칠 / 부평 4공단 여공 / 한평생 못 지을 집 / 못다 한 사랑 노래 / 함박눈 / 우리 집 가을 / 낮잠 / 맑은 하늘 하나 낳아보리 / 저 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 앳된 사진 / 한여름 밤의 노래 / 개밥바라기 / 정(情)
제2부 나를 시인이라 부르지 마 / 밥 먹는 법 / 관심(關心) / 엄동설한 / 행복 / 나는 죽어 저 하늘에 뿌려지지 말아라 / 천성 / 가을비 / 몸의 중심 / 맑은 하늘을 보면 / 오늘 난 야단을 맞고 싶다 / 열린 창문
제3부 농부여! 밭을 갈아라 / 봄나물 / 풀 / 저런 게 하나 있음으로 해서 / 강물아 / 봄바람 / 꽃그늘 / 꽃 무덤 / 두엄 속 굼벵이 / 씨감자-상처 / 별 / 새 / 바다 / 봄꽃 /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
제4부 저 고향의 길섶에 / 저 하늘에 구름이 흘러 흘러 / 가을 / 소나기 / 빈들 / 봄날이 눈부셔 눈물 납니다 / 어머니가 우신다 / 차가운 사랑 / 패랭이꽃 / 달 / 첫사랑 / 달 뜨는 마을 / 내 마음의 예배당
■ 해설:노동자가 사랑하는 별 - 맹문재
■ 시인의 말 중에서
아프지 말라. 세상이 좀 더 인간답고 아름다워지려면 노동자 민중이 아프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 아팠던 그들은 현재도 아프다. 그리고 미래에도 여전히 아플 것이다. 그들이 아파하는 한 어쭙잖은 내 시 쓰기는 계속될 것이다. 시를 써온 지 어언 30년이 되었다. 그간 묶어낸 시집들의 시 중에서 시화에 어울릴 만한 시 53편을 골라 시화집으로 묶는다. 박일환 시인과 이설야 시인이 시편들을 고르는 수고를 해주었다. 그 시편들과 내 스스로 고른 몇 편을 함께 묶는다. 여기엔 소규모 공장에서 노동하며 틈틈이 포장지 파지 위에, 혹은 야근 후 단칸방에 엎드려 원고지에 꾹꾹 눌러 새긴 초기 시편들이 마모되어 폐기처분 당한 기계처럼, 해고당해 스러진 노동(자)처럼 누워 있다. 또한 엄혹한 투병기에 외로이 홀로 남모르게 가슴에 새긴 시편들이 직업병처럼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재생된 몸으로 해고 노동자 복직 투쟁 현장과 광화문 촛불혁명 현장 등에서 노동자 민중과 연대하며 몸에 새긴 시편들이 동구 밖 이름 없는 돌멩이처럼 박혀 있다. 2016년 10월 18일 오전,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의혹 진상 규명과 관련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첫 기자회견을 했다. 이어 2016년 11월 4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문화예술인 100여 명과 함께 적폐 ‘박근혜 정권 퇴진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토요 촛불시위를 위한 캠핑촌 텐트를 설치했다. 이후 2017년 9월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이명박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대응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상응한 사법 처리를 촉구하기까지 촛불혁명에 동참했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한국민예총 이사장 권한대행을 맡게 되었고 박근혜 정권의 적폐 환경에서 고군분투해온 사무총장의 열악한 삶을 알게 되었다. 단체를 위해 희생하며 헌신 봉사하고 있는 그에게 미안했다. 그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갚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그리하여 그를 돕기 위한 기금 마련 시화전을 준비하게 되었다. 기금 마련이란 목적이 없었다면, 그간 이룬 시업을 감안할 때 내게 시화전은 가당치 않으며 합당치도 않다. 이러한 내 시화전에 화가, 판화가, 전각가, 서예가, 사진작가 등 52명의 시각예술가 벗님, 선생님들께서 동지애로 흔쾌히 동참해주었다. 멋지고 아름답고 훌륭한 56편의 시화 작업을 해주신 벗님, 선생님들과 시화집으로 묶어주신 한봉숙 푸른사상사 대표님께 무한한 고마움을 전한다. 벗님, 선생님들도 아프지 마시라.
■ 작품 세계
정세훈 시인은 노동자로서 겪는 아픔과 눈물과 상처에 함몰되지 않고 별을 품는다. 단순히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 지향하고자 하는 별의 세계로 사랑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인이 이상 세계로 삼는 별은 천상이 아니라 자신이 발 딛고 살아가는 지상을 상징한다. 생존 공간이자 인간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터전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인이 별을 노래하는 것은 노동자로서 겪는 삶의 아픔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맞서는 행동이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초월적인 세계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이루고자 하는 실존의식인 것이다. (중략) 화자는 “나는 죽어 저 하늘에 뿌려지지 말아라/저 하늘의 해와 달과 별 무리로 뿌려지지 말고” 그 대신 “외롭지 않은/이 산천에 뿌려지거라”라고 당부하고 있다. 노동자로서 힘들게 살아온 이 세상을 원망하거나 증오하지 않고 오히려 함께하겠다는 것이다. 화자의 이와 같은 인식은 “내 주검 이 산천에 뿌려지어/곰삭은 흙이 되면/이름 모를 초목들과 이름 모를 들꽃들이 달려오고/때로는 이름 모를 벌레들이/쓴 입맛을 다시며 고단하게도 하겠지”라는 데서 볼 수 있듯이 단순한 귀향 의식이 아니다. 자신의 평안함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양분이 되어 갖가지 초목들이 자라는 데 도움을 주려고, 곧 다른 존재들을 살리려고 하는 것이다. 화자가 “살아생전 내 생에/저 하늘을 탐하지 않고/해와 달 별 무리 또한 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바람은 가능하다. 자신을 위한 이익을 탐하지 않았으므로 사후에도 같은 자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화자는 “내 주검 또한 이 산천에서/끝끝내 기쁨과 고단함의 눈물을 함께 맛보”려고 한다. 살아가는 동안에는 기쁨만이 아니라 고단함과 눈물도 동반하는데, 모두 회피하지 않고 끌어안겠다는 것이다. 화자는 그 마음을 의지적으로 개진하고 있다. “산천에 비가 오고 바람 부는 날이”이거나 “눈이 내리고 인적 끊긴 날이” 되면 “초목과 들꽃의 꽃가루 향기로 앉아/그대 외로운 가슴으로/날아가는 노래를 부르겠”다는 것이다. 자신과 인연이 깊은 “그대”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사랑의 향기가 가득한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 천상이 이 산천을 탐하”게 될 것이라고 화자는 기대한다. 이렇듯 화자가 희망하는 “별”의 세계는 천상이 아니라 자신이 발 딛고 살아가는 지상이다. 자신에게 고통을 주고 상처를 주고 울음을 준 이 세상을 원망하거나 증오하지 않고 껴안는 것이다. 화자가 추구하는 “별”의 세계란 곧 노동자의 세계이다. 노동자들이 사회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간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리하여 화자는 “별”의 세계를 이루기 위해 자기반성과 아울러 미래 지향적인 의지를 노동자의 사랑으로 구체화시키고 있다. ―맹문재(시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
■ 추천의 글
꽃과 나무와 하늘과 강물만 넘치는 요즘의 시를 대하면 아쉬움이 많다. 그런 서정 넘치는 시도 깊고 그윽하게 퍼져 나와야겠지만 생의 길 위에서 삶의 고뇌가 쩌렁쩌렁 혹은 늪 속에 빠져버린 듯한 숨 막히는 울림이 있는 시가 보기 어려워졌다는 생각이다. 문학이 삶의 노래라면 생의 환희와 고통 그리고 깨달음의 목소리가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한 개인의 삶이 그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 시인은 그 사회의 속살을 논리적 혹은 직관적으로 들여다보며 시적 언어로 노래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세훈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서정과 서사가 같이 흐르고 있다. 고단한 노동에 대한 아픔만이 아니라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하늘의 별을 시인의 눈으로 가슴에 품으며 세상을 더럽히는 횡포와 못난 모습까지 어루만지고 있다. 시인이 시로 노래했듯이 저 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밤하늘 저 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그런 마음으로 평생을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시를 이야기처럼 써온 시인. 몸의 중심이 아픈 곳으로 향한다는 시인의 노래처럼 그의 시는 힘들고 고단한 사람들의 희망을 두엄 속의 굼벵이와 봄나물에서도 찾아내며 거센 강물 한가운데에 솟아 있는 작은 돌섬처럼 자신의 시가 사람의 삶을 해치는 것으로부터 저항의 푯대가 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때론 외롭고 슬프고 아련한 그의 시편들, 때론 힘겨운 사람끼리 부실한 밥숟가락에 반찬 한 젓가락 집어 올려주면서 사랑을 나누고 싶어 하는 그의 시편들이 50여 명의 화가들 화폭에서 꽃 덩어리로 피어났다. 아! 눈부신 꽃들. 세상도 그리 환하게 밝아지기를! ― 이인휘(소설가)
■ 시집 속으로
저 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저 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밤하늘 꼭대기 저 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내 비록 철야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때워가고 있지만.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
우리가 이 세상 꽃이 되어도
잘난 꽃 되지 말고 못난 꽃 되자
함부로 남의 밥줄 끊어놓지 않는
이 세상의 가장 못난 꽃 되자 |
출처: 푸른사상 출판사 원문보기 글쓴이: 푸른사상